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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도 반발" 암초 부딪힌 EU 메탄 규제, 역내 가스 개발까지 발목 잡히며 '기후 리더' 입지 흔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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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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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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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메탄 규정에 내외부서 반발 속출, 독일까지 가세
가스 자체 생산 추진하는 EU, 강력한 규제는 자충수
강경 기조 꺾인 EU 기후 정책, '글로벌 스탠다드' 입지 위태

유럽연합(EU)의 메탄 배출 규제에 대한 반발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수출국들은 물론, EU 내부 국가들까지도 한목소리로 규제 적용 시점 연기 및 개정을 요구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EU가 이 같은 요구 및 에너지 자체 생산 계획을 고려해 실제 규제 장벽을 낮출 경우, 지금까지 EU가 수행하던 글로벌 환경 규제 기준점으로서의 역할이 힘을 잃게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EU 메탄 규정 둘러싼 잡음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카타리나 라이헤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EU 에너지 장관 회의 직전 "현재 메탄 규정대로라면 2027년부터 독일로의 가스 수입, 즉 액화천연가스(LNG)뿐 아니라 등유(항공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수입도 차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이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메탄 규제를 최소한 유예하거나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독일이 문제 삼은 EU 메탄 규정(Regulation EU/2024/1787)은 2024년 8월 발효됐으며, 2027년 1월부터 EU로 들어오는 가스·석유·석탄에 대한 메탄 배출 모니터링·보고·검증(MRV)을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국제 사회에서는 이전부터 이러한 급진적 규제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미국, 카타르, 나이지리아, 알제리 등 에너지 수출국은 공동 서한을 통해 많은 수출국이 2027년 시행 기한까지 MRV 요건을 맞추기 어렵다며 '시계 중단(stop-the-clock)' 메커니즘 도입을 촉구했다. 에너지 컨설팅 기관 우드 맥킨지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EU 메탄 규제가 계획대로 시행될 시 EU 가스 수입의 최대 43%, 원유 수입의 최대 87%가 비준수 판정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U 내부에서도 반발이 들끓는 것은 마찬가지다. EU 연료제조업협회(FuelsEurope)와 국제석유가스생산자협회(IOGP)는 최근 공동 입장을 통해 개정 논의가 완료될 때까지 EU 메탄 배출 규제의 적용을 일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규정이 유지될 경우 2027~2029년 사이 EU 가스 수입량의 최대 43%와 원유 수입량의 87%가 규정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체코, 슬로바키아,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EU 17개 회원국도 중동 전쟁에 따른 석유·가스 공급 제약을 이유로 규제 시행을 3년 늦춰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들 국가는 단순 권고안 등을 넘어 규정 자체의 개정을 요구 중이다. 다만 댄 요르겐센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26일 "브뤼셀은 규정 이행을 더 쉽게 만들 의향이 있지만, 이미 충분히 유연한 해당 법률을 다시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상태다.

EU의 자체 가스 생산 계획

미국은 단순 공식적인 서한을 보내는 것을 넘어, 언론을 통해 EU 측에 직접적인 경고를 전하기도 했다. 지난 24일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뉴욕에서 열린 로이터 이벤츠 글로벌 에너지 포럼 참석 중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EU가 메탄 규제를 개혁하지 않으면 유럽이 불필요한 큰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며 "미국 에너지는 다른 곳으로 흐를 뿐"이라고 말했다. EU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며 미국산 LNG 수입을 크게 늘린 바 있다. EU 가스 수요의 약 80%가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산 LNG의 공급 차질은 치명적인 에너지 안보 리스크인 셈이다.

