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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본 노골적 ‘한국 기업사냥’, 시장 잠식·기술 유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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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기업 특허 및 판매망 확보가 목적
미국 생산시설 갖춘 업체 주요 타깃
기술 중심 中 경제 구조조정과 일치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중국 자본이 하나둘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예고하며 수출에 차질이 예상되자, 이를 우회할 생산기지로 한국 기업을 점찍은 모양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반도체 등 첨단 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점점 더 거세게 일고 있어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 또한 짙어지는 양상이다.

발길 뜸한 M&A 시장, 중국 자본은 꾸준히 탐색전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재개된 CJ제일제당 그린바이오 사업 매각전에 중국 매화그룹과 광신그룹이 유력 인수 후보로 부상했다. 애초 국내 독립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인수할 것이란 시각도 있었지만, MBK는 홈플러스 기업회생(법정관리) 개시와 관련한 책임론에 휩싸이면서 사실상 모든 투자가 중단된 상태다.

중국 업체들은 CJ제일제당이 미국 아이오와주에 구축한 그린바이오 생산설비를 탐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 세계 그린바이오 업체 중 미국 현지 설비를 갖춘 곳은 CJ제일제당이 유일하다. 미국 외에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 바이오 생산시설을 두고 있어 지역별 수요 변화에 맞춰 공급망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HS효성첨단소재 타이어 스틸코드 매각전도 주요 격전지다. 업계에 의하면 최근 진행된 HS효성 타이어 스틸 예비입찰에는 10곳 이상의 글로벌 PEF와 철강사 등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특히 중국 대형 철강사의 경우 가장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내수 건설경기 부진과 미국의 관세 폭탄이라는 이중고를 벗어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에스테틱 기기 제조 업체 클래시스 입찰에서는 대부분 인수 후보가 발을 뺀 가운데 중국계 PEF 힐하우스캐피털이 꾸준한 인수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클래시스가 보유한 특허와 해외 판매망 등을 겨냥한 행보다. 이 외에도 신세계그룹은 G마켓에 대한 대규모 손상차손 반영을 피하고자 알리바바그룹과 전자상거래 합작법인 출범을 결정했고,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중국 진출을 위해 안타스포츠와 손을 맞잡았다.

중국 자본의 한국 기업 인수 및 투자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례로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징둥팡(BOE)을 꼽을 수 있다. BOE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일본 기업들의 하청 업체에 불과했지만, 2002년 한국 현대전자의 액정표시장치(LCD) 자회사 하이디스를 인수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BOE는 하이디스로부터 습득한 기술을 이용해 2003년 6월 LCD 생산을 시작했고, 마침내 2017년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전 세계 대형 LCD 패널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 핵심 기술을 빼앗긴 하이디스는 정확히 4년 반에 부도처리 됐으며, 2008년에는 대만 영풍그룹(E-ink)에 팔렸다.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제조업에서 손을 뗀 하이디스는 특허 장사만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중국 거대 자본의 적극적인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산업 성장을 위한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자본 활용은 필수지만, 기술 유출과 임직원 반발 등 각종 부작용 또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한국 기업 인수 시도 배경을 잘 파악해 좀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도록 하고, 만약 매각하더라도 일부 지분은 남겨 기존 기업과의 고리를 유지하는 방안 등이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술 탈취 후엔 기존 인력 내보내기

중국의 노골적인 반도체 굴기도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를 짙게 만드는 요소다. 중국은 반도체 자립을 위해 2014년 1,387억 위안(약 26조7,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육성 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이후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2019년에는 2,042억 위안(39조3,000억원) 규모로 펀드 규모를 키웠다. 이렇게 조성된 거대 자금이 한국 투자와 기업 인수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특히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일대에서 R&D(연구개발)를 전개 중인 중국계 기업은 지난해 기준 최소 5곳 이상으로 파악됐다. 중국 시안(XIAN)시를 지칭하는 영문 사명을 기재한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A사, 홍콩 본점의 해외 영업소로 등기한 B사 등이다. 이들 기업은 등기부등본에 한국 내 제품 판매와 마케팅을 영위한다고 기재했지만, 실제로는 아날로그 회로 엔지니어 등 설계 인력을 대거 충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선 이 같은 사례들이 국내 산업의 경쟁력 저하를 불러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계 업체들 대부분이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하는 만큼 단기 성과를 요구하는 경향도 짙으며, 이 과정에서 영업비밀 침해나 기술 유출 등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직 과정에서 엔지니어가 과거 몸담은 기업의 기술 자료를 반출하는 경우도 빈번해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IT업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는 중국 최대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업체인 왕쑤커지(차이나넷센터)에 인수된 우리 기업 씨디네트웍스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씨디네트웍스는 2000년 5월 한국 회사로 출발해 2011년 일본 이동통신사 KDDI에 인수됐다. 이후 2017년에는 왕쑤커지로 적을 옮겼다.

씨디네트웍스 노조는 KDDI가 소유했을 때만 해도 투자와 운영이 독립적으로 이뤄져 기술 유출 우려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8년부터는 본격적인 ‘물갈이’가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왕쑤커지는 씨디네트웍스의 핵심 기술을 중국으로 이전하고, 전 세계에 포진한 직원들을 감원한 이후 그 자리를 중국인으로 채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씨디네트웍스 한국 직원은 왕쑤커지 인수 전인 2016년 248명에서 2023년 기준 55명으로 크게 줄었다.

기술 선진국과 협력 강화

산업계에서는 중국 자본이 한국 기업과 동행하려는 움직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갈수록 그 강도를 높이는 만큼 첨단산업에서 우수한 기술력과 인프라를 자랑하는 한국을 공급망으로 활용할 것이란 추측이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는 421건으로 투자액은 29억9,000만 달러(약 4조3,800억원)에 달했는데, 이 가운데 반도체와 이차전지가 80% 이상을 차지했다.

이런 공격적 투자 행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시한 경제 구조조정 방향과도 일치한다. 시 주석 체제에서 중국은 기존의 굴뚝산업을 정리하고 금융, 첨단기술,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경제체질을 바꾸는 데 주력하고 있다. 버나드 아우 IG아시아 투자전략가는 “한국은 중국과 거리도 가깝고 기술력까지 갖춰 중국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며 “중국으로선 자금사정도 넉넉한 만큼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환경이 충분히 갖춰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 또한 ‘미·중 갈등과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 및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자체적 원천기술 개발 노력과 함께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기술 선진국과 협력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중국으로서는 현재 자국의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자체 기술개발과 함께 국제 협력을 강화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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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트댄스 미국 대주주들, 틱톡 美 법인 인수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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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자자 인수 논의 급물살
미 현지 사업부 별도 법인 분리
중국 지분 20% 이하로 제한

중국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의 미국 사업 향방을 두고 백악관이 주도하는 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틱톡 미국법인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고, 중국 측 지분을 미국 법안에서 요구한 대로 20% 이하로 줄이는 방식이 유력시되는 분위기다.

