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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젤렌스키에 광물 협정에 이어 우크라이나 원전 소유권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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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푸틴과 에너지 부분 휴전 합의
우크라에는 전력시설과 원전 소유 제안
구체적인 사안에 이견, 협상 난항 예상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사진=우크라이나 정부

러시아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제한적 휴전을 끌어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력 시설과 원자력 발전소 등을 미국이 소유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과거 우크라이나 전력의 20%를 담당했던 자포지라 원전을 지목한 것으로, 해당 시설은 현재 러시아가 점령해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이를 두고 국제사회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광물 개발 이권을 요구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전력 시설 및 원전 운영권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美 기술력으로 우크라 원전에 도움 줄 수 있어"

19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젤렌스키 대통령과 1시간 동안 아주 좋은 통화를 했다"며 "대부분은 어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합의 내용을 토대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요청과 요구사항을 조정하기 위한 논의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언론에 제공한 설명자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과 주요 논의 사항을 자세히 설명했다고 전했다. 두 나라 정상은 우크라이나의 전력 공급망과 원자력 발전소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보유한 전력 및 유틸리티 분야의 전문성이 우크라이나 원전 운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며 "미국이 우크라이나 원전을 소유하는 것이 에너지 인프라를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원전 소유 주장은 기존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거부했던 광물 협정에서 내용과 범위가 확장된 것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경제적 광물 협정에서 벗어나 이제 평화의 자리로 이동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전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3월부터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 원전을 거론한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통화 뒤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자포리자 원전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자포리자 원전을 러시아로부터 돌려받는다면 미국이 원전의 현대화와 투자에 참여하는 식으로 소유권을 미국에 넘겨주는 방안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남동쪽으로 5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자포리자 원전은 유럽 최대 규모 원자력 발전소다. 현재는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어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전쟁 이전에는 40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5,700MW(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의 20%를 담당했다.

부분 휴전 합의했으나 전면적 휴전에 못 미쳐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는 전날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에 대한 후속 조치로 이뤄졌다. 18일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약 2시간 30분간 통화하며 '30일간 부분 휴전'에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후 백악관은 "두 정상은 전쟁이 지속적인 평화로 종결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며 "평화로 가는 첫걸음으로 에너지 및 인프라 휴전, 흑해에서의 해상 휴전 이행을 위한 기술적 협상, 완전한 휴전 및 영구적 평화를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에 대한 부분적 휴전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정과 관련해 백악관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측 실무팀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나 에너지 분야 부분 휴전을 흑해에서의 해상 휴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17일 미국과 러시아 실무협상팀이 사우디에서 협상을 이어가기로 합의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미국이 같은 장소에서 양측을 중재하며 휴전 협상을 주도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레빗 대변인에 따르면 대통령 협상팀과 국가안보 전문가 팀은 이번 주 후반 사우디로 가서 세부 사항을 계속 검토하고 해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끌어낸 합의안이 우크라이나가 요구해 온 전면적 휴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제한적 휴전에 합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이후 추진해 온 장기적인 평화 계획에는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과 러시아는 완전한 전투 종료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현재 논의되는 휴전 협상의 내용은 우크라이나가 동의한 무조건적인 휴전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러시아 측과도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타결의 핵심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국의 군사 지원의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실제로 러시아 크렘린궁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발표한 성명에는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국의 군사 지원의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백악관이 발표한 성명에는 이와 관련한 언급이 없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영토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양국 모두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 측의 요구와 달리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협력을 시사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19일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종식을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영구적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아울러 두 정상은 격전지인 쿠르스크의 상황을 검토하고 전황이 심각해짐에 따라 국방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과 정보 공유를 중단하라는 푸틴 대통령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유럽 주요국 "우크라에 대한 군사 지원 이어갈 것"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응해 국방비 확충을 추진 중인 유럽 주요국들도 '30일 부분 휴전'에 환영하면서도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18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독일 베를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부분 휴전이 우크라이나의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의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실도 성명을 통해 "휴전을 향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전면 중단을 요구하며 끈질긴 전의를 드러낸 것을 두고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 대통령은 타협할 의지가 없다"며 "그의 목표는 여전히 독립국 우크라이나를 끝내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옛 냉전 시대의 경계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 정상들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휴전 대상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및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전투가 빠진 점도 우려 사항이다. 우크라이나 영토를 계속 공격하겠다는 러시아 측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여 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협상을 지지부진하게 끌면서 전쟁을 계속할 시간을 벌어들일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실제로 러시아는 30일 간의 휴전에 합의한 직후 드론 40여 대를 동원해 키이우를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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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토막 난 관객 수에 극장가 ‘비명’, CGV 점포 4개 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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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인천연수·창원·광주터미널점 폐점
“체질 개선, 효율화 위해 불가피한 결정”
OTT와 상생 노력에도 분위기 암울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운영사 CJ CGV가 이달에만 4개 영화관의 영업을 종료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한창이다. 지난달에는 무려 4년 만의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경영 효율화를 서둘렀지만,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엔 부족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급성장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기세에 CGV를 비롯한 영화관업계 전체가 생존을 위협받는 모습이다.

영화관 시장 역성장에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휘청’

20일 영화관업계에 따르면 CGV는 이달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CGV송파 영업을 종료한다. 회사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CGV송파가 2025년 3월 23일 일요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하게 됐다”며 “앞으로는 가까운 CGV스타필드시티위례, CGV야탑, CGV판교 등을 이용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2009년 4월 문을 CGV송파는 소비자들에게 ‘가든파이브’로 익숙한 서울 동남권유통단지에 자리 잡고 있다. 애초 특별상영관인 4DX관을 포함해 8개의 상영관을 운영했으나, 2023년 2월부터는 1개 상영관을 CGV가 론칭한 숏게임 골프 스튜디오 ‘디어프로치’로 재단장했다. 상영관을 7개로 줄인 후에도 총 관람석이 1,481석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큰 덕에 송파 남부의 대표 영화관으로 손꼽혀 왔다.

그러나 국내 영화산업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 하락까지 지속되면서 영업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 지난해 CGV의 연결 기준 매출은 1조9,579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으며, 영업이익 또한 759억원으로 54% 늘었다. 다만 이는 해외 법인과 작년 6월 편입된 자회사 CJ올리브네트웍스 효과로, 국내 극장 사업 별도 기준으로는 76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월 단행된 희망퇴직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 CGV는 지난달 근속 7년 이상 대리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당시 희망퇴직으로 80명가량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으며, 퇴직자들에게는 연차에 따라 월 기본급 100% 이상의 위로금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CJ CGV가 희망퇴직을 시행한 것은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2월 이후 정확히 4년 만이다.

