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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무기 사라" 美 견제 직면한 유럽 방산 자립, 핵심 전력 공백·핵 억지 등 한계도 명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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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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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산 무기 조달에 찬성하나" 美, NATO 동맹국에 압박 가해
자체 방위 생태계 조성 나선 EU, 美 그늘 벗어날 수 있을지는 의문
프랑스·영국 핵 억지력 강화 행보, '이안환안' 전략 한계 뚜렷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에 방위 체계 관련 압박을 가했다. NATO 회원국을 상대로 미국의 외교 정책 지지 여부와 미국산 무기 조달 실적 등을 묻는 설문을 발송하며, 유럽의 방산 자립 행보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양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우려와 달리, 유럽의 독자 방위 구상이 순항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감시·정찰, 장거리 타격, 미사일 방어, 핵 억지력 등 핵심 전력 부문에서 여전히 미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단기간 내 ‘탈미국’ 방위 체계를 구축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평가다.

동맹국에 설문지 발송한 美

1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군사 매체 밀리타르니는 블룸버그통신이 입수한 문건을 인용, 미국 정부가 NATO 동맹국 내 미군 배치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동맹국별 정치적 정합성을 검토하기 위해 평가 문건을 발송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은 독일 주둔 병력 5,000명을 대체 전력 투입 없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공식화한 바 있다. 감축 검토 대상에는 지상 병력뿐 아니라 전략 폭격기, 타격용 무인기, 군함 같은 핵심 전시 자산 등도 포함됐다. 반면 폴란드의 경우, 카롤 나브로츠키 대통령 당선 이후 추가 미군 병력 배치를 약속받았다. 회원국별로 처우가 극명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구체적으로 미국 정부가 보낸 문건은 동맹국이 중동·서반구에서 벌어진 미국 외교 정책을 지지했는지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평가 기준은 과거 미국의 대이란 단독 군사 공격,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취한 압박 조치 등에 대한 협력 여부다. 미군 기지 사용 관련 의사도 질의 항목에 올랐다. 앞서 미국의 단독 군사 행동 당시 자국 미군 기지 이용을 불허했던 스페인 등 일부 NATO 동맹국에 제한 규정을 축소하거나 없앨 계획이 있는지 물은 것이다. 아울러 미국은 동맹국이 미국 기업 무기를 사들이는지 확인하고, 미국 기업 계약을 제한하는 유럽산 우선 조달 규정(Made in Europe)에 반대했는지 질문했다.

EU 자체 방위 강화 구상

미국이 언급한 '유럽산 우선 조달 규정'은 최근 유럽연합(EU)이 유럽 방산업체의 생산 확대를 도모하기 위해 추진해 온 정책의 통칭으로 풀이된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방위 전략을 발표하면서 "단순히 방위비를 늘리는 것을 넘어 유럽산 무기를 더 구매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집행위 차원에서도 2030년까지 회원국 방위투자 가운데 최소 55%를 유럽 방위기술·산업기반(EDTIB)에서 조달하도록 유도한다는 정치적 목표가 제시됐다.

EU가 이 같은 정책을 마련한 것은 회원국들의 방위비 증액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미국 방산 기업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EU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앞다퉈 군비 지출을 늘렸으나, 이 중 상당 부분이 미국산 무기 수입에 쓰이며 유럽 방산업계에 돌아가는 수혜는 사실상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에 역내에서는 미국 무기, 부품, 정비·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무기 생산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NATO '탈미국' 행보 가시화

미국 중심 군수 체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도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일례로 이탈리아 국방항공조달국(ARMAERO)은 지난 4월 프랑스 항공기 회사 에어버스와 A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MRTT) 6대를 도입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총계약 규모는 장기 통합군수지원(ILS)을 포함해 13억9,000만 유로(약 2조2,670억원)에 달한다. 이탈리아가 15년간 운용해 온 미국 보잉 KC-767 계열 급유기의 자리를 프랑스산 기체가 대체한 것이다. 당초 이탈리아 공군은 2022년부터 보잉의 KC-46 페가수스 도입을 추진했으나, 2024년 관련 절차를 중단한 뒤 공개 입찰로 방향을 선회하며 에어버스가 사업을 수주하게 됐다.

NATO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사업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됐다. 나토조달기구(NSPA)는 당초 보잉 E-7 웨지테일을 E-3 센트리 후속 플랫폼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미국 공군이 E-7 사업 철회를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그 공백을 파고든 업체는 스웨덴 사브였다. 현재 NATO는 사브의 글로벌아이를 차세대 조기경보 플랫폼 유력 후보로 검토 중이라고 전해진다. 여기에 NATO 회원국들은 6세대 전투기 개발 부문에서도 독자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독일·스페인의 FCAS(Future Combat Air System), 영국·이탈리아·일본의 GCAP(Global Combat Air Programme) 등이 대표적인 예다. 다만 이 중 FCAS의 경우 최근 독일이 이탈하고, 인도가 참여 의사를 타진하는 등 협력 구도가 급격히 변화 중이다.

