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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들어올 때 노 젓겠다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6조원 유상증자 단행

물 들어올 때 노 젓겠다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6조원 유상증자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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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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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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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수요의 빅 사이클 예상”
해외 생산 거점 확보 청사진
잠재적 리스크에 어두운 전망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규모 투자를 위해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한화에어로는 이를 통해 해외 지상방산, 조선해양, 해양방산 거점을 확보하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 글로벌 우주·방산 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금융당국은 한화에어로의 자금 조달 계획에 긍정적 반응을 내보였지만, 시장은 미지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2035년 매출 70조원이 목표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 가운데 1조2,000억원은 시설자금 마련에, 2조4,000억원은 타법인 증권 취득에 각각 사용한다는 구상이다.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신주 배정일은 4월 24일이다. 이후 6월 3일부터 이틀 동안은 구주주 청약을 받는다.

한화에어로는 중장기적인 방산 수요의 빅 사이클이 예상되는 유럽, 중동, 호주, 미국 등지에 전략적 해외 생산 거점을 확보해 2035년 연결기준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K9 자주포를 비롯해 다연장로켓 ‘천무’, 장갑차 ‘레드백’, 대공방어 시스템 등을 주력 수출품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정성에 따른 각국의 방위력 강화 정책에 따라 방위비가 증가하면서 함정 및 지상용 무기체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화에어로의 설명이다. 손재일 한화에어로 대표이사는 “전략적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방산·조선해양·우주항공 톱-티어로 한 단계 도약하겠다”며 “다시 한번 기업가치의 퀀텀 점프를 이룰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금융당국은 한화에어로의 이번 유상증자 계획에 긍정적 태도를 내비쳤다. 금융감독원은 한화에어로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한화에어로가 K-방산의 선도적 지위 구축을 위해 유증을 추진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판단에 필요한 중요정보의 충실한 기재 여부 등을 면밀히 살피는 한편, 신속한 심사를 통해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주 잔액 성장률 등 가시화한 성과 없어

그러나 전문가들의 평가는 달랐다. 글로벌 방산 및 조선해양 거점 확충이 필요한 한화그룹의 미래 청사진은 높이 평가하지만, 불확실성 및 잠재적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유럽 방위비 증액은 사실상 러시아와의 군비 경쟁이라는 명분으로 자국 내 재정 지출을 통한 경제 성장을 위함일 가능성이 큰데, 무기 구매뿐만 아니라 설비 확충, 군인들에 대한 임금 등 이중 용도에 대한 국방 지출도 속하게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유럽의 방위비 증액은 역내 지출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면서 DS투자증권은 한화에어로의 목표 주가를 75만원으로 낮춰 잡았다. 유상증자로 인한 희석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양 연구원은 “향후 성장성 유지에 대한 우려는 1분기 실적을 통해 확인해 봐야 한다”면서 “현시점에서 한화에어로에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매출 증가율을 넘어서는 수주 잔액 성장률인데, 유상증자를 통한 장기 성장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투자자에게는 우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화빌딩/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횡령·배임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간 한화그룹이 걸어온 행적을 되짚어 볼 때,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가치 제고가 아닌 오너 일가의 이익 챙기기에 가까울 것이란 비판이다. 그에 대한 근거로는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경영진의 횡령·배임죄를 꼽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김 회장의 횡령·배임 가운데 가장 세간의 이목을 끈 사건은 2010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해 관리 중이라는 제보를 받은 금감원의 의뢰로 시작된 검찰 수사는 강도 높게 진행됐다. 검찰은 한화그룹을 13차례나 압수수색 했고, 김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3차례 소환했다. 이후 2012년 2월 검찰은 김 회장에 징역 9년,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다.

당시만 해도 김 회장이 구속될 것이라는 관측은 많지 않았다. 많은 대기업 총수가 비슷한 사안에서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활동 등을 선고받는 데 그쳤던 탓이다. 그러나 당시 법원 정기 인사로 김 회장의 1심 재판은 6개월가량 연기됐고, 그 사이 법원의 분위기 또한 달라졌다.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를 외치면서 앞다퉈 대기업 범죄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1심 재판부는 김 회장에 징역 4년, 벌금 51억원의 선고를 내렸다. 재계에서는 예상을 뒤엎은 중형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 같은 평가도 잠시였다. 김 회장은 2013년 1월 건강 악화를 주장하며 구속집행정지 건의서를 제출해 구치소를 벗어났고, 이듬해인 2014년 2월 파기환송심에서는 집행유예 및 벌금 선고를 받아 석방됐다.