CGV는 희망퇴직과 송파점 폐점을 비롯해 인천연수점, 창원점, 광주터미널점 등 이달에만 총 4개 점포의 문을 닫는다. 이에 따라 전국 CGV 영화관 수는 다음달 192개로 줄어들게 된다. CGV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영화시장 자체가 역성장하는 등 매우 상황”이라며 “마냥 좋아질 거란 기대감만 가질 수는 없어 체질 개선 및 효율화를 위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팬데믹 시기 떠난 관객 절반은 안 돌아와

경영 악화를 이유로 문을 닫는 극장은 비단 CGV에 국한하지 않는다. CGV와 함께 국내 ‘3대 멀티플렉스’로 불리는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도 비슷한 상황이다. 콘텐트리중앙이 운영하는 메가박스의 지난해 매출은 2,916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34억원으로 전년(177억원) 대비 적자가 24.2% 축소됐지만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메가박스는 지난 한 해에만 6개 점포가 영업을 종료했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총매출액이 4,517억원으로 전년 대비 19.6% 급감했고, 영업이익은 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비용 절감에 고삐를 죄면서 연간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국내 영화 시장의 회복 부진과 대형 상영작의 부재로 인해 매출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10개 점포를 폐점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경기 광주에 위치한 광주터미널점의 폐점 소식을 전했다.

한국 영화의 성지라 불리는 충무로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1958년 개관해 66년간 충무로를 대표하는 단관 극장으로 불려 온 대한극장은 경영 악화를 견디다 못해 작년 9월 문을 닫았다. 지난 2002년에는 250억원을 투입해 11개 상영관을 갖춘 영화관으로 재개관하는 등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왔지만, 계속되는 적자로 더는 버티기가 힘들다는 게 폐점의 이유였다. 대한극장의 운영사 세기상사는 “극장 산업 패러다임 변화로 인한 지속적 적자를 해소하고, 회사 소유 자산의 효율화 및 사업구조개선을 위해 불가피하게 폐관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내 영화 산업의 부진은 극장을 찾은 관객 수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영화관 총관객 수는 1억2,313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6% 감소에 그쳤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평균 관객 수인 2억2,098만 명과 비교하면 56%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 국민 1인당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한 횟수(평균 관람 횟수)도 2.4회로 2019년(4.37회) 대비 절반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

경쟁 아닌 상생 도모할 때

이 같은 극장가의 위기를 두고 업계에서는 OTT의 급성장을 원인으로 꼽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실제 지난해 국내 영화 및 영상 산업 시장 규모는 3조3,322억원으로 이 가운데 극장과 OTT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5.9%, 61.6%를 나타냈다. 2019년만 해도 극장 비중이 52.5%, OTT 비중이 42.7%를 차지했던 점을 고려하면 매우 대조적인 성적이다.

생존의 기로에 놓은 영화관업계는 상생 방안으로 홀드백(Holdback·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고 다른 플랫폼에 유통되기까지의 유예기간) 제도 도입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OTT가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극장 상영작을 과도하게 앞당겨 공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국내 OTT 쿠팡플레이는 지난 1월 24일 개봉한 영화 ‘검은 수녀들’을 이달 7일부터 9일까지 72시간 동안 무료로 공개한 바 있다.

영화관업계는 최소한 6개월의 홀드백은 확보돼야 OTT와 상생이 가능하다고 본다. 한 영화관 관계자는 “수익을 위해 OTT에 빠르게 영화를 넘기는 행태는 결국 OTT 입맛에 맞는 자극적인 콘텐츠로 제작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라고 꼬집으며 “이는 콘텐츠의 질을 떨어트려 국내 영화산업이 도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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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필요하면 정부 지출 축소해도 ‘괜찮은 이유’

[딥파이낸셜] 필요하면 정부 지출 축소해도 ‘괜찮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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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출 둘러싼 논란 지속
지출 축소로 인한 악영향이 증가로 인한 순기능보다 크다?
과거 데이터 보면 ‘비슷’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각국 정부는 2008년 금융 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경제 위기 시에 어김없이 재정 부양책을 사용해 왔다. 이때 정부 지출의 효과를 측정하는 지표인 정부 지출 승수(government spending multiplier, 정부 지출이 GDP에 미치는 영향)가 오랜 기간 논란거리가 돼 왔다. 쟁점은 정부 지출의 증가 또는 감소 여부에 따라 경제 효과가 비대칭적으로 나타나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는 정부 지출 감소로 인한 경제 위축 효과가 지출 증가로 인한 경기 부양 효과보다 크다고 주장해 왔다.

사진=CEPR

정부 지출 감소로 인한 경제 위축이 증가로 인한 부양 효과보다 큰가?

하지만 이러한 주장을 반박하는 연구가 최근 발표됐다. 미국의 과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 지출 승수가 대칭적이라는 것이다. 정부 지출 증가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증가와 지출 감소로 인한 GDP 감소가 대략 동일하다는 얘기다.

여기서 기존 연구들은 재정 승수(fiscal multiplier, 정부 지출 승수와 동일)가 경기 침체기나 성장기와 같은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이론을 지지한다. 미국의 군사 예산 삭감이 증액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결론을 포함해 대부분 정부 예산 삭감으로 인한 경제 위축이 증가로 인한 이득을 앞선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비대칭 효과가 사실이라면 긴축 정책이나 재정 적자 축소를 고민하는 정부들은 훨씬 신중한 고민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과거 데이터 분석 결과 “대칭에 가까워”

그렇다면 역사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실증적 분석은 어떨까? 연구는 제1차세계대전과 제2차세계대전, 한국 전쟁 시 미국의 정부 지출을 중심으로 경제 효과를 관찰했다. 하지만 기존 이론과는 달리 지출 감소가 GDP에 미치는 악영향이 지출 증가로 인한 순기능보다 크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차라리 두 방향 모두 동일한 폭으로 움직이는 쪽에 가까웠다.

