비만약이 키운 ‘감량 전후’ 시장, 보충제·체형 관리 이어 신약 경쟁도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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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량 줄고 체형 달라지자 비만약 사용자 추가 지출 보충제 구매부터 피부 처짐 관리까지 연관 소비 확대 감량 이후까지 겨냥한 제품·치료법 개발 활발

비만 치료제 열풍이 영양제·보충제부터 미용 시술까지 관련 시장의 소비 지형을 바꾸고 있다. 비만약 투약으로 식사량이 줄자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려는 보충제 구매가 늘고, 감량 후에는 근육 손실과 피부 처짐을 관리하기 위한 지출이 뒤따르는 모습이다. 특히 단백질 제품을 찾는 수요가 원료인 유청단백질 가격을 밀어 올리면서 제조업체의 생산시설 확충으로도 이어졌다. 체중을 줄이는 과정과 이후의 관리에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가운데, 제약업계도 감량 효과와 근육 보존을 함께 겨냥한 신약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먹는 약으로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거나 주사 간격을 늘려 장기 치료의 부담을 덜려는 임상도 진행 중이다.
美 보충제 매출 740억 달러 돌파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 확산이 미국 영양제·보충제 시장의 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미국 보충제 매출은 740억 달러(약 97조9,170억원)를 웃돌았으며, 비타민·보충제 매출 증가율도 2024년 5%에서 지난해 7%로 높아졌다. 실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사용자의 절반 가까이는 투약 이후 새로운 비타민이나 보충제를 섭취하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이 다양해지면서 관련 지출도 늘었다. 미국 건강식품 전문매체 뉴트리션비즈니스저널 조사에서는 GLP-1 사용자 사이에서 유산균·단백질·식이섬유 제품의 인기가 높았다. 글로벌 컨설팅사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올해 소비자 조사에서도 비만 치료제 사용자의 단백질·식이섬유·콜라겐 지출은 투약 전보다 약 20% 증가했다. 신규 소비자 유입에 기존 사용자의 추가 구매까지 더해지면서 보충제 업체들의 판매 기반이 넓어지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판매 확대와 유통업체의 상품 확충도 보충제 소비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틱톡숍의 보충제 매출은 10억 달러(약 1조3,230억원)를 돌파해 전체 온라인 보충제 매출의 5.4%를 차지했다. 제품 사용 경험과 추천 콘텐츠를 접한 소비자가 플랫폼 안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판매 경로가 자리 잡은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늘어난 수요에 맞춰 판매 품목을 확대하는 중이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깃은 보충제 구색을 늘리고 있으며, 보충제 전문 판매업체 비타민숍에서는 올해 식이섬유와 크레아틴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비만약 확산으로 단백질 보충 수요 급증
단백질 보충 수요가 특히 커지는 데는 비만 치료제 사용에 따른 식사량 감소와 근육량 유지 필요성이 맞물려 있다. 마운자로와 위고비는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해 음식 섭취를 줄이는데, 이 과정에서 단백질 등 필수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체중 감량 중 근육 손실을 줄이려는 사용자들이 적은 양으로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분말과 셰이크를 찾는 이유다. 실제 건강제품 온라인 판매업체 아이허브에서는 ‘GLP-1’ 관련 검색이 늘고, 체중 감량에 따른 근육 손실을 보완하려는 여성 고객의 보충제 구매 관심도 높아졌다. 단백질 제품을 판매하는 아일랜드 글랜비아의 주력 브랜드 옵티멈 뉴트리션은 지난해 11월 이후 두 차례 가격을 인상하고도 올해 상반기 매출이 25%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늘어난 단백질 수요는 보충제의 주요 원료인 유청단백질 가격도 밀어 올리고 있다. 유청은 치즈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이를 고농도로 가공한 단백질이 분말 보충제와 음료 등에 쓰인다. 원자재 중개·분석업체 스톤엑스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단백질 함량 80%인 농축유청단백질(WPC80) 가격은 톤당 2만 유로(약 2,970만원)로, 1년 새 90%가량 상승했다.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관심과 고령화로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비만 치료제 사용자들의 구매까지 더해지면서 고단백 원료를 생산하는 가공설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공급 확대를 위해 네덜란드 유제품 업체 프리슬란트캄피나는 올해 1월 미국 분리유청단백질 생산업체 위스콘신웨이프로틴 인수를 마무리했으며, 네덜란드 보르퀼로 공장의 생산능력도 두 배로 늘렸다.
미용 시술 수요도 증가
영양 보충과 함께 투약 중 나타나는 소화기 증상을 관리하기 위한 약물 병용도 이뤄지고 있다. GLP-1 계열 약물이 위에서 음식이 배출되는 속도를 늦추면서 일부 사용자에게 속쓰림이나 위산 역류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메프라졸 등 양성자펌프억제제(PPI)는 위산 분비를 줄여 역류 증상을 완화하는 데 쓰인다. 국제학술지 ‘임상 의학 저널’에 실린 다학제 전문가 합의문에서도 GLP-1 약물 증량 후 속쓰림이 생긴 환자에게 식습관 조정과 단기간의 PPI 사용을 권고하는 사례를 제시했다. 증상이 가라앉을 때까지 약물 용량을 유지하고 이후 증량 간격을 늘리는 방식으로, 의료진이 위장 증상을 조절하면서 체중 감량 치료를 이어가도록 돕는 접근이다.