형기의 반도 채우지 않은 것은 물론, 그마저 병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셈이다. 심지어 위독하다는 소식을 전한 2013년으로부터 10년도 지나지 않은 2020년 2월에는 그룹 경영에 정식 복귀했으며,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한화 계열사의 야심 찬 미래 성장 청사진에 많은 시장 참여자가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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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전범 재판과 대통령 탄핵 심판과 AI판사와 파급효과

도쿄 전범 재판과 대통령 탄핵 심판과 AI판사와 파급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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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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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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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언론에 논란이 된 재판의 판결 내용이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경우가 생기면, AI판사로 대신하는 편이 더 낫겠다는 각종 비난 여론을 볼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판결들이 단순한 논리에 따라 이뤄지는 것 같아보여서, 굳이 인간 판사가 필요할까 싶은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판결이라는 것이 단순히 법리에만 따르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AI라고 불리는 알고리즘이 앞 뒤의 선후 관계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인공지능'인 것처럼 보일 뿐, 실제로는 앞 뒤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능력이 있는 진짜 '인공지능'은 아니기 때문에, 자칫 사람의 일생을 바꿀지도 모르는 재판에 선뜻 투입하는 것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이미 로톡이 변호사들에게 단순한 답변 정보를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AI판사, 아니 AI변호사가 해 줄 수 있는 서비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변호사 협회의 뭇매를 맞은 바 있고, 미국이나 일본 정도 되는 선진국에서는 좀 더 진일보한 '리걸 테크' 서비스들이 나오고 있지만, 단순 사건에 대해 국선 변호사 정도를 대체해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누군가의 인생이 걸린 재판, 진정한 인과관계를 살필 수 있는 '추론 능력'이 필요한 재판에까지 LLM 기반의 인공지능 모델이 고급 변호사를 대체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Source: YouTube

도쿄 전범 재판으로 본 진짜 판사, 진짜 법 전문가의 업무

요즘 국내에서 대통령 탄핵 심판에 매우 많은 시간이 걸리는 탓에 각종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인류 역사에 기록된 재판 중에 세간의 관심을 가장 끌어모았으면서 가장 길게 걸린 재판, 그 중에서도 헌법재판소 수준의 최상위 기관이 오랜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서 내린 판결로 인구에 가장 회자되는 재판을 꼽으라면 단연 '도쿄 전범 재판'(극동국제군사재판, The International Military Tribunal for the Far East)을 꼽을 수 있다.

1945년 8월 일본 천황이 전쟁 패배를 선언하고 9월에 항복 문서 조인, 10월부터 준비된 재판은 식민지였던 한국의 정부가 1948년 8월에 수립되고도 끝나지 않다가 1948년 9월에서야 결론이 났다. 전쟁 종료 후에도 약 3년의 세월이 걸린 셈이다. 승자가 패자의 황궁에 들어가서 바로 칼로 목을 따버리는 야만의 시대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

당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에 대해 법 비전공자이자 법 무관심자, 굳이 따지자면 법 냉소주의자인 내 입장에서는 크게 관심있는 주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AI판사 생각이 나서 도대체 연합군 각 국의 최고 판사들이 모여서 무려 3년이나 걸려서야 겨우 세계2차 대전을 일으킨 파렴치범(?)들을 사형시키라는 뻔한 판결을 내렸는지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저 드라마를 열어봤다.

네덜란드 출신 판사가 미국, 영국, 소련, 호주, 중국 출신의 판사들과 전범 재판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초반부는 크게 법적인 주제가 등장하질 않지만, 재판이 지연되면서 압박 차원에서 추가된 인도 판사의 지적부터 내 시선을 끌었다.

재판 초기, 인류가 법이라는 문명의 산물을 만들어 낸 것에 더해서, 이제 대형 전쟁을 일으킨 범죄자를 재판이라는 형식으로 처벌할 수 있을만큼 법치주의를 전세계적으로 정착시키게 됐다는 자부심을 재판관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급한 미국, 영국 재판관들은 독일 항복 직후에 뉘른베르크에서 있었던 유럽 쪽 전범 재판(The International Military Tribunal for Germany )처럼 속도전으로 전범에 대한 일괄 사형을 진행해야된다는 태도로 바뀐다. 유럽의 판례를 따르자는, 일종의 판례주의가 아마 그들의 머리 속에 있었을 것이다. (법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르고 함부로 이야기해서 죄송하다.)

