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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대만 안보 흔드는 정치적 분열, 국민적 합의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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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8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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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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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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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분열이 약화시키는 대만 억지력 
국방비보다 중요한 초당적 안보 합의 
美 안보 공약 구체화로 신뢰 회복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 거세질수록 대만 안보에서 사회적 결속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국민의 82%가 중국의 공격에 맞서 싸울 것이라는 사실을 접한 응답자의 전투 의지는 약 22% 높아졌다. 배타적인 대만 정체성을 공유하지 않더라도 국민 다수가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는 인식만으로 자위 의지가 강화된 것이다. 이는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은 사회 전체가 끝까지 버틸 것이라는 공감대 위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대로 이러한 신뢰가 흔들리면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고도 기대한 수준의 억지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대만 안보의 핵심은 국민적 합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있다.

정파 갈등이 흔드는 대만 억지력

대만의 국민적 합의 기반은 생각보다 견고하다. 지난해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7%가 국방비 증액을 지지했고, 41.1%는 현 수준 유지를 선호했다. 국방비 삭감을 지지한 비율은 10.5%에 그쳤으며, 응답자의 4분의 3 이상은 국방비를 줄이면 전쟁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방정책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는 정파 간 인식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올해 실시된 조사에서 400억 달러(약 61조원) 규모의 특별 국방예산안에 대해 민진당 지지층의 찬성률은 87%에 달한 반면 국민당 지지층은 27.4%에 머물렀다.

이 같은 간극은 특별 국방예산 심의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약 6개월간 이어진 논쟁 끝에 정부가 제시한 400억 달러(약 61조원) 규모의 특별 국방예산안은 150억 달러(약 23조원) 삭감돼 250억 달러(약 38조원) 규모로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신뢰할 만한 협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논쟁이 길어질수록 대외적으로는 대만의 안보 의지에 대한 의문을 키웠고, 국내에서는 상대를 무모하거나 비애국적이라고 몰아세우는 공방만 이어졌다.

주: 대만 유권자들은 국방비 삭감에는 반대했지만, 국방비 증액과 현 수준 유지에 대한 지지는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정치적 분열 파고드는 중국

대만에서는 안보를 강화하는 방식을 둘러싼 견해 차이가 뚜렷하다. 한쪽은 자위 능력을 강화해야 중국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다른 한쪽은 미국과의 군사 협력이 확대될수록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두 입장 모두 현실적인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하지만, 이러한 시각차가 정치적 불신으로 이어질 경우 군 복무와 민방위, 비상대응 체계 등 안보 기반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의 영향력 공작이 파고들 여지도 넓힌다. 지난해 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계정들은 수십만 건의 영상을 유포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대만 관련 이슈를 다뤘다. 물론 모든 비판적 여론이 중국의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은 기존의 정치·사회적 갈등을 반복적으로 부각하고 확대하면서 대만 사회의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대만은 국방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정파를 초월한 장기 국방 협약을 마련하고 국방비의 최소 기준을 설정하는 한편, 전력 증강 사업의 추진 현황과 무기 인도 과정을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기밀 정보를 공유하는 상설 국회 감독기구를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이는 정치적 공방을 객관적인 성과와 검증에 기반한 논의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또한 대만의 조세수입은 국내총생산(GDP)의 14.8%로 주요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국방비 확대 역시 이러한 재정 여건을 감안해 지속 가능한 범위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

대만 신뢰 회복 위한 미국의 역할

대만 내부의 정치적 분열은 미국에 대한 신뢰와도 맞닿아 있다.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은 그동안 중국의 무력 침공과 대만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동시에 억제하는 전략으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대만 내부의 정치적 논쟁을 키우는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 동맹으로 평가한 응답은 24%에 그쳤다. 위기 상황에서 미국이 실제 지원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 응답은 35%였으며,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40%로 더 많았다. 이 같은 인식 차이는 국방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방력 강화를 주장하는 진영은 미국의 분명한 안보 공약을 요구하는 반면, 회의적인 시각에서는 미국이 무기 구매만 요구할 뿐 위기 상황에서는 충분한 지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전략적 모호성이 외교 전략을 넘어 대만 내부의 정치적 쟁점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도 안보 공약을 더 구체화해야 한다. 이는 무조건적인 군사 개입을 약속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중국의 강압 행위 유형에 따라 경제 제재와 정보·군수 지원, 군사적 대응을 어디까지 제공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자는 것이다. 해상 봉쇄와 사이버 공격, 전면 침공 등 위협 수준별 대응 원칙을 구체화하는 한편, 무기 인도 일정과 공동 작전 계획, 에너지·통신·항만 등 핵심 기반시설 방어 협력 방안도 함께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대만도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현상 변경을 자제하고, 군에 대한 문민 통제를 유지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국방 대비 태세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역시 지원의 원칙과 범위를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대만 사회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초당적 국방 합의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주: 미국의 대만 지원은 인도적 지원과 경제 제재에는 우호적이었지만, 직접적인 군사 개입에는 지지도는 낮아졌다.

국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합의

지금 대만에 필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안보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실효성 있는 국방 협약은 군사력 강화와 함께 사회의 회복력과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함께 뒷받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만은 향후 5년간 국방비의 최소 수준을 유지하는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GDP의 3.32%를 기점으로 설정하고, 전력 확보 및 훈련 성과 달성도에 맞추어 예산을 단계적으로 증액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또한 독립적인 평가기구를 통해 비축 물자와 드론 전력, 예비군 훈련, 사이버보안 등 주요 대비 태세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방안도 요구된다. 정당을 초월한 민방위 체계를 구축하고 지방정부의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동일한 민방위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병원과 지방정부, 에너지·통신 기업 역시 재난과 위기 상황에서 수행할 역할을 사전에 명확히 정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미국도 대만의 이러한 노력을 일관된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그 영향은 군사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해상 교역과 공급망, 반도체 산업, 동맹 체계 등 국제 질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오늘날 국가 경쟁력은 공급망과 데이터 네트워크, 자본시장, 핵심 산업, 동맹을 통해 좌우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모호한 안보 공약은 오판의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대만 국민이 함께 저항할 것이라는 믿음은 가장 강력한 억지력 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신뢰는 단기간에 형성되지 않는다. 객관적인 위협 평가와 지속 가능한 국방 투자, 정권 교체 이후에도 유지되는 초당적 국방정책이 함께 뒷받침될 때 비로소 자리 잡을 수 있다. 중국은 위기 상황에서 대만 사회의 분열과 미국 지원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상황을 노린다. 대만과 미국은 이러한 계산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국방정책이 전쟁 위험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압박만으로 대만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오판을 줄이는 데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aiwan Defence Consensus and the Cost of Political Division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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