이 같은 위협을 상쇄하는 데 필요한 자체 에너지 공급망도 부실한 실정이다. EU 역내 가스 생산은 지난 10년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신규 탐사 투자가 급감했고, 네덜란드는 지진 피해 논란 끝에 유럽 최대 가스전 가운데 하나였던 흐로닝언(Groningen) 가스전을 폐쇄했다. 이에 EU 이사회 순환의장국인 키프로스는 지난달 EU 에너지 장관 비공식회의 전 △루마니아 흑해 넵튠 딥(Neptun Deep) 프로젝트 △그리스 이오니아해 해상 탐사 △폴란드 발트해 개발 △이탈리아의 지중해 탐사 재개 가능성 △북해 협력 등을 역내 가스 잠재력 사례로 제시하고, 이들 자원이 EU 전체 가격 안정을 위한 공동 완충 장치가 될 수 있을지를 논의 테이블에 올리기도 했다. 역내 가스 생산량을 확대해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EU가 구축해 온 강력한 에너지·환경 규제망이 오히려 역내 가스 개발의 제약 요인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EU가 발효한 메탄 규제는 수입 LNG뿐 아니라 역내 석유·가스 사업자에게도 메탄 배출 측정·보고·검증, 누출 탐지·수리, 벤팅·플레어링 제한 의무를 부과한다. 가스전 개발 기업은 누출 탐지 프로그램을 제출하고 정기 점검을 실시해야 하며, 기준을 넘는 누출이 확인될 시 즉각 수리하거나 지연 사유를 제시해야 한다. 키프로스 의장국 차원에서 거론된 해상 가스 프로젝트는 별도 안전·환경 규제 부담도 안고 있다. 프로젝트 수행 기업은 EU 해상 석유·가스 안전 지침에 따라 탐사·생산 전 독립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주요 사고 위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해양 환경 보호 및 사고 대응 체계까지 갖춰야 한다. 신규 가스전 개발은 단기간에 공급 물량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이라기보다 복잡한 인허가와 규제 준수를 필요로 하는 장기간·고비용 프로젝트에 가까운 셈이다.

글로벌 기후 정책 중심축 흔들리나

EU가 향후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메탄 규제 문턱을 낮출 경우, 이는 또 다른 파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U는 그동안 글로벌 기업 및 각국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산업 규제의 기준점으로 작용해 왔다. EU의 시장 규모와 높은 규제 수준에 발맞춰 다국적 기업들이 제품과 공급망을 조정하고, 이 기준이 다른 국가의 제도 설계에도 반영되는 구조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로 인한 변화는 이러한 '브뤼셀 효과'를 여실히 증명하는 사례다. 올해 본격 시행된 CBAM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고탄소 수입품에 내재 배출량에 따른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로, 역내 기업이 EU 배출권거래제(ETS)에 따라 부담하는 탄소 비용을 수입품에도 적용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는 EU 안팎의 기업들에 생산 공정 배출량 측정과 보고 체계를 요구하는 효과를 냈다. EU의 역내 규제가 사실상 교역 상대국의 생산 방식 전반을 압박하는 장치로 확장된 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 같은 강경한 기조에도 금이 가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분야가 자동차다. EU는 지난해 자동차 제조사들이 승용차·밴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 목표를 연도별 수치가 아닌 3년 평균치로 충족할 수 있도록 유연화 조치를 도입했다. 내연기관차 퇴출 로드맵에도 균열이 생겼다. EU 집행위원회는 기존의 2035년 신차 100% 무배출 목표를 90% 감축 목표로 낮추고, 제한적으로 내연기관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판매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해당 조정은 독일·이탈리아 등 자동차 산업 비중이 큰 회원국과 완성차 업계의 압박을 반영한 조치로 평가되며, 향후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철강·화학 등 에너지 소비가 큰 업종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관찰된다. EU는 CBAM 도입과 함께 ETS 무상할당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최근 집행위가 제시한 2026~2030년 ETS 벤치마크 개정안은 산업계가 평균적으로 배출량의 약 75%를 무상할당으로 계속 보전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전력 사용에 따른 간접배출을 14개 제품 벤치마크에 계속 반영하고, 2026~2030년에 걸쳐 40억 유로(약 7조310억원)의 재정 효과를 부여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기후 목표와 산업적 이해관계가 계속해서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EU가 메탄 규제의 적용 시점, 검증 기준, 누출 관리 의무를 완화할 경우, 이는 EU 환경 규제의 상징성 자체를 뒤흔드는 사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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