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핑·재밍 공방 격화” 드론 중심 전자전에 힘 싣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주요국 군사 투자도 드론·AI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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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GPS 스푸핑 공방전으로 전자전 지속 재밍·항재밍 기술 등도 전장서 광범위하게 활용돼 급변하는 현대 전장 판도, 주요국 투자 드론·AI에 집중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첨단 현대전의 새로운 실험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드론이 정찰과 타격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한 가운데, 재밍·항재밍, 스푸핑, 자율항법 등 상대의 전자전 공세를 무력화하기 위한 기술이 끊임없이 전장에 투입되며 전쟁의 문법 자체가 재정립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넘어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의 국방 투자 전략에서도 여실히 확인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의 드론전
20일(현지시각) 글로벌 군사 매체 디펜스 블로그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위성항법신호(GNSS) 교란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무인기에 저가형 아날로그 자기 나침반을 장착하는 전술을 채택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드론의 좌표를 왜곡하기 위한 스푸핑 공세를 이어 가자, 전자식 위치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 기체의 진행 방향을 확인할 수 있도록 원시적인 기계식 장비를 고안해 낸 것이다. 스푸핑은 정상 GNSS 신호와 유사한 가짜 위치·시간 정보를 송출해 드론 등의 수신기 좌표를 교란하는 전자전 방식이다. 공격용 드론이 스푸핑 공격을 받을 경우 항법 장치가 현재 위치나 진행 경로를 잘못 계산해 표적에서 벗어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비행한 끝에 추락·불시착할 가능성이 커진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샤헤드 계열 자폭 드론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이전부터 전국 단위 전자전 체계인 ‘포크로바’를 운용해 왔다. 포크로바는 우크라이나 각지에 배치된 전자전 설비를 연동해 주요 도시, 에너지 시설, 군사 거점 등에 광범위한 스푸핑 구역을 형성하는 일종의 방어망이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앞서 2024년 포크로바가 실제 가동 중이며, 러시아 드론이 수신하는 위성항법시스템(GPS)·글로나스 좌표를 왜곡해 사전에 입력된 비행경로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확인한 바 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역시 우크라이나가 가짜 GNSS 위치·시간 정보를 광범위한 지역에 송출해 러시아 드론을 견제하는 대규모 스푸핑 방어망을 구축했다고 분석했다.
아날로그 자기 나침반의 드론 탑재는 이러한 공세 속에서 최소한의 방향 감각 확보를 돕는 저비용 보조 수단이 될 수 있다. 러시아군은 나침반을 드론의 FPV 카메라(기체가 보는 일인칭 시점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초소형 카메라) 렌즈 아래쪽 동체에 고정해, 조종사가 비행 중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위를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GPS 좌표가 갑자기 비정상적인 위치로 이동하거나 진행 방향과 맞지 않는 수치를 표시할 시, 조종사는 전자식 위치 정보를 그대로 따르는 대신 나침반 방위와 사전에 설정한 항로를 대조해 기체의 방향을 수정할 수 있다.
고도화하는 현대 전자전
양국은 드론전의 또 다른 핵심 축인 재밍 방면에서도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 가고 있다. 재밍은 드론이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에 더 강한 전파를 방사해 정상 신호를 덮어버리는 공격 전략으로, 그 효과는 어떤 통신 대역을 겨냥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소형 드론은 조종 명령 수신, 원격 측정, 영상 전송 등을 위해 여러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며, 특정 주파수에 강한 방해 전파가 유입되면 이러한 연결이 약화하거나 끊길 수 있다. 특히 전장의 아날로그 FPV 드론은 5.8㎓ 대역을 영상 전송에 널리 활용하는데, 이 대역을 선택적으로 교란할 시 조종자가 실시간 카메라 화면을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조종 명령 링크가 남아 있더라도 표적을 식별하고 기체를 정밀하게 유도할 수 없어 타격 정확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구조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상대 드론이 사용하는 주파수를 탐지하고, 핵심 대역을 집중적으로 방해하는 전술을 운용해 왔다.