반면, 재판소장을 맡은 호주 출신 판사는 방향을 못 잡고 휘둥거리고, 드라마의 주인공인 네덜란드 판사는 무료 바이올린 선생을 자처했던 독일 출신 악기 연주자가 알고보니 A급 전범 아내의 사주를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자리를 뜨는 모습도 보여주고, 딸에게 편지 쓰는 듯한 방식의 회고로 이 재판이 법적으로 완벽한 논리를 갖추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는 속내도 내비친다.

특히 인도 재판관은 '전쟁 범죄'라는 죄목이 없던 시절에 저지른 범죄를 과연 범죄로 단언할 수 있느냐는 논리를 바탕으로, 아시아 국가의 경제 발전, 아시아의 식민주의 굴기, 아시아의 글로벌 열강에 대한 도전을 '전쟁 범죄'로 몰아서 일본 및 아시아 전체를 세계 무대에서 추락시키려는 미국 쪽 재판관들에 대한 논리적 반박을 이어나간다. 일본의 A급 전범들에 대한 빠른 사형 선고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그 인도 재판관은 '고문관' 같은 느낌이었을 것 같고, 반대로 A급 전범의 가족들에게는 '구세주'와 같았을 것 같다.

날 친일파라고 욕하면 할 말이 없고, 법을 잘 아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지만, 난 당시 인도 재판관의 지적 자체는 옳았다고 생각한다. 없는 법과 논리를 억지로 만들어 전범이라는 형식으로 재판을 진행해서 사형을 시켰어야 할 것이 아니라, 살인 및 재산 손괴 등에 대한 처벌이라는 기존 형법의 논리에 따라 처벌을 받았어야 된다고 본다. 전범이라는 죄목이 아직 없던 상황이었다는 그 논리가 내가 알고 있는 법 상식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법 상식이 일반 통념과 매우 다르다는 것도 안다.

무려 3년이나 시간을 끌며 도쿄 전범 재판이 방향성을 잃자, 결국 미국 재판관들을 중심으로 한 집단이 호주 출신 재판소장을 배제하고 판결문을 완성시켜 버린다. 우리에게는 사형 선고를 받은 일본 A급 전범 몇 명을 제외하고는 잘 알려져 있지도 않은 그 재판은 그렇게 깐깐하게 법리를 따지다가 결국 재판의 형식만 갖췄을 뿐, 전쟁 말기부터 예상했던 처벌 수위와 범위를 거의 그대로 갖고 와 버렸다. 재판 후에 이어진 미국(및 연합국)과 일본의 강화 조약인 샌프란시스코 조약은 아예 협의 과정을 거의 배제하고 미국이 독단적인 결정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미국이 아니라 인도가 더 많은 피와 재산을 쏟아 전쟁을 이겼다면 그 재판의 결과, 강화 조약의 내용은 사뭇 달랐을 것이다.

이 판결은 AI로 판결을 내릴 수 있었을까? 그 10명이 넘는 국가 대표급 재판관들이 3년간 고민하고, 서로 논리적으로 싸우며 발전시킨 새로운 전범 재판 논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다른 전쟁이 터지면 또 거기에 맞는 논리를 개발하는데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무엇보다, 미국이 아니라 인도가 더 발언권이 있는 재판이었다면 판결 결과가 달랐을 것 같아 보이는 그 기록을 놓고, AI 알고리즘을 미국이 아니라 인도가 만들었으면 다른 판결이 나왔을 수도 있다고 하면 AI에 대한 광적인 신뢰를 보이는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법 상식과 일반 상식이 충돌할 경우에는 법 상식대로 판결해야 법치주의가 의미 있는 거 아니냐는 논리를 들이대면, 일반 상식대로 판결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 그 분들은 뭐라고 하실까? 법에 없는 내용을 'AI 판사'가 어떻게 판결하지?