제1차, 2차 세계대전 기간 정부 지출 및 GDP 추이
주: 제1차세계대전(좌측), 제2차세계대전(우측), 정부 지출(주황), GDP(청색), *정부 지출과 GDP는 잠재 GDP로 나눈 값을 사용/출처=CEPR

새로운 연구는 1세기가 넘는 기간 미국의 역사적 자료를 통해 재정 정책의 GDP에 대한 영향을 분석했는데 당시 경제 상황과 시차를 고려했다. 또한 군사 예산 자료를 활용해 경제 상황과 상관없는 외부 요인에 의한 재정 정책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경제 상황과 외부 사건에 의한 정책 변화를 함께 분석한 것이다.

그렇게 도출된 연구 결과는 기존 이론과 같이 재정 지출 축소로 인한 GDP 감소 효과가 더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는 한다. 하지만 문제는 비대칭적인 승수로까지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GDP와 정부 지출은 증가, 감소에 상관없이 일정한 비율로 수렴했다. 결과적으로 재정 승수가 대칭에 가까워져 예산 축소가 더 큰 피해를 유발한다는 기존 이론을 반박하는 것이다.

재정 지출 증가 및 축소에 따른 누적 승수 효과 추이
주: 재정 지출 증가(청색), 재정 지출 축소(적색)/출처=CEPR

재정 지출 축소 필요하다면 “지나치게 걱정 안 해도”

이번 연구가 이전과 다른 점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기존 연구가 관찰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정한 목표 함수와 가장 유사한 함수를 찾는 방식을 사용했다면 최근 연구는 당시 경제 상황과 정책 변화 후 시차에 따른 효과를 분석에 포함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기존 방식이 정부 지출로 인한 경제 효과가 비선형적(nonlinear)이라고 가정했기 때문에 편향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어 자신들의 연구가 더 정확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분석 과정에서 정부 지출 동결이 지출 증가에 포함돼 결과를 왜곡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번 연구가 맞다면 각국 정부의 재정 정책에 미칠 파장은 크다. 정책 당국은 예산 삭감으로 인한 경제 위축에 대해 과거처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재정 적자 축소 및 경기 부양책, 장기적 재정 계획 등 정책 수립 시 의사 결정이 바뀔 수도 있고 높은 수준의 국채 때문에 고민하는 정부들에게는 더 큰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재정 건전화(fiscal consolidation, 국가 부채와 재정 적자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부 정책)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과거에 생각했던 것보다 크지 않다는 결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책 당국은 재정 전략 수립 시 이번 결과를 신중히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적자 예산 편성 및 세금 정책 수립, 공공 부문 투자 등을 고민할 때 연구가 제시하는 실증적 증거를 감안한다면 더 효과적인 재정 정책 수립이 가능할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나다브 벤 지브(Nadav Ben Zeev) 네게브 벤구리온 대학교(Ben-Gurion University of the Negev) 부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Government multipliers are symmetric to positive and negative spending shocks: New evidenc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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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 상장 실패'로 성장 기회 놓친 홈플러스, 남은 건 구조조정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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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 상장이 홈플러스 '명운' 갈랐다
상장 실패 이후 부동산 매각해 겨우 자금 조달
"물러날 곳이 없다" 자산 추가 매각 가능성 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밟는 가운데, 지난 2018년 MBK파트너스가 차입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진했던 홈플러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상장이 재조명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홈플러스와 MBK가 리츠 상장 실패로 인해 떠밀리듯 점포들을 매각하면서 성장 기회를 놓쳤다는 평이 나온다.

홈플러스의 리츠 상장 시도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부터 자산 유동화 전략으로 리츠를 고려했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 금융으로 조달한 4조3,000억원 중 상환하지 못한 2조원대 잔금을 내기 위해서다.

2018년 상장을 시도한 홈플러스 리츠는 홈플러스 매장 51곳을 기초 자산으로 삼아 연 7% 안팎의 배당수익률을 목표로 했다. 총자산 규모는 4조원대로 역대 최대였고, 정부까지 힘을 실어줘 상장은 무난하게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MBK는 희망 공모가 밴드(4,530원~5,000원)를 기준으로 1조5,000억원에서 최대 1조7,0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당시 홈플러스 리츠자산관리회사(AMC)인 한국리테일투자운용은 2주간의 수요예측 기간 200여 곳의 해외 기관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 로드쇼(순회 설명회) 미팅을 진행했지만, 희망 가격을 써낸 곳이 많지 않았다. 신청 수량은 조달 계획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고, 제시한 가격대도 희망 공모가 밴드 하단을 밑돈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당시 해외 투자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으나, 공모 물량이 너무 많았다"며 "기초 자산에서 랜드마크 점포 상당 부분이 빠지며 투자 매력이 떨어졌던 점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후 2019년 홈플러스 리츠는 상장을 전면 철회했다.

