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속 자립 원전 생태계 구축한 中, 2030년 에너지 패권 탈환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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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안보·첨단 제조 경쟁력 동시 확보 노린 국가 전략 원전 표준화·국산화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과 건설 효율 극대화 美 공급망 통제에도 독자 기술 생태계 확장, 글로벌 패권 바뀌나

중국이 2030년까지 비화석 전력 생산 비중을 50%로 끌어올리는 초대형 에너지 전환 계획을 공식화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원자력을 핵심 기저전원으로 육성해 에너지 안보와 첨단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이 미국의 기술 통제 속에서도 독자 원전 생태계를 구축하며 세계 최대 원전 국가를 향한 행보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원전 주도권 경쟁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에너지 안보 5개년 계획’ 공시, 원전이 떠받치는 청정 전력 전환
29일 신랑재경과 연합보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와 국가에너지청(NEA)은 25일 '신형 에너지 체계 구축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청정·저탄소·안전·고효율의 신형 에너지 체계를 기본적으로 구축하기로 했다. 계획은 우선 2030년까지 에너지 종합 생산능력을 표준석탄 환산 기준 58억 톤(t)으로 확대하고 전력 시스템의 상호 보완 기능과 안정성, 복원력을 전반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해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아울러 석탄과 석유 소비는 2030년까지 정점을 찍도록 유도하고 비화석연료가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까지 높일 방침이다. 또 비화석연료 발전량 비중을 2025년 목표인 42.3%에서 2030년 50%로 확대하기로 했다. 풍력·태양광 발전 설비가 전체 발전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말 47%에서 2030년 50% 이상으로 높여 전력 설비의 주축으로 키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설비 보유국이자 최대 탄소 배출국인 만큼, 전기를 일정량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향후 5년 동안 10% 이상 낮추는 의무 목표도 제시했다.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해 지열에너지와 수소, 친환경 연료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발전 외 분야의 신에너지 활용 규모도 2배로 늘린다. 주요 하천 유역에서는 수력·풍력·태양광을 연계한 대규모 발전단지 건설을 앞당기고 일반 수력발전 설비는 2030년까지 4억1,000만 킬로와트(kW), 원자력 발전 설비의 경우 1억1,000만kW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 안정성도 강화한다. 양수발전을 제외한 신규 에너지저장장치(ESS) 용량 목표를 2027년 1억8,000만kW(180GW)에서 2030년 3억kW(300GW)로 높였다. 양수발전 설비는 1억6,000만kW(160GW)까지 늘리고 화력발전을 전력 수급을 조절하는 전원으로 전환한다. 가상발전소(VPP)와 전기차-전력망 연계(V2G) 역시 확충한다. 2030년까지 가상발전소의 전력 조정 능력을 5,000만kW 이상으로 키우고 전기차 충전 설비를 활용한 조정 가능 충전 규모는 5,000만kW로 확대한다.
나아가 중국은 오는 2030년까지 1억1,000만kW의 원자력 발전 용량을 독점 확보하기 위해 검증된 ‘3세대 가압수로’ 기술에 모든 자원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신규 원전의 주축은 화룽(華龍) 1호와 CAP1000 계열이 맡는다. 동일 노형을 반복 건설하면 인허가와 기자재 조달, 시공, 운전 인력 교육을 표준화할 수 있고, 부품 공동 활용과 유지·보수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중국이 최근 승인한 신규 원전 대부분도 이들 3세대 노형으로 채워지고 있다. 차세대 고속중성자로와 소형모듈원전(SMR) 연구도 병행하고 있지만, 2030년 목표 달성은 상용화가 완료된 대형 가압경수로를 앞세우는 전략이 핵심이다. 이는 발전설비 확대와 공급망 효율화를 동시에 노린 정책으로 평가된다.
2032년이면 미국 원자력 발전 용량 추월
중국이 2030년 목표 달성을 자신하는 배경에는 수년간 공격적으로 확대해 온 원전 투자와 건설 실적이 자리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블룸버그NEF(BNEF)는 현재 건설 중인 원전 규모와 신규 승인 속도를 감안할 경우 중국이 2030년께 원자력 발전량 기준 세계 최대 국가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특히 중국이 내년께 원전 발전 용량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서고, 2032년이면 미국을 뛰어넘어 1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별 원전 발전 용량이 지난해 미국(97GW)·프랑스(63GW)·중국(56GW) 순에서 내년 미국(99GW)·중국(71GW)·프랑스(63GW) 순이 되고, 2032년이면 중국(102GW)·미국(101GW)·프랑스(63GW) 순으로 바뀔 전망이라는 것이다.
