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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또 논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이미지 실추
미스터피자·호식이두마리치킨 등도 오너 리스크에 '신음'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로 무너지는 시장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가 '오너 리스크'로 신음하고 있다. 최근 백 대표를 중심으로 각종 논란이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 자체가 크게 훼손된 것이다. 더본코리아를 비롯한 수많은 프랜차이즈 기업이 오너 리스크로 인해 휘청이는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지나친 '여론몰이'로 인해 피해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기의 더본코리아
18일 외식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농산물품질관리원 서울사무소 특별사법경찰은 최근 백 대표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 현재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에서 생산하는 ‘백종원의 백석된장’과 ‘한신포차 낙지볶음’의 원산지표기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다. 백석된장은 중국산 개량 메주 된장과 미국·캐나다·호주산 대두를 포함해 미국·호주산 밀가루로 만들어졌으나, 더본코리아는 해당 제품이 ‘국산’ 원재료로 만들어졌다고 홍보했다. 한신포차 낙지볶음 역시 국내산 대파, 양파, 마늘을 사용한다고 표기돼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산 마늘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백 대표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연돈볼카츠 가맹점주 반발 사태를 시작으로 꾸준히 누적되고 있다. △한돈 빽햄 돼지고기 함량 논란 △연돈볼카츠 '감귤오름'의 감귤 함량 논란 △프랜차이즈 관리 부실 △예산시장 소상공인 사과당 저격 등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더본코리아 오너이자 최대주주인 백 대표의 이미지는 크게 훼손됐고, 그의 이미지에 의존해 성장해 왔던 더본코리아 프랜차이즈 매장들도 줄줄이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주가 역시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더본코리아는 전장 대비 2.28% 내린 2만7,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상장 첫날이었던 지난해 11월 6일 종가 기준 더본코리아 주가는 5만1,400원 수준이었다. 상장 후 수개월 만에 주가가 절반가량 빠진 셈이다.
오너 구설수에 무너지는 브랜드들
더본코리아와 같이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오너 리스크로 인해 타격을 입은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일례로 과거 피자 프랜차이즈업계 선두 업체였던 미스터피자의 경우 정우현 전 회장이 60대 경비원을 상대로 폭행·욕설을 하고, 친족 운영 회사를 통해 치즈를 비싼 가격에 공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이후 미스터피자는 실적 악화와 가맹점주 감소로 입지가 빠르게 하락했고, 여러 차례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치킨 프랜차이즈 호식이두마리치킨의 최호식 전 회장은 지난 2017년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 전 회장의 범죄 행각에 분노한 소비자들은 불매 운동에 나섰고, 호식이두마리치킨 가맹점 매출은 40%까지 급감했다. 이 사건은 가맹본부 임원의 실추 행위로 가맹점주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본사가 배상토록 하는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마련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11월에는 김용만 김가네 창업주가 여직원에게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준강간치상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로 검찰에 송치됐으며, 이후 그가 피해 여직원과 합의하는 과정에서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김가네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매출 피해를 우려한 일부 점주는 가맹계약을 해지하거나, 다른 브랜드로 간판을 바꿔 달기도 했다.
'여론'이 낳은 추가 피해
다수의 프랜차이즈 브랜드에서 잡음이 발생하며 업계 전반에 대한 인식이 악화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불거진 문제를 마치 전체 산업의 문제인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일부 기업의 문제를 업계 전반이 떠안고 있는 문제로 확장하면 수많은 창업자의 꿈이 꺾이게 된다”며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시대인 만큼, 프랜차이즈 업계가 시장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녀사냥식’ 여론몰이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스터피자 정 전 회장의 갑질 논란이 수면 위로 드러났을 당시, 검찰이 나서서 정 전 회장에게 출국금지 명령을 내렸었다"며 "정부가 앞장서 프랜차이즈 기업 경영인들에게 막대한 압박을 가하니,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너무 쉽게 업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는 프랜차이즈 업계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것은 물론, 가맹점의 2차 피해까지 양산한다"며 "을의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을이 더 눈물을 흘리게 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부적절한 여론몰이로 인해 프랜차이즈 업계가 유독 오너 리스크에 크게 휘둘리는 취약한 시장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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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1.2조원, 美에 조선소 보유
2021년 인수 나섰지만 작년 무산
성공하면 美해군 관련 수주 탄력
한화그룹이 몸값 1조2,700억원(시가총액 기준) 규모 호주 조선·방위산업 업체인 오스탈 지분을 공개매수한다. 2021년부터 인수를 추진했지만, 오스탈 이사회의 거부로 막히자 전략적 인수합병(M&A)으로 방식을 바꾼 것이다. 한화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글로벌 조선∙방산 분야의 키플레이어로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미국이 조선 산업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한화는 오스탈, 필리조선소 등을 앞세워 미국 군함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한화, 호주 오스탈社 지분 인수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의 호주 자회사인 ‘HAA №1 PTY LTD’는 전날 오스탈 지분 9.9%를 인수하기 위해 1억8,000만 호주달러(약 1,655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제시된 매입 가격은 주당 4.45달러로, 최근 종가 대비 16%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이번 인수는 뉴질랜드의 투자은행 겸 자산운용사인 자든파트너스(Jarden Partners Ltd)의 주식자본시장팀이 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화시스템은 2,027억원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642억원을 유상증자 방식으로 HAA №1에 투입하겠다고 공시했다. 현재까지 HAA №1이 마련한 자금은 3,378억원으로, 모두 지분 매입에 사용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유상증자 참여 목적을 “발행회사를 통해 호주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탈 시가총액은 13억9,100만 호주달러(약 1조2,700억원)으로, HAA №1의 자본금(3,378억원)이면 시장가로 지분 약 26.6%를 확보할 수 있다. 호주 상법상 해외 투자자가 지분 10%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선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한화그룹은 이번 공개매수로 지분 9.9%를 우선 확보한 뒤 FIRB 승인을 얻어 19.9% 이상의 지분을 매입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되면 타타랑벤처스(17.09%)와 창업자인 존 로스웰 일가(7.64%) 등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올라선다.
인수 포기 6개월 만에 재추진
오스탈은 해군 함정과 고속 페리, 해상풍력 발전소, 석유·가스 플랫폼용 선박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호주 해군뿐 아니라 미국 해군에 선박을 설계, 건조해 납품하는 주요 방산업체기도 하다. 호주와 미국에서 선박을 제조하며 미국에서는 앨라배마 조선소에서 미 해군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화그룹이 오스탈 인수에 나선 건 2021년부터다. 지난해 4월 오스탈에 약 10억2,000만 호주달러(약 8,960억원)를 인수가로 제시했지만 같은 해 9월 최종 무산됐다. 당시 오스탈 이사회는 “한화가 호주와 미국 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실사하려면 반환되지 않는 수수료 500만 달러를 미리 내야 한다”는 비합리적인 조건도 내걸었다. 또한 오스탈 이사회가 “미국 회사와 컨소시엄을 짜면 회사를 매각하겠다”는 등의 인수 조건을 내걸자 한화는 포기했다.
오스탈 미국 모빌 조선소 전경/사진=오스탈
미국 해군 전투함 수주 기대
한화가 공개매수 카드까지 꺼내며 오스탈 인수에 나선 것은 미 함정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한화오션이 미 해군 군함을 건조하기 위해선 미국에 자회사를 가지고 있는 오스탈의 인수가 필수다. 미국은 존스법을 채택하고있기 때문이다.