떠밀리듯 부동산 팔아치워

리츠 상장에 실패한 홈플러스와 MBK는 부랴부랴 부동산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했다.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광일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는 '지난해 2월 3,200%를 넘었던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이 어떻게 올해 1,800%로 떨어졌느냐'는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부동산 자산재평가를 실시했다”며 “홈플러스 인수 후 약 1조8,00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홈플러스의 점포 매각 대금이 4조원가량 아니냐'고 묻자 김 부회장은 “세일즈 앤 리스백(Sales & lease back), 홈플러스 매장 자산 매각 후 재임차 부분을 포함하면 4조원이 맞다”고 답했다. '세일즈 앤 리스백으로 임대료 부담이 커진 것 아니냐'는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는 “세일즈 앤 리스백으로 인해 지출하는 임대료 비용은 약 1,000억원으로, 전체 임대료의 25% 수준”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와 MBK가 이미 수조원 규모 자산을 처분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들이 리츠 상장 실패로 인해 활로를 잃어버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리츠 상장이라는 전략적인 도전이 실패하면서 어쩔 수 없이 부동산들을 매각하는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매각이라도 잘 됐으면 모르겠지만, 그렇게 많이 팔지는 못했다"고 짚었다. 이어 "리츠가 상장 실패 없이 성장했으면 마트 폐점 및 효율화도 쉬웠을 것이고, 오피스텔·상가 개발을 통해 주변 입지를 크게 개선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점포 추가 매각 전망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와 MBK가 추가적인 자산 매각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사실상 금융 부채가 2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점포 매각 등 구조조정 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탓이다. 실제로 MBK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이후 4개 점포 추가 매각, 16개 점포 폐점 등을 골자로 한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19개 점포의 고정비를 절감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6월 법원에 제출할 회생 계획안에 담길 예정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검토한 바 없는 문건’이라고 반박했지만, 계획안 제출 기일이 다가오는 현 상황에서 해당 방안이 수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같은 전략이 순항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껏 홈플러스는 임차료를 활용해 부동산 자산 감정가를 높였다. 홈플러스가 높은 임차료를 약속하면 홈플러스를 임차인으로 두는 부동산의 가치가 자연히 올랐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임차료가 높을수록 홈플러스 부동산 가치도 커지는 구조인 만큼, 펀드들도 부풀려진 임차료를 기반으로 감정가를 산정했다”며 “현재 알려져 있는 감정가도 홈플러스의 임차료를 전제로 해 사실상 큰 의미가 없고, 실제 시장에 팔면 토지가 정도만 인정을 받아 매각하면 남는 것이 거의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 상태라는 점 역시 홈플러스에 있어 악재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보유한 점포를 마트 용도로 팔기는 사실상 어렵고, 물류창고로는 팔 수 있겠지만 그쪽도 포화 상태”라며 “도심에 위치한 점포는 그래도 어떻게든 매각이 될 것 같지만, 지방은 용도를 찾기도 어렵고 큰돈을 주고 투자할 사람도 많지 않다”고 짚었다. 실제로 홈플러스 매장을 펀드의 기초자산으로 운용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유경PSG자산운용 등은 지난해 말 일부 점포 매각에 실패했으며, 이후 임시방편으로 펀드 만기를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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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주총 D-8, '고려아연 경영권' 다시 '의결권 제한' 국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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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또다시 상호주 제한 활용
영풍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
'홈플러스 사태' 변수 속 양측 영향 촉각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제한 문제로 또 다투고 있다. 고려아연은 임시 주총에 이어 정기 주총에서도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영풍은 유한회사 신설, 법원 가처분 신청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영풍은 작년 말 기준 고려아연 지분 25.4%를 가진 최대주주로, MBK와 함께 고려아연 이사회에 진입해 경영권 확보를 시도하고 있으나 고려아연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면 경영권 확보가 어려워진다.

관건은 영풍 측 의결권 제한 여부

20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오는 28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는 이사 수 상한 설정을 비롯한 7개 의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핵심은 신규 이사 선임이다. 고려아연은 이사회 과반을 유지하고 영풍·MBK는 과반을 차지하는 게 목표다. 지분율은 영풍·MBK 측(40.97%)이 앞서지만, 소수주주가 많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34.35%)에 유리한 집중투표제가 도입된 만큼 향방을 확신할 수 없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특정 후보에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어 소수주주에 유리하다.

이번 주총에서는 고려아연이 또 한번 상호주(두 기업이 서로 보유한 주식) 규제를 활용하면서 영풍 측 의결권이 제한되는 지가 최대 변수가 됐다. 고려아연은 호주 자회사이자 주식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가 썬메탈코퍼레이션(SMC)으로부터 영풍 지분 10.3%를 현물 배당받았다고 밝혔다.

영풍 지분을 넘겨받은 SMH는 고려아연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SMC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이로써 기존에 ‘고려아연→SMH→SMC→영풍→고려아연’이었던 순환출자 구조가 ‘고려아연→SMH→영풍→고려아연’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다는 게 고려아연 측 주장이다.

고려아연 "화해하자" vs 영풍·MBK "법적 대응"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월 23일 열린 임시 주총을 앞두고도 같은 방법을 써서 영풍 측 의결권을 박탈했다. 당시 일단 승기를 잡은 고려아연 측은 MBK가 명망 있는 사모펀드라고 추켜세우며,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당시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억지로 만들어낸 주장과 비방이 난무하는 소모적인 갈등을 멈춰야 할 때"라며 "MBK를 더 이상 적이 아닌 새로운 협력자로 받아들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결권을 박탈당한 영풍·MBK 측은 강하게 반발하며 곧바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당시 김광일 MBK 부회장은 순환출자 구조 불법성을 강조하며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유상증자, 집중투표제까지 시도한 최 회장이 상호주 제한 전략을 마지막에 꺼낸 이유는 스스로 그 불법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형사처벌 가능성을 알면서도 참지 못하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최 회장 측이 공정거래법 22조와 36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 22조는 순환출자를 형성하는 계열사 간 출자를 금지하며, 36조 1항에는 '누구든지' 이 규정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해 그 대상을 구체화했다는 것이다. 외국법인임에도 SMC가 영풍 지분을 취득한 행위는 위법하다는 게 영풍·MBK 측 입장이었다.

법원은 영풍·MBK의 손을 들어줬다. 상호주 제한은 상법상 주식회사에 대해서만 성립하는데, 고려아연이 활용한 호주 손자회사이자 유한회사인 SMC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영풍·MBK 측은 더욱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섰다. 영풍은 임시 주총에 대한 법원 가처분 판결 직후, 유한회사 YPC를 새로 설립해 보유하고 있던 고려아연 지분을 현물 출자했다. 상호주 제한은 주식회사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또한 영풍·MBK 측은 지난 17일 법원에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을 신청했다. 주총 이전에 법원으로부터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인용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사진 = 고려아연 노동조합

고려아연에 'MBK 포비아' 확산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일단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성공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영풍·MBK가 지분율을 앞세워 이사회 장악 및 경영권 확보까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최근 홈플러스 기업회생에 따른 MBK의 책임론 확산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가 고려아연의 주요 투자자로 나선 상황에서 홈플러스 사태로 인한 투자 신뢰도 하락이 경영권 확보에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최 회장 측은 “MBK는 사모펀드의 특수성으로 단기 투자 후 수익을 남기고 빠져나갈 것이므로 고려아연을 인수할 자격이 없다”고 맞서왔는데, 이번 홈플러스 사태로 최 회장 측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여기에 고려아연이 MBK의 손에 넘어갈 경우, 이익이 최우선인 사모펀드 MBK가 국가 전략산업체인 고려아연을 중국에 넘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거론된다.

