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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하는 무역 분쟁 속 EU·中 공식 협의 첫발, 합의 실패 시 동반 충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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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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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중국 무역 적자에 짓눌리는 EU, 中과 공식 협의 체계 구축
EU 회원국들의 강경 대응 의지, 통상 규제 추가 강화 가능성
中도 대응 예고하며 맞불, 협상 결렬 시 양국 나란히 '역풍'

유럽연합(EU)과 중국이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공식 협의 체제를 가동했다. 중국의 산업 보조금 및 과잉생산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화의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협의가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사실상 양측이 모두 역풍에 휩쓸릴 수 있다고 분석한다. EU는 중국산 저가 공산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서방 제재에 노출된 중국 역시 EU를 핵심 대체 시장으로 삼아 왔기 때문이다.

EU-中, 무역 분야 논의 나선다

29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제1차 EU-중국 무역투자회담을 가졌다. 양측은 이번 회동에서 EU·중국 무역·투자 협의체를 출범해 △무역·투자 균형 △수출 통제 △지식재산권(IP)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 가기로 합의했으며, 무역 흐름을 추적하고 시장 접근 문제를 점검하기 위한 공동 모니터링 체계도 설치하기로 했다.

셰프초비치 위원은 회담 후 "중국의 대(對)EU 수출이 계속 늘어나는 반면, 중국 내 EU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줄고 있다"며 "이런 흐름은 지속 가능하지 않고 현상 유지는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왕 부장과의 협의가 "집중적이고 건설적이었다"며 양측 실무진이 10월까지 실질적 결과를 내기 위한 작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프초비치 의원이 언급한 양국 간 무역 불균형 문제는 이미 지표를 통해 수차례 입증된 사안이다. 유럽연합통계국(Eurostat)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EU의 대중국 무역 적자는 3,606억 유로(약 636조760억원)로 전년 대비 15% 불어났다.

이러한 상황이 연출된 배경에는 중국 정부가 지급하는 산업 보조금 및 과잉생산 구조가 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풍력, 화학, 철강 등 전략 산업에 장기간 제도·금전적 지원을 단행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 기업들은 내수 수요를 웃도는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문제는 중국 내수 시장이 장기화하는 부동산 침체와 소비 부진으로 인해 급증한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잉여 제품들은 자연히 해외로 밀려나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개방된 대형 시장이었던 EU는 중국산 제품의 공세를 고스란히 직면하게 됐다. EU는 중국의 이 같은 행보로 인해 역내 시장의 비용 구조가 왜곡됐으며, 역내 기업들의 산업 경쟁력이 약화했다고 본다.

EU의 對중국 규제 기조

EU는 역내 산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이어 왔다. 대표적인 예가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다. EU는 2023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를 시작했으며, 2024년 7월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역내 시장 경쟁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판단하에 중국산 전기차에 잠정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첫 대규모 무역 제재 조치였다. 이후 같은 해 10월 EU는 회원국 승인을 거쳐 중국산 전기차에 업체별로 최대 35.3%의 추가 관세를 매기기로 최종 확정했다. 현재 양국은 중국 업체가 일정 수준 이상의 최저 판매가격을 보장하면 관세를 일부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실질적인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전기차 외 분야에서도 강력한 규제가 다수 등장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기업들의 유럽 의료기기 공공 조달 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조치가 시행됐으며, 최근에는 외국보조금규정(FSR)을 근거로 한 인수·합병(M&A) 규제까지 본격화했다. 지난달 28일 EU 집행위원회가 중국 이커머스 기업인 징둥닷컴의 유럽 전자제품 소매 업체 세코노미 인수 계획과 관련해 FSR에 따른 심층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인 예다. FSR은 비(非)EU 국가의 정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보조금, 저리 대출, 세제 혜택 등을 지원받은 기업이 EU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향후 규제가 추가로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U 회원국 정상들이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을 잇달아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중국산 제품 유입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통상법 301조'와 같은 ‘유럽판 301조’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정 품목별로 장기간 조사를 진행한 뒤 관세를 부과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안보 위협을 근거로 보다 광범위하고 신속한 무역 제재를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프랑스 출신 인사인 스테판 세주르네 EU 집행위원회 번영·산업전략 담당 부위원장도 지난달 28일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유사한 취지의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EU의 기존 무역 방어 수단은 너무 제한적이고, 너무 느리며, 지나치게 특정 부문에 한정돼 있다”며 "화학 등 특정 산업 전체에 세이프가드 조항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리투아니아 등도 이러한 강경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 국가는 최근 공동 문서를 통해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무역 수단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검토 대상으로는 추가 관세, 수입 쿼터, 공급망 제한 등이 거론됐다.

나란히 리스크 떠안은 양국

중국은 이 같은 EU의 기조를 정면에서 받아내는 중이다. 지난 24일 차이룬 주EU 중국 대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위험 완화’와 ‘의존 축소’라는 명목으로 중국을 상대로 제한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만약 EU가 이런 조치를 고집한다면 중국은 자신의 정당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 대응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중국 관영 매체 중국중앙TV(CCTV) 산하 소셜미디어(SNS) 계정 '위위안탄티안(玉渊潭天)' 역시 28일 입장문을 통해 “중국은 EU와의 무역 협상이 단순한 형식주의에 그칠 경우 경제 및 무역 관계의 추가적인 악화는 물론 관계 동결까지도 감내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위위안탄티안은 “EU가 전기차 보조금 조사 이후 접근 방식을 바꿨으며,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압박과 조건을 활용하고 있다”며 “EU는 규칙 위반자”라고 비판했다.

양국을 둘러싼 긴장감이 나날이 고조돼 가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EU와 중국이 갈등 봉합에 실패했을 때 맞닥뜨릴 ‘후폭풍’에도 주목하고 있다. 우선 EU의 경우 중국산 저가 공산품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이 약점으로 꼽힌다. 관세 인상이나 수입 제한 조치가 현실화할 시 소비재와 중간재 가격이 동시에 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자제품, 기계 부품, 화학 소재,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의 제품은 유럽 제조업 공급망과 소비 시장 전반에 이미 깊숙이 편입돼 있다. 최근 유럽을 덮친 폭염 속에서 중국산 냉방용품에 대한 수요가 유례없이 급증한 것은 이러한 구조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만약 EU가 중국산 수입품을 밀어내는 과정에서 대체 공급처를 제때 확보하지 못할 시, 기업들은 조달 비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고금리·저성장에 시달리는 유럽 경제에 추가적인 물가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EU와의 무역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중국에도 막대한 리스크다. 미국, 일본 등 다수 주요국 시장 진입에 제약이 걸린 중국 입장에서 EU는 핵심 대체 시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EU는 중국을 상대로 각종 통상 규제를 강화 중이지만, 미국처럼 중국산 제품 전반의 접근을 차단하는 방식을 택하지는 않았다. 27개 회원국을 아우르는 거대 단일 시장이 아직 열려 있는 셈이다. 특히 자동차, 전자제품, 기계, 화학, 배터리, 태양광 등 중국이 과잉생산 문제를 겪는 산업 분야에서 EU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대거 소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진 시장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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