표1. NATO의 방산 분야 탈미국 행보

분야기존 미국 체계대안·추진 방향
공중급유기이탈리아가 보잉 KC-767을 운용하고 KC-46 도입 추진에어버스 A330 MRTT 6대로 교체
조기경보기NATO가 보잉 E-7 웨지테일 도입 추진스웨덴 사브의 글로벌아이를 유력 후보로 검토
6세대 전투기미국 전투기 체계에 대한 의존프랑스·독일·스페인의 FCAS와 영국·이탈리아·일본의 GCAP 추진
자료: 이탈리아 국방항공조달국, 나토조달기구, 관련국 발표

곳곳에서 비관론 잇따라

문제는 미국을 제외한 NATO 회원국의 핵심 인사들이 자주방위에 대해 뚜렷한 확신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1월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은 유럽의회에 출석해 “누군가 여기서 EU 또는 유럽 전체가 미국 없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꿈일 뿐, 그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뤼터 총장은 "유럽이 자체 핵 역량을 구축하려면 수십억 유로가 들고, 국방비로 국내총생산(GDP)의 10%가 필요하다"며 “그 시나리오에서 우리 자유의 최종적 보증인, 미국 핵우산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석기관들 역시 유사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독일 싱크탱크 킬 세계경제연구소는 EU가 연간 2,500억 유로(약 395조원)를 추가 지출해야 대미 방위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NATO가 미국 주도로 구축된 동맹이라는 점 역시 장벽으로 거론된다. 현행 NATO 체계를 유럽이 독자적으로 재편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전 NATO 주재 미국 대사인 이보 달더는 하버드 벨퍼센터에서 발간한 연구 보고서에서 “강력한 유럽 안보를 위해서는 돈, 인력, 시간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협력이 필수”라며 “미군은 NATO의 골격이며 갑자기 골격을 빼면 몸통(유럽)은 죽는다”고 지적했다.

EU 방위 체계의 현실

실제 유럽은 정보·감시·정찰(ISR), 군사위성, 장거리 정밀 타격, 미사일 방어 등 핵심 부문에서 여전히 미국에 크게 의존 중이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미국은 최소 80대의 유인 ISR 항공기를 운용하지만, 유럽의 운용 전력은 36대 수준이다. 신호정보 항공기도 미국 34대, 유럽 11대로 차이가 크다. 이에 더해 정보 위성, 지휘통제 체계, 클라우드, 통신, 데이터 분석 등 유럽군의 디지털 기반에도 미국 기업 기술이 대거 침투해 있으며, 노르웨이·스페인 해군 등이 사용하는 이지스 전투 체계처럼 유럽이 자체 제작하는 함정에도 미국산 핵심 시스템이 탑재된다.

미국의 핵우산 약화 역시 막대한 변수가 된다. 현재 유럽에서 자체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는 프랑스와 영국뿐이다. 특히 프랑스는 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핵전력을 보유한 만큼, 미국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후보국으로 거론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미 유럽 동맹국들과 프랑스 핵 억지력을 연계하는 전략적 논의를 시작했고, 올해 들어서는 독일·폴란드·네덜란드·벨기에·스웨덴·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과 핵 억지 협력을 강화하는 ‘전방 억지(forward deterrence)’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프랑스 핵전력에 대한 최종 사용 권한은 프랑스 대통령이 독점하되, 동맹국이 핵 훈련, 조기 경보, 재래식 지원 등에 힘을 보태는 방식이다. 프랑스와 영국의 협력 구도 역시 뚜렷해지는 추세다. 양국은 지난해 ‘노스우드 선언’을 통해 양국의 독립적인 핵 억지력을 공식 조율하는 데 최초로 합의했으며, 유럽에 대한 극단적인 위협이 발생할 시 두 나라의 핵전력이 동시에 고려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핵은 핵으로 누르는 것이 해법?

다만 영국의 핵전력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이지 않다. 영국은 핵탄두와 핵잠수함을 자체적으로 운용하지만,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인 트라이던트의 기술·정비 등을 미국에 의존한다. 규모 측면의 한계도 명확하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 1월 프랑스와 영국이 보유한 핵탄두를 각각 290기, 225기로 추산했다. 이는 미국(3,700기) 및 러시아(4,400기)의 군사 비축량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미국은 현재 1,770기의 핵탄두를, 러시아는 1,796기를 실제 작전 전력에 배치 중이다.

유럽의 자체 핵무장 강화 행보가 국제사회 전반의 혼란을 가중할 위험도 있다. 유럽이 러시아에 맞서는 차원에서 핵전력을 확대할 경우, 이를 빌미로 다른 국가들도 핵무장에 힘을 싣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외교 전문가는 “핵을 핵으로 억제하는 것만이 해법은 아니다"라며 "핵 억지력은 최후의 안전장치일 뿐이고, 결국 중요한 것은 상대가 실제 군사 행동에 나서지 못하도록 충분한 재래식 전력과 방공·미사일 방어 체계를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핵 위협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각국이 핵무장을 확대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전체 안보 환경이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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