비만 치료에 수반되는 관리 수요는 감량 후에도 이어진다. 투약 중에는 영양 부족과 소화기 증상을 관리하고, 체중이 줄어든 뒤에는 늘어진 피부와 달라진 체형을 다듬기 위해 운동이나 미용 시술을 찾는 식이다. 미국성형외과학회(ASPS)의 지난해 회원 조사에서는 응답 의사의 82%가 GLP-1 사용과 관련한 상담 요청을 받았다고 답했다. 체중이 빠르게 줄면서 팔과 복부 등에 남은 피부를 정리하려는 수요가 생긴 것이다. 여기에 근육 윤곽이 드러나는 탄탄한 팔을 뜻하는 ‘트로피 암’이 뉴욕 일부 고소득층 여성 사이에서 주목받으면서 부위별 몸매 관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원하는 팔 라인을 만들기 위해 개인 운동 지도에 미용 시술과 수술을 병행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표1. 비만 치료제 개발 방향과 주요 임상 결과
| 치료제·개발사 | 개발 목적·방식 | 주요 임상 결과·진행 현황 |
|---|---|---|
| 비마그루맙 일라이 릴리 | 감량 중 제지방 손실 억제 액티빈 신호 차단 항체와 세마글루타이드 병용 | 임상 2상, 72주 평균 체중 22.1% 감소 감소 체중 중 지방 비중 92.8% 근육·결합조직 등 포함한 제지방량 대체로 유지 |
| 레타트루타이드 일라이 릴리 | 체중 감량 효과 확대 GLP-1·GIP·글루카곤 수용체 동시 작용 | 임상 3상 ‘트라이엄프-1’ 당뇨병 없는 비만·과체중 성인 대상 주 1회 12㎎ 투여 80주 평균 체중 28.3% 감소, 30% 이상 감량 참가자 45.3% 배정 치료 지속을 가정한 효능 분석 기준 |
| 오르포글리프론 일라이 릴리 | 감량 후 체중 유지 주사제에서 경구용 GLP-1 약물로 전환 | 임상 3상 ‘어테인-메인테인’ 위고비·젭바운드 72주 사용 참가자 376명 대상 전환 52주 뒤 평균 체중 증가: 위고비군 0.9㎏, 젭바운드군 5㎏ 회사 공개 효능 분석 기준, 위약 대비 체중 유지 효과 주요 목표 충족 |
| 마리타이드 암젠 | 투여 간격 확대 월 1회 또는 더 긴 간격 투여 목표 | 임상 2상, 당뇨병 없는 비만 환자 52주 평균 체중 최대 약 20% 감소 치료 지속을 가정한 분석 기준 주 1회 주사제에서 전환 후 8주·3개월 간격 투여 임상 3상 진행 별도 연장 연구에서 월 1회·8주·3개월 간격 체중 유지 효과 평가 |
근육 보존까지 겨냥한 차세대 비만약 개발 경쟁
감량 후 근육과 체형을 관리하려는 수요는 제약업계의 신약 개발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마운자로 개발사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항체 치료제 비마그루맙은 근육 성장을 억제하는 액티빈 신호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식욕을 조절하는 비만약에 이를 병용해 감량 과정의 제지방 손실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위고비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와 비마그루맙을 함께 투여한 임상 2상에서는 72주간 평균 체중이 22.1% 감소했고, 줄어든 무게의 92.8%가 지방으로 나타났다. 근육과 결합조직 등을 포함한 제지방량은 대체로 유지돼, 지방 감소와 근육 보존을 함께 추구하는 병용 치료의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체성분을 개선하는 병용 요법과 함께 감량 효과 자체를 높이기 위한 신약 연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라이 릴리의 임상 단계 후보물질 레타트루타이드는 GLP-1과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GIP), 글루카곤 등 세 가지 호르몬의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도록 설계됐다. 식욕과 혈당,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경로를 함께 조절해 체중 감소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회사가 지난 5월 공개한 임상 3상 ‘트라이엄프-1’에서는 당뇨병이 없는 비만·과체중 성인에게 주 1회 12㎎을 투여했을 때 80주간 평균 28.3%의 체중 감소가 나타났다. 배정된 치료를 지속한다는 가정 아래 산출한 효능 분석 결과로, 해당 용량군에서 체중을 30% 이상 줄인 참가자 비율도 45.3%에 달했다.
경구약·장기 지속형 주사제로 유지 치료 다변화
큰 폭으로 줄인 체중을 장기간 유지하는 방법도 주요 임상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주사제로 감량한 뒤 먹는 약으로 전환해 치료를 이어가는 방식이 대표적인 예다. 일라이 릴리는 임상 3상 ‘어테인-메인테인’에서 위고비나 젭바운드를 72주간 사용한 참가자 376명을 대상으로 경구용 GLP-1 약물 오르포글리프론의 체중 유지 효과를 평가했다. 일라이 릴리가 공개한 효능 분석에 따르면 위고비에서 오르포글리프론으로 전환한 집단의 평균 체중은 52주 뒤 전환 시점보다 0.9㎏ 늘었으며, 젭바운드에서 전환한 집단은 5㎏ 증가했다. 두 집단 모두 체중이 일부 다시 늘었지만, 위약 대비 체중 유지 효과를 평가하는 주요 목표를 충족하면서 경구약을 활용한 유지 치료에 근거를 더했다.
유지 치료를 장기간 이어갈 수 있도록 주사 간격을 늘리는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암젠의 마리타이드는 월 1회 또는 그보다 긴 간격으로 투여하도록 개발 중인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임상 2상에서는 당뇨병이 없는 비만 환자의 52주 평균 체중 감소율이 치료 지속을 가정한 분석 기준 최대 약 20%를 기록했다. 암젠은 이를 바탕으로 기존 주 1회 주사제를 사용하던 환자를 마리타이드로 전환해 8주 또는 3개월 간격으로 투여하는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별도의 연장 연구에서는 월 1회·8주 간격·3개월 간격 투여에 따른 체중 유지 효과를 살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