존스법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상업 운항 선박은 연안이건 내륙이건 간에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인이 소유하고, 미국인에 의해 운항돼야 한다. 이 때문에 앞서 한화그룹은 한화오션과 한화시스을 통해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북미 조선과 방산 시장에서 진출 거점도 확보한 상태지만, 단독으로 미국 함정 시장에 진출하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오스탈은 2022년 이후 미국 해안경비대로부터 33억 달러(약 4조3,500억원) 규모의 해안경비함 건조공사를, 미국 해군으로부터는 1억5,600만 달러(약 2,060억원)짜리 선박 2척의 건조 주문을 받았다.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와 오스탈 조선소를 양축으로 미국 선박 발주를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한화는 다가올 수주전을 위해 미 공화당 주요 인사와의 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한화는 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에드윈 퓰너 미국 해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과 조지 P 부시 마이클베스트&프리드리히 로펌 파트너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한다. 퓰너 회장은 미국 공화당의 대표적 싱크탱크 중 하나인 헤리티지재단의 공동 설립자로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인수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앞서 이들은 2년 전 사외이사로 선임돼 한화오션의 미국 진출을 도왔다. 한화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미 해군 함정 정비·보수·유지(MRO) 사업에 진출해 연달아 2건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것도 퓰너 회장의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올해 미 해군 MRO 사업 5~6척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미 상선 및 군함 건조가 가능해지면 수주전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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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노인 연령 조정 논의 착수
서울시도 복지 사업별 '노인 기준 차등화' 검토
기초연금, 지하철 무임승차 등 복지 비용 절감 가능
정부가 법정 노인 연령 상향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지하철 무임승차, 기초연금 수급 등 노인 대상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령 기준을 ‘만 65세’보다 높이겠다는 것이다. 법정 노인 연령이 상향 조정될 경우, 정부·지자체는 각종 복지 예산 지출을 절감해 재정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노인 연령 기준' 손본다
1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2008년 494만1,000명에서 지난해 말 1,024만5,000명까지 불어났다. 국민 5명 중 1명(20%)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것이다.
전체 인구 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치솟자, 정부는 수십 년 만에 법정 노인 연령 상향 논의를 공식화하고 나섰다. 지난달 기획재정부 산하 중장기전략위원회는 ‘미래 세대 비전 및 중장기 전략’을 통해 ‘노인 연령 조정’을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노인 연령 조정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역시 올해 2월부터 학계 및 대한노인회, 한국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와 함께 노인 연령 조정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한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늦어도 5월까지 노인 연령 기준을 얼마나 올릴지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노인 연령 기준 상향 논의 결과 발표 시점을 못 박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 "융통성 있게 기준 정하겠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인구정책 기본 계획'을 발표하며 새로운 복지 서비스를 도입할 때 노인 기준을 60~80세로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인 연령에 관한 사회 인식이 변하고 평균 수명 역시 과거에 비해 늘어난 만큼,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노인 기준을 개별 복지 사업에 따라 달리 정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는 “인구 감소 등으로 서울시의 세수(稅收)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노인 인구는 계속 늘어나 재정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며 “사업에 따라 융통성 있게 노인 기준을 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계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지 않은 문화 지원 사업 등의 경우, 노인의 기준을 만 70세나 80세 이상으로 정해 지원 대상을 축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 시민들은 노인 연령 상향에 대체로 찬성하는 추세다. 이숙자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국민의힘·서초2)이 지난해 12월 3~6일 50세 이상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인연령 기준 개선 및 노후복지 서비스 시민 인식'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4%가 노인 연령 상향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과반수가 노인 연령의 적정 기준은 70세 이상(59%)이라고 봤다.
노인 기준 상향하면 '재정 안정성' 따라온다
이처럼 정부·지자체가 나란히 노인 연령 상향을 위해 노력하는 배경에는 '재정 안정성'이 있다. 노인 연령이 상향 조정되면 노인 장기 요양 보험, 노인 복지 시설, 재가 노인 복지 사업, 치매안심센터, 노인 맞춤 돌봄서비스, 독거노인·장애인 응급 안전 안심 서비스, 경로우대제 등 각종 복지 제도에 투입되는 예산이 축소된다. 현재 만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치매 검진 사업, 치매 치료 관리비 지원 사업, 노인 일자리 및 사회 활동 지원 사업, 노인복지시설, 결식 우려 노인 무료 급식 지원 사업, 노인 여가 복지 시설 등도 영향을 받는다.
국민연금, 주택연금, 기초연금, 농지연금 등 각종 연금 정책도 변화를 맞게 된다. 특히 기초연금의 경우, 수급 시기 조정에 따라 정부·지자체의 재정 안정성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노인 연령을 70세로 상향하면 지난해 기준 7조6,700억원의 기초연금 관련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을 것으로 계산했다.
서울시가 경로 우대 차원으로 65세 이상 노인에게 제공하고 있는 ‘무임승차’ 혜택 역시 노인 연령 상향의 영향을 받는 제도다. 윤영희 서울시의원이 서울교통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교통공사의 법정 무임승차 적자는 4,135억원에 달했다. 이 중 상당 부분이 65세 이상 노인에게 제공하는 무임승차 혜택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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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경제 올해 1.5%, 내년 2.2% 성장
3개월 만에 2.1%서 0.6%P 하향
주요국 중 하락 폭 가장 가장 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종전 전망치보다 0.6%p(포인트)나 하향 조정한 것으로, 내수침체 장기화와 트럼프발(發) 관세전쟁 영향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OECD, 韓 성장률 1.5%로 낮춰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OECD는 전날 ‘중간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1.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OECD는 매년 2회(5~6월, 11~12월) 경제 전망을 하고, 3월과 9월에는 중간 경제전망을 통해 전망치를 수정한다.
이번에 발표된 수치는 지난해 12월 경제전망보다 0.6%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2.0%), 정부(1.8%), 한국개발연구원(KDI·1.6%) 등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기재부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최근 무역장벽 확대와 지정학·정책적 불확실성 증가 등으로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전망치도 함께 낮아졌다”며 “한국의 성장세는 유지되나 기존 예상보다는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OECD는 세계 성장률 전망치도 3.3%에서 3.1%로 하향 조정했다. 국가·지역별로 보면, 미국의 경우 관세율 인상 발효 등으로 성장이 둔화해 올해 2.2%, 내년 1.6% 성장을 전망했고 유로존의 경우 지정학·정책적 불확실성이 성장을 막아 올해 1.0%, 내년 1.2%의 성장을 전망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무역 개방도가 높은 점, 미국의 관세율 인상 등으로 부정적 영향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돼 캐나다는 올해 0.7%, 내년 0.7%의 성장, 멕시코는 각각 마이너스(-) 1.3%, -0.6% 성장할 것으로 봤다. 다만 중국은 관세의 부정적 영향이 정책 지원 강화로 상당 부분 상쇄되면서 올해 4.8%, 내년 4.4%의 성장을 전망했다.
한은 "관세전쟁 최악이면 韓 올해·내년 성장률 1.4%까지 하락"
OECD가 발표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한국은행이 지난달 말 수정한 경제성장률 전망치(1.5%)와 같다. 1.5%의 새 전망치는 지난해 11월 제시한 1.9%보다 0.4%포인트 낮은 것이자, 비상계엄 여파 등을 감안해 지난 1월 약식으로 재전망한 1.6~1.7%보다도 낮았다. 한은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 불확실성을 주요 변수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이 소비 심리 위축과 환율 불안의 원인이라고 본 것이다.
한은은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 기조 아래 추진 중인 주요 교역국 상대 관세 인상의 영향도 주시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최근 한은은 향후 관세정책 시나리오를 새로 설정하고 그 영향도 다시 평가했다. 한은이 13일 공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기본 시나리오'는 미국이 중국에 현 수준의 관세를 유지하고 다른 주요 무역 적자국에는 그보다 낮은 관세를 올해 중 부과하지만, 협상 진전에 따라 2026년부터 점진적으로 관세가 인하되는 경우를 가정했다.
