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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철강 원산지 세탁 차단” 산업부 ‘조강국 확인’ 카드, 동남아 생산망 중첩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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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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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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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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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철강 우회 수입 차단 위한 조강국 확인제 도입
중국 공급과잉과 저가 수출 확산에 따른 철강 규제 강화
현지 생산과 환적 물량 혼재 “우회덤핑 검증 쉽지 않을 것”

정부가 중국산 철강의 우회 수입을 막기 위해 조강국 확인 제도를 도입한다. 원산지 신고만으로는 중국산 철강이 제3국을 거쳐 국내에 들어오는 경로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중국 철강사들이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생산기지를 대거 확대한 데다, 한국 기업들 역시 같은 지역에 생산망을 구축하고 있어, 현지 생산과 환적 물량을 구분하는 작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MTC로 조강국·원산지·제조 이력 확인

29일 정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열연·냉연·도금강판 등 철강 산업의 핵심 범용재 수입 시 조강국 제출을 의무화하는 ‘수출입공고’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그동안 수입업자들은 제품이 입국 직전 거쳐온 ‘원산지’만 신고하면 됐다. 이 때문에 중국산 슬래브가 베트남에서 압연 공정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올 경우, 실제 생산지는 중국임에도 원산지는 베트남으로 둔갑하는 우회 수입 경로를 통제할 법적 근거가 부재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수입업자는 철강재 수입승인 신청 과정에서 조강국이 기재된 품질검사증명서(MTC)를 제출해야 하며 수입 허가를 위해 철강협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조강국 정보가 MTC에 없을 경우에는 별도 증빙서류를 내야 한다. 정부가 원산지뿐 아니라 조강국까지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면서 저가 수입재의 유입 경로를 보다 촘촘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는 중국으로부터 온 철강이 한국을 통해 우회 수출되는 경로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이 중국산 스테인리스 후판에 대해 반덤핑 조치를 시작한 이후 말레이시아산 스테인시스 후판의 수입이 증가했는데, 조강국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해당 후판들이 중국에서 온 제품일 것이라는 추측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제 실제 제품의 조강국을 확인하고 수입을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것이다.

대상 품목으로는 철강 산업의 핵심 범용재 대부분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이 반덤핑 판정을 내린 품목들과 수입재 침투율이 높은 품목들을 위주로 삼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조선・건설・강관・자동차 부품 소재 등의 기본이 되는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자동차 외판 등 소재가 되는 도금 강판, 철근, 형강, 철선, 스테인리스, 특수강, 합금강 등이 포함됐다. 이번 조치에 포함되는 품목은 한국이 수입하는 철강 품목의 70%에 달한다. 수출금액 기준으로는 70%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자국 내수 침체가 키운 수출 공세, 철강 공급과잉 악순환

그간 중국 철강업계는 자국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건설 수요 둔화로 내수 흡수력이 급격히 약화된 상황에서도 대규모 생산 체계를 유지해 왔다. 안강철강 등 주요 철강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했지만, 고정비 부담이 큰 제철 산업 특성상 감산에는 한계가 있었다.

내수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한 물량은 한국, 일본 등 해외로 밀려났다. 지난해 중국의 완제품 철강 수출은 1억1,071만6,000톤으로 전년 대비 22.7% 증가하며 2015년 이후 1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물량 확대는 가격 질서를 흔드는 방식으로 글로벌 철강 시장에 압박을 가했다. 중국산 철강이 대규모로 해외 시장에 유입되면서 국제 철강 가격이 하락했고, 한국 등 주요국 철강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와 시장점유율 하락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하게 됐다.

저가 중국산 제품이 자국 철강 업계를 위협하자 각국은 반덤핑 조사와 세이프가드, 상계관세 카드를 잇달아 꺼내 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4년에만 19개국 정부가 중국산 철강 제품을 대상으로 모두 81건의 반덤핑 조사를 새로 개시했다. 전년보다 5배 늘어난 규모다. 아울러 미국은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산 우회 수출 차단에 집중하고 있고, 유럽연합(EU)도 세이프가드 연장과 수입쿼터 축소, 원산지 검증 강화를 병행하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 인도 등도 중국산 철강을 겨냥한 반덤핑 조사와 관세 부과를 확대하는 추세다. 말레이시아와 태국 역시 중국산 철강을 겨냥한 조사와 우회 수입 차단 조치를 확대했다.

환적 물량 선별의 구조적 한계

문제는 직접 수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수록 우회 수출 경로도 함께 정교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산 철강재가 제3국에서 단순 가공이나 경미한 공정을 거친 뒤 현지산으로 신고되는 방식이 확산될 경우 기존 조치의 실효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슬래브와 열연강판, 냉연강판처럼 공정별 이동이 가능한 품목은 생산 이력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아 원산지 판정도 한층 어려워진다.

중국 철강사들의 해외 생산 확대도 이 같은 흐름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그동안 동남아를 중심으로 제강·압연 설비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필리핀에서는 판화그룹이 35억 달러(약 5조4,000억원)를 투입해 연산 1,000만 톤 규모 제철 프로젝트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하북강철그룹도 44억 달러(약 6조8,000억원) 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바오우강철과 덕룡, 영룡, 아강 등 주요 철강사들도 현지 생산기반 구축에 참여하면서 동남아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도 중국 철강업계의 핵심 생산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하북신우안강철이 27억 달러(약 4조1,600억원)를 투자해 연산 500만 톤 규모 생산설비를 구축했고, 지엔룽그룹과 성룽그룹도 현지 기업과 합작 형태로 봉형강과 판재류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덕룡그룹이 총 2,000만 톤 규모 생산능력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남경강철그룹과 중강그룹도 고로와 선재·봉강 설비를 잇달아 증설했다. 이 밖에도 곤명강철그룹은 미얀마에서 봉형강과 판재류 생산거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용진은 베트남과 태국에서 스테인리스 냉연 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는 중국 내 수요 부진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 거점 다변화 전략인 동시에, 대미·대유럽 통상 장벽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망 재편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동남아가 중국 철강의 경유지와 실제 생산기지라는 두 얼굴을 동시에 갖게 된 셈이다. 이렇다 보니 모든 동남아산 철강재를 중국산 우회 물량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일부 제품은 중국산 소재를 바탕으로 현지에서 제한적 공정만 거친 뒤 수출되지만, 일부 제품은 실제로 현지 설비와 노동, 전력, 부가가치가 투입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 기업들도 이미 동남아 생산 거점을 상당 부분 확대한 상태다. 중국 내 비용 상승과 미·중 갈등 장기화, 현지 수요 대응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국내 철강·소재 기업들도 베트남 등지에 생산망을 구축했다. 이처럼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의 생산망이 같은 동남아 지역에 중첩된 상황에서, 중국 기업의 현지 생산물만 일률적으로 중국산으로 분류하기는 쉽지 않다. 한 산업통상 전문가는 "동남아 생산기지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현지 생산과 환적 물량이 같은 공급망 안에서 혼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실제 우회덤핑 판단과 제재로 이어지려면 허위 기재 적발 능력, 제3국 가공 물량에 대한 검증 체계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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