美, 틱톡 현지 법인 나눠 자국 투자자 지분율 높이는 쪽으로 가닥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백악관이 주도하는 틱톡의 미국 내 미래에 대한 논의가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의 기존 미국 투자자들이 미국 사업을 인수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통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틱톡의 미국 법인을 분사하고 바이트댄스의 기존 미국 투자자들이 분사한 틱톡 미국 법인에 대한 지분을 높이는 대신 중국의 지분은 미국 법이 요구하는 20% 이하로 낮추는 안이다.

앞서 미국 연방 의회는 바이트댄스가 개인정보를 대규모로 수집하는 등 국가 안보를 위협할 우려가 있다며 지난해 4월 틱톡금지법을 제정했고 전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백악관에 복귀하자마자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내 틱톡 서비스 금지법 시행을 90일간 유예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금지령 제정을 지지했으나, 지난해 틱톡이 자신의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됐다는 이유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번 논의는 바이트댄스 이사회 멤버인 에프 야스의 서스쿼해나인터내셜그룹과 빌 포드의 제너럴 애틀랜틱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바이트댄스의 지분 60%는 블랙록과 제너럴 애틀랜틱, 서스쿼해나인터내셔설이 소유 중이고, 20%는 회사 설립자들이, 나머지 20%는 수천 명의 미국인이 포함된 직원들이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바이트댄스의 기존 주주가 아닌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도 이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오라클 등 기존 인수 참여자들 제의 무위로 가나

기존 미국 투자자들이 틱톡의 미국 사업을 인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그간 인수 제의를 했던 기업들의 행보도 무위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먼저 오라클은 미국 정부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수 의향 기업들 중 가장 오래도록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앞서 연초엔 오라클이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과 “틱톡을 살려서 활용하는 계획”에 대해 협력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뿐만 아니라 “외부 투자자를 통해 틱톡의 글로벌 운영을 효과적으로 통제한다”는 식의 구체적 운영방식도 흘러나왔다. 나아가 만약 계약이 성사될 경우 바이트댄스는 “회사의 소수 지분을 유지”하고, 오라클은 “알고리즘, 데이터 수집,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감독”하기로 역할 분담까지 계획할 정도로 구체적 협상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의 친구기도 한 래리 엘리슨이 이끄는 오라클은 이미 틱톡과 예전부터 파트너십을 맺고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인수협상설이 나왔다. 오라클은 이미 틱톡의 미국 내 사용자 데이터를 호스팅하고 있다. 또 ‘프로젝트 텍사스’ 계획에 따라 틱톡이 미국에서 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협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트럼프는 지난 1기 때인 2020년 틱톡을 금지하려고 시도했을 당시에도 오라클과 월마트 간에 틱톡의 지분 20%를 인수하는 조건의 거래에 서명하기도 했다.

美 퍼플렉시티·MS, 틱톡 인수 추진 도전장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인수 후보 물망에 오르내리는 기업이다. 최근에도 MS는 “틱톡의 미래에 어떤 방식이든 역할을 할 것”이라고 관심을 보였다. MS 역시 틱톡을 인수하려고 시도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 2020년 틱톡을 인수하고 미국 사업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한 바 있다.

인공지능(AI) 검색 분야 신흥 강자인 퍼플렉시티도 틱톡 인수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퍼플렉시티는 21일 자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틱톡을 인수하게 되면 알고리즘을 처음부터 다시 구축하겠다"며 "퍼플렉시티는 독점 위험 없이 세계적인 기술 능력과 리틀테크의 독립성을 결합하기에 최적의 존재”라고 강조했다. 퍼플렉시티가 틱톡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퍼플렉시티는 지난 1월에도 틱톡 인수를 제안한 적 있으나 당시 오라클, MS 등 빅테크들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다.

‘프로젝트 리버티’(Project Liberty)로 알려진 또 다른 투자자 집단도 틱톡 인수전에 나선 상황이다. 투자자 프랭크 맥코트가 이끄는 이 프로젝트에는 방송인이자 유명 유튜버기도 한 케빈 오리어리도 참여하고 있다. 애초 프로젝트 리버티는 틱톡금지법이 발효되기 전부터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유튜버 미스터비스트(Mr. Beast, 본명 지미 도날드슨)도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는 X(옛 트위터)에서 처음 틱톡이 잠시 멈췄을 때 “틱톡을 내가 매수해야겠다”고 농담처럼 말을 던졌다가 나중엔 실제로 인수 의사를 밝혔다. 최근 그는 이미 본격적인 인수 준비에 나섰는데, 전액 현금으로 매수할 것을 피력하며 주목받았다. 이와 함께 ‘Employer.com’ 설립자인 제시 틴슬리, 로블록스 CEO 데이비드 바주키 등 유명 글로벌 기업인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들은 이미 인수전에 대비해 200억 달러 이상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미국 투자자 인수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만큼 이들의 인수 제안이 현실화할지도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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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황폐해진 러시아 경제, 국유자산 민영화로 활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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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영기업 팔아 5조원 마련 예정
장기화한 전쟁으로 양국 경제적 피해 막심
"손해만 본 건 아니다" 헐값에 팔려나간 글로벌 기업 러시아 기지

러시아가 국유자산의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정부 차원의 지출이 급증하며 재정 상황이 위태로워지자, 자국 경제를 떠받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한 것이다.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며 수천억 달러 규모의 피해를 떠안은 우크라이나 역시 국유자산 매각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자금 확보 나선 러시아

23일(이하 현지시각) 미국의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러시아 정부가 7개 대기업의 지분을 매각해 3,000억 루블(약 5조2,02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장기화하며 경제에 막대한 충격이 발생하자, 국영 기업의 민영화를 통한 자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미국 펜타곤 추정치에 따르면 러시아의 전쟁 비용은 2024년 12월 기준 2,110억 달러(약 309조6,600억원)를 넘어섰다. 2024년 러시아 국방 부문에 투입한 예산은 국가 전체 예산 중 23%에 달한다.