하지만 관세전쟁이 더 심해지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한국 경제 성장률도 올해 0.1%p, 내년 0.4%p 더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기본 시나리오상 1.5%, 1.8%였던 성장률이 모두 1.4%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비관적 시나리오는 미국이 올해 말까지 중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 적자국에 관세를 높여 부과한 뒤 2026년까지 유지하고,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고강도 보복관세로 대응하는 상황이다. 한은은 "대미 수출 감소, 교역 둔화에 따른 여타국 수출 감소, 통상환경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국내 성장과 물가에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대로 미국이 중국에 현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주요 무역 적자국에 중국보다 상당 폭 낮은 관세를 매겼다가 2026년 모든 국가에 점진적으로 관세를 낮추는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올해와 내년 한국 성장률이 기본 시나리오보다 0.1%p, 0.3%p씩 높아질 것으로 기대됐다. 다른 변수들의 상황은 같은데 미국발 관세 충격이 생각보다 약하면 2025년 1.6%, 2026년 2.1% 성장이 가능한 셈이다.
주가·금리, 관세정책 미리 반영해 크게 떨어진 상태
한은은 미국의 관세정책이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도 점검했다. 트럼프 1기(2018∼2019년)의 경우 한국 증시 주가는 2017년에 국내 경기회복 기대 등으로 22%나 올랐다가 2018년 7월 이후 미국·중국 무역 갈등이 심해지면서 2019년 8월까지 14% 가까이 떨어졌다. 2018년 초까지 국내외 경기 개선과 글로벌 통화 긴축 기대 등으로 오르던 장기금리도 2018년 3월 이후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트럼프 2기에서 미국 관세정책이 국내 주가와 장기금리에 미칠 추가적 영향은 제한적으로 분석됐다.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 관세정책이 국내 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과 이에 따른 금리인하 기대가 미리 반영돼 주가나 금리 모두 상당폭 떨어진 상태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은 "주가의 경우 보호무역 강화,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정치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크게 하락해 밸류에이션이 장기 평균을 상당폭 밑돌고 있다"며 "조선·방위산업 등 미국 신정부 정책 수혜 업종의 실적 개선 기대가 큰 점도 주가의 추가 하락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금리와 관련해서도 "장기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상당 부분 선반영하고 있고, 올해 상반기 중 국고채 공급물량 확대가 예상되는 등 수급 요인도 금리 하락 압력을 일부 상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한은은 "미국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매우 크고 이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경계심도 큰 만큼 향후 미국의 관세정책 추진 과정에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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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 2개(#1, #2)에서 밝힌대로, 지난 2년 남짓 동안 조직의 글로벌화를 위한 리브랜딩에 굉장히 많은 시간과 자원을 낭비했다. 한국 시장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전체를 버리는 결정이 그 중 가장 내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선택인데,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은 바로 아래 2개의 글로 요약된 내부 보고서다.
한 줄 요약하면, SIAI로 가르쳐보니 한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만들어 내기가 어려운 걸로 보이고, 수익은 안 나오는데 비용만 많이드니,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한국 시장을 버리자는 것이다.
아쉬움이 남아서 지난 2년간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쳐봤지만, 모두 후회가 남는 선택들이다. 그들의 설명대로, SIAI는 한국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대로 SIAI가 한국에서 완전히 실패했다고 평가한다면, 동의하기가 좀 어렵다.
SIAI의 한국 도전과 성공과 실패
우선 SIAI가 한국에서 성공했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SIAI의 설립 목적은 고급 AI/Data Science 교육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다. 이 도전에 80명이 채 안 되는 한국인이 왔다가 현재까지 고작 10명 내외, 아마 앞으로 1-2년 더 졸업 지원을 해 준다고 해도 최대 20명이 안 되는 인력만 졸업장을 받아갈 것이다.
5년간 시간을 써서 겨우 20명 밖에 못 길러낸 현실을 숫자 그대로만 보면, 이 도전은 분명히 실패다.
다만,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점도 무시 못한다고 반박하고 싶다.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성공?
가구 브랜드로 유명한 한샘 전 회장님이 회사를 매각하고 남은 돈 중 약 3천억원 정도의 사재를 털어 2021년에 태재대학이라는 대학교를 만드셨다. 난 돈 없이 SIAI를 시작하느라 한국 교육부의 물적 요건을 충족시키는게 불가능했는데, 이 분은 평생 버신 돈을 털어 교육부가 원하는 조건을 다 충족시키느라 막대한 자금을 쓰신 것만으로 이미 큰 박수를 받으셔야 되는 분이다. 거기다 학비도 거의 안 받고, 학생들 교육을 위해 글로벌 명문대들에서 교수진을 모셔오고, 그 교수진들이 귀찮지 말라고 연구 요건도 삭제하셨다. 오직 교육에만 집중해라는 뜻일텐데, 얼마나 우수한 인재가 길러졌는지 아직 들은 바가 없어서 다른 평가를 내리는 것은 유보해 놓은 상태다.
그런 대학의 성공, 실패를 가늠하는 요건으로 교육 전문 컨설팅 경험을 두루 갖춘 한 국내 대학 교수님이 위의 링크에서 보듯이 아래의 3가지 조건을 내놓으셨다.
명성과 평판을 빠르게 형성해야 한다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해야 한다
이상적 수업 방식을 현실에 정착시켜야 한다
같은 관점에서 SIAI의 한국 도전을 평가하면, 1번 관점에서는 이미 SIAI 설립 이전부터 내가 쌓아놓은 브랜드가 있었다. 난 설립 직후부터 국내 주요 커뮤니티들에서 '네까짓게 무슨 해외 명문대냐'는 식의 온갖 질투에 시달릴만큼
AI/Data Science는 수학 모델링 직관이 우선이지, 코딩이 우선이 아니다
는 관점이 널리 알려진 상태였고, 성공적으로 논문을 낸 학생들은 다들 자기네 회사가 얼마나 한심하게 AI/Data Science를 '현실에 적용'하고 있는지 낱낱이 지적할 수 있는 글로벌 수준급 인재들로 성장했다.
성공 기준 1. 명성과 평판을 빠르게 형성해야 한다
심지어 논문을 못 낸 학생들 중에서도 본인 실력이 아니라 금전적인 문제,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그만두고 나간 경우에는 한국의 교육 수준이 얼마나 처참하게 엉망인지도 알게 됐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국내 대학원을 다니다가 도망왔던 경우도 첫 학기부터 사고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국내 대학원에 버린 돈이 아깝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들이 매우 많았다.
입학 시험부터 불합격하면서 질투를 가득 담아서 커뮤니티들에 악에 받친 글을 쓰신 분들이나, 첫 시험에 10점도 못 받고 울면서 그만두고 나간 분들도, 영미권 탑스쿨의 학부 수준 교육이 국내 대학원의 박사 수준 교육보다 강도가 높다는 사실을 대부분 깨달으셨을 것이다.
졸업생들, 졸업 직전인 학생들이 재직 중인 회사들의 시스템을 뜯어 고치고, AI/DS가 제대로 돌아가는 국내에 몇 안 된는 희귀한 회사로 이직하고, 서울시의 따릉이 관리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를 고치는 제안서를 내고, 회사가 딥러닝 엔지니어를 써서 못 푸는 문제를 SIAI 방식의 초저비용 해결책으로 특허를 내고, 외국 기업들의 전문 연구원 공고가 우리 학생들 논문이랑 어떻게 닮았고 등등을 서로 공유하는 모습을 보면, 적어도 이 그룹 안에서는 실패를 논하기는 어렵다.
우스개로 SIAI 욕하는 사람들 중에 위의 첫 학기, 첫 시험에서조차 A학점 기준인 70점이 아니라 C-학점인 50점이라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냐고 농담하고, 10점, 0점 등으로 '점수 치료'를 당해봐야 자기 주제 파악을 할거라는 농담을 학생들끼리 자신있게 할 수 있다는 점, 그걸 배아파만 할 뿐이지, 정작 자기가 시험쳐서 50점 이상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인재가 SIAI 밖에 1명도 제대로 없다는 사실은 적어도 명성과 평판에서 SIAI가 압승을 거뒀다고 평가해도 손색이 없을 부분이다.
