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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공급이 못 따라간다” 美 AI 데이터센터 확장 한계, 건설 차질·지방정부 규제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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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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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發 수요에 짓눌리는 美 전력시장, 수급난 가시화
각 주·지방정부, 잇달아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 막아서 
데이터센터 건설·가동 계획 줄줄이 제동, 첫 삽도 못 뜬 채 좌초되기도

미국 전력시장이 심각한 수급 불균형에 직면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發)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발전·송전 인프라 확충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력 공급 부족 문제가 가시화하는 양상이다. 이로 인해 현지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건설·가동 계획은 잇따라 차질을 빚고 있으며, 각 주·지방정부도 신규 시설 건립을 제한하는 등 규제 강화에 속도를 내는 추세다.

美 전력망 한계 목전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각) 미 에너지·전력망 전문 매체 유틸리티다이브는 미국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 보고서를 인용, 올해부터 2030년까지 미국 내에서 100기가와트(GW) 이상의 전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간 미국 전력 수요의 연평균 성장률은 4.1%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으며, 필요한 신규 발전 용량은 230GW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125GW는 데이터센터 기반 시설 확충 과정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도 불구, 현지 전력 회사들이 확보할 수 있는 실질 공급능력은 약 93GW 수준에 그친다고 진단했다.

여타 기관 및 기업도 유사한 우려를 쏟아내는 중이다. 최근 한국전력 경영연구원이 발표한 ‘美 AI 데이터센터 급증 영향 및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2030년 426테라와트시(TWh)로 지난해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미국의 전력 인프라가 이 같은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압기·케이블 등 핵심 기자재 공급 부족, 숙련 인력 부족, 주민 수용성 저하 등 악재가 겹치면서 전력망 병목이 심화했다는 평가다. 실제 미국에서 계통연계를 신청한 발전 사업 중 실제 상업 운전까지 이어지는 사업의 비율은 약 20%에 그친다.

미국 최대 전력 회사인 엑셀론의 최고경영자(CEO) 캘빈 버틀러 역시 최근 인터뷰를 통해 "AI 확산으로 이르면 내년 미국 일부 지역에서 실제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북동부와 중서부 지역의 발전 설비 부족 문제가 급속도로 심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당장 지난겨울에도 약 40만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전력 공급을 제한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뻔했다고 설명했으며, 폭발하는 전력 수요 및 인프라 구축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실제 미국 각지에서는 이미 데이터센터발 전력 비용 상승세가 현실화하는 추세다. 미국 동부·중서부 등 13개 주와 워싱턴 D.C.에 전력을 공급하는 광역 전력망 PJM의 용량 시장 가격은 2024~2025 인도연도 기준 메가와트(MW)·일당 28.92달러(약 4만2,900원)에서 2025~2026년 269.92달러(약 39만9,600원)로 약 833% 급등하기도 했다.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 흐름

전력망 한계가 가시화하자 미국 각지의 주·지방정부도 데이터센터 추가 건설에 속속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 14일 캐시 호컬 뉴욕주 주지사는 1년간 뉴욕주 내 신규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호컬 주지사는 소셜미디어(SNS) 엑스(X, 구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에서 “데이터센터 개발의 규모와 속도가 전력과 수자원에 전례 없는 부담을 주고 있으며, 뉴욕 주민들의 전기요금까지 끌어올릴 위험이 있다”며 “더 늦기 전에 뉴욕 주민을 보호할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행정명령에 따라 뉴욕주에서는 50MW 이상 규모의 신규 데이터센터의 허가 신청이 1년간 중단되며, 현재 심사 중인 허가 절차도 일시 정지된다. 다만 기존에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는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데이터센터 부지와 전력·용수 공급을 직접 관리하는 지방정부의 개별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다. 워싱턴주 시애틀 시의회는 지난달 대규모 신규 데이터센터의 입지 신청을 1년간 중단하는 긴급 조례를 통과시켰고, 같은 달 스포캔 시의회도 신규 데이터센터의 건축허가 접수, 심사, 승인을 즉시 중단하는 1년짜리 모라토리엄을 도입했다. 인디애나주에서는 카운티 단위의 규제가 한층 광범위하게 확산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최소 17개 카운티가 데이터센터 개발을 일시 중단했으며, 특히 마셜카운티와 캐스카운티는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사실상 금지하는 강수를 뒀다.

대표적인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인 텍사스주에서도 개발 제한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샌마코스 시의회는 지난달 모든 용도지역에서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을 금지했다. 일시적 허가 중단이 아니라 토지 이용 규정 자체를 고쳐 추가 부하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플로리다주에서는 개별 초대형 사업을 심사 단계에서 차단하는 사례가 누적되고 있다. 팜비치카운티 위원회는 지난 15일 산업·물류 단지인 센트럴파크 커머스센터를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재편하는 ‘프로젝트 탱고’ 개발 계획 변경안을 5대 1로 부결했다. 반대 근거로는 막대한 전력·용수 소모와 기반 시설 부담, 주거 지역 및 학교 인접성 등이 제시됐다. 이 밖에도 플로리다주 내 20여 개 지방자치단체가 데이터센터 사업을 거부하거나 심사를 지연했다.

건설 현장서도 잡음 이어져

건설 현장의 혼란도 빠르게 가중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세계 최대 규모 은행 JP모건 분석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을 추진 중인 미국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전력 용량 중 60% 이상은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 7%는 이미 준공 일정이 연기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일각에서는 전력망 병목으로 완공된 시설이 가동되지 못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는 디지털리얼티가 2019년부터 추진한 연면적 43만 제곱피트(ft²) 규모 데이터센터와 스택인프라스트럭처의 48MW급 시설이 공사를 마친 후 방치돼 있다. 지역 전력회사 실리콘밸리파워의 송배전망 증설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진 탓이다. 관련 전력망 보강 공사는 2028년에야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되며, 사업자는 수억 달러를 투입하고도 수년간 임대 수익을 올리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여기에 지역 사회의 강력한 반발도 사업 리스크로 부상했다. 기후·에너지 전문 매체 히트맵은 올해 1분기 지역 사회의 반대에 부딪혀 취소된 미국 데이터센터 계획이 최소 20건이라고 집계했다. 데이터센터 반대 움직임을 추적하는 데이터센터워치는 같은 기간 지역 차원의 반발로 취소되거나 차단·지연된 사업이 최소 75건에 달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면, 펜실베이니아주 아치볼드 자치구는 지난 3월 대형 데이터센터 단지인 ‘프로젝트 스콧’의 입지 신청을 만장일치로 부결했다. 데이터센터 신설로 인해 지역 사회가 떠안게 될 부담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뉴힐 디지털 캠퍼스’ 개발사도 주민 반대와 지방 정부의 심사 강화 기조 속 사업 계획을 철회했다.

이처럼 미국 시장의 AI 인프라 확장에 본격적인 제동이 걸린 가운데,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직접 전력 확보에 나서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필요한 전력을 자체적으로 조달해 사업 차질을 줄이고, 지역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가동이 중단됐던 스리마일아일랜드 원전에서 향후 20년간 전력을 공급받기로 했으며, 아마존은 탈렌에너지와 1.9GW 규모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은 카이로스파워와 손잡고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통해 2035년까지 500㎿의 전력을 공급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메타도 비스트라·오클로 등과 계약하며 최대 6.6GW 규모 원전 전력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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