정부 차원의 군사 지출이 급증한 러시아에서는 자연히 ‘군사적 케인스주의’ 효과가 발생했다. 군사적 케인스주의는 군사 지출을 늘려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을 일컫는 용어로, 영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가 주창한 ‘공공 지출을 통한 경기 부양 정책’을 차용한 개념이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경제 자원을 무기 생산에 집중한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독일, 프랭클린 루스벨트 집권 당시 전쟁 특수로 대공황에서 탈출한 미국 등이 군사적 케인스주의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독일과 미국의 전례처럼 러시아는 전쟁 발발 이후 주요 7개국(G7) 등 서방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선전했다. 에너지 수출 등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을 민간 기업과 방산 업체에 투입, 각종 무기와 장비 등 군수품을 생산하며 전시경제 체제를 운영한 결과다. 러시아의 경제 성장률은 2023년 3.6%, 2024년 4.1% 수준이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충격

문제는 러시아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화하며 군사적 케인스주의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점이다. 지난해 러시아가 떠안은 재정 적자는 3조 루블(약 51조9,100억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7%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이후 가장 큰 재정 격차다. 2022년 전쟁 첫해에 17.8%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2024년 12월 9.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교전국인 우크라이나 역시 경제적 위기에 직면한 것은 마찬가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주택, 교통, 에너지, 농업 분야에서 발생한 직접적인 전쟁 피해액은 1,520억 달러(약 18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의 재건과 회복에 투입돼야 할 비용은 UN(국제연합) 추산 기준 4,860억 달러(약 713조1,560억원)에 달한다.

우크라이나도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국영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을 택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시차를 두고 동일한 전략을 채택한 셈이다.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 국부펀드 국유재산기금(SPF)이 발표한 국유자산 민영화 대상 기업 1차 명단에는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호텔 우크라이나와 오션 플라자 쇼핑몰, 우크라이나 최대 티타늄 광석 생산업체 UMCC(United Mining and Chemical Company), 데무린스키 광산·가공 공장, 폭기 콘크리트 생산업체 에어록(Aeroc) 등이 이름을 올렸다.

러시아에 돌아간 이득

장기화한 전쟁으로 인해 양국이 극심한 피해를 입었지만,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손해만을 떠안은 것은 아니라는 평도 나온다.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헐값에 러시아 생산 기지를 팔아치우고 시장에서 철수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덴마크 맥주회사 칼스버그의 경우, 지난 2022년 현지 기업에 러시아 자산을 3억 유로(약 4,430억원)에 매각했다. 이는 칼스버그 장부상 자산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헐값이다.

지난 2023년 말 현대자동차도 1만 루블(14만원)을 받고 현지 기업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매각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현지 자동차 부품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헐값에 공장을 처분한 것이다. 다만 현대자동차는 매각 당시 2년 내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건을 내걸었으며, 휴전 협상이 본격화한 현재 현지 채용을 확대하며 러시아 시장에 복귀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는 현대자동차의 러시아 시장 복귀가 시간 문제라고 예측한다. 휴전으로 인해 일시적 호황을 맞이했던 방산 시장의 일자리가 사라질 경우, 러시아 정부가 '빈틈'을 메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전후 외국인 투자 유치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3일 “러시아는 복귀 기업을 환영할 준비가 돼 있다”고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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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허리' 중산층, 여윳돈 70만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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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상위 40∼60% 가구의 여윳돈
5년 만에 다시 70만원 밑돌아
소득·물가·소비의 ‘불황 고리’ 뚜렷

중산층 가구의 여윳돈이 3분기 연속 줄면서 5년 만에 다시 70만원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은 늘었지만 부동산 구입에 따른 취·등록세 및 이자, 교육비 등이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물가가 오르니 소비가 위축되고, 소비 부진은 다시 생산을 위축시켜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소득·물가·소비 간 악순환적인 ‘불황 고리’가 형성된 모습이다.

지난해 4분기 여윳돈 65만8,000원

2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소득 3분위(상위 40∼60%) 가구 흑자액(실질)은 1년 전보다 8만8,000원 줄어든 65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4분기(65만3,000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70만원을 밑돈 것도 5년 만에 처음이다. 3분위 가구 흑자액은 4년 전만 해도 90만원을 넘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후 가파르게 줄고 있다. 2022년 3분기 이래로 2023년 2분기와 2024년 1분기를 제외한 8개 분기에 모두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해 2분기부터 3개 분기 내내 감소했다.

이는 전체 가구의 평균 흑자액이 최근 2개 분기 연속 늘며 회복 흐름을 보인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라는 평가다. 흑자액이 최근 3개 분기째 감소한 것은 3분위가 유일하다. 최빈층인 1분위는 작년 4분기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그 이전 6개 분기는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다. 2분위와 4분위, 고소득층으로 분류되는 5분위는 작년 4분기 흑자액이 늘었다.

3분위 가구 흑자액이 줄어든 건 보건·교통·교육비 분야 소비지출과 이자·취·등록세 등 비소비지출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작년 4분기 3분위 가구 비소비지출은 77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12.8% 늘었다. 가계 소득·지출 통계를 함께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가장 많고 증가 폭도 최대 수치다. 이 중 이자 비용만 1.2% 늘어난 10만8,000원이었다. 부동산 구입에 따른 취·등록세가 늘면서 비경상조세가 5만5,000원으로 5배 가까이 491.8% 증가한 점도 가구 여윳돈을 줄이는 요인이 됐다. 여기에 교육비까지 늘었다. 교육비 지출은 14만5,000원으로 지출이 이전보다 13.2% 늘었다. 이는 전체 가구 평균 교육비 증가폭 0.4%를 크게 넘어섰다.

국민 10명 중 7명 "가계 형편 악화"

악화한 가계 경제는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민생경제 현황 및 전망' 조사에 따르면 가계경제 상황이 1년 전에 비해 '악화됐다'고 응답한 비율이 71.5%에 달한 반면, '개선됐다'는 28.5%에 불과했다.