성공 기준 2.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해야 한다
SIAI 설립 후 반 년쯤 지난 후에, 국내 커뮤니티들에서 SIAI는 교수가 누구냐는 질문들이 한참 돌았던 기억이 난다. 거의 대부분의 교육 과정을 내가 만들었다고 그랬더니, 온갖 음해, 조작, 비난으로 도배가 되더라.
그게 너무 어이가 없어서 위의 시험 문제 링크 예시와 같이 기출 문제들과 강의 노트들 일부를 공개했다. 물론 안타깝게도 그 교육 과정의 가치를 이해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보니 코끼리 다리 만지기 수준의 평가들만 오가던데, 예를 들어 경제학 가르친다고 놀림을 들었던
과학적 프로그래밍(Scientific Programming)은 최근에 중국의 딥시크가 계산비용 절감이 갖는 효과를 시장에 알리고 나서야 평가가 바뀌기도 했다. 난 그 수업 내내 수학적으로 계산 모델이 어떻게 바뀌고, 그에 따라 데이터 구조가 아떻게 변형되어야 하고, 때문에 계산의 정확도와 계산 비용 (전력,시간, 하드웨어 등)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설명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단지 기출문제를 좀 쉽게 풀 수 있도록 만들어줄려고 내 박사 전공인 Mathematical Finance에서 쓰는 Brownian motion 기반의 수식을 갖고 왔을 뿐이다. 복잡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계산이지만, 수식 변형, 데이터 변형이 계산 효율성 (정확도 vs. 계산비용)을 바꾸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잘 볼 수 있는 예시이기도 하고, 내가 평소에 쓰던 코드를 던져 줄 수 있어서 학생들의 코딩 부담이 확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근데 문제 상단의 Brownian motion의 Discrete time 수식과 콜-풋 옵션 가격 계산이라는 껍데기만 보고 다들 'AI 안 가르치고 경제학 가르친다'고 평가하더라.
위의 수업에서 FFT를 응용해서 흰색/검은색이 반복되는 데이터로 바꾸면 이미지 인식 계산을 얼마나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지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위의 논문은 딱 그 아이디어를 응용해서 시계열 데이터를 검은색/흰색 형태의 Frequency data로 변환하고, 거기서 특정 시장의 거시적인 트렌드 및 그 트렌드 밖의 이상 현상을 구분해내는 계산을 해 냈다. 어느 국내 커뮤니티에서 'SIAI의 MBA를 가느니 자살한다'고 그러던데, 저 논문은 MBA 학생의, 그것도 한국에서 이름 없는 학벌이라고 겸손해 했던 학생이 쓴 논문이다. 그 해 최고 논문상을 받았다.
굳이 설명을 더 한 이유는, 저 논문을 보고 논문 평가를 맡으셨던 KAIST 최호용 교수님이
혹시 네가 쓴 거 아니냐?
라고 질문을 하실만큼 논문의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태재대학교에서 얼마나 많은 교수진을 모아서 얼마나 참신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을 하고 있으신지는 모르겠지만, 글로벌 탑 저널에 논문을 내는데만 초점을 맞추고 연구에만 올인하는 국내 초명문대 교수가, 자기랑 학문적으로 대화되는, 한 때 동료였던 친한 동생이 학생 대신 써 준 논문이 아닌가하고 의문을 던질만한 수준의 논문을 학생들에게서 뽑아내는 교육 프로그램이라면 그 교육 프로그램은 성공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가격 경쟁력을 갖주겠다고 USD 26,000이라는 초저가에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았다면 나도 더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 같기는 하지만, 매우매우매우 많은 돈을 쓰지 않는 이상 내 눈 높이를 충족시키는 교수진을 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좀 자뻑을 하면, 난 박사 시절에 Math Finance 석사 과정 학생들에게 2년 연속 Best TA of the Year 상을 받았고, 두번째는 석사생들 전원이 3명까지 이름을 써 내도 되는 용지에 내 이름만 써 냈다고 학장이 나와서 비결이 뭔지 설명 좀 해달라고 한 적도 있다. 고급 수학이 들어가는 만큼 이해하기가 매우 어려운 과목들을 여럿 가르쳤는데, 어떻게 애들이 수학 가르치는 TA를 싫어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더란다. 난 내 스타일로, 언제나처럼, 눈 앞에 보이는 간단한 예시들을 갖고 와서 개념을 이해시키고, 기본 모델을 변형시킬 때마다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 (갑자기 비가 새서 책이 물에 젖어서 글자가 잘 안 보인다, 뒤의 몇 페이지는 온전히 살아았다, 어떻게 활용해볼까...)을 응용해서 수학 모델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연결시켜줬을 뿐이다.
내가 Best TA of the Year 상을 2번이나 받느라 너무 힘들다며 다음해부터는 TA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학장에게 부탁했던 것처럼, 아마 내 관점의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수진을 구하는 것, 그 교수에게 같은 스태미너를 계속 유지해달라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N명의 우수 교수진이 아니라,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을 확보해야 된다로 표현을 바꾼다면, SIAI의 도전이 성공이었다고 해도 충분히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공 기준 3. 이상적 수업 방식을 현실에 정착시켜야 한다
어쩌면 위의 2번과 겹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3번의 이유 때문에 N명의 우수한 교수진을 뽑기가 매우 어려웠다. 내 머리 속에도 같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돈 문제를 떠나서 선뜻 다른 교수들에게 연락을 하기가 힘들더라.
석·박 수준의 수학을 배제하고, 학부 고학년 수준 이하의 수학만 써서, 개념적으로는 꼭 필요한 주제들을 대부분 커버해야 되는데, Harvard, Stanford, U Chicago 같은 글로벌 초 명문대의 대학원에서 가르치는 내용들을 다 뜯어고쳐야 되니,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게 보통 난이도가 아니었다. 학생들이 강의 노트 이해가 안 되어서 검색해 볼 때마다 다른 학교 노트가 비슷한 예제로 나오더라면서 이걸 어떻게 다 만들었냐고 그랬었기도 하다. 논문의 벽을 넘지 못하고 떠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학·석·박 출신의 어느 대기업 관계자는 위의 Scientific Programming 수업 중에 계산 효율성(정확도 vs. 계산비용) 개념을 다루던 날
이런 것도 배운 적이 있나?
며, 날 경제학 출신이라고만 생각했던 생각이 잘못됐고, Mathematical Finance라는 박사 전공이 계산 과학(Computational Science)부터 경제학까지 다양한 학문을 모두 훑어야 되는 전공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하기도 했다. 정작 내가 가르치는 내용들은 모두 전공 과정의 보조 수업들에 불과했었고, SIAI에서 가르치는 일이 아예 없는 Stochastic calculus로 된 수식 풀고 시뮬레이션 돌리는 게 내 전공의 핵심이었건만.
질투꾼 가득한 국내 커뮤니티들에서야 내가 거의 대부분의 교육 과정을 한땀한땀 다 만든다고 하니 '네가 뭐가 잘났냐?', '한국인이 만든건데 엉망일 것이다' 등등으로 교육 수준을 폄하하는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걸로 알지만,
그냥 수식 전개와 개념 설명하라면 몰라도, 이렇게 실타래처럼 연결해서 개념이 어떻게 응용되는지를 가르치는 건 엄두도 못 낸다
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내 수업 부담이 너무 심하니 선배들이나 우리 유럽 동료들이랑도 같은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있지만, 강의 노트와 예시, 내 방향성을 듣고는 '너처럼 가르치는 사람 없어', 'Not everyone is like you'라며 고개를 돌렸다.
천만다행인 것은, 온라인으로 대학이 운영되면서 작년에 썼던 동영상을 올해 또 써도 큰 문제가 없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강의 노트를 계속 그대로 쓸 수는 없으니 3~4년에 한번씩은 업그레이드를 하긴 해야겠지만, 강의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인재가 흔치 않은만큼, 이상적인 수업 방식을 현실에 적용시키겠다고 N명의 교수들을 고용하는 것보다 소수의 교육 인재들을 활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교수 N명이 아니라, 자기가 배워야 하는 과목의 강의 동영상이니까.
