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이 깨운 북극 군비 경쟁” 캐나다, 독일·노르웨이와 ‘212CD 공조’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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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북극 군사활동 확대, 북서항로 안보 부담 증폭 2034년 첫 인도 겨냥, 3국 건조·정비·훈련망 가동 캐나다 북극 주둔능력 재건 및 수중전력 세대교체 속도

차기 잠수함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TKMS를 선정한 캐나다가 독일·노르웨이가 구축해온 212CD 공동 운용체계에 참여하기 위한 협상과 실무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빙 감소로 북서항로의 통항이 급증하고 중·러의 군사활동이 북미 인근까지 확장되면서 최대 12척의 잠수함 조달은 캐나다의 북극 주권과 나토 북방 방위를 연결하는 전략사업으로 재편됐다. 본계약이 성사되면 최대 24척의 동일 함형을 기반으로 한 3국 수중작전망이 북미 북극과 유럽 극북 지역을 잇게 된다.
212CD 3국 공조 시동
12일(현지시각) 독일 언론 하르트풍트(hartpunkt)에 따르면, 지난달 말 킬(Kiel)에서 4일간 열린 ‘212CD 프로그램 공동 기획 행사(joint planning event)’에는 독일, 노르웨이, 캐나다의 정부 및 군 관계자를 비롯해 TKMS, 콩스베르그(KONGSBERG), 멀티콘설트(Multiconsult) 등 주요 방산 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는 캐나다 해군의 차기 초계 잠수함 사업(CPSP)에서 TKMS가 한국의 한화오션 컨소시엄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지 3주만에 신속하게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212CD 사업의 후속 일정과 3국(Trilateral) 실무조직 구성, 캐나다와 TKMS의 본계약 협상 준비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함 건조와 전투체계 통합, 기지시설, 정비·훈련 등 전력 운용에 필요한 협력체계도 주요 의제로 다뤘다. 또한 3국 해군과 방위당국, 방산 업체 간의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장기적인 군수 지원과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정립하는 데 합의했다.
캐나다가 독일과 노르웨이가 주도해 온 212CD 사업에 전격 참전함에 따라, 해당 프로그램은 다국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협력 프로젝트로 대폭 확장됐다. 연합 해군 간의 상호운용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잠수함의 전 수명주기(Lifecycle)에 걸친 비용 절감 및 유지보수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3국은 이를 통해 북대서양과 북극해 지역에서 증대되는 해상 안보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참여국들과 방산 기업들은 향후 수주 내로 공식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세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북미 방어 최전선 '북서항로'
캐나다가 212CD 프로그램에 합류한 배경에는 북극권을 둘러싼 안보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캐나다 국방투자청(DIA)은 차기 잠수함의 임무로 대서양·태평양·북극해에서 적성 전력을 탐지·추적·억제하고, 북극권에 지속적인 해군 주둔능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명시했다. 최대 12척이라는 도입 규모도 3개 대양을 동시에 관할해야 하는 지리적 조건에서 산출됐다. 잠수함 사업이 영토주권과 북미 대륙 방위, 나토 집단안보를 함께 떠받치는 전략사업으로 격상된 셈이다.
북서항로의 전략적 가치는 해빙 감소와 함께 커졌다. 이 같은 캐나다의 위기의식은 2024년 발표한 북극외교정책에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캐나다 정부는 북미 북극이 긴장에서 자유로운 공간으로 유지됐던 시대가 끝났다고 진단하고, 러시아의 군사활동과 중국의 이중용도 연구·감시 활동을 주요 위험요인으로 지목했다. 실제 북부 해역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전략적 관문이자 북미 대륙으로 향하는 공중·해상 접근로에 놓여 있다. 이곳에서 확보한 감시·추적 능력은 캐나다의 국경 통제력과 직결된다.

북극 군사기지 되살린 러시아, 중국도 활동 반경 확대
가장 직접적인 위협은 러시아 북방함대(Russian Northern Fleet)다. 러시아는 콜라반도와 바렌츠해에 전략핵잠수함과 공격잠수함, 미사일·방공 전력을 집중 배치해 왔다. 나토에 따르면 러시아는 북극사령부를 신설하고 옛 소련 시절 군사시설과 비행장, 심해항만을 잇달아 재가동했으며 신형 무기시험도 이어가고 있다. 이 일대에서 출항한 잠수함은 북극해를 거쳐 북대서양으로 진입해 북미와 유럽을 연결하는 해상 증원로와 해저 통신망을 작전권에 둘 수 있다.