1년 전을 100으로 했을 때 현재의 가계경제 상황이 얼마나 개선 또는 악화됐는지를 묻는 질문에서는 30%~20% 악화의 응답비중이 26.4%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10%~0% 악화(23.2%) △20%~10% 악화(21.5%) △0%~10% 개선(18.5%) △10%~20% 개선(5.8%) △20%~30% 개선(2.9%) 순이었다. 이를 통해 계산하면 국민들의 가계경제 상황은 지난해에 비해 7.7% 정도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가장 크게 어려움을 느끼는 분야는 '물가상승'이라는 응답이 71.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실질 소득 감소(11.9%) △일자리 부족 및 불안정(9.5%) △부채 증가(2.7%) △교육비 부담(1.7%) △의료비 부담(1.4%) △주거비 부담 (0.7%) △기타(0.2%)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물가가 가장 크게 올랐다고 느끼는 부문은 '식료품 및 외식비'라는 응답이 72.0%로 압도적이었다. 다음으로 △에너지 비용(11.0%) △주거비(4.5%) △공공요금(3.4%) △금융 이자 비용(2.5%) 등이 뒤를 이었다. 가장 부담이 되는 지출항목은 '식료품 및 외식비'라는 응답이 54.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에너지 비용(13.6%) △주거비(8.2%) △금융 이자 비용(7.3%) △의료비(6.0%) △교육비(5.1%) 등이 뒤를 이어 물가부담과 부분과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전형적인 '불황' 상황

국세청의 연도별 근로소득 자료 역시 불황의 일단을 뚜렷이 보여주는 지표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집계연도인 2023년 근로자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4,332만원으로 전년(4,213만원) 대비 2.8% 증가했다. 반면 2023년 소비자물가는 3.6%가 올라 근로소득보다 0.8%포인트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득보다 물가가 더 많이 오르면 그만큼 실질소득은 감소한다. 2022년에도 소비자물가는 5.1%까지 올랐으나 근로소득 증가율이 4.7%를 기록해 두 지표 간 격차는 0.4%였다. 2023년이 2022년보다 실질소득 감소 정도가 컸다는 얘기다.

중산·서민의 실질소득 감소는 단순한 평균보다 더 커졌다고 보는 게 옳다. 소득 양극화 심화로 중산·서민의 소득 상황이 평균보다 악화된 데다, 최상층 소득증가가 '평균의 왜곡'을 빚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계부채 증가와 고금리도 가처분소득을 갉아먹었다. 국내 가계부채는 지난해 1분기 기준 2,248조2,050억원으로 GDP(국내총생산)의 92.1%까지 증가했고, 증가한 가계부채는 고금리 속 이자부담 증가를 초래해 가처분소득을 추가로 위축시켰다.

소득 감소로 인한 소비 침체 결과는 자영업 위기로 이어졌다. 지난해 3분기 도소매·운수·숙박음식업 가구의 월평균 사업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1%나 급감한 178만2,000원을 기록했다. 또 같은 기간 3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한 상환 위험 자영업 차주 또한 전년 동기 대비 41.8%나 급증한 것으로 파악돼, 시차에도 불구하고 불황 고리의 악순환을 분명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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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 매섭다" 에그플레이션에 신음하는 美, 달갈 수입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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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튀르키예 등에서 달걀 수입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하며 달걀값 '폭등'
"사람도 위험" 미국 최초 조류 인플루엔자 사망자 발생

미국 정부가 달걀 수입을 확대한다.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인해 달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정부 차원의 대응책이 속속 제시되는 양상이다.

美, 달걀 수입처 확대

22일(현지시각) AP통신과 BBC에 따르면 브룩 롤린스 미 농무부 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한국과 튀크키예에서 달걀을 들여오고 있으며, 다른 몇몇 국가들과도 추가 수입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 수억 개 규모의 수입이 이뤄질 예정”이라며 “국내 산란계 개체 수가 다시 늘고 정상화되는 몇 달 뒤에는 다시 자체 공급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조치는 최근 미국 내 달걀 가격이 급등하면서 단행됐다. 미 노동부 소비자물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A등급 달걀 12알의 평균 소매가격은 5.9달러(약 8,650원, 1개당 720원)였다. 이는 사상 최고치이자, 지난해 2월 대비 2배 이상 비싼 수준이다. 일부 지역에선 같은 조건의 달걀이 10달러(1만4,500원)에 판매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에그플레이션(egg+inflation)'이 발생한 배경에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최근 수년간 미국 가금류 떼 사이에서 매섭게 유행해 왔다. 유행이 본격화한 2022년 이후 살처분 등으로 인해 죽은 산란계는 1억6,600만 마리에 달한다.

백신 개발 등도 적극 지원

미국 정부는 수입 확대 외에도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 미 농무부는 달걀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 최대 10억 달러(약 1조4,6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생물 안전 대책에 5억 달러(약 7,320억원), 백신 연구 개발에 1억 달러(약 1,460억원), 농부 재정 지원 프로그램에 4억 달러(약 5,862억원)가 각각 투입된다.

이에 더해 미국 정부는 상업적 달걀 농장에 최선의 관리 방법과 무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농가가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을 막기 위해 투입하는 '취약점 해소 비용'의 최대 75%를 지원할 예정이다. 규제 완화 방안도 마련됐다. 달걀 공급을 늘릴 수 있도록 그간 캘리포니아주에서 적용한 '산란계의 최소 공간 요건' 등을 완화하고, 일반 가정에서도 뒷마당에서 더 쉽게 닭을 기를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조류 인플루엔자, 공중 보건까지 위협

미국 정부가 엄청난 비용을 투입하며 조류 인플루엔자를 경계하는 것은 조류 인플루엔자가 물가를 넘어 공중 보건에도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미국 루이애나주에서는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돼 사망한 환자가 발생했다. 루이지애나주 당국은 사망자가 조류를 통해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됐으며, 사람 간 감염이 일어난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사망자 발생 후 추가 감염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원래 조류에게만 감염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였지만, 1997년 홍콩에서 최초로 인간 또한 감염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20년간 인간이 감염돼 사망한 사례는 약 500건이며, 사망자는 대부분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2024년 4월부터 60명 이상이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내 감염자는 대부분 젖소나 가금류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과 관련한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디에고 딜 코넬대 의학·진단과학부 교수는 “(인간의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 위험은 여전히 낮은 상태”라면서도 “다만 아픈 가금류, 아픈 젖소 등 병이 난 동물과의 접촉을 피하고, 야생 조류도 경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임스 롤러 네브래스카대 글로벌의료보장센터 소장 역시 “조류 인플루엔자는 매우 위험한 바이러스”라며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에서의 감염이 확산할수록 돌연변이를 생겨 사람에게도 감염을 잘 일으키는 형태로 변할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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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가상 동반자에 빠진 中, 정서 중독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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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감정 교류 AI 유행, 청소년 중독 급증
외설·폭력적 표현 가능, 연령 제한도 없어
실명 시스템 구현하고 청소년 분리해야
MS 중국의 AI 챗봇 샤오빙(XiaoBing)/출처=MS 중국

최근 중국에서 생성형 AI(인공지능)를 통한 채팅 프로그램 이용자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를 뒤흔든 딥시크 출범 후 이런 추세는 더욱 심화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과거에도 가상 연인 등의 개념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청소년들이 AI 채팅 앱을 사용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中 AI 감정 동반가 시장 15배 이상 성장 전망