위의 논리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내 기준으로는 최소 비용으로 위의 1,2,3번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IAI는 한국에서 실패했다
아집일지 모르지만, 내 반박대로라면 최소한 교육 과정의 수준이라는 관점에서 SIAI는 한국에서 '(대)성공'했다고 평가해야 한다.
자뻑을 한 발 더 나가면, 국내 대학들의 교육 풍토상, 내가 지난 몇 년간 쌓아올린 교육은 한국에서 앞으로 100년 동안 못(?) 나올 것이다. 정부 지원금 단 1원도 없이, 교육 3년 만에 1명도 아니고 10명이 글로벌 시장에서 B급 이상의 저널을 노려볼만한 졸업 논문을 내는 (박사도 아니고) 석사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대학교와 교수진이 그간 한국에 얼마나 됐나? 한국 기업들의 AI/Data Science 현실이 고개를 못 들 수준으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 글로벌 기업들의 눈높이가 어디에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최소 50명의 인재를 길러낸 교육 기관이 한국에 단 한 곳이라도 있나? 앞으로는 있을까? 교육 수준이 우선이 아니라 학생 유치를 통한 수익성이 우선인 대학, 대학 학령 인구가 매년 줄고 있는 나라에서?
위의 3개 논문은 아무리 겸양을 떨어도 글로벌 A급 저널에 투고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내가 논문에 욕심이 많은 학자였으면 학문적으로 더 욕심을 내보고 싶은 논문들이기도 하다. 2개는 Best Paper of the Year 를 각 2023년, 2024년에 받은 논문들이고, 3번째는 송정훈 박사가 욕심을 내길래, KAIST 최호용 교수님이랑 공동 저자로 논문 수준을 더 올려서 A 저널 (우리쪽 학자들끼리 쓰는 용어로 최상위권 저널을 지칭하는 용어)을 시도하고 있는 걸로 안다. 논문의 가치를 볼 수 없는 까막눈이라면 A 저널에 논문내는 교수들을 수소문해 찾아가 직접 질문해보셔도 좋다.
반대로 그간 내가 봤던 국내 명문대(?) AI/DS 전공자들은 A/B Test에서 $n_1$과 $n_2$ 비율이 달라지는 것의 함의도 설명 못하고, 한 쪽이 극단적으로 쏠리면 Normal distribution이 아니라 Poisson distribution 기준으로 검정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간단 논리조차 제대로 이해하는 경우가 없었다. SIAI에서는 신입생들 입학 전에 수학/통계학 복습 차원에서 제공해주는 콘텐츠에 지나지 않는 내용이다. 그러니 눈쌀이 찌푸려지는 논문, 발표를 들어주는 시간 낭비가 아까워 중간에 멈춰버리도록 만드는 논문, 학부생들 기말 레포트 수준도 안 되는 논문들만 쓰는데도 졸업시켜주는 방식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겠지.
이렇게 교육 수준으로는 한국 시장 정도에서는 경쟁자를 찾을 수 없는 압도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SIAI는 한국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이 대학은 잘 될까? 그런데 여기서 대학이 잘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대학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원론적 논의는 하지 않겠다. 단적으로 보면, 많은 학생이 가고 싶어 하는 대학이면 잘 된 대학이다. 즉, 태재대학이 잘 될지는 학생 입장에서 탐나는 대학인지에 달려있다.
난 한국 시장에 SIAI에 대해 얼마나 많은 수요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내 눈에 보이는 건 질투하는 분들의 황당하고 어이없는 음해, 조작, 공작 댓글이 아니면 SIAI에 지난 2021년부터 찾아온 80명 좀 안 되는 학생들이 전부다. 질투꾼들이 사실은 '어둠의 팬클럽'이라고 누군가 농담하기는 하던데, 적어도 내 눈엔 SIAI를 '학생 입장에서 매우 탐나는 대학'으로 만드는데 실패했다.
잘 가르치면 학생들이 안 오죠
라던 어느 노(老) 교수님의 충고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일지, 단순히 내 마케팅 역량의 부족인지, 질투꾼들에게 무시당하는 작은 기업을 운영하던 탓에 내가 너네한테 질투나 당할 급이 아니라는 걸 각인시켜주는데 실패했기 때문인지, 고작 Stepwise regression을 Tree로 하는 걸 만들어놓고는 AI투자 알고리즘이라고 사기를 치는 공돌이의 민낯을 해부해버렸더니 댓글부대와 어설픈 S대 공대 박사생들 따위를 모아와서 날 가짜라고 힐난하던 어느 3류들의 악에 받친 여론몰이에 당했기 때문인지, 한국 사회의 고착화된 대학 서열 구조가 궁극적인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백보 양보해서 밖에는 수천명의 학생들이 SIAI에 가고 싶기는 하지만 첫 과목부터 F학점 받을 것 같아서 '주제 파악을 하고', 무서워서 안 오는 걸지도 모르겠(다고 희망 회로를 돌려 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는 유럽 동료들의
Why waste time in Korea?
라는 한 줄 힐난을 반박하는데 실패했다.
앞으로 몇 년 더 지나서 GIAI가 글로벌 프로젝트에 SIAI 한국 졸업생들을 투입시키고 억대 연봉을 받는 걸 눈으로 보여주면 상황이 달라질까? 한국은 '대기업', '대기업', '대기업' 노래를 부르는 시장인데? 설령 많은 학생을 받는다고 해도, 어차피 수학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식 교육, 사고방식을 극복하고 '탈한국'을 해 내는 소수의 인재들만 살아남는 교육인데? 아니, 'AI투자 알고리즘' 따위의 용어로 사기나 치는 인간들이 투성이인 나라인데? 그들 네트워크가 똘똘 뭉쳐 날 몰아내는 멍석말이에 동조나 하는 3류 인터넷 여론의 나라인데? 아마 '저기 입학만 하면 무조건 네이버 AI 엔지니어 되는 곳'이라는 식이었으면 한국에서 (내가 매우 싫어하는 학생 집단에게) '매우 탐나는 대학'이 되었을 것이다. 정작 나는 거긴 API나 붙이는 코딩 개발자들 모임이라고 생각해서 우리 SIAI 졸업생이 거기 가면 부끄러울 것 같은데 말이지.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교수 N명이 아니라, 자기가 배워야 하는 과목의 강의 동영상이니까.
라는 내 철학을 넘어서,
교수 N명이 중요한 대학교
를 만들자고 초점을 바꿨다.
이미 교육 프로그램은 고급으로 뽑힌 상태고, 한국에서는 이걸 팔기가 어려웠을지 몰라도, 유럽에서는 얼마든지 팔 수 있을 것 같다, 팔리는 네트워크 쌓는데 집중하자, 상품은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팔리는 시장을 찾아가야 한다, 교수들 끌어모아서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식으로 SIAI 2.0를 새롭게 디자인하자고 결정하게 된 것이다. 교육 수준은 이미 글로벌 최상위권이니까, 제일 힘든 부분을 만들어 냈으니까, 나머지 퍼즐을 잘 채워넣으면 충분히 글로벌 최상위권 대학을 만들어 낼 수 있단다. 과연 그럴까?
저 친구들이 SIAI를 유럽에서 얼마나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게 만들지 나는 잘 모른다. 잘 키워서 내가 뿌린 씨앗이 꼭 열매를, 그것도 무럭무럭 맺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SIAI가 한국에서 실패하지 않았으면 GIAI의 리브랜딩도 지금보다는 좀 더 한국 시장에 존중이 들어갔었을 것 같고, 그럼 우리나라도 유럽에서 얻은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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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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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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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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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관세 부과 강행 가능성
10% 관세 부과 시 수익성 내기 어려워
강성 노동조합 문제도 경영에 리스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한국GM 철수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GM 한국 사업장이 사실상 미국으로의 수출 기지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관세가 현실화하면 치명타를 받을 수 있어서다. 다만 이번 철수설에는 관세 부과와 같은 대외적 변수 외에도 ‘국내 제조업 환경 악화’라는 대내적 요인도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양상이다. 경직된 임금 체계로 인한 노동생산성 악화, 노사 갈등 심화를 비롯한 복합적인 요인 때문에 한국 철수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는 요지다.