Source: Netflix

한국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지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때도 느꼈고,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더더욱 느끼는 것은, 판사의 길을 걷는 학부 시절 친구들 중에 일부는 저렇게 노골적인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면서 완전히 다른 종류의 승진 코스를 밟는 경우도 있겠다는 그쪽 동네에서 내가 몰랐던 또 하나의 성공 방식이다. 저 분들은 법 논리보다 사회·정치적인 판단이 더 중요한 자리라는 것이 보였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예전엔 사법시험 성적이 가장 높은 학생들 순서로 판사로 임용되는 이유가 가장 법적으로 완벽한 논리를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경제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법의 민사상 논리가 경제학의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그 도구로 경영학과에서 가르칠 회계학부터, 각종 전문 분야의 학문적, 비즈니스적 지식들이 모두 동원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시점부터는 과연 판사라는 인간이 법적으로 완벽한 논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할까, 그 논리에 기반하고 있는 전문 분야의 지식을 판사는 과연 얼마나 알고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그들이 내가 알고 있는 경제학의 반의 반이라도 알고 경제 논리를 따질 수 있을까 등등의 질문에 쉽게 답하기는 어려웠다.

여기서 한 발만 더 나가도 어느 시점부터 판결의 완전 무결성에 대한 신뢰는 사라지고, 특히 사회·정치적인 판단이 재판의 재료라면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법조문이 아니라 그 나라의 미래 방향성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도쿄 전범 재판에 투입됐던 판사들이 단순한 재판이 아니라 인류 사회의 질서를 다시 쓰는 재판이라고 생각하게 됐던 것, 어떤 판결을 내리느냐에 따라 앞으로 인류가 다시 전쟁의 포화에 휩싸이게 될 가능성을 차단할 수도 있다는 사명감을 가졌던 것도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역시 위의 인도 재판관은 '고문관'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바라보면, 국내에서 좌/우파들이 주장하는 것과 상당히 다른 관점으로 판결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좌파 측에서는 북한이 쳐들어 온 것도 아닌데 대통령이 국무회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계엄을 선포했고, 심지어 국회에 총기를 소지한 군인들이 난입했으니 헌법의 핵심인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저버렸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우파 측에서는 계엄령은 대통령에게 주어진 고유 권한이고, 민주당이 수십 차례 국무위원들, 장관급 인사들을 탄핵하면서 국정을 마비시킨 것이 원인인데,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행사한 걸로 탄핵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부정선거가 있었던 것 같아서 조사하고 싶은데, 막은 것도 계엄령을 선포한 이유라고 추가한다.

난 위의 두 논리 중 어느 쪽이 맞는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리고 장담컨데, 이런 판결을 AI 판사가 내릴 경우 좌/우 어느 한 쪽에서 높은 확률로, 아니 100%의 확률로 그 AI 알고리즘을 누가 만들어는지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승복을 못 하겠다고 할 것이다. 위의 도쿄 전범 재판에서 미국이 전세계 45%의 GDP를 만들어내는 초강대국이 아니었다면, 인도가 판결의 주축국이었다면 판결의 결과가 달랐을지도 모른다는 짐작과 같은 맥락이다.

이번 계엄령 - 탄핵 사건을 바라보는 내 시선은 '사회·정치적인 판단이 재판의 재료'라는 관점이다.

헌법재판소라는 곳이 내리는 판결이 법적인 논리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법이 사회적, 정치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결정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 2030 남성들이 헌법재판소라는 조직에 불만을 갖는 첫번째 이유는 군가산점의 위헌 결정이다. 1999년 12월에 이뤄졌다. 그 때까지만 해도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대단히 제약되어 있었고, 여성의 군 복무도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시점에는 역차별의 소지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런데, 2025년 지금,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제약 되어 남성들이 우월한 직장을 독점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려면 왜 공무원 시험에서 여성 합격자의 비율이 더 높은지에 대한 답변부터 먼저 해야 한다. 그 판결이 이뤄진지 10년도 지나지 않아서, 20년도 지난 지금은 더더욱, 군 복무는 2030 남성에 대한 역차별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당시 여성의 빠른 사회적 진출 확대라는 사회적 변화 양상을 헌법재판소가 제대로 인지 했다면 아마 그 판결의 결과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다시 10년이 더 지나면 2030 남성들이 다시 헌법소원을 내고, 군 가산점제를 부활시키게 될 지도 모른다. 전국 단위 수학 경시대회 수상자인 내가 2년 군 복무를 끝내고는 수업 시간 중에 고교 미분 공식을 떠올리질 못해서 수업을 못 따라가고, 수학 실력을 복구하는데 반 년에 가까운 시간을 버렸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인구도 줄고 있고, 성별 차이가 직업 적합 역량에 주는 영향 밖에 남지 않은 시대에 강제 군 복무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대통령 탄핵 심판도 단순히 대통령/여당/야당이, 혹은 행정부와 입법부가 정치적인 힘겨루기를 하는 와중에 사법부라는 큰 형님을 끌어들여서 누가 더 잘못했는지 고자질하고 있다는 식의 정치적인 판단을 내릴 수도 있고, 앞으로 계엄령이 수시로 반복될지도 모른다, 앞으로 줄탄핵을 겁 없이 할지도 모른다는 식의 사회적인 파장을 감안한 판단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

