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역 덮친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 환경·전력 부담 우려 속 건설 규제 급증, 美 AI 인프라 확대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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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설비투자 확대,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전 500여 지방정부, 신규 인허가 중단 도미노 전기요금·환경비용 전가 우려, 지역사회 반발 증폭

미국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이 전력망과 용수 인프라의 수용 한계에 부딪혔다. 발전소와 송전망, 냉각시설이 갖춰지기 전에 대규모 사업이 쏟아지면서 500곳 이상의 지방정부가 신규 건설을 금지하거나 중단했다. 자체 가스발전소를 통한 전력 확보는 탄소 배출과 대기오염 논란을 키웠고, 냉각용수 수요는 주민 반발과 법적 분쟁을 불러왔다. 빅테크의 설비투자와 건설자금 조달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인프라 병목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 인허가 급제동
12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내 500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을 금지하거나 중단하는 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한 달 동안에만 150곳이 넘는 지역에서 신규 규제가 도입됐다. 지방정부가 대형 개발사업의 인허가를 잇달아 보류하면서 데이터센터 확충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민간 연구 프로젝트 ‘모라토리엄 네이션’은 지난달 말 기준 42개 주에서 533건의 인프라 개발 유예 조치를 확인했다. 이 가운데 약 82%에 해당하는 435건은 현재 효력이 유지되고 있으며 35건은 입법 또는 심의 단계에 놓여 있다.
규제 움직임은 올해 들어 급격히 확산했다. 해당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신규 모라토리엄은 2023년 7건, 2024년 6건, 2025년 59건에서 2026년 첫 7개월 동안 294건으로 급증했다. 규제 지역도 중소 도시와 카운티에서 대도시로 넓어졌다. 시애틀은 지난 6월 9일 긴급 조례를 처리했고, 클리블랜드 시의회는 7월 15일 찬성 14표로 3개월간의 개발 유예안을 의결했다. 미시간·오하이오·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 등 데이터센터 후보지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유예기간을 활용해 토지 이용과 전력 공급 기준을 다시 마련하는 중이다.
지방정부에 이어 주정부도 대형 데이터센터 승인을 중단하고 있다. 뉴욕주는 전력 사용량 50메가와트(MW) 이상인 데이터센터의 환경 허가를 1년 동안 동결했다.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적이던 텍사스주도 감사 완료 시점까지 승인 절차를 일시 중단했다. 미시간주와 인디애나주는 계획 취소율이 각각 71%와 56%에 달한다. 오리건주 세일럼에서는 주민 시위로 51억 달러(약 7조2,330억원) 규모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기도 했다.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급 비상
승인 중단의 직접적인 원인은 전력망의 수용 한계다. 미국 에너지부(DOE)와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14년 58테라와트시(TWh)에서 2023년 176TWh로 세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전력 소비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한 비중은 4.4%로 집계됐다. 연구소는 2028년 소비량이 325~580TWh까지 증가하고, 전체 전력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7~12%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14년 58TWh에서 14년 만에 최대 10배로 치솟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발 수요 증가는 전력 부하와 도매가격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6년 전국 전력 부하가 1.9%, 2027년 2.5%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2025~2027년 연평균 증가율은 텍사스 전력신뢰도위원회(ERCOT) 권역 10%, 미국 최대 광역 전력시장인 PJM 권역 3%로 제시됐다. 데이터센터 밀집지역의 수요 증가율을 기준 전망보다 50% 높게 적용한 모의분석에서는 2027년 텍사스 도매전력 가격이 기준치보다 메가와트시(MWh)당 37달러(약 5만2,600원), 79% 상승했다. 뉴욕·뉴잉글랜드 권역의 상승폭은 MWh당 3달러(약 4,260원), 5%로 추산됐다.
전력 수요가 집중된 PJM 권역에서는 공급 부족 우려가 현실적인 부담으로 번졌다. PJM은 북부 버지니아를 포함한 13개 주와 워싱턴DC에 전력을 공급하며, 2030년까지 관할 지역의 수요가 32GW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가운데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물량은 30GW에 이른다. 발전소 폐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신규 전원 확충과 송전망 접속 심사, 변압기 조달까지 지연되자, 공급 여력은 빠르게 소진됐다. 여기에 대규모 접속 신청이 한꺼번에 몰리며 변전소 증설과 신규 발전원 확보가 인허가의 선결 조건으로 떠올랐다. 공급 대책 없이 건설을 허용하면 전력망 안정성이 흔들리고 주민 전기요금까지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규제 확산을 끌어냈다.
