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 독점 시대 저문다" 中 베이더우 부상에 GNSS 패권 전쟁 본격화, 美는 LEO·양자항법 앞세워 맞불
입력
수정
中 독자 GNSS 베이더우, 전통 강자 美 GPS 입지 위협 EU·러시아 등도 독자 GNSS 운용, 지향점 차이 명확 美, GPS 넘어 저궤도 위성통신·양자항법 먹거리로 낙점

미국이 장기간 독점해 온 위성항법시스템(GNSS) 분야가 새로운 글로벌 패권 전장으로 부상했다. 중국의 베이더우, EU의 갈릴레오, 러시아의 글로나스 등 각국이 독자적으로 구축한 체계가 영향력을 드러내며 경쟁 판도 자체가 흔들리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민간 기업들의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저궤도(LEO) 광대역 통신, 양자항법 등의 분야에서 패권 수성에 힘을 싣고 있다.
中, 위성 분야 역량 급성장
28일(이하 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기술 및 경제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 중국의 위성 정찰 능력이 미국을 추월하고 있다고 전했다. ITIF의 우주 정책 분석가이자 보고서의 저자인 엘리스 셰러는 “중국의 우주 산업은 국영 기업이 주도하는 초기 단계의 느린 성장세를 보이는 산업에서 벗어나 세계 시장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혁신적이고 강력한 상업 산업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GNSS, 공중 정찰, 인공위성을 궤도에서 탈락시키는 능력 등 다수의 주요 우주 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앞질렀다. 특히 중국 국가항천국에서 관리하는 GNSS 베이더우는 현재 중궤도·지구정지궤도·경사동기궤도에 걸쳐 50기에 달하는 위성을 운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ITIF는 베이더우가 중궤도에만 37기를 배치한 미국의 글로벌 포지셔닝 시스템(GPS)과 달리 다층 궤도 구성을 채택한 만큼, 정보 수집량과 정밀도 방면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분석했다. 베이더우의 오차 범위는 1m 이내로 알려져 있다.
ITIF가 아닌 여타 기관에서도 유사한 분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 국가위성위치·항법·타이밍 자문위원회(PNTAB)는 앞서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위치·항법·시각(PNT) 역량이 중국 베이더우 등 경쟁 GNSS에 뒤처졌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산하의 국제 문제 및 과학 정책 연구소 벨퍼센터 역시 베이더우가 2020년 글로벌 서비스를 완성한 이후 세계 최대 GNSS로 성장했으며, 일대일로(유라시아 대륙과 아프리카를 육상과 해상으로 연결하는 중국의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참여국과 개발도상국 등에서 GPS보다 더 많은 신호를 제공한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해외에 구축한 GPS 지상 감시국이 11개에 그치는 반면, 중국이 해외에 구축한 지상 감시국은 120곳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GNSS 체계 다변화 흐름
이처럼 위성 분야 경쟁력 확보에 힘쓰는 것은 비단 중국뿐만이 아니다. 일례로 유럽연합(EU)의 경우, 미국 GPS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독자 GNSS인 갈릴레오를 구축했다. 갈릴레오 위성은 지난해 12월 유럽우주국 산하 아리안그룹이 개발한 아리안6를 통해 처음 발사됐으며, 갈릴레오 2세대 위성 발사를 위한 계약도 추가 체결된 상태다. 유럽이 러시아나 미국의 기술력에 의존하지 않고도 핵심 항법 인프라를 쏘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갈릴레오의 목표는 전파 방해(재밍)와 기만 신호(스푸핑) 저항성을 높이는 공공규제서비스(PRS) 등을 통해 역내 국가 및 동맹국에 암호화된 정부·군사용 항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러시아도 자체 GNSS인 글로나스(GLONASS)를 전략 자산으로 취급 중이다. 글로나스는 냉전기 소련이 구축한 GPS 대응 체계로, 러시아군 지휘 통제 체계의 기반 역할을 수행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심화한 서방의 제재 속에서도 지난해 3월 글로나스-K2 위성을, 같은 해 9월 글로나스-K 위성을 추가 발사하는 등 궤도망 보강을 이어 가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유럽 등이 GNSS를 산업 경쟁력과 전략 자율성 확보 수단으로 본다면, 러시아는 서방 진영의 제재 압박 속에서 군사 작전 수행 능력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다만 러시아의 첨단 부품·제조 역량에는 여전히 제약이 걸려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국도 GPS 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한반도 및 인근 지역에 보다 정밀한 PNT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선박 항법, 응급 구조, 재난 예측, 도심항공교통(UAM)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체 GNSS를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지난 25일 개최된 제7차 우주항공 SOS 간담회에서 KPS를 국가 서비스 안정성과 미래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할 핵심 기반 시설로 규정했다. 아울러 개발 단계부터 산업계 요구를 적극 반영하고, 현장에서 제시된 의견을 향후 정책과 지원 체계 마련 과정에 반영해 민간 활용 생태계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美의 패권 수성 전략
GPS로 관련 생태계를 선도해 오던 미국은 최근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 등을 앞세워 저궤도 위성통신 부문에서 재차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저궤도는 지상 약 300~2,000km에 해당하는 구간이자, △위성 인터넷 △인공지능(AI) 데이터 전송 △군사 통신 등에 유리해 치열한 선점 경쟁이 벌어지는 공간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저궤도를 '우주 고속도로'에 비유하기도 한다. 차량이 고속도로를 통해 보다 빠르게 이동하듯이, 위성 역시 가장 효율적인 궤도에 배치돼야 서비스 품질 및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성장을 이끄는 것은 막대한 규모의 민간 자본이다. 국가 주도로 우주 개발이 진행되던 과거와 달리, 민간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우주 인프라 구축을 주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페이스X는 자체 재사용 발사체인 팰컨9을 활용해 스타링크 위성을 대량 쏘아 올리며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에서 사실상 독주 체제를 공고히 했다. 현시점 스페이스X가 운용 중인 스타링크 위성은 1만700기에 육박한다. 아마존도 기존 ‘프로젝트 카이퍼’로 알려졌던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의 명칭을 ‘아마존 레오’로 바꾸고, 지난해 4월부터 본격적인 위성 배치에 나섰다. 현시점 궤도에 오른 위성은 350기를 웃돌며, 최종적인 위성망 구축 목표치는 3,200기 이상이다.
미국 정부 역시 적극적으로 관련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백악관에서 양자컴퓨터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상무부와 국방부에 5년 안에 양자역학을 활용해 GPS를 대체할 양자 센서를 배치하라고 명령했다. 일반적으로 GPS는 재밍 및 스푸핑 공격에 취약하고, 위성 신호가 차단되면 항법 장치가 무력화돼 전투기, 잠수함, 군함, 미사일 등이 항로를 상실할 위험이 있다. 반면 양자 센서는 원자의 양자 상태를 활용해 중력, 자기장, 시간 흐름 등 물리적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하며, 이를 통해 외부 위성 신호에 의존하지 않고도 기체의 위치와 이동 궤적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