23일 테크 전문 매체 36kr에 따르면, 중국의 감정 동반자 AI 시장의 규모는 올해 38억6,600만 위안에서 2028년 595억6,000만 위안으로 1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36kr은 "샤오훙수(중국판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상당수의 청소년들이 AI 연인을 공개하고 있다"며 "딥시크 출범 이후, 기존의 '가상 연인' 개념을 넘어 자연스러운 대화를 구현하는 거대언어모델 AI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AI와 관계를 맺는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AI 챗봇 중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연령과 이용 시간에 제한이 없어 일부 청소년들이 AI 챗봇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중독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데다, 대화 과정에서 외설적이고 폭력적인 표현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지 전문가들은 "AI와 오랜 시간 대화하면 잘못된 가치관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고 유료 결제 등 금전적 손해까지 발생한다"며 "주말 일정 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처럼 보다 엄격한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우한에서는 10세 소녀 A양이 AI 채팅 앱에서 만든 캐릭터와 음담패설이 섞인 은밀한 대화를 나누는 사례가확인됐다. 30대 여성 B씨는 남편이 AI 캐릭터와 연인처럼 대화하는 것을 보고 이혼을 요구했는데 AI와의 대화를 외도로 간주할 것인지를 두고 윤리적 논란이 제기됐다. 또한 고등학생 C군은 AI 챗봇과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에 대한 복수를 모의하며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대화를 나눴고 실제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으나 범행 도구를 소지한 채 학교에 간 사례도 보고됐다.

MS 중국, 샤오빙 이어 가상 친구 앱 '엑스 에바' 출시

최근 중국의 빅테크들은 앞다퉈 AI를 활용해 가상의 감정 동반자 서비스를 출시하며 외로운 이들의 마음을 공략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해 바이두는 '샤오칸 플래닛', 텐센트는 '주멍다오'를 출시했고 텐센트는 올해 3월에도 '마오샹'을 내놓았다. 이미 해외에서 자리 잡은 레플리카(Replika), 캐릭터.ai(Character.ai) 같은 대화형 AI 챗봇 플랫폼으로, 고유한 특징을 가진 인간 같은 챗봇이 이용자 질의에 언제든 대답하는 서비스다.

마오샹과 주멍다오는 이용자가 각자 챗봇의 외모, 목소리, 성격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해 '나만의 디지털 친구'를 만들 수 있게 했다. 다만 샤오칸 플래닛은 두 개 캐릭터만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마이크로소프트(MS) 중국이 2014년 내놓은 챗봇 '샤오빙'이 중국에서 외로운 남성들을 사로잡으며 대박이 난 데 이은 것이다. 예쁜 10대 소녀를 형상화한 '샤오빙'은 수억명의 외로운 중국 남성들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MS 중국은 여세를 몰아 2021년 가상 친구 앱인 '엑스 에바'(X Eva)를 출시해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엑스 에바는 지난달 말 현재 1,240만 다운로드를 기록, 중국 내 AI 가상 친구 앱 중 1위를 기록 중이다. 다만 엑스 에바는 가상 캐릭터를 취하는 대부분의 대화형 AI 챗봇과 달리 유명인, 인플루언서, 역사적 인물 등 실제 인간을 흉내 낸다. 엑스 에바에 이어 중국에서 두 번째로 많이 다운로드 된 가상 친구 앱은 알리바바가 후원하는 스타트업 미니맥스의 '싱어'로 89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사용자에 아첨하는 AI, 정서중독 등 부작용 우려

AI 챗봇에 대한 부작용은 비단 중국 만이 아니다. 인간이 AI에 과도하게 의존해 사회적·정서적 문제가 발생하는 'AI 정서' 중독이 만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AI가 사용자가 선호하는 답만 내놓으며 아첨하는 행위를 주목한다. AI 개발사 앤스로픽이 자사의 AI 언어 모델 클로드 2종과 오픈AI의 챗GPT 두 모델, 메타의 AI 모델 등 총 5개 모델을 대상으로 사용자와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조사한 결과 4개 모델이 사용자의 의견에 따라 답변을 바꾸고 틀리는 정보를 내놓으며 아첨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에는 미국의 레플리카, 앤젤ai, 댄 AI, 일본의 러버스 같은 'AI 동반자'나 'AI 애인'을 표방하는 서비스가 넘쳐난다. 이 서비스에 등장하는 AI 동반자나 애인은 사용자의 말에 긍정적으로 대답하고, 사용자의 감정에 무조건적 동감을 보이며 친근감을 표시한다. 실제로 모바일 앱 시장조사 업체 앱토피아에 따르면 레플리카 유료 구독자 60%가 AI와 애정 관계를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사용자가 공손하고 순종적인 AI와 장시간 대화를 나누며 정서적 애착 관계를 맺고 속박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사용자의 기분에 맞추며 동조하는 AI에 길들여지면 정상적인 사회 의사소통 능력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에 대해 오픈AI도 "사용자와 AI가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인간 간 상호작용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며 "이는 과도한 의존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동반자 서비스를 통해 개인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8월 미 캘리포니아주 의원들이 대형 AI 회사에 AI 안전성 테스트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아직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승인을 받지 못했고 테크 기업들도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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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열풍에 대거 코스닥 입성한 기술특례 상장사들, '퇴출 위기' 발등에 불

바이오 열풍에 대거 코스닥 입성한 기술특례 상장사들, '퇴출 위기' 발등에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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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및 매출 관련 상장폐지 요건 강화
부실기업 퇴출해 국내 증시 질적 성장 도모
관리종목 및 상장폐지 위기 바이오기업 ‘여럿’

5년 전 바이오 열풍을 타고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기술특례 상장사들이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매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코스닥시장 상장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 연간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상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46곳 매출액 30억원 미만 바이오업종 다수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규 기술특례 상장사는 2018년 처음으로 20개를 넘어선 뒤 2019년 21개 → 2020년 25개 → 2021년 31개로 늘었다. 이 가운데 2020년 상장한 기업은 지난해로 관리종목 유예 혜택이 끝났다. 기술특례 상장은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해도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상장 기준을 완화해 주는 제도다. 연구·개발(R&D)로 필요한 돈은 많지만,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려웠던 바이오 기업들이 이 제도로 대거 주식시장에 진입했다. 기술특례 방식으로 2020년 상장한 25개 기업 중 16개가 바이오 기업이었다.