내가 모르는 관점이 당연히 더 있겠지만, 위의 생각만 해 봐도 이번 판결이 한국 사회의 다음 10년, 어쩌면 다음 100년을 가를 분수령이 될 수도 있는 중요한 판결이라는 결론을 얻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런 판결을 AI라고 이름 붙인 패턴 인식 알고리즘이 하는 것이 맞을까? 나라의 운명이 바뀔지도 모르는데?

AI 판사, AI 변호사, AI 검사를 쓸 수 있는 범위와 한계

LLM이라는 언어 처리 모델을 조금씩만 바꾸고, 데이터의 구조도 거기에 맞춰 조절하면, 그간 인류가 언어로 정리해놨던 수 많은 지식을 굉장히 쉽게 자동화해서 처리할 수 있다. 덕분에 수학적 논리가 복잡하지 않은 대부분의 직업군이 AI에 의해 조만간 대체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어디까지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당연히 오늘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LLM 모델의 안정성과 내일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LLM 모델, 앞으로 게임이론, 정보 이론 등등의 수 많은 다른 수학을 더 갖고 와서 업그레이드가 될 LLM 모델의 성능에 따라 다른 답변이 나올 수밖에 없겠지만, 간단히 동네에서 치고 받고 경찰에서 잘잘못을 따지는 종류의 사건에 대한 판결은 몰라도, 위에 예시로 든 사회·정치적인 판결까지 알고리즘에 선뜻 맡기기는 쉽지 않다는데 쉽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법률 자문 서비스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스타트업 로톡이 변호사 협회와 분쟁을 겪던 시절, 난 로톡이 한국 버전의 'AI 변호사'라고 농담한 적이 있다. 인간이 했지만 알고리즘을 쓰는 것만큼 저렴한 서비스였고, 알고리즘을 쓰는 것보다 조금 더 프리미엄을 지불해서 매우 내 사정에 맞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 단가가 저렴해도 되는 시장, 사회적 파장이 크게 없는 시장인만큼, 무슨 댓글부대 관리원처럼 변호사들이 시스템 뒤에서 로톡의 데이터 베이스를 만들어주는 '알바'들이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바로 이 지점에서 변호사들의 자존심을 긁었기 때문에 그렇게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을 것이다.

한 때 비슷한 서비스를 생각해봤던 사람 입장에서, 주제만 투자 자문으로 바꿔서 여전히 비슷한 서비스를 고민하는 사람 입장에서, 과연 어떤 사람이 이런 'AI 자문'이라는 서비스를 쓸까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다.

내가 1조원의 자산을 가진 사람이라면 'AI 자문'을 쓸까? 아니면 투자 전문가들이 모인 곳으로 이름 높은 헤지펀드를 찾아갈까? 당연히 나만큼, 아니 나 이상으로 수학, 통계학을 잘 하고, 그런 지식을 담은 투자 예상 보고서를 내놓는데 내가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되고, 자료에 대한 높은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고급 인재를 쓰는 프리미엄을 준다고 줘봐야 수익률 1%만 떼 줘도 될 것 같아보이는 대규모 투자금을 굴리는 분들께 'AI자문'이 그렇게 큰 매력이 있을까? 고작 앞 뒤 선후 관계로 자료만 긁어서 정리해 주는 알고리즘을 믿고 1조원을 투자한다고?

10만원 투자하는 분들을 도대체 얼마나 많이 모아야 1조원 투자자 1명을 모시는 것과 같은 투자자산(AUM)을 가진 기관을 만들 수 있을까? 무려 1천만명의 소액 투자자를 모아야 한다. 근데 1조원으로는 대기업도 아니고, 10조는 되어야 (소형) 대기업 대접을 받는 걸 생각해보면, 큰 자산의 투자를 결정하시는 분들이 'AI 자문'이라는 '상담 서비스'를 쓰지 않을 것 같다는 이해가 자리 잡힐 것이다.