GM 철수 악몽 시달리는 창원·부평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를 25% 부과하겠다고 밝힌 이후,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관세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공장 이전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95%에 육박하는 한국GM은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 시장 내 경쟁력이 약화돼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GM의 지난해 전체 판매량 49만4,072대 가운데 국내 판매량은 5% 수준인 2만4,824대에 불과했다. 이는 한 달 평균 2,000여 대 수준으로, 수입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 BMW보다 적다. 한국GM에서 만든 차량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 없이 미국으로 수출되는데, 고율 관세가 시행되면 GM 입장에선 굳이 한국에서 생산 공장을 돌릴 이유가 없어진다.
이 때문에 현재 남아 있는 한국GM 사업장의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한국GM 창원공장의 한 직원은 “최근 한국GM 철수설이 지속적으로 거론되면서 수시로 관련 뉴스를 확인하게 된다”며 “창원공장에는 군산공장 폐쇄 후 수개월간 실직 상태였다가 합류한 인력들이 있는데 과거 군산공장의 폐쇄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 철수설에 예민하다”고 전했다. 부평공장 역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부평공장의 한 직원은 "드러내놓고 말할 수는 없어도 GM이 언제든 철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 이후 술자리 등에서 미래를 걱정하는 젊은 직원이 많아졌다"고 했다.
창원공장은 2018년 군산공장 폐쇄 당시 동반 폐쇄 우려가 컸지만, 정부의 중재로 GM이 부평·창원 공장 두 곳만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하면서 간신히 존속한 상태다. 당시 창원공장은 2개 조립부를 하나로 통합하고 희망퇴직을 받는 등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후 한국GM은 2019년부터 창원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2022년부터 트랙스 크로스오버 생산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며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듯했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맞물린 데다 전기차를 포함한 신규 생산 계획도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낮은 생산성에 툭하면 파업, '파행적 노사관계'
한국GM 철수설이 다시 불거진 데는 한국의 임금 체계, 노동생산성 악화 등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기업들은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 저하에 주목하고 있다. 공익재단법인 일본생산성본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시간당 노동생산성(53.3달러)은 37개국 중 33위로 최하위권 수준을 기록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동생산성이 낮은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며 “무엇보다 성과와 무관하게 호봉제 중심의 경직된 임금 체계로 인한 생산 비효율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산성 향상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성과·직무 중심의 연봉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한데 이 같은 제도가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파견근로가 대부분 법적 제한 없이 활용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사용 사유와 기간 모두 엄격히 제한되는 점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재계는 원도급·하도급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한 경쟁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를 불법 파견으로 간주해 협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강성 노동조합도 제조업 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외국 기업 임원들이 늘 지적하는 한국의 노조 문제는 한국GM도 예외가 아니다. 앞서 카허 카젬 전 한국GM 사장은 한국 투자 방해 요인으로 '파행적인 노사관계'를 꼽으며 "노사 문제가 없는 중국에선 경영에 전념할 수 있어 전기차 혁신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GM 납품업체 한 관계자는 "군산공장 폐쇄를 겪어본 입장에서 한국GM 노조의 행보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며 "외국계 회사가 철수 결정을 내린 뒤에는 막을 방법이 없다는 현실을 노조가 직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GM 창원공장의 트랙스 크로스오버 생산라인/사진=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지역 경제 타격 "7년째 혹독한 겨울"
문제는 한국GM의 철수가 지역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2023년 한국GM의 매출액은 13조7,340억원, 영업이익은 1조3,506억원을 기록했으며, 인천 지역내총생산(GRDP) 117조원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부평공장에서만 9,0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사무직과 연구직, 협력사 직원 등을 포함하면 수십만 명의 고용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창원공장 역시 협력사를 제외하고 2,8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여기에 2·3차 등 전체 협력사 인력까지 포함하면 수만 명에 달한다.
업계에선 한국GM이 철수한다면 협력사들이 줄도산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인천 부평구의 국가산업단지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부평국가산업단지에 수많은 자동차 관련 업체들이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매출의 70% 정도는 한국GM과 관련된 것”이라며 “한국GM이 철수하게 되면 이곳의 수많은 부품업체가 말라 죽을 것이고 주변 상권 역시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GM의 철수는 창원·부평뿐만 아니라 경남과 인천 전체 지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2018년 2월 한국GM이 급작스럽게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이후 해당 공장에서 일하고 있던 1,800여 명의 근로자와 수많은 협력업체·근로자들이 큰 어려움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군산공장 근로자와 협력업체 직원 3,000여 명이 실직했고 군산시 전체 인구 중 25%가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는 기록도 있다. 공장 근로자뿐만 아니라 가족, 협력업체, 인근 식당 등 자영업자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봤다.
한국GM 공장 폐쇄는 군산 지역 제조업 생산에도 영향을 줬다. 군산시가 제공한 데이터(2015년 기준년가격 기준)에 따르면 2017년 3조3,258억원이었던 군산시의 지역 내 제조업 생산액은 2018년 3조1,246억원, 2019년 2조8,776억원, 2020년 2조7,085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했고 2021년에도 3조532억원으로 공장 폐쇄 이전 숫자를 회복하지 못했다. 약 7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군산공장 폐쇄의 여파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박승규 국립군산대 금융부동산경제학과 교수는 "한국GM의 공장 철수는 단순히 근로자 몇천 명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관련 산업과 근로자들의 소비까지 군산 경제의 기틀이 되는 하나의 큰 기둥이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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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비트코인 '보유 외환'으로 인정 않는다
ECB, 체코의 비트코인 준비금 편입 제지하고 나서
비트코인 비축자산으로 지정한 美에서는 '잡음'
한국은행이 비트코인의 외환보유액 편입 가능성을 전면 부정했다. 비트코인은 여타 자산 대비 불확실성이 크고, 글로벌 외환보유액 산정 기준에도 맞지 않아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비트코인 경계하는 한은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은은 차 의원의 서면 질의에 “비트코인의 외환보유액 편입에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까지 비트코인의 외환보유액 편입에 관해 논의하거나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최근 야권에서 관련 아이디어가 제시된 이후 첫 공식 입장 표명이다.
한은은 “가상자산 시장이 불안정해질 경우 비트코인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거래 비용이 급격히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높은 만큼, 보유 외환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월 1억6,0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5,000만원 가까이 빠지는 등 급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비트코인은 글로벌 외환보유액 산정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외환보유액을 산정하는 핵심 기준으로는 △유동성·시장성의 유무 △태환성(교환성) △적격 투자 이상 신용등급 등이 꼽힌다. 비트코인이 이 같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상, 한국은행이 비트코인을 외환보유액으로 편입하더라도 해외에서 이를 대외 안전판으로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ECB도 부정적 입장 표명
유럽중앙은행(ECB)도 한은과 유사한 견해를 드러냈다. 지난 1월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ECB의 일반이사회와 정책이사회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같은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지급준비금은 유동적·안정적이고 안전해야 하며, 돈세탁 의혹이나 기타 범죄 행각에 오염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트코인이 ECB 일반이사회에 참가하는 국가의 중앙은행 준비금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라가르드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알레시 미흘 체코 중앙은행 총재가 자국 중앙은행 준비금의 약 5%로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방안을 제안한 가운데 나왔다. 체코는 유로화를 쓰지 않지만 유럽연합(EU) 소속이기에 ECB 총재의 재무 조언을 받으며, 라가르드가 주재하는 ECB 일반이사회에 참석한다. 라가르드 총재는 "(미흘 총재와) 좋은 대화를 나눴다"면서 "중앙은행 준비금은 안전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다. 사실상 ECB가 직접 나서 체코 중앙은행의 비트코인 매입을 제지한 셈이다.
