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비용 눈덩이” 예산 압박 직면한 美 국방부, 인플레이션 우려 속 연준 통화정책 운신 폭도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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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방부, 이란 전쟁 장기화하며 재정 고갈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시장 즉각 반응, 美 국채금리 상승곡선 스태그플레이션 위기 가시화, 연준 긴축 기조 유지 전망

미 국방부가 막대한 예산 압박에 짓눌리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비용 지출이 군사 훈련·장비 정비 등 핵심 전력 유지 예산까지 잠식하는 가운데, 의회의 대규모 추가 국방 재원 지원 여부가 불투명해지며 재정 위기가 가중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긴장감은 비단 미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순식간에 번져 나가고 있다. 확전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 및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통화 긴축 장기화 가능성이 재차 직접적인 리스크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계 직면한 美 국방 예산
21일(이하 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의회 의원과 전·현직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 이란 전쟁에 투입된 비용으로 인해 국방부의 일부 예산 항목이 조만간 바닥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달 들어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재차 격화하면서 국방부의 재정 부담이 가중됐다는 전언이다. 미국과 이란은 4월 초 휴전 합의를 체결하고 지난달 중순 종전 MOU를 발효했지만, 지난 7일부터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다시 강도 높은 무력 충돌을 벌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양국 모두 종전 MOU 파기를 선언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미 국방부는 2027회계연도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오는 10월까지 부족한 재정을 메꾸기 위해 장비·시설 유지 보수 및 군사 훈련에 투입해야 할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최근 수주 사이에는 의회에 훈련과 무기 구매에 할당된 예산 43억 달러(약 6조원)를 더 긴급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도 지난 21일 미 연방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이란 전쟁에 들어간 비용을 현재까지 375억 달러(약 55조5,000억원)로 추산한다”며 "(국회가) 이란과 전쟁에 필요한 자금 670억 달러(약 98조원)를 긴급 지원해주지 않으면 국방부는 심각한 예산 고갈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고 발언했다.
다만 이러한 국방부의 요청이 실제 수용될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당장 2027회계연도 국방예산안 관련 논의부터 의회 내 이견으로 인해 교착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제출한 2027회계연도 국방예산안은 정규 재량지출 1조1,500억 달러(약 1,688조2,000억원)에 별도의 의무지출 3,500억 달러(약 513조8,000억원)를 더해 총 1조5,000억 달러(약 2,202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전년도보다 국방비를 대폭 늘리면서도, 상당액을 별도 입법 절차로 확보해 사용처를 유연화하는 구조다. 이에 민주당은 행정부가 의회의 세부적인 예산 통제를 우회해 국방부에 사실상 ‘백지수표’를 주려 하고 있으며, 국방비만 대폭 늘리고 보건·주거·복지 등 비국방 예산을 억제하는 방식에는 협조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일부 공화당 재정 보수파도 국가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재원 대책 없이 등장한 국방비 확대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물가 압박 속 국채금리 '들썩'
전쟁이 야기한 불확실성은 비단 국가 재정을 넘어 금융 시장과 실물 경제 전반에도 압박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이어진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극심한 충격을 안겼다. 전 세계 원유 교역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걸프 국가들의 에너지 인프라가 잇달아 파괴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한 것이다. 이러한 유가 상승세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했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 2월 전년 동월 대비 2.9%에서 3월 3.5%, 4월 3.8%, 5월 4.1%로 넉 달 연속 확대됐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상승률도 같은 기간 3.0%에서 3.3%, 3.3%, 3.4%로 높아져 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인 2%를 상당 폭 웃돌았다.
최근 재점화한 양국 간 군사 충돌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는 재차 막대한 혼란이 닥칠 가능성이 크다. 미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운송 차질이 장기화할 시 글로벌 원유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약 17만6,00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금융센터(KCIF)는 현재 각국의 원유 재고 여건을 감안할 때, 최근의 확전 흐름이 전쟁 초기보다 글로벌 경제에 더욱 심각한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실제 미국은 석유 생산국임에도 불구하고 중동발(發) 공급 충격을 흡수할 전략비축유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다.
시장은 이 같은 리스크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22일 브렌트유 선물은 94.07달러(약 13만8,000원)로 마감해 전날보다 약 3% 상승했으며,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86.83달러(약 12만7,400원)까지 올라 약 6주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미국 국채 기준물인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bp(1bp=0.01%포인트) 오른 4.67%로 장을 마치며 약 두 달 만의 최고 수준까지 올라섰다. 통화정책 전망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5bp(1bp=0.01%포인트) 뛴 4.31%를 기록했고, 30년물도 2bp 상승한 5.15%를 나타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국채 매도세를 자극한 것이다.

확전의 경제적 후폭풍
이는 양국의 종전 MOU 체결 직후 나타났던 시장 흐름과는 정반대다. 지난달 중순 미국과 이란이 전쟁 중단 및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합의하자 브렌트유 가격은 즉각 하락했고, 미 국채금리는 내림세를 보였다. 금융기관들도 중동발 에너지 공급 충격이 완화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주식 등 위험 자산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당시 금융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은 것은 전쟁이 완전히 끝났기 때문이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원유 공급 차질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며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시장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흐름이었다"고 평가했다.
양국의 군사 충돌이 재차 장기화하면 이러한 시장의 안도감 역시 흐려질 수밖에 없다. 국제유가 상승은 휘발유, 난방비, 전기요금 등 가계가 일상적으로 부담하는 에너지 비용을 끌어올리며, 향후 식료품과 공산품 가격에도 운송비·포장재·원료비 상승분이 순차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의 에너지 및 원재료 비용 지출 증가는 설비투자 및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가격 결정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판매가격 인상을 통해 비용 일부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이 같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확률이 높다.
문제는 이러한 경기 둔화 상황 속에서도 연준이 섣불리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일시적인 에너지 충격이 기조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고착화할 수 있으며,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라 가격과 임금이 서로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나타날 위험도 크다. 성장과 고용이 가라앉는 동시에 물가는 높은 수준에 머무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가 가시화하는 셈이다. 이 같은 딜레마 속 연준은 물가 안정을 위해 경기 둔화를 감수하더라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거나 추가 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융 시장은 현재 연준이 7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확률을 27%로 반영하고 있다. 9월까지 기준금리가 최소 0.25%P 인상될 가능성은 70%로 평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