위의 사회·정치적인 판결을 다시 갖고 오면, AI 판사가 10만원에 대해서 판결을 내리는 것에는 사회적인 불만 없이 당사자들만 조금 불편하고 끝날 수도 있겠지만, 1조원에 대해서 판결을 내리는 상황이 되면 과연 피고, 원고가 AI 판사의 판결에 동의할 수 있을까? 단어 하나의 위치와 앞 뒤 문맥 하나의 차이에도 전체 판결의 결과가 바뀔텐데? 도쿄 전범 재판, 대통령 탄핵 심판 같은 사건들은 재산상의 파급 효과만 따져도 조 단위가 아니라 최소한 경 단위에서 금액이 결정될 판결일텐데? 10조 자산의 방향에 대한 판결을 1인당 10만원으로 환산하는 좀 인간미 없는 교환비율을 쓰면, 1억명의 운명이 그 결정 하나로 바뀐다고도 표현할 수 있다. 그걸 고작 패턴 인식 알고리즘에게 맡긴다?

적어도 난 웹사이트 개발 같은 작은 업무에도 챗GPT가 제공해주는 코드가 안 돌아갈 것이 보여서 해외에서 시급 70달러, 시급 100달러 짜리 고급 인력에게 코드를 고쳐 달라고 부탁한다. 더 큰 파장이 있을만한 일이면 아무에게도 맡기고 싶지 않고 내가 직접 작업을 할 것 같다. 더더군다나 'AI'라는 알고리즘이 인과 관계가 아니라 앞 뒤 선후 관계로 인과 관계를 착각하는 계산에 불과하다는 것을 가르치는 자리에 있는 사람 입장에서, 'AI 판사'는 어림도 없는 이야기인 것 같다.

왜? 저런 결정은 알고리즘에 의한 계산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이기 때문이다.

그간 항상 이야기 한대로, AI라고 알려진 패턴 인식 알고리즘이 지루하고 반복적인 작업은 대체해도, 지능적인 업무는 바꾸지 못한다는 논리가 이곳 법조계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법무사, 법원 서기 같은 직군이야 알고리즘으로 대체되는 것이 시간 싸움에 지나지 않겠지만, 위의 논리를 따라가면 대법원보다 헌법재판소가 마지막까지 인간 판사를 쓰는 사법 시스템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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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돈 때문” 금감원 직원들 '신의 직장' 줄퇴사

“결국 돈 때문” 금감원 직원들 '신의 직장' 줄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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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비해 낮은 급여, MZ세대 퇴사 늘어
상대적 연봉 높은 직장으로 대거 이직
작년 재취업자 43명 중 25명 민간 금융사 行
13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집무실 앞에서 면담을 요청하는 정유석 금감원 노동조합위원장/사진=금감원 노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향한 직원들의 처우개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억’소리 나는 연봉에도 불만이 터져 나오는 건 타 기관, 민간기업 등에 비해 낮은 급여 수준 때문이다. 특히 최근 2년여간 증시 호황으로 성과금을 두둑이 챙긴 증권사 등 민간 금융사들과 비교하자니 상대적 박탈감이 너무 커졌다는 것이다.

"우리 일도 아닌데, 왜 밤새워가며 일해야 하나"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노조는 17일 금감원 내부 인트라넷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즉각 금감원 노조위원장과의 면담에 직접 응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게시했다. 해당 성명엔 금감원 노사의 임금단체협상이 4개월째 지지부진한 이유가 이 원장 때문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노조는 지난해 12월부터 임단협이 시작됐는데 노사 교섭에서 이 원장은 한 차례만 얼굴을 내비쳤다고 했다. 또한 노조는 물밑 교섭을 위해 이 원장에게 여러 차례 면담을 요구했음에도 이 원장 측이 마냥 면담을 피한다고 주장한다. 한 직원은 “이 원장이 금감원 최고의사결정권자인데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직원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1999년 설립된 금감원 노조는 전체 가입대상 직원 2,400여 명 중 1,700여 명이 가입한 교섭단체다. 감독 독립성을 위해 2002년 민주노총에서 탈퇴, 현재 개별노조로 운영 중이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지속적인 업무과중 해소 및 처우개선을 위한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이 원장이 취임한 이후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단체행동에 나선 가장 큰 이유다.