그런데 상장 이후 5년이 지나도 매출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상당하다. 거래소에 따르면 1,460개의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46개 기업이 당장 매출액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6곳 중 생물공학을 포함한 제약‧바이오업종에 해당하는 곳은 28곳으로 전체의 61%에 이른다. 매출액 30억원 미만을 기록한 곳들 중 매출액이 전혀 없는 곳도 6곳에 달했다. 티움바이오, 파로스아이바이오, 메드팩토, 이노스페이스, 큐로셀 등 6곳은 지난해 누적 3분기 매출액이 0원이었다.

매출액이 1,000만원대에 그친 곳도 4곳(신테카바이오, 샤페론, 지아이이노베이션, 바이젠셀) 있었다. 10억원을 넘기지 못하는 상장사도 10곳이다. 박셀바이오, 압타머사이언스, 차백신연구소, 에스씨엠생명과학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매출액 30억원 미만을 기록한 46곳 상장사들 중 영업이익을 내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46곳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이들은 모두 전년도에 이어 계속해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상태였다. 실제 매출액 지난해 누적 3분기 매출액 0원을 기록한 티움바이오는 2023년에도 매출액 0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200억원, 당기순손실은 182억원을 내면서 회사가 돈은 벌지 못하고 비용만 쓰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올해도 지난해 수준과 같은 매출액을 유지할 경우 내년 관리종목으로 지정받고 1년 뒤인 2027년에는 강화된 매출액 기준(50억원)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들어간다.

매출 조건 유예 끝나자, 사업 추가·흡수합병 잇따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술특례 상장사들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정관을 변경해 신사업을 추가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새로 진출하는 분야는 주로 화장품·건강식품·유통업 등으로, 비교적 단기간 내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다. 빠르게 매출을 늘리기 위해 인수합병(M&A)에 나서는 사례도 있다.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티움바이오는 지난해 말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인 페트라온을 흡수합병했다. 페트라온의 2023년 매출액은 44억원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티움바이오는 즉각 매출 규모를 키울 수 있다.

아울러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사들은 매출액 요건(5년)뿐만 아니라 손실 요건(3년)도 면제받게 돼 있다. 사실상 올해 매출액 요건 면제가 종료되는 기업들은 2023년부터 이미 손실 요건을 충족시켜야 했다. 손실 요건이란 최근 3년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비중이 자본 대비 50%를 두 번 이상 넘게 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것을 말한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후 이 사유가 해소되지 않으면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매출액을 30억원까지 올려야 하는 기업 중 이미 손실 요건을 지키지 못해 거래소로부터 관리 종목 지정 우려를 받은 기업들도 있다. 에스씨엠생명과학과 카이노스메드는 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 지정 우려를 받은 상태다. 이달 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이 사실이 확정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관리종목에 지정될 가능성이 커지자 두 기업 모두 이달 유상증자 카드를 내놨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면 손실 비율을 낮출 수 있다. 다만 주가 하락세를 반전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상증자 납입이 미뤄지는 등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바이오 특성상 단기간 이익 창출 어려워

업계 일각에서는 바이오 기업의 특성을 고려해 상장폐지 요건을 신중히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신약 개발에는 통상 10여 년이 걸린다. AI 기술을 적용해 투자 비용을 절감하고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은 아직은 기초 단계에 불과하다. 데이터-전문인력-컴퓨팅자원-인프라 부족 등 해결 과제도 산적해 있다. 즉 이런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 개선은 침체한 투자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으며, 자칫 잠재력이 충분한 기업을 잠식할 위험이 있는 만큼 더욱 신중한 요건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리종목 지정이라는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은 기간 매출액을 끌어올리거나 600억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달성해야 한다”며 “바이오 기업은 신약 R&D 과정에서의 높은 투자 비용 및 성과를 달성하기까지 시간 소요도 많아 단기간에 이익 창출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수 기업이 기술특례를 이용해 자본을 조달하고 신약 개발 등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데다 최근 불안정한 국내 증시 상황을 고려할 때 시가총액을 늘리는 것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장이 폐지되면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에 닥칠 수 있다”며 “일괄적인 규제가 아닌 성장성이 충분한 기업을 위한 더욱 신중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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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023년 출산율 0.72로 ‘세계 최저’
육아 휴직 제도 강화로 문제 해결 시도
낮은 여성 고용률까지 해결 가능할 수도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대한민국은 2022년 두 가치 절박한 문제 해결을 위해 육아 휴직 혜택을 확대했다. 유사 이래 가장 낮은 출산율과 심각한 노동 시장 성별 격차 때문이다. 지속적인 출산율 하락 끝에 2023년 0.72로 세계 최저를 기록한 한국의 고민은 크다. 또한 한국 노동 시장 참여율의 성별 격차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다. 정부는 소득 수준에 비례하되 전체적으로 혜택을 높인 유럽식 육아 휴직 제도를 도입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사진=CEPR

한국, 출산율 해결 위해 육아 휴직 제도 개편

해당 정책으로 출산율을 늘리는 동시에 성별 고용 격차는 줄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경제 모델상으로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는 육아 휴직 혜택의 확대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부모에게 육아 기간 고용 유지를 보장함으로써 출산율을 높이면서 보다 평등하고 안정적인 고용 시장을 만들 수 있다.

주요국 출산율 및 여성 고용률(2010~2019)
주: 남녀 간 고용률 차이(%P)(X축), 출산율(Y축), 가족 혜택에 대한 공공지출 규모 높음(청색), 공공지출 규모 낮음(적색) / 한국, 일본, 이탈리아, 체코, 그리스,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스위스, 에스토니아, 호주, 미국, 네덜란드, 뉴질랜드, 스페인,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독일, 슬로베니아, 벨기에, 포르투갈, 라트비아, 프랑스, 덴마크, 캐나다, 리투아니아,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좌측부터)/출처=CEPR

역사적으로 출산율과 여성 노동력 공급에 대한 경제학적 연구는 ‘상충하는 시간’에 초점을 맞춰 왔다. 여성에게 늘어난 근로 시간은 적은 자녀 수를 의미했고 수십 년간 이러한 음의 상관관계는 전 세계에서 관측됐다. 다시 말해 유급 휴가를 육아 활동을 위해 국가가 지원하는 휴가로만 간주하면 여성의 육아 부담이 늘고 고용 시장에서 남녀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성별 정규직 비율
주: 연령대(X축), 정규직 비율(Y축), 여성(적색), 남성(청색), 1965~70년(Cohort 1), 1970~75년(Cohort 2), 1975~80년(Cohort 3)/출처=CEPR

유급 휴가 제도 개편으로 출산율 및 여성 고용률 문제 해결 가능

하지만 경력 발전과 노동 시장 세분화(labor market segmentation, 노동 시장이 다른 조건과 요인에 따라 더 작은 시장들로 세분화)의 관점에서 보면 더 역동적인 그림이 펼쳐진다.