동시에 양국은 상대의 전파 교란을 상쇄하기 위한 항재밍 체계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러시아의 경우 임무의 성격과 작전 거리에 따라 드론 운용 체계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일부 기체에는 스타링크 위성통신 단말기를 탑재해 지상 전자전 장비의 영향권을 벗어난 상태에서도 조종 신호 수신 및 영상 전송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으며, 광케이블 드론도 전선에 대규모로 투입했다. 광케이블 드론은 조종·영상 신호를 광섬유 케이블로 직접 전달해 전파를 방사하지 않으며, 재밍이나 전파 탐지 장비의 영향도 거의 받지 않는다.
우크라이나군은 드론이 스스로 방향과 위치를 인지하도록 하는 자율항법 체계를 전력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크라이나 방산 스타트업 블루애로가 개발한 GPS 비의존형 시각항법 시스템이다. 해당 시스템을 탑재한 드론은 기체에 장착된 카메라 영상을 사전에 저장된 지형 지도와 실시간으로 대조하고, 비행 속도, 방향, 방위각 등을 종합해 현재 위치와 이동 경로를 추정한다. 재밍으로 인해 훼손된 GPS 신호를 복구하거나 방해 전파를 제거하는 대신, 위성항법 의존 구조 자체에서 벗어나 공격을 무력화하는 구조다. 실제 우크라이나 정부가 공개한 시험 영상에서는 위성항법 기능을 완전히 끈 드론이 설정된 경로를 따라 비행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드론·AI, 현대 전장 중심축으로
전문가들은 이러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자전이 현대 전쟁의 판도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전장의 문법 자체가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세계 각국은 전통적 유인 무기체계를 넘어 드론 및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전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례로 미 사이버사령부(CYBERCOM)는 2027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사이버 작전용 AI 예산을 전년 대비 2,660% 증액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미군이 AI를 단순 미래 기술을 넘어 지금 당장 전장에 투입해야 할 핵심 전력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관련 예산의 상당 부분은 팔란티어, 안두릴, 쉴드AI 등 방산 기술 기업으로 흘러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 국방부 산하 방산혁신부대(DIU)가 계약 기간이 짧고 요건이 유연한 신속 계약 방식을 앞세워 민간 기업의 첨단 기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주요 방산 스타트업에 돌아간 국방 계약 규모는 2022~2025년 사이 약 세 배가량 폭증했다.
유럽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된 교훈을 자국 전력 체계에 반영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전략국방검토를 통해 드론과 자율무기체계 분야에 40억 파운드(약 7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육군 전력에는 AI와 소프트웨어, 장거리 무기, 지상 드론 군집을 결합하고, 해군의 무인 함정 확보에도 힘을 싣는다는 구상이다. 유럽연합(EU)은 개별 무기 구매를 넘어 공동 연구·개발(R&D)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유럽방위기금 사업을 통해 AI 기반 드론 군집 사이버 방어 체계를 개발하는 ‘스트라투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실제 전장 경험 데이터 확보를 위해 우크라이나 기업을 사업에 참여시켰다. 이달에는 우크라이나와 방산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연말까지 드론과 대드론 장비 공동 생산 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일본도 값비싼 유인 무기 체계에 의존하던 기존 방위 전략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일본 방위성은 2026 회계연도 예산에 무인기를 활용한 다층 연안방어체계 ‘실드(SHIELD)’ 구축 비용으로 1,001억 엔(약 9,115억원)을 반영했다. 연안에 드론, 무인수상정(USV), 무인잠수정(UUV) 등을 대량 배치하고, 이를 하나의 지휘통제 체계로 연결해 상대 함정과 상륙 전력을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무인 전투 차량의 자율주행 △함정 추적 △사이버 공격 탐지 △육·해·공 표적 식별 등에 AI 기술을 결합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며, 민간 첨단 기술을 군사 부문으로 이전하는 ‘군민융합’ 전략 추진에도 속도를 내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