특히 이 원장이 금감원 소관 외의 일까지 나서는 데 대한 불만이 거세다.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가 새마을금고를 통해 편법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금감원에서 현장 조사를 나간 것이 대표적이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검사권은 행정안전부가 갖고 있지만 이 원장의 결정에 직원들은 하지 않아도 될 조사·분석 업무를 챙겨야 했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이 원장의 이런 활발한 대외활동 때문에 실무진들의 업무만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직원은 “이 원장 대외 메시지의 옳고 그름을 떠나 직원들 사이에선 ‘우리를 힘들게 한다’는 공통적인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억대 연봉에도 불만

또 다른 불만은 임금이다. 2023년 금감원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1,061만원으로 같은 기간 4대 금융지주 직원의 평균 연봉인 1억7,100만원으로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불과 2010년대까지만 해도 민간 금융사 대신 금감원을 택하는 금융권 취업준비생들이 더 많았다"며 “5대 회계법인·7대 로펌이라 불릴 정도로 전문 인력 수요도 많았는데 최근 몇년 새 급여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취업 준비를 할 때는 금감원이 더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었는데 이제는 일반 증권사나 은행에 다니는 직원들과의 연봉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금감원을 퇴사했다는 A씨도 "국익을 위해 소신 있게 일하라고 하지만 민간 금융사에 다니는 다른 동기들과 비교하면 괴리를 느끼곤 한다"고 전했다. 금융권, 대기업, 회계법인의 처우가 최근 크게 개선돼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수많은 기업체 종사자들이 적은 연봉에 시퍼런 구조조정 칼날 밑에서 떨며 일하고 있는데 안정적인 직장에 근무하면서도 억대 연봉이 적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금감원은 재량으로 자유롭게 연봉 인상을 결정할 수 없다. 금감원 예산은 금융위원회가 통제하고 있으며 연봉 인상은 기획재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연봉 인상률도 공무원 수준으로 제한돼 있어 민간 금융사와 격차를 좁히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예비비를 사용하는 방안이 있지만 향후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회삿돈으로 로스쿨, 변호사 되면 절반은 퇴사

금감원 출신 재취업자 절반 이상이 민간 금융사로 옮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JB금융지주와 Sh수협은행 등 1금융권부터 대부업체와 법인보험대리점(GA)까지 다양한 금융사에 전 금감원 직원 25명이 새 일자리를 얻었다. 이외 금융협회 및 금융 관련 사단법인 취업자가 7명, 로펌 취업자가 7명으로 뒤를 이었다. 일반 기업 취업자는 4명이었다.

4급 이상 금감원 직원은 퇴직 후 3년 동안 취업제한을 받는다. 다만 퇴직 전 5년 동안 다뤘던 업무와 새로 취업하려는 곳의 업무 간 밀접한 관련이 없다면 공직자윤리위 심사를 거쳐 취업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재취업 길이 막히기 전에 서둘러 연봉이 더 높은 직장으로 이직하고 있는 셈이다.

회삿돈으로 로스쿨을 다니면서 변호사가 되면 퇴사하는 직원도 적지 않다. 금감원은 2015년부터 국내나 해외 대학 등에 2년 동안 직원을 보내는 학술연수 프로그램에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을 포함시켰다. 이후 매년 일부 직원들을 선정해 로스쿨로 학술연수를 지원해 주고 있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총 9명이 선발됐는데 이들 중 7명이 변호사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연수를 받는 동안에도 매달 받던 급여는 물론 연평균 1,000만원 정도의 학비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변호사가 된 7명 중 4명은 변호사 자격증 취득 후 1~4년 이내에 퇴사했다. 이를 두고 한 국회의원은 "습득한 지식과 체험 이런 걸 가지고 자기 기관의 발전을 시키라고 하는 것인데, 변호사 자격증이 퇴직의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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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합의 연금개혁, 더 내고 더 받기? 실상은 5천만원 더 내고 2천만원 더 받기

여야 합의 연금개혁, 더 내고 더 받기? 실상은 5천만원 더 내고 2천만원 더 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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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부터 소득대체율 43% 적용
납입 대비 수급 비율 2.19배→1.67배
지급 보장 명문화, 고갈 시 대책은 전무