한국 노동 시장은 정규직과 임시직의 극명한 구분으로 특징지어진다. 정규직은 안정성과 경력 발전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긴 노동 시간 또한 요구하기 때문에 양육 책임을 지고 있는 여성의 고용을 유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고용 보호라는 요소를 육아 휴직에 추가하면 여성이 육아를 마치고 직업에 복귀함으로써 오랜 기간 유지돼 온 고용상의 성별 격차를 해소할 방법이 생긴다.

한국은 휴직 수당 규모를 늘리되 기준이 되는 소득 한도를 높여 고소득에 속하는 이들도 실질적인 대상이 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렇게 되면 대졸 여성들, 특히 대졸 학력이 없는 남자와 결혼한 여성들은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 있는 삶을 살 가능성이 가장 높아진다.

하지만 육아 휴직을 확대했음에도 남성들의 참여율은 여전히 저조하다. 다수의 국가에서 보이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유독 참여율이 낮은 이유는 육아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는 오래된 성 역할이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공동 육아 휴직 시 추가 혜택을 통해 남성들의 참여를 높이려 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공동 육아 휴직을 강제하는 것보다 혜택을 늘리는 것이 남성들의 참여를 높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론적으로는 공동 휴직을 강제하는 것이 성평등을 촉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부모 모두 휴직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여성 노동 공급 및 고소득 가구 참여로 재정 문제도 해결

한국의 육아 휴직 제도를 둘러싼 또 하나의 우려는 재정적 지속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육아 휴직으로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율을 높이지 못하거나 세수 증액 없이 정부 지출을 늘려야 한다면 장기적인 실행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에 의한 한도에 의해 적정하게 확대된 육아 휴직 제도는 자생력을 가질 수 있다는 증거가 존재한다. 장기적으로 여성 노동 공급이 늘어나는 가운데 고소득 가구의 참여율까지 높아진다면 세수 증가로도 연결돼 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국가 간 비교를 통해서도 입증된다. 가족 친화적 정책에 높은 예산을 투입한 국가들이 노동 시장 성과와 출산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높은 수준의 공공 지출을 기록한 국가들이 이에 상응하는 높은 출산율과 여성 고용률을 보유한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다.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국이 출산율 하락으로 고민하는 가운데 가족 친화적 정책의 효과성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존재한다. 육아 휴직 제도가 즉각적인 결과로 연결되지 못할 경우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하지만 제도의 효과를 논하는 것은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연구는 한국이 육아 휴직 제도 확대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출산율과 여성 노동 시장 참여 모두 지금보다 더 저조했을 것이라는 결과를 보여준다.

2022년 한국 육아 휴직 제도 개편이 없었을 경우 여성 고용률 및 출산율 예상
주: 연도(X축), 여성 고용률(좌측 Y축), 출산율(우측 Y축), 여성 고용률(청색), 제도 개편 없었을 경우 여성 고용률 예상(청색 x), 출산율(적색), 제도 개편 없었을 경우 출산율 예상(청색 x)/출처=CEPR

이는 가족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려면 시간이 필요하지만 바람직한 노동 시장 구조를 형성하고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가정을 강화한다. 물론 현재의 육아 휴직 제도가 이론 없이 공평하고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보다 세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며 결과를 통해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염민철 버지니아 코먼웰스 대학교(Virginia Commonwealth University) 부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he effects of parental leave policy reforms on fertility and gender gap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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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여성 고용 촉진하는 인공지능의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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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인공지능 확산으로 ‘여성 고용 점유율’ 늘어
‘노동 참여 의사’, ‘교육 수준’ 높은 국가에서 더욱 뚜렷
AI가 ‘평등한 노동 시장’에도 기여할 듯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인공지능(AI)의 확산이 유럽 전역의 노동 시장 양상을 바꾸고 있다. 2011~2019년 기간 유럽 16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AI 활용 기술이 확대될수록 여성 고용률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활용도가 높은 분야에서, 조사 시점에 이미 여성의 노동 참여 의사와 학력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사진=CEPR

AI 활용도 높은 직업일수록 ‘여성 고용’ 늘어

기술 발전은 오래전부터 고용 양상에 영향을 끼쳐 왔다. 1970~80년대 숙련도를 요하는 기술의 발달로 학력 수준이 높은 노동자들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90년대의 자동화는 단순 반복적인 직무의 감소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노동 참여도 영향을 받았는데 기계화가 진행되고 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될수록 육체노동보다는 지적 능력과 대인 관계 역량이 뛰어난 여성의 선호도가 올라갔다. 이러한 경향이 자동화로 주춤하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교육 수준 향상으로 여성의 전문직 진출이 크게 늘었다.

그리고 AI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에서 일상적인 업무는 물론 창의적인 과제까지 모두 자동화해 기술 발전의 새 장을 열고 있다. 유럽 16개국의 다양한 직업 분야를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는 AI 활용도가 높은 직종일수록 고용 점유율(employment shares, 산업별, 부문별 고용 노동자 비율)이 상승했고 그중에서도 여성 고용률이 눈에 띄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수준’, ‘노동 참여 의사’ 높을수록 상관관계 더 높아

구체적으로 AI 활용도(AI exposure)가 10% 상승하면 여성 고용 점유율이 2.2~2.9% 올라갔다. 전체 고용 점유율 상승률을 압도하는 수치며 특히 전문 직종에서 두드러졌다. 물론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AI로 인한 자동화가 다양한 직종과 산업 분야에서 여성 고용을 촉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는 교육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여성 교육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AI 활용과 여성 고용 간 높은 상관관계가 입증된다. 이들 국가에서는 AI 활용도 10% 증가가 여성 고용 점유율 2.7~3.4% 상승으로 연결됐다. 또한 개개인의 ‘노동 시장 참여 의사’(labor market attachment)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조사 시작 시점에 여성 노동의 참여율이 낮았던 국가들도 여성 고용률이 상당히 상승했지만, 사회경제적 요인을 걷어내고 보면 여성 노동 참여율이 당초부터 높았던 국가들에서 AI 활용도와 여성 고용률 사이의 상관관계가 훨씬 뚜렷하다.