중국은 배터리,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핵심 광물인 안티모니와 인듐 등의 수출을 통제하고 있어 탈중국 공급망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고려아연은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수출규제 대상인 안티모니, 인듐, 텔루륨, 비스무트 등 전략 광물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황산, 니켈 등 국내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등의 필수 소재를 공급하는 중추 역할을 고려아연이 맡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MBK 측은 “핵심기술을 중국 회사에 이전하는 것은 고려아연에 타격을 줄 것이고, 사모펀드는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인데, 이에 반하는 일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지만, MBK 를 향한 의혹의 눈초리는 더욱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에너지 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SAFE도 “MBK와 중국 간의 강력한 유대관계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고 지적하면서 “중요 광물의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AFE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전 세계 정제 아연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고 있고, 다른 중요 광물의 60~90%를 지배하고 있다.

잭 넌 미국 연방 하원의원(공화당)도 지난달 18일 토마스 러스틴 미 국무부 차관보 앞으로 보낸 서한을 통해 “중국과 연계된 기업들이 MBK가 주도하는 적대적 M&A를 통해 고려아연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중국이 고려아연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면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중국의 통제력을 더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넌 의원은 특히 “고려아연은 세계적인 아연 제련기업으로 미국 내에서도 계열사를 통해 상당한 존재감을 갖고 있다”며 “미국은 핵심광물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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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올리고, 우회수출 막고" 정부, 中 저가 철강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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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철강 제3국 우회 덤핑 대응책 제시
中 저가 물량 공세에 국내 철강업계 '휘청'
관세 앞세워 中 압박하는 정부, 일각선 보복 우려
사진=현대제철

정부가 수입 철강재의 '우회 덤핑' 차단에 나서기로 했다. 수입 철강재의 원산지 증명을 의무화해 제3국을 거쳐 수입되는 철강재를 적극적으로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해당 방안이 사실상 국내 철강업계를 교란하고 있는 저가 중국산 철강을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정부, '철강 덤핑' 대응 수위 높인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최상목 대통령권한대행(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개최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철강·알루미늄 통상 리스크 및 불공정 수입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해당 방안은 제3국을 통한 철강재 우회 수출을 원천 차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수입 신고 단계부터 불공정 수입을 조기 감지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수입 철강재에 대한 원산지 증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철강재 수입을 신고할 때 품질검사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대외무역법 시행령 등 관련법도 개정한다. 철강재 생산 시 기업이 발급하는 품질검사 증명서는 제품 규격·원산지 등의 정보를 기존 원산지 증명서보다 자세히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품질검사 증명서 제출을 통해) 열연을 컬러강판으로 미미하게 가공해 수입하는 행위를 적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가 철강 쏟아내는 中

정부의 우회 수출 규제는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의 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철강업계에서는 중국이 베트남, 태국 등에서 원산지를 세탁해 국내에 저가 철강을 수출하고 있다는 우려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월부터 우회 덤핑 방지 제도를 마련하고 이에 대한 직권조사와 조사 절차 단축 등을 시행했지만, 사실상 성과는 미미했다. 관련 법령이 ‘공급국 내 경미한 변경을 통해 덤핑 방지 관세를 회피하는 행위’만을 우회 덤핑으로 규정해 제3국에서 일어나는 우회 행위에는 대응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미흡한 대처를 이어가는 가운데, 중국산 저가 철강은 수요를 대거 흡수하며 업계 전반을 뒤흔들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0년 66억7,000만 달러(약 9조7,380억원) 수준이었던 한국의 대(對)중국 철강 수입액은 2021∼2024년 4년 연속으로 100억 달러(약 14조5,99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중국 철강 수입액은 103억7,000만 달러(약 15조1,400억원)로 2020년 대비 55.5% 뛰었다.

중국산 철강이 시장을 장악하며 국내 주요 철강 기업들의 수익성은 줄줄이 악화했다. 포스코홀딩스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조1,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8.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72조6,900억원으로 5.8%, 당기순이익은 9,500억원으로 48.6% 줄었다. 현대제철 역시 실적 악화 흐름을 피해 가지 못했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144억원으로 전년 대비 60.6% 감소했다. 매출과 순이익도 전년보다 각각 10.4%, 72.2% 줄었다.

무역위, '반덤핑 관세' 카드 꺼냈다

업계 위기가 심화하자 정부는 본격적으로 관련 대응을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달 산업부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열간압연 후판의 덤핑으로 인한 국내 산업의 실질적 피해를 추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예비판정을 내렸다. 잠정 덤핑방지관세율은 27.91~38.02%로 책정했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송유관·중장비 등에 쓰인다. 국내산 후판 가격은 톤(t)당 90만원 초반대인데, 중국산 후판은 이보다 20% 이상 낮은 가격에 유통되고 있다.

무역위원회는 이달 4일 중국·일본산 탄소·합금강 열간압연 제품에 대한 덤핑 사실 및 국내 산업 피해 유무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는 현대제철이 지난해 12월 관련 조사를 신청한 것에 따른 조치로,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쳐 이르면 6월 예비 판정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자신들이 후공정 업체에 넘기는 열연강판의 가격은 톤당 80만원대 수준인데, 중국·일본의 열연강판 가격이 이보다 저렴한 70만원 수준에 유입되면서 국내 철강업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차원의 반덤핑 대응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시장 곳곳에서는 관세 부과 등으로 인해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중국이 보복 관세 카드를 꺼내 들 경우, 결과적으로 한중 무역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 정부 쪽은 아직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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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71.5% 물가 상승으로 고통, "작년보다 가계 형편 더 나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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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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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국민 1,000명 민생경제 설문조사
‘물가 상승’ 고충,식비 부담 가장 크게 느껴
“작년보다 가정살림 빠듯” 내년 전망도 암울

국민 10명 중 7명은 가계 형편이 작년보다 악화됐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건 물가 상승이다. 올해도 상황이 나빠질 것이라고 보는 비중이 과반이었다.

국민 최대 애로 '물가 상승'

20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1.5%는 가계경제가 1년 전보다 악화했다고 답했다. 개선됐다는 응답은 28.5%였다. 가계경제가 얼마나 개선 또는 악화했는지 묻자 ‘20∼30% 악화’가 26.4%로 가장 많았고 ‘0∼10% 악화’(23.2%), ‘10∼20% 악화’(21.5%), ‘0∼10% 개선’(18.5%) 순이었다. 구간별 중간값을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 가계 경제가 평균 7.7%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큰 분야는 ‘물가 상승’(71.9%)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실질 소득 감소(11.9%), 일자리 부족·불안정(9.5%)이 뒤를 이었다. 물가가 가장 크게 오른 부문으로는 식료품·외식비(72.0%)를 가장 많았다. 이어 에너지 비용(11.0%), 주거비(4.5%), 공공요금(3.4%) 순으로 집계됐다.