중국의 북극 진출도 러시아 전력과 맞물리며 캐나다의 경계 수위를 끌어올렸다. 중국은 2018년 발표한 북극정책 백서에서 자국을 ‘근북극 국가’로 규정하고 북극해 항로를 ‘빙상 실크로드(Ice Silk Road)’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후 중국은 에너지와 핵심광물, 해상교통로 확보를 겨냥해 쇄빙선과 연구선의 활동 반경을 넓혀왔다. 특히 해저지형과 수온·염분, 음향환경을 조사하는 연구 자료는 수중 탐지와 잠수함 작전에 활용될 여지가 크다. 캐나다 정부가 중국의 연구선과 감시 플랫폼을 이중용도 자산으로 분류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중·러 협력은 북미 인근에서 실제 군사행동으로 이어졌다. 2024년 7월 러시아 투폴레프(Tu)-95 폭격기 2대와 중국 훙(H)-6 폭격기 2대가 알래스카 방공식별구역에 함께 진입해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추적·요격을 받았다. 같은 해 9월에는 양국 해경 함정 4척이 베링해를 공동 순찰했다. 당시 함정들은 러시아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서 항해했고 폭격기들도 미국과 캐나다의 영공을 침범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해경이 미 해안경비대에 포착된 지점 가운데 가장 북쪽까지 진출했다.
나토 북극 방위체계와 결합
중·러의 연합 군사활동이 북미 인근까지 확장되면서 캐나다의 차기 잠수함 도입도 나토 북극 방위체계와 결합하는 방향으로 기울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핀란드와 스웨덴이 잇따라 가입하면서 북극권 8개국 중 나토 회원국은 7개국으로 늘었다. 회원국 확대는 북미 북극과 북유럽 극북 지역을 연결하는 지휘체계 재편으로 이어졌다. 나토는 지난해 12월 덴마크·핀란드·스웨덴을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 합동군사령부(JFCN)의 책임구역에 편입한 데 이어, 올해 2월 회원국의 감시·억제 활동을 통합하는 ‘아크틱 센트리(Arctic Sentry)’를 출범시켰다. 북미 북극과 유럽 극북 지역을 잇는 연합 수중작전망에 곧바로 접속할 수 있는 구도다.
하지만 캐나다의 기존 전력만으로는 이런 작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현재 운용 중인 빅토리아급 4척은 영국 해군이 1990년대 초 취역시킨 함정을 1998년 중고로 인수한 전력이다. 정비 부담과 제한된 가동률이 장기간 이어졌고 함대 전체의 퇴역 시점도 2030년대 중후반으로 다가왔다. 캐나다 정부가 첫 4척의 인도 시점을 2034년으로 못 박은 것도 신·구 잠수함 사이의 전력 공백을 막기 위한 조치다. 차기 잠수함에는 캐나다가 북부 전역에 구축 중인 감시·대응망의 수중 작전축을 맡긴다는 구상이 담겼다.
이를 뒷받침할 북부 군사 인프라 투자도 이미 시작됐다. 캐나다는 NORAD 현대화에 향후 20년간 386억 캐나다달러(약 39조1,550억원)를 투입하고, 북쪽에서 접근하는 항공기와 미사일을 장거리 추적할 북극 초수평선 레이더의 초기 운용능력을 2029년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캐나다 북부 거점도시인 이칼루이트와 이누빅, 옐로나이프에는 활주로와 보급시설, 장비를 갖춘 북부 작전지원 거점도 들어선다. 여기에 위성과 해상센서, 무인기, 쇄빙선, 잠수함을 연계해 탐지와 식별·추적, 대응으로 이어지는 다층 방어망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북극 항해거리 10년 새 2배, 212CD 공조 가속
기후변화는 이 군사적 시간표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북극의 온난화 속도가 세계 평균의 약 4배에 이르며 2050년께 북극해가 여름철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주요 항로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해빙 감소는 항행 가능 기간을 늘리는 동시에 유빙 이동과 기상 급변, 해도 부족에 따른 운항 위험을 키운다. 캐나다 북극제도를 관통하는 북서항로에서 상선과 연구선, 외국 공공선박의 활동이 늘수록 통항 관리와 해양오염 대응, 수색·구조, 군사 감시를 함께 수행해야 할 부담도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선박 이동은 이미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북극이사회 해양환경보호 실무그룹(PAME)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 극지운항규정 적용 해역에 진입한 선박 수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 37% 늘었고, 같은 기간 총항해 거리는 610만 해리에서 1,290만 해리로 111% 증가했다. 캐나다 정부는 TKMS의 제안이 모두 해군의 요구성능을 충족했다고 밝혔으며, 평가 범위에는 전략·안보·경제적 이익의 결합 정도가 포함됐다. TKMS와의 본계약이 체결되면 독일·노르웨이·캐나다는 최대 24척의 동일 함형을 운용하게 되고, 2029년 첫 212CD를 인도받는 노르웨이의 극북 해역 운용자료도 캐나다의 2030년대 전력화 과정에 활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