AI 활용도와 여성 고용 점유율 간 상관관계(유럽 16개국, 2011~2019년)
주: 낮은 노동 시장 참여율(Low Participation), 높은 노동 시장 참여율(High Participation), 낮은 교육 수준(Low Educ.), 높은 교육 수준(High Educ.)/출처=CEPR

기술이 ‘인간 노동 평등’에 기여하는 시대

해당 사실은 직업적 경험이 풍부하고 노동 시장 참여 의사가 높은 근로자들이 AI의 ‘인간 대체 효과’를 더 잘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과 남성과 비교해 여성이 AI로 인한 기술적 변화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 노동 시장 참여율이 낮았던 국가들은 경제 및 사회 발전으로 여성을 포함한 전체 고용률이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여성 참여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AI 활용도 자체가 여성 고용을 촉진하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리하면 AI 활용 기술은 여성 고용 촉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여성들의 교육 수준과 노동 시장 참여 의사가 높을수록 효과는 배가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여성들이 AI로 인한 혜택을 극대화하는 핵심 변수가 교육 수준이라는 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하지만 AI의 가능성은 여성 고용에 국한하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AI는 연령 친화적(age-friendly) 노동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한다. 채용 및 노동 현장에서 연령으로 인한 차별이나 불이익도 점차 사라진다는 얘기다. 이제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노동을 한층 평등하고 포괄적으로 변화시키는 시대가 왔다.

원문의 저자는 스테파니아 알바네시(Stefania Albanesi) 피츠버그 대학교(University Of Pittsburgh) 교수 외 4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I, automation, and the rise of female employment in Europ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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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부도’ 최악의 시나리오 고려한 홈플러스, 시장은 정말 몰랐나

‘5월 부도’ 최악의 시나리오 고려한 홈플러스, 시장은 정말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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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불능 우려, 선제적 회생 조치”
리츠 상장 실패 등 경영 악화 뚜렷
수익형 부동산 활용도 지지부진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 및 단기자금 조달 어려움으로 오는 5월 말께 부도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홈플러스는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신청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것은 맞지만,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했을 뿐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시장에서도 이번 위기를 홈플러스 경영진의 책임론에만 가두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잉여현금 창출 능력 개선에 방점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4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제출한 ‘회생절차 개시명령 신청서’에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단기자금 조달 실패로 현금 2025년 3월 17일 184억원 규모의 현금 부족이 발생, 이후 지속 악화해 5월 말에는 7,395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기재했다. 단기 자금운용에 차질이 생겨 연쇄적으로 지급정지가 유발되면, 일반적 지급불능에 빠질 염려가 있어 기업회생을 신청한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는 잉여현금 창출 능력을 개선하고 높은 금융비용을 저감하는 방식으로 재무상태표를 구조조정해 계속기업으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신속한 회생 절차 개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용카드 구매가 일반화돼 있는 만큼 카드 회사들이 상호압류·가압류 등을 시행할 경우, 물품 대금과 인건비 마련에 차질이 불가피해 소비자 이탈 등 계속기업으로서의 실체를 급속히 소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향후 성공적인 회생을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홈플러스는 “고정비와 금융비용 부담을 집중적으로 완화하는 회생계획안을 작성할 것”이라며 “적자 요소 축소를 위해 차임이 과다한 점포는 해당 임대인들과 차임 재조정을 시도하고, 일부 점포는 매각 후 재임대(Sales&lease back·SLB)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점포 및 인력 운영 효율화 방안이 실행을 앞둔 만큼 향후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가 회생 수단으로 임차료 인하와 금융부채 조정을 언급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홈플러스와 주주사 MBK파트너스가 경영 실패를 일찌감치 예견하고 있었으며, 임차료와 금융채무 탕감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나아가 “실제 회생 계획은 법원이 선임한 조사인에 의한 실사 결과와 채권 신고 내용을 기반으로 다시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위기 징후 곳곳에서 포착

시장에서도 홈플러스 회생 신청서를 MBK 책임론으로 연결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과거 홈플러스와 MBK가 부동산투자신탁(REITs·리츠) 상장 실패로 떠밀리듯 점포들을 매각한 전례가 있는 만큼 경영 악화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진단이다. 실제 MBK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부터 자산 유동화 전략으로 리츠를 고려한 바 있다. 당시 인수 금융으로 조달한 4조3,000억원 중 미상환 잔금 약 2조원을 마련하려는 의도였다.

2018년 본격 상장을 추진한 홈플러스 리츠는 국내 오프라인 점포 51곳을 기초 자산으로 연 7% 안팎의 배당수익률을 제시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기대 이하였다. 신청 수량은 조달 계획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고, 제시한 가격대도 희망 공모가 밴드(4,530원~5,000원) 하단을 밑돈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홈플러스 리츠는 이듬해인 2019년 상장을 전면 철회했고, MBK는 부랴부랴 부동산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했다.

여기에 유통업계 전반의 상황 또한 좋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 자체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이다. 익일 배송이 보편화하면서 오프라인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은 급감했고, 이는 자금 조달을 위해 일부 점포를 SLB 방식으로 전환한 홈플러스에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경영상 이슈 또한 홈플러스의 경쟁력 약화를 부추겼다. 지난해 2월 취임한 조주연 대표 체제에서 상품품질관리센터 등 주요 부서가 힘을 잃으며 상품 경쟁력이 경쟁사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는 지적이다. 과거 홈플러스는 ‘데이터 기반 품질 혁신’을 소비자 신뢰 확보의 주요 전략으로 삼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노력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시장 침체·주민 반발에 주상복합 전환도 난항

홈플러스 측에서 일찌감치 매출이 저조한 일부 점포를 폐쇄하고 수익형 부동산으로 전환하겠다는 자산 효율화 방안을 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해당 방안의 경우 일반 소비재보다 생산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이 큰 건설업 특성상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2021년 2월 문을 닫은 홈플러스 대전 탄방점은 이듬해 7월에야 오피스텔 건축의 첫 삽을 떴다. 시공사 선정은 물론 건축허가 등 인허가에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했던 탓이다.

일부 점포는 공사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침체가 심화하면서 개발 사업의 수익성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23년 문을 닫은 홈플러스 부산연산점은 애초 태영건설의 ‘연산 더 클래스 데시앙’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됐다. 총 522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을 건설하고, 홈플러스는 다시 이곳에 입점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태영건설의 사업은 좌초됐고, 쌍용건설로 넘어가 공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시장 침체뿐 아니라 상업 편의시설이 사라지는 데 대한 주민들의 불만 또한 홈플러스의 상업용 부동산 전환을 더디게 만든다고 입을 모은다. 한 개발업체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개발을 한다고 하더라도 분양이 되거나, 사업성이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라면서 “인근 주민들의 경우 마트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커서 사업 진행 속도가 느린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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