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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여성 정치인 늘어난다고 부패 줄어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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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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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수정

여성 정치인과 청렴성의 통념 재평가 
부패를 결정한 핵심 변수는 성별 아닌 제도 
민주주의와 반부패 정책의 역할 구분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12년 기준 전 세계 국가 의회에서 여성 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8.6%였다. 이는 2008년 14.1%, 2004년 11.8%와 비교해 꾸준히 증가한 수치다. 2011년 여성 의석 비율은 평균적으로 1995년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여성의 공직 진출이 늘면서 부패도 함께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 역시 확산됐다. 그러나 실제 연구 결과는 이러한 통념과는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실제 부패 수준은 여성이라는 성별보다 제도 접근성과 정치 경험, 감시 체계, 유인 구조, 공공자금에 대한 통제 방식 등 제도적 환경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대표성과 부패를 둘러싼 오해

여성 대표성이 확대되면 부패도 줄어든다는 인식은 초기 국제 비교연구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당시 연구들은 여성 의원 비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부패 수준이 낮은 경향을 확인했다. 설문조사에서도 여성은 뇌물 수수에 소극적이었고, 부패 행위를 정당화하는 비율도 상대적으로 낮게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는 여성이 공공성을 중시하고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이 강하며, 기존 정치권의 후견주의 네트워크와도 거리가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역사적으로 뇌물과 정치적 유착이 남성 중심으로 형성됐다는 점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는 기존 부패 구조를 약화할 대안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이러한 연구 결과는 여성 대표성 확대와 청렴한 정부를 동시에 강조하는 정치적 논리로 폭넓게 활용됐다.

하지만 이러한 상관관계만으로 여성 정치인이 부패를 줄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여성 대표성이 높은 국가는 언론의 자유와 사법부 독립성이 보장되고 선거 경쟁이 활발하며 성평등 수준도 높은 경우가 많다. 이처럼 제도적 기반이 갖춰진 환경에서는 여성 대표성 확대와 부패 감소가 함께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공정한 제도는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는 동시에 횡령과 갈취 같은 부패가 발생할 여지도 줄이기 때문이다.

여성 대표성을 둘러싼 이러한 인식은 여성 정치인에게 과도한 도덕적 책임을 부과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남성 후보는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부의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기대를 받지 않는다. 반면 여성은 오랫동안 정치권의 부패를 해소할 존재로 기대를 받아왔다. 이 같은 이중잣대는 여성 지도자의 실패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여성 전체의 한계로 확대 해석하는 편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 우크라이나의 여성 대표성은 2019년 크게 확대됐지만, 이것만으로 부패가 감소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성별보다 컸던 현직 효과

브라질 사례도 여성 대표성이 곧 부패 감소로 이어진다는 통념을 뒷받침하지 않았다. 브라질 5,570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예산 관련 부패와 연방 감사 적발, 형사처벌 등 주요 지표에서 여성 시장의 당선과 부패 수준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을 찾기 어려웠다. 연구가 주목한 것은 성별보다 재임 경험이었다. 초기 조사에서는 여성 시장이 초선인 경우가 많았던 반면 남성 시장은 현직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현직 시장은 재임 기간 동안 정치권과 행정조직, 지역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를 축적해 왔고, 이 과정에서 부패에 노출될 가능성도 함께 커졌다. 실제로 재선 시장은 초선 시장보다 부패에 연루될 가능성이 약 50%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재임 경험을 반영하자 성별에 따른 차이는 더 이상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부패 위험을 키우는 요인은 성별보다 권력 구조와 공직 환경에 있었다. 재임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책 경험뿐 아니라 공급업체와 중개인, 행정조직을 중심으로 한 관계망도 함께 확대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남성과 여성 모두 비슷한 부패 유인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의 탄핵 사례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당시 탄핵 사유는 예산 관련 대통령령과 재정회계 처리 문제였으며, 호세프의 뇌물 수수를 인정한 사법적 판단은 아니었다. 이와 같은 개별 정치 사례를 여성과 부패의 관계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

주: 인도네시아의 여성 대표성 확대는 정치 참여가 넓어진 결과지만, 여성 대표성만으로 정부 청렴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험과 제도가 만든 차이

멕시코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관찰됐다. 지방정부 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패가 적발된 지역일수록 이후 선거에서 여성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았다. 유권자와 정당이 여성 후보를 기존 부패 정치와 결별할 상징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감사 결과는 달랐다. 여성이 이끄는 지방정부가 남성보다 더 청렴하게 운영됐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여성 후보가 변화의 상징으로는 받아들여졌지만 감시 체계와 행정 시스템이 그대로인 상황에서는 지방정부 운영 방식까지 바꾸지 못했다.

인도는 성별보다 정치 경험과 제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판차야트(마을위원회) 의장직의 3분의 1을 여성에게 무작위로 할당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국가농촌고용보장제도 운영을 분석한 결과, 여성 의장이 이끄는 지역에서는 임기 초반 행정 비효율과 예산 누수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났다. 이는 여성의 역량보다 행정과 정치 경험이 부족했던 영향으로 분석됐다. 새롭게 공직에 진출한 여성 의장들은 행정 절차와 예산 집행 경험이 부족해 기존 공무원 조직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 결과 기존 행정 체계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격차는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줄었다. 여성 의장들은 행정 경험을 축적했고, 임기 후반에는 남성 의장과 비슷한 수준의 성과를 거뒀다.

정치적 평등과 반부패는 별개의 과제

정치적 평등과 반부패는 같은 목표 아래 추진돼야 하지만, 접근 방식은 달라야 한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의회에서 여성 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7.2%에 그쳤고, 여성 장관 비율도 22.9%에 머물렀다. 여성이 국가원수나 정부수반을 맡은 나라는 25개국에 불과하다. 이 같은 대표성 격차는 공천 제도 개선과 정치권 내 괴롭힘 방지, 돌봄 부담 완화 등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청렴하다는 전제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대표성 확대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반부패 정책은 제도 개혁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조달의 투명성을 높이고 재산 공개와 이해충돌 방지 제도를 강화하는 한편 감사기구의 독립성도 확보해야 한다. 신임 공직자의 경험 부족 역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보완해야 할 과제다. 예산 집행 교육과 핵심 보직 순환, 조달 관리 체계 구축, 무작위 감사 확대도 함께 추진될 필요가 있다. 정책 평가 체계도 개선이 요구된다. 초선과 재선, 소규모 예산 누수와 구조적 부패를 구분해 분석해야 재임 경험과 지방 권력 구조가 부패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반부패 정책 역시 최고 권력자의 성별보다 공급업체와 정당 관계자, 공무원, 금융기관으로 이어지는 부패 구조 전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부패를 줄이는 힘은 지도자의 성별이 아니라 제도와 감시 체계에서 나온다.

여성 대표성 확대는 민주주의를 위한 과제이고, 반부패는 제도 개혁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따라서 여성의 정치 참여를 가로막는 장벽은 낮추되 공직사회에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기준과 책임이 적용되는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그래야 여성 개인이나 여성 정치인 전체에게 부패의 책임을 떠넘겨온 오래된 편견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omen and Political Corruption: Why Representation Is Not an Anti-Corruption Shortcut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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