내년도 전망에 대해선 ‘악화할 것’이 64.2%, ‘개선될 것’이 35.8%였다. 소득 전망은 ‘감소’ 52.1%, ‘증가’ 47.9%였다. 지출 전망은 ‘증가’ 54.2%, ‘감소’ 45.8%다. 가장 필요한 물가 정책은 ‘생필품 가격 안정화’(58.4%), ‘에너지 가격 안정’(13.9%), ‘취약계층 선별 지원’(9.7%), ‘소비 관련 세금 감면’(7.9%) 순이었다.

일자리 분야에서는 ‘취약계층 맞춤형 일자리 지원’(24.6%), ‘미래 유망산업 인력 양성 및 일자리 창출 지원’(17.3%), ‘재취업·직무 전환 지원 강화’(16.8%), ‘노동시장 유연성·공정성 확보’(14.0%) 등의 순이었다. 가계부채와 관련해선 ‘가계부채 증가 요인 해소 정책 강화’(41.1%)가 가장 많았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31.6%), ‘취약계층 부채상환 지원’(13.0%)이 뒤를 이었다.

한은 "빠르게 상승한 물가, 민간소비 상당폭 둔화"

한국은행 조사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이후 지난해 4월까지 소비자물가(CPI)는 누적 12.8%, 연평균 3.8% 상승했다. 이는 2010년대 연평균 1.4%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처럼 높은 물가는 가계 실질소득의 감소와 보유자산 가치의 하락 경로를 통해 소비에 악영향을 미쳤다.

한은 분석 자료를 보면 소득경로를 통한 소비 차감 효과는 2021~2022년 4%포인트(p) 내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가치 경로를 통해서도 1%p 정도 소비가 낮아졌다. 특히 고령층과 저소득층의 타격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물가가 식료품과 에너지 등 필수소비재를 중심으로 크게 올라, 소비 중에서 이에 대한 비중이 주체의 '실효 물가 상승'이 더 높은 탓이다.

구체적으로 2020-2023년 중 실효 물가상승률은 60대 이상 고령층이 16.0%로 여타 연령층 평균 14.3%보다 높았다. 이는 소득 1분위(하위 20%) 저소득층이 15.5%로 고소득층(소득 5분위, 상위 20%) 14.2%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한은은 " 고물가는 가계의 실질구매력과 저축의 가치를 약화해 가계소비를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취약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건설공사비 5년간 32% 상승

물가 상승은 건설 투자도 위축시키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0.99(2020=100)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월(129.77) 대비 0.94% 오른 수치다. 2019년 12월(98.63)과 비교하면 지난 5년간 32% 급등했다. 지수는 2020년을 100으로 기준 삼아 이보다 높으면 건설공사비가 올랐음을, 낮으면 그 반대를 뜻한다.

부채비율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 평균 부채비율은 157%로, 전년 대비 3%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은 곳은 GS건설(238%), 롯데건설(217%), SK에코플랜트(251%) 등 3곳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 안팎에서는 건설업 대출 규제 강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는 건설사들의 미분양이나 미청구공사 규모 등의 증가로 이어졌다. 실제 지난해 3분기 10대 건설사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미청구공사액은 19조5,93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공사비 급등에 분양가 상승 등이 겹치면서 미청구공사액이 증가한 탓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을 중심으로 건설사들의 부도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온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올해 들어 지난달 28일까지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업체는 총 109곳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종합건설사 1.8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9곳)과 비교하면 30곳이 늘어난 것으로, 2011년(112곳) 이후 최고치다. 또 지난해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신고는 총 641건으로, 조사가 시작된 2005년(629건) 이후 최대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대형 건설사에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며 “건설업계 불황이 시작된 계기인 원가 상승에 대한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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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네덜란드 원전' 수주전도 포기 , 美 웨스팅하우스 영향 의혹

한수원 '네덜란드 원전' 수주전도 포기 , 美 웨스팅하우스 영향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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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신규 원전 수주전 철수
스웨덴·슬로베니아 이어 3번째 유럽 시장 포기
'유럽 철수', 지재권 분쟁 합의 조건이었나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력원자력이 네덜란드 정부가 추진 중인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한수원은 앞서 스웨덴, 슬로베니아 원전 수주전도 포기하는 등 유럽 시장에서 아예 발을 빼는 모습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올해 1월 이뤄진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 협상에서 유럽시장 진출 포기를 약속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수원, 네덜란드 원전 수출 수주전 참여 포기

20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네덜란드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한 2차 기술 타당성 조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한수원이 빠지면서 네덜란드 원전 수주전은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전력공사(EDF·Électricité de France S.A.)의 2파전이 됐다. 네덜란드는 현재 원전 1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2035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제일란트주 보르셀러 지역에 신규 원전 2기를 지을 계획이다.

그간 한수원은 네덜란드 원전 프로젝트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 2023년 산업통상자원부는 네덜란드 경제기후정책부와 원전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신규 원전 수주 의사를 피력했다. 이후 지난해 1차 기술 타당성 조사에 착수했고 수주 절차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돌연 2차 기술 타당성 조사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수원 측은 “체코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Small Modular Reactor) 사업 등에 집중하기 위해 사업 불참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이르면 이달 체코전력공사의 자회사와 원전 수주 관련 협상을 마무리하고, 내달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美 웨스팅하우스 분쟁 여파 가능성

한수원은 작년 말에도 스웨덴 원전 수출을 포기했다. 체코를 시작으로 유럽 원전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예 철수하는 방향으로 틀었다는 해석이 많다. 현재 웨스팅하우스가 자사 개발 3세대 가압경수로형 원자로 기술인 AP1000을 기반으로 한국 현대건설과 스웨덴 원전 사업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아울러 한수원은 슬로베니아 전력회사 젠에너지가 추진하는 최대 2,400㎿(메가와트) 규모의 원전 프로젝트 타당성 조사에도 불참하기로 지난 2월 결정했다.