'친비트코인' 노선 펼치는 美, 시장 의심 확대
각국 중앙은행이 비트코인에 대한 보수적 태도를 견지하는 것과 달리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비트코인을 미국의 전략 비축자산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 재무부는 민·형사상 자산 몰수로 획득한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현재 미국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약 20만 개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트코인 외에도 리플, 이더리움, 솔라나, 카르다노 등을 전략 자산으로 비축할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이번 지정에서는 제외됐다.
문제는 시장이 이 같은 미국 정부의 행보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일부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백악관이 리플과 솔라나, 카르다노 비축을 검토하는 데에 행정부의 인공지능(AI)·가상화폐 정책 총괄자 데이비드 색스가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가상화폐 투자 목록이 색스가 행정부 합류 전에 투자했던 가상화폐 펀드 구성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색스는 가상화폐 자산을 모두 처분해 이해 충돌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장의 의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들이 가상화폐 업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문제로 지목된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과 차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은 암호화폐 플랫폼 업체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에 적을 두고 있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이 설립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 운영 업체 역시 최대 2억5,000만 달러(약 3,645억원)를 가상화폐를 포함한 자산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미국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을 부양하면 자연히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자산도 늘어나게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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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적기시정조치 가능성 대두 “새 회계제도 연착륙에 시간 필요” 취약한 수익 구조 대비 높은 몸값
손해보험업계 7위 롯데손해보험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금융당국의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달부터 진행된 수시검사 이후 금융감독원은 롯데손보에 상반기 내 자본 확충을 마무리할 것을 주문했다. 롯데손보는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이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매각 장기화에 대한 우려 또한 짙어지는 양상이다.
기본자본 K-ICS 비율 최하위 수준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달 5일부터 이달 5일까지 롯데손보의 건전성을 살펴보기 위해 수시검사를 진행했다. 롯데손보의 건전성이 부실 직전 수준까지 악화해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손보의 경과조치 후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 킥스)비율은 11.1%로 18개 손보사 중 MG손보(9.3%)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계약자가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회사가 이 금액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킥스 비율은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 지표로 활용된다. 롯데손보의 경우 킥스 비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달 롯데손보 수시검사와 관련해 “킥스 비율이 불안정한 보험사가 결산 시 추정치를 낙관적으로 조정하는 경우가 있어 롯데손보가 이에 해당하는지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달 13일에는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과 이은호 롯데손보 대표를 비롯한 금감원·롯데손보 주요 임직원이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롯데손보 측에 상반기 내 자본 확충을 마무리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1분기 결산 때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일정 수준을 밑돌면, 자동으로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적기시정조치는 부실 금융회사에 금융당국이 내리는 강제 경영개선 조치다.
롯데손보 측은 최근 2년 사이 예상치 못한 IFRS17 도입 등으로 건전성이 나빠진 만큼 연착륙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회사 펀더멘털과 경영상 문제가 없는데 제도 변경에 따른 영향으로 적기시정조치를 내리는 것은 과도하지 않나 싶다”며 “예측하지 못한 변화를 고려해 경과조치 등 충격을 분산 흡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 인수 가능성에 시장 예의주시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건전성 악화가 롯데손보의 경영권 매각 장기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전망이 일치했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우리금융 매각이 최종 무산된 이후로 상시 매각 체제 상태다. 현재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7년 가까이 이어져 온 최근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 리스크를 해결하고 금융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교보생명이 꼽힌다.
교보생명은 이달 초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이 각각 보유한 자사 지분 9.05%, 4.5%를 SBI그룹, 신한투자증권 등에 매각(주당 23만4,000만원)하기로 합의했다. GIC의 지분을 인수한 신한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특수목적법인(SPC)의 실질적 인수 주체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인 만큼 이번 거래를 통해 교보생명은 안정적인 경영 체계를 구축했다는 게 업계 전반의 평가다.
그간 신 회장은 숙원사업으로 금융지주 설립을 추진해 왔던 신 회장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기업공개(IPO)와 M&A(인수합병)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생명보험업만으로는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조대규 교보생명 대표 또한 지난해 5월 금감원 간담회에 참석해 “손보사 인수는 지속적으로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다.
현재 M&A 시장에 나온 손보사 매물로는 롯데손보와 MG손보가 있다. 다만 MG손보는 노조의 극심한 반발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메리츠화재도 손을 뗀 만큼 교보생명이 당장 인수를 타진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교보생명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롯데손보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대 주주 JKL파트너스는 2조원대 몸값 고수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가운데, 주된 걸림돌로는 높은 몸값이 꼽힌다. 롯데손보의 최대 주주인 JKL파트너스의 희망 매각가는 2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롯데손보의 취약한 수익 구조를 고려하면 2조원에 달하는 몸값은 과도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지난해 상반기 롯데손보는 66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는 직전 반기 대비 18.4% 감소한 수치다.
이 같은 이익감소의 배경에는 투자이익 감소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롯데손보의 운용자산순이익률은 0.37%로 전체 손보사 평균(2.18%)을 크게 밑돌았다. 이와 관련해 롯데손보 관계자는 “운용자산 중 유가증권 비중이 81%에 달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수익증권의 비중이 높아 이익 변동성이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사업 구조가 과거 롯데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위탁받은 퇴직연금보험 및 일반보험에 치우쳐 있다는 점도 우려의 대상이다. 2023년 말 기준 롯데손보의 일반보험 총 계약 물량의 약 30%가 롯데 계열사 계약 물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총자산의 49%에 달하는 퇴직연금 적립금 가운데도 계열사 물량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물량이 단기간 내 빠져나갈 경우,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악화한 자산건전성 역시 원매자들의 인수전 참여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롯데손보의 가중부실자산 비율(가중부실자산/총자산)은 0.82%로 업계 평균(0.29%)을 크게 웃돌았다. 보험사의 중요 지표인 유동성 비율에서도 520.85%를 기록하며 업계 평균치(805.49%)를 밑돌았다. 절대 수치가 낮은 건 아니지만, 여타 보험사에 비해 일시적 자금부족 위험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롯데손보 인수의 경우,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은 편”이라고 짚으며 “매각가를 1조5,000억원 안팎으로만 잡아도 여러 금융지주가 달려들겠지만, JKL파트너스가 2조원대 이상을 고수하면서 원매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JKL파트너스는 2019년 3,734억원을 투자해 롯데그룹으로부터 롯데손보 주식 7,182만 주를 사들였고,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77.01%까지 늘렸다. 총 투입금액은 약 7,3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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加 신임 총리 첫 해외 일정 유럽 방문
G7 외무장관 회의 캐나다 연대 뚜렷
동맹국에 적대적 美, 경기 침체 가속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관세 위협이 갈수록 그 수위를 높이면서 캐나다와 유럽을 중심으로 ‘반(反) 트럼프 연대’가 구축될 조짐이 포착됐다. 국제적 긴장 속에서 새로 취임하는 마크 카니 캐나다 신임 총리는 첫 해외 순방으로 프랑스, 영국을 찾으면서 새로운 무역 관계 구축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캐나다-EU 포괄적 경제무역협정 강화
16일(이하 현지시각) 캐나다 총리실 성명에 따르면 카니 신임 총리는 이날부터 오는 18일까지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을 방문할 예정이다. 먼저 파리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동한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캐나다와 유럽연합(EU)의 포괄적 경제무역협정을 토대로 경제, 무역, 국방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공동의 조약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이후 카니 총리는 런던으로 넘어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만난다. 이들은 대서양에 걸친 안보 강화와 양국 간 강력한 무역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카니 총리의 영국, 프랑스 방문은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으로, 최근 미국과 관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캐나다가 유럽과의 연대를 본격화하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는 원주민과 프랑스인, 영국인의 연합 위에 세워졌다”며 “이번 유럽 방문을 통해 가장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두 파트너와의 무역, 상업 및 방위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캐나다의 이번 움직임은 최근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추진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그들(캐나다)이 가진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다”며 “솔직히 말하자면, 캐나다는 주(州)로서만 일한다”고 말했다. 저스틴 트뤼도 전임 캐나다 총리에게 “관세를 내기 싫다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면 된다”고 압박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발언이다. 이튿날인 14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캐나다산 자동차, 목재 등이 필요하지 않다”며 관세를 앞세워 캐나다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같은 시기 캐나다 퀘벡주 라말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에서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독일의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무장관과 유럽연합(EU)의 카야 칼라스 외무장관은 14일 회의에 각각 흰색 옷과 빨간색 옷을 입고 참석해 캐나다와의 연대를 시사했다. 안토니오 타자니 이탈리아 외무장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매우 명확하다”며 “캐나다는 미래의 캐나다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국제사회 공감대와 동떨어진 트럼프의 독주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 G7을 한국, 러시아, 인도 등을 포함한 G11으로 확대 개편하는 구상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2020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은 G7 회의를 앞두고 “7개 국가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적절히 대표한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이는 아주 낡은 국가 모임”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중국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전통적 동맹들을 함께 모으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배경을 밝혔다.