표1.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와 지역별 전력시장 영향
| 기관·권역 | 지표 | 기준치 | 전망·영향 |
|---|---|---|---|
| DOE·LBNL |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 | 2014년 58TWh 2023년 176TWh | 2028년 325~580TWh |
| DOE·LBNL | 미국 전체 전력 소비 내 비중 | 2023년 4.4% | 2028년 6.7~12% |
| EIA | 미국 전력 부하 증가율 | 2026년 1.9% | 2027년 2.5% |
| ERCOT | 전력 부하 연평균 증가율 | 2025~2027년 10% | |
| PJM | 전력 부하 연평균 증가율 | 2025~2027년 3% | |
| 텍사스 | 도매전력 가격 상승 전망 | 데이터센터 밀집지역 수요 증가율 50% 상향 가정 | 2027년 기준치 대비 MWh당 37달러·79% 상승 |
| 뉴욕·뉴잉글랜드 | 도매전력 가격 상승 전망 | 데이터센터 밀집지역 수요 증가율 50% 상향 가정 | 2027년 기준치 대비 MWh당 3달러·5% 상승 |
| PJM | 관할 지역 전력 수요 증가분 | 2030년까지 32GW 증가 전망 | |
| PJM | 데이터센터 기여분 | 전체 증가분 32GW 가운데 30GW | |
대기열 폭증에 허가 기준 변경
전력망 부담은 PJM 권역 밖에서도 커지고 있다. 뉴욕주의 데이터센터 접속 대기 물량은 기존 인프라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빠르게 잠식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가 지난달 14일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르면 뉴욕독립계통운영자(NYISO)의 데이터센터 전력 접속 대기 물량은 올해 5월 기준 12GW에 달했다. 2025년 한 해에만 8GW 이상이 새로 대기열에 들어왔다. 대형 원전 10기 안팎의 설비용량과 맞먹는 수요가 짧은 기간에 몰리면서 발전원 확보와 송전망 보강, 전기요금 배분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텍사스주를 비롯한 지방정부의 감사와 승인 보류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요구한 전력을 실제로 사용할지, 필요한 발전원을 자체적으로 확보했는지, 송전망 보강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가 주요 심사 항목으로 편입됐다. 접속 신청 물량을 그대로 반영해 발전소와 변전소를 건설한 뒤 사업이 취소되면 회수하지 못한 비용이 가정과 제조업체의 전기요금으로 이전될 수 있어서다. 일부 지역에서는 자체 발전설비 확보와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체결, 송배전망 증설비 선납을 신규 허가 조건으로 요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탄소 배출·용수 부족도 건설 제약
전력망 병목과 함께 환경·자원 문제도 데이터센터 건설을 가로막는 변수로 부상했다. 이달 초 아마존은 텍사스주 페코스 카운티에 조성하는 데이터센터 전용 천연가스 발전소에 투자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가스터빈 35대를 갖춘 발전소의 최대 공급 능력은 7.65GW에 달한다. 허가 기준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최대 3,300만 톤으로, 전면 가동 시 미국 최대 단일 탄소 배출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마존은 공공 전력망과 분리된 발전설비를 구축해 주민 전기요금 상승을 막겠다고 밝혔지만, AI 인프라 확장이 대규모 화석연료 소비를 고착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 같은 우려는 데이터센터 전용 가스발전소 건설 계획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비영리단체 환경청렴프로젝트(EIP)는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천연가스 발전소 74곳이 건설 또는 증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계획된 발전용량이 143GW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이들 시설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대 6억6,200만 톤, 질소산화물과 초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물질은 15만9,142톤으로 추산됐다. 예정지 가운데 4곳은 지표면 오존 농도가 연방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지역에 들어서며, 3곳은 해당 지역에서 10마일(약 16㎞) 이내에 자리 잡는다. 냉각 과정에서는 지역 수자원 부담까지 발생한다. 2022년 이후 미국에서 건설됐거나 계획된 데이터센터의 3분의 2가 물 부족 지역에 몰렸으며, 2024년 전력 소비에 따른 간접 물 사용량은 약 8,000억 리터(L)로 추산된다.
용수 부족은 대규모 연산시설 확충을 서두르는 인도에서도 건설 지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글이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에 추진하는 150억 달러(약 21조3,580억원) 규모 AI 데이터센터는 냉각용수 확보 문제로 주민 반발과 법적 분쟁에 직면했다. 인구 250만 명의 비사카파트남은 하루 용수 수요가 4억8,000만L에 이르지만 공급량은 4억1,000만L에 그쳐 급수 제한이 빈번하다. 이에 주민단체는 주정부가 향후 20년간 사업장 용수 공급을 보장하면서 수급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고등법원과 환경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은 물 소비를 줄이는 공랭식 냉각설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고, 주정부도 생활·농촌용 용수와 인근 저수지 물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해명했다. 안드라프라데시 고등법원은 오는 24일 용수 공급계획과 환경심사 절차를 둘러싼 심리를 이어갈 예정이다.
천문학적 투자 예정, 인프라 병목 심화
AI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급팽창하고 있는 만큼, 전력망과 용수, 환경 인허가를 둘러싼 병목은 앞으로 한층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대형 기술기업 5곳의 설비투자액은 지난해 4,000억 달러(약 569조6,000억원)를 웃돌았으며, 올해는 75%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TD이코노믹스가 집계한 하이퍼스케일 기업의 연산설비 확충 계획도 올해 7,500억 달러(약 1,070조원), 2027년 9,000억 달러(약 1,281조6,000억원)를 상회한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유동화증권의 규제 부담까지 낮아지며 건설자금의 유입 통로가 더욱 넓어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기업금융국은 지난달 29일 로펌 레이섬앤드왓킨스의 질의에 회신해, 특정 형태의 데이터센터 유동화증권이 1934년 증권거래법상 자산유동화증권(ABS)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한 상당수 유동화 거래에는 기존 자산유동화증권(ABS) 규제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위험 보유’ 요건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위험 보유는 유동화증권을 발행한 사업자나 금융회사가 해당 부채의 일부(통상 5%)를 직접 보유하도록 해, 투자자와 함께 손실 위험을 나눠 지도록 하는 제도다. 부실한 대출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모두 넘긴 뒤 발행사는 위험에서 빠져나오는 일을 막기 위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입됐다. 이번 SEC 판단으로 상당수 데이터센터 유동화 거래에서는 이런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앞으로 받을 임대료 등을 바탕으로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팔 때, 이전보다 자기 자금을 덜 묶고도 필요한 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자금 조달이 쉬워지고, 확보한 자금을 다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에 투입할 여지도 커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