원자력업계에서는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합의 과정에서 유럽 시장 진출 기회를 웨스팅하우스에 넘겨준 것으로 추측한다. 한수원이 당초 체코 원전 수주를 발판 삼아 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하려 했다가, 지식재산권 협상 종료 전후로 유럽 내 3개국 원전 수주전에서 연달아 물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6일 한수원과 한전, 웨스팅하우스는 웨스팅하우스의 지분을 가진 캐나다 핵연료 회사 카메코와 함께 미국 현지에서 지재권 분쟁 협상을 타결했다. 당시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 측은 이번 지재권 협상 타결 내용의 구체적인 내용은 상호 비밀 유지 약속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유럽은 웨스팅하우스 단독, 중동은 공동?

이에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한수원이 체코 원전 수출과 관련해 웨스팅하우스에 조 단위 로열티 혹은 일감을 주고, 향후 다른 제3국 원전 수출도 공동 추진하는 것처럼 상당 수준의 양보를 했을 것이라는 견해가 나왔다. 웨스팅하우스의 전통 시장인 유럽에서는 양사 공동 진출을, 신흥 시장인 중동은 한국이 단독 진출하는 등 특정 지역 원전 수출 문제를 놓고 '상호 조정'이 있었다는 관측도 있었다.

그간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체코에 공급하려는 최신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의 원천 기술에 기반한 것이라며 한수원의 독자적인 수출에 제동을 걸어왔다. 반면 한수원은 APR1400의 국산화에 성공했기 때문에 독자 수출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한수원과 한전으로서는 불확실한 분쟁을 이어가기보다는 이번 협상 타결을 통해 '팀 코러스'(Team Korea+US)로 글로벌 수출 시장을 넓히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고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에서 추진 중인 원전 사업은 총 186개다. 이 중 70기(38%)가 폴란드·우크라이나·루마니아 등 유럽에 몰려있다. 유럽은 한국이 노릴 수 있는 최대 원전 수출 시장임에도 한수원은 최근 연달아 수주 포기를 선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측은 지식재산권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지만 체코 원전 계약이 마무리되면 유럽 수주는 웨스팅하우스가 주도하고, 한국은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중동·동남아 등에 집중하는 식으로 합의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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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중국 ‘수출 굴기’ 최대 피해자는 아시아 중진국

[동아시아포럼] 중국 ‘수출 굴기’ 최대 피해자는 아시아 중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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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조업 수출, 글로벌 무역 양상 바꿔
아시아 중진국들이 ‘최대 피해자’
중간재 수출 줄고 완성품 경쟁력은 ‘상대 안 돼’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중국의 공격적인 산업정책과 제조업 중심 진흥책이 글로벌 무역 양상을 뒤흔드는 가운데 아시아 중진국들(middle-income economies)에 가장 큰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중국의 기술 집약적 산업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될수록 아시아 중진국들은 1차 산업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고 이는 장기적 경제 목표 달성에 결정적 장애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사진=동아시아포럼

중국 산업정책으로 아시아 중진국 타격 “가장 심각”

제조업 부문을 새로운 반열에 올려놓기 위한 중국의 경제 전략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출 급등으로 이어졌고 전 세계에 파급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동시에 완성품 시장에서 경쟁해 온 아시아 중진국들이 받는 타격은 심각하다.

중국 제조업의 부상은 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된다. 우선 대학교 이상의 고등 교육을 받은 노동자들이 급속히 늘어나 낮은 비용으로 정교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한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를 비롯한 첨단 산업 육성책에서 나오는 보조금이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했다. 보조금 효과는 제조업체뿐 아니라 중국 내수 공급망 전체로 확장돼 생산비를 낮추고 중국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중국 제조업 수출의 급격한 팽창은 아시아 중진국들의 경쟁력을 가장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중국과 유사한 생산 요소로 경쟁하는 이들 나라가 중국의 저가 경쟁력과 기술적 진보를 따라가기는 매우 어렵다.

아시아 중진국, ‘1차 산업 의존도’ 증가

여기에 중국의 제조업 부문 자급력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며 주변국들로부터의 중간재 수요도 줄어들었다. 아시아 중진국들은 산업적 기반 약화로 농업, 임업, 광업 등 1차 산업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 첨단 산업 육성을 통해 장기 성장을 이어가려는 이들의 야심 찬 경제 발전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분석에 따르면 2015~2025년 기간 중국의 전자제품과 전기 기구 수출은 12.7%에서 53.9%로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사이 아시아 핵심 중진국인 태국의 전자제품 수출은 22.67%, 전기 기구는 12.69% 줄어들었다. 반면 태국의 농산품 수출은 27.21% 증가해 1차 산업으로의 회귀는 현실이 됐다.

중국 저렴한 ‘숙련 노동자 임금’, 글로벌 노동 시장까지 파급

무역뿐만 아니라 중국의 경제 정책은 기술 프리미엄(skill premium, 숙련 노동자와 비숙련 노동자 간 임금 차이)을 줄여 글로벌 노동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경제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숙련 근로자들이 대거 진입하며 타국의 기술집약적 산업까지 영향을 받는 것이다.

태국의 경우 기술 프리미엄이 0.54%P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15~23세 인구의 진학률을 1% 이상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상급 학교에 진학해도 제대로 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은 청년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을 낮추고 장기 성장 전망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사회·경제적 격차까지 확대할 것이 자명하다. 그중에서도 이미 교육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 가구에 미칠 영향이 가장 클 것이다.

생산성 향상 통해 ‘특화 산업’ 발굴해야

전 세계의 관심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 경제권과 중국 간 무역 관계에 집중돼 있지만 사실상 이들 중진국이 무역 패턴 변화의 최대 피해자일 수 있다. 예상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진국들은 인적 자원 개발과 산업 다변화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적으로 각국 정부는 1차 산업 수출로 인한 수익 증가분이 저소득층을 포함한 교육 기회 확대에 쓰이도록 해야 한다. 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기술 습득을 북돋울 수 있는 정책은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다. 고등 교육을 마친 졸업생들이 적합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기술집약적 산업에 투자를 늘리는 일도 중요하다.

중국과 첨단 산업에서 일대일로 맞붙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다. 전반적인 생산성 향상에 집중하면서 파편화되는 글로벌 제조업 부문에서 내부 역량과 환경적 조건을 살린 특화 영역을 찾아내는 것이 생존을 위한 최선의 방책이다.