영국과 캐나다는 러시아를 포함한 G7 확대에 즉각 반대의 뜻을 밝혔다. 러시아는 1997년부터 G7에 가입해 G8 체제에서 활동하다가 2014년 크림반도 합병에 대한 국제제재로 이 모임에서 배제됐다. 영국과 캐나다는 크림반도 합병 등 다수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만큼 러시아를 초청할 이유가 없다고 반발했다.
심지어 러시아마저 미국 주도의 반중 연대 구축에서 발을 뺐다. 마리야 자하로바 당시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G7이 낡은 체제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러시아의 참여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중국의 참여 없이는 세계적 중요성을 가진 진지한 일들을 완수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도 G7 회의 불참을 선언하며 G11 확대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당시 메르켈 전 총리 측은 코로나19 위기로 참여할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G7에 대한 불신감과 유용성에 대한 회의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로 파행을 겪어 온 G7이 일찌감치 연합체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진단이 나오는 배경이다.
효율 최적 상태 놓인 중국, 반사이익 기대
트럼프 대통령의 거침없는 행보가 자국의 경기 침체를 가속하는 수준을 넘어 경쟁국인 중국의 성장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월가 대형 투자자문사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글로벌 정책 및 중앙은행 전략 책임자는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들에 점점 더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결국 중국에 이익이 될 것”이라며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임기 동안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것들을 약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 덕에 스위트 스폿(Sweet spot)에 놓이게 됐다”고 진단했다. 스포츠에서 라켓이나 배트 등으로 공을 칠 때,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원하는 방향으로 멀리 빠르게 날아가게 만드는 최적 지점을 가리키는 스위트 스폿은 경제 분야로 넘어오면서 ‘효율성이 좋은 최적의 상태’를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미국과 동맹국의 갈등 속에서 중국이 막대한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란 의미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가 이미 현실화했고 앞으로 더 많은 관세가 부과될 계획이지만, 미국과 EU가 본격적인 무역전쟁을 시작하면서 미국과 EU 양측이 상당한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구하 책임자는 내다봤다. 그는 “미국은 여전히 EU의 가장 강력한 파트너이지만, EU 역시 큰 시장이고 미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모두를 위한다면 그런 상황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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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즉각 보복관세"와 달리
英·獨·멕시코 등은 설득·존중
佛,'유럽 군사 자립' 맹렬한 행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 전쟁이 격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주요국 리더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트럼프식 외교에 대처하고 있다. EU(유럽연합)와 캐나다는 즉각 보복에 나선 반면 멕시코는 보복 조치 대신 협상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특히 영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매드 맨(mad man)’ 전략에 대응하는 냉철한 리더십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英 스타머, 美·EU 중재 역할
16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약 30개국 정상들과 영상회의를 한 뒤 "우리는 잠재적 합의를 지원하기 위해 실질적인 작업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며 "이제는 작전 단계(operational phase)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참여국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추가 제재 등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최대치로 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외교 전문가들은 EU 탈퇴(브렉시트) 이후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이 미약했던 영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일으키는 글로벌 지정학의 급변동 국면에서 미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며 강력한 리더십을 부활시키고 있고 평한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스타머 총리가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스타머 총리가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에 비견되는 능숙하고 결의에 찬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며 그를 '윈스턴 스타머'라고 칭하는 등 극찬에 가까운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워싱턴에서 찰스 국왕의 편지로 트럼프 대통령을 매료시키며 영국을 관세 폭격의 과녁에서 벗어나게 했고, 런던에서는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한 계획을 세워 유럽 동료들의 규합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딱딱하고 내성적인 듯한 그의 성향이 국내 정치에서는 단점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외교에서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타머 총리의 이 같은 성격이 중재자 역할에서 강점으로 작용해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엇갈린 관계를 풀며 임시 휴전 제안을 이끌어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 유럽을 상대로 한 스타머 총리의 노련한 리더십은 각국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달 2일 스타머 총리는 전후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에 협력할 의지가 있는 유럽 및 영연방 국가들을 규합해 런던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의지의 연합'을 발족하기도 했다.
또한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부과한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보복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EU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장기적으로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성사시키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하에 설득을 통해 통상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스타머 총리의 지지율은 실용주의 노선과 유럽 내 안보 협력 강화를 추진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30%(8일 기준)로 2월 말보다 7%포인트 올랐다.
강경·협상·신중 대응 방식 주목
영국 외 다른 주요국 리더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의 기술'에 맞선 '협상의 기술'로 대응하고 있다. 독일의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EU 자강론을 내세우는 등 트럼프 대통령에게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메르츠 대표는 대규모 국방비 지출을 위해 기본법(헌법)의 엄격한 ‘부채 브레이크’의 예외를 인정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안보에서 손을 떼겠다며 협상 수단으로 삼고 있는 데 대응해 ‘강한 독일’을 만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북미 지역에서도 리더들의 전략적 접근법이 주목받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며 국민적 지지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상대 진영에서 ‘얼음여왕’이라는 별명을 붙일 만큼 정치적 약점으로 여겨졌던 냉철한 스타일이 트럼프 대통령 대처에서는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모습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신임 총리는 경제 전문가 경력을 내세우며 경제 위기 속에서 안정적인 정책 운영을 예고해 86%의 득표율로 당 대표 및 캐나다 차기 총리로 뽑혔다. 14일 신임 총리로 취임하는 카니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의 주권을 존중한다면 만날 의향이 있다며 손을 내미는 실용주의 면모도 보였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존재감 부각
유로존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의 지도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때 국내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던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들어 국제 무대에서 활발한 외교 활동을 펼치며 유럽의 중심인물로 자리 잡았다. 최근 그는 유럽 각국 지도자들을 파리로 초청해 회의를 주재하는 한편, 워싱턴을 방문한 뒤 런던으로 향하는 등 분주한 외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는 유럽이 군사적으로 자립해야 한다는 주장의 선봉에 서게 됐다는 평가다.
마크롱 대통령은 과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 그의 발언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NATO를 외면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마크롱의 주장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 외교 및 군사적 대응도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뮌헨 안보회의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유럽을 신랄하게 비판하자, 마크롱 대통령은 즉각 대응하며 유럽 지도자들을 파리로 소집해 논의를 이끌었다. 그는 또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뒤, 그 결과를 EU 지도자들에게 직접 브리핑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줄곧 주장해 온 유럽의 방위력 강화도 현실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 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으며, 영국과 프랑스에 이어 덴마크도 파병 의사를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1일 유럽 30개국의 군 지도자들을 파리로 초청해 추가적인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또한 그는 프랑스의 핵무기를 유럽 국가들과 공유하는 방안도 논의하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그동안 독립적인 핵전력을 유지해 왔지만, 이번 논의는 프랑스를 유럽의 지도 국가로 자리매김하려는 마크롱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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