한때 원전 분야에서 선두에 있던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 확대 기조가 크게 약화된 상태로, 현재 보유한 94개 원자로의 평균 연식은 44년에 이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1996년 이후 미국에서 새롭게 가동된 원자로는 단 3기에 불과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50년까지 미국의 원자력발전 용량을 400GW로 4배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막대한 비용과 규제 장벽으로 인해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반면 중국은 국가적 자금 지원과 국내 공급망, 중단 없는 원전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연간 10기 정도를 짓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원전 건설 비용은 미국·유럽의 5분의 1도 안 된다. 중국은 원전 건설 체계를 주요 원자로 모델 중심으로 단순화해 최신 세대 원자로를 W당 2~3달러 비용으로 건설할 수 있다. 이는 미국(W당 약 15달러)보다 훨씬 저렴한 수준이다. 140만kW급 원전 1기를 짓는다면, 중국은 30억~40억 달러(약 4조6,200억~6조1,700억원)가 소요되지만 미국은 200억 달러(약 30조8,500억원)가 소요되는 셈이다. 실제 2024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미국 조지아주의 보글 원전의 건설비는 350억 달러(약 53조9,800억원)에 달했다.
중국은 설계 표준화와 원자로 국산화, 대량 착공, 공급망 내재화 등을 통해 건설 단가를 대폭 낮췄다. 중국의 주력 원자로인 화룽 1호는 중국이 자체 개발했으며, 현재 동일한 원자로가 대량 생산되고 있다. 또한 원전 건설 경험이 풍부하며, 핵심 부품에서 범용 부품까지 거의 대부분을 국산화했다는 점도 비용 경쟁력을 뒷받침했다. 아울러 국가가 국영 은행을 통해 프로젝트 금융을 제공한다는 것도 강점이다. 중국이 현재 건설 중인 원자로는 33기로, 지난해 3월 추가로 10기를 건설하기 위해 2,000억 위안(약 43조원) 규모 프로그램이 승인됐다.

美 ‘대중국 원전기술 제재’의 역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의 '원전 굴기'가 미국의 기술 협력 축소와 수출 통제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미국 상무부는 2019년 중국광핵집단(CGN)을 수출통제 명단(Entity List)에 올린 데 이어, 지난해에는 중국 원전 사업자에 부품과 장비를 공급해 온 미국 기업들의 수출 허가도 중단했다. 원전 장비와 운전 부품까지 통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미국의 압박은 기술 이전 차단에서 공급망 관리 영역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미국의 통제는 중국의 원전 확대 계획에 결정적 제동을 걸지 못했다. 중국은 이미 2000년대 이후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프랑스와 러시아의 원전 기술을 도입하며 설계·시공·운영 경험을 축적했고, 이후 화룽 1호를 앞세워 독자 노형 중심의 건설 체계를 구축했다. 초기 기술 도입으로 확보한 경험을 국산 설계와 기자재 공급망으로 전환하면서 외부 기술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춘 셈이다.
오히려 미국의 제재는 중국의 원전 자립 노선을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실제로 미국이 원전 장비 수출 허가를 중단하자 중국은 핵심 부품 국산화와 대체 조달망 확보에 더 강한 정책적 명분을 부여했다. 미국의 통제 범위가 넓어질수록 중국 내부에서는 원전 공급망을 전략 산업으로 재분류하는 흐름도 강해졌다. 원전 장비는 고강도 특수강, 정밀 주조, 대형 단조, 계측제어, 원전급 밸브, 안전 펌프 등 제조업 전반의 고난도 공정과 연결되는데, 중국은 이 영역을 에너지 정책의 부속 산업으로 다루지 않고 첨단 제조 자립의 일부로 편입했다. 원전 기자재 업체의 생산 경험이 늘어날수록 조선, 항공, 방산, 고압 장비 산업으로 이어지는 파급 효과도 커지기 때문이다.
중국은 원자로 본체와 대형 기자재뿐 아니라 핵연료 공급망에서도 자립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022년 중국핵공업집단(CNNC) 산하 중핵바오터우핵연료원건은 중국산 부품만 사용한 AP1000 모의 핵연료 집합체를 생산한 바 있다. 2011년 체결된 AP1000 핵연료 제조 기술 이전 계약 이후 부품 제조 공정과 핵심 부품 생산 능력을 단계적으로 내재화한 결과다. 미국 기술로 출발한 원전 생태계 안에서도 중국산 연료 공급망이 별도로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도 미국 통제의 공백을 메우는 축으로 작동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은 톈완 원전 건설과 중국 실험고속로 사업에 참여해 왔으며, 쉬다푸 원전 3·4호기에도 러시아형 VVER-1200 원자로가 적용될 예정이다. 핵연료 공급에서도 러시아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로사톰 산하 TVEL은 올해 초 톈완 7호기 VVER-1200 원자로용 초기 장전 연료를 중국에 공급했고, 이어 쉬다푸 3호기용 초기 장전 연료도 처음 인도했다. TVEL은 올해 안에 톈완과 쉬다푸의 다른 VVER-1200 원자로용 초기 장전 연료 추가 공급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