원문의 저자는 이안 콕스헤드(Ian Coxhead) 일본 대외 무역 기구(Japan External Trade Organization) 개발도상국 경제 연구소(Institute of Developing Economies) 선임 연구원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hina’s export boom is squeezing middle-income Asia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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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지지 정당 따라 갈리는 미국 중앙은행 신뢰도

[딥파이낸셜] 지지 정당 따라 갈리는 미국 중앙은행 신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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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적 양극화, 연준 신뢰성에 영향
본인 정치관과 ‘일치하면 신뢰, 다르면 불신’
정치적 편향 최소화 위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필요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정치적 양극화가 극단적 수준으로 치달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이하 연준)를 포함한 국가 기관에 대한 대중의 신뢰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조사에 따르면 연준이 자신들의 정치적 신념과 연결됐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은 더 높은 신뢰와 낮은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물론 정치적 독립성에 대해서도 더 큰 확신을 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연준이 정치적 편향에 기울었다고 믿는 개인은 기관 자체는 물론 경제적 성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따라서 연준의 설립 취지와 정책 목표를 강조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으로 편견을 극복하고 연준의 정책 신호에 호응하게 해야 정책 효과성을 달성할 수 있다.

사진=CEPR

미국 정치 양극화, 연준 독립성 인식에 “막대한 영향”

중앙은행 독립성은 거시경제 안정의 버팀목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정치적 양극화가 연준의 역할과 신뢰성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연준에 대한 믿음이 중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의견은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 크게 갈렸다. 설문 응답자 중 민주당 지지자의 66%가 연준이 공화당 편이라고 생각했고 반대로 공화당 지지자의 60%가 연준이 민주당에 기울어 있다고 믿었다. 결과적으로 조사 대상의 63%가 연준을 본인들의 정치관 반대편이 있는 외집단(out-group, 규범이나 가치가 달라 대립감을 일으키는 집단)으로 분류했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이 정치적 편향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준과 본인들의 정치관이 일치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경제 상황을 보다 낙관했고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낮으며 기관 자체에 대한 신뢰도도 높았다. 반대로 연준이 본인들의 정치적 입장 반대편이라고 생각하는 개인들은 연준의 경제 운용 능력을 평가절하했고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높았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응답자 간 연준의 정치적 편향에 대한 인식
주: 강한 민주당 편향, 중도적 민주당 편향, 약한 민주당 편향, 약한 공화당 편향, 중도적 공화당 편향, 강한 공화당 편향(좌측부터), 공화당 지지자(적색), 민주당 지지자(청색)/출처=CEPR

연준에 대한 신뢰도가 ‘역량 인식’과 ‘인플레이션 기대치’에도 영향

연준에 대한 대중의 믿음은 통화 정책 성공에 필수적인 요소다. 하지만 설문 결과에 따르면 연준의 정치색에 대한 개개인의 의견이 인플레이션과 실업 문제를 다루는 연준의 역량에 대한 신뢰에 영향을 준다. 연준의 정치관이 본인들과 일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신뢰도 점수가 7점 만점에 4.2인 반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3.1에 불과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신뢰도는 또한 인플레이션 기대치에도 영향을 끼친다. 연준에 강한 믿음을 지닌 응답자들은 높은 불신을 표현한 이들보다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2.1%P 낮았다. 연준으로서는 정치적 양극화 시대에 대중의 신뢰를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생긴 셈이다. 많은 미국인이 연준을 불신한다면 정책 신호에 대한 호응도가 떨어져 통화 정책의 효과성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연준에 대한 신뢰도
주: 연준을 외집단으로 여기는 응답자(Out-Group), 연준을 내집단으로 여기는 응답자(In-Group), *1=전혀 신뢰하지 않음, 7=전적으로 신뢰함/출처=CEPR

또 다른 중요한 요소가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인식이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연준을 내집단(in-group, 구성원이 애착과 일체감을 느끼는 집단)으로 여기는 응답자들은 독립성에 대해서도 훨씬 높은 점수를 줬다. 이들은 또한 낮은 인플레이션을 예상했고 연준의 물가 안정화 역량에도 높은 신뢰를 보냈다. 연준이 다른 정치 집단에 편향돼 있다고 생각하는 개인들이 정확히 반대 의견을 보인 것은 물론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통화정책의 효과성이 실질적인 연준의 독립성만이 아닌 대중의 믿음에도 달려있다는 사실이다. 점점 더 많은 대중이 정치적 독립성을 의심한다는 것은 하루빨리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연준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준 독립성에 대한 인식
주: 준 헌법적 독립성(Quasi-Constitutional), 의사 결정 독립성(Institutional), 임명 시 정치적 성향 배제(Personal), 금융 및 경제 정책 자율성(Financial and Economic), 정부 재정과의 독립성(No tolerance), 중립(Neutral), 내집단(In-Group), 외집단(Out-Group)/출처=CEPR

설립 취지, 정책 목표, 성과 기반 커뮤니케이션 ‘효과적’

정치적 편향에 대한 인식은 연준이 제공하는 정보를 얻고 해석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실험 참가자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연준이나 정치적 편향성이 강한 언론 매체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았다. 실험 결과 연준을 내집단으로 여기는 참가자들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연준에서 직접 정보를 얻으려 했지만, 반대인 사람들은 연준의 공식적인 메시지를 수용하기보다는 편향적인 매체를 통해 기존의 믿음을 강화하는 쪽을 택했다. 이제 연준은 정보 전달의 역할에 머물 것이 아니라 대중이 경제 데이터를 다루고 해석하는 데 작용하는 당파적 편견을 극복하는 것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중앙은행은 어떻게 대중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을까? 연구는 세 가지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제안한다. 먼저 연준 책임자의 임명 절차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FOMC, 금리 및 통화 공급에 관한 의결 집단) 구성원의 소속 정당 등 기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연준의 두 가지 주요 정책 목표인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의사소통 방식도 효과적이다. 여기에 연준의 팬데믹 이후 조치와 인플레이션 통제에 미친 효과 등 성과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덧붙여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세 가지 모두 경제 전망에 있어 연준의 정보를 더 신뢰하게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기관 자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정책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것은 연준의 신뢰성과 독립성에 대한 인식을 효과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다른 중앙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맡고 있는 역할과 의사결정 체계, 장기적 목표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대중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원문의 저자는 페이광(Pei Kuang) 버밍엄 대학교(University Of Birmingham) 부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entral bank communication in a polarised world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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