여야가 오랜 시간 이견을 보여 왔던 국민연금 개혁안에 최종 합의했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인상 등이 담긴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2007년 이후 18년 만의 국민연금 모수개혁이 첫걸음을 떼게 됐다. 그러나 미래세대의 부담을 키우는 방식의 연금개혁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 또한 거세지면서 국민연금의 존폐를 둘러싼 논의도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모두 상향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오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하고 국민연금 개혁 합의문에 서명했다. 해당 개혁안은 같은 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우 의장은 “최근 정치권에 긴장감이 맴도는 상황이지만, 많은 분이 머리를 맞대 합의를 이뤄냈다”며 “18년 만에 연금개혁에 합의하는 매우 역사적 순간”이라고 평했다.

여야가 합의한 국민연금 개혁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동시에 올리는 게 골자다. 소득대체율을 기존 40%에서 43%로 높이는 것은 개정 국민연금법이 시행되는 2026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당장 내년부터 더 많은 연금을 받는다는 의미다. 월소득이 309만원(작년 전체 가입자 평균월소득액)인 직장인이 40년간 보험료를 납부한 경우, 연금 수령 첫 해에 123만7,000원을 받던 것에서 앞으로는 132만9,000원을 받게 된다.

대신 납부하는 보험료도 늘어 난다. 같은 조건에서 현재 27만8,100원을 부담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40만1,700원을 내게 된다. 12만3,600원이 오르는 셈인데, 직장인의 경우 절반인 6만1,800원은 회사가 부담한다. 다만 보험료율은 내년부터 연간 0.5%p씩 8년간 단계적 조정되므로 이 기간에는 월 보험료가 매년 7,725원씩 오른다.

이에 따라 평균소득의 직장 가입자가 40년 동안 내는 총 보험료는 1억3,349만원에서 1억8,762만원으로 5,413만원 늘어난다. 이후 25년간 국민연금을 수령한다고 가정했을 때 총수급액은 2억9,319만원에서 3억1,489만원으로 2,170만원 증가한다. 납입 대비 수급 비율은 2.19배에서 1.67배로 축소 된다.

또 군 복무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 기간 인정(크레디트)은 현행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렸다. 출산 크레디트도 현행 둘째부터에서 첫째부터로 확대했다. 저소득 지역가입자는 최대 12개월 동안 연금보험료의 50%를 정부가 지원한다. 기존에는 연금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던 기존 가입자가 납부를 재개할 때에만 최대 12개월을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납부 재개 요건을 삭제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연금보험료를 지원받을 수 있다.

“기득권 장악한 기성세대의 협잡” 비판도

눈길을 끈 부분은 국가의 연금급여 지급 의무 명문화다. 전날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국가가 연금급여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급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현행 국민연금법에도 “국가는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추가해 가입자들의 신뢰도를 높인다는 의도다.

다만 이 같은 명문화를 둘러싼 평가는 비판의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연금기금 고갈 후 대책이 없는 만큼 연금 수령 시점이 가까운 기성 세대들만 그 수혜를 받을 것이란 지적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연금기금이 고갈되기 전까지 지급 보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586세대가 자신들만 연금을 더 받겠다는 속셈”이라고 일갈했다.

국회에서도 3·40대 의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쏟아졌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키우는 방식의 연금개혁안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된 견해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개혁에 대한 합의가 아니라, 기득권을 장악한 기성세대의 협잡”이라고 표현하며 “시한부 국민연금에 산소호흡기나 달아주는 합의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30대 의원인 김용태, 박충권, 우재준 등도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또한 20일 본회의 반대 토론에서 “청년과 미래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염치는 있어야 되지 않느냐”고 꼬집으며 “이번 합의안은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폭탄 넘기기는 이제 그만하고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붙은 국민연금 폐지론

비판의 정부와 여당은 이번 개혁으로 연금 적자 전환 시점과 기금 소진 시점이 각각 7년(2041년→2048년), 9년(2055년→2064년) 늦춰지게 됐다고 밝혔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특히 앞으로 수십 년간 보험료를 내야 하는 청년들은 “고갈 시점을 몇 년 늦춘 게 무슨 개혁이냐”고 입을 모았다. 20대 직장인의 경우 최소 30년 이상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하지만, 연금 수령 여부와 액수 등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40대 이하 국민들 사이에선 “국민연금 폐지가 답”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개정안에 제시된 소득대체율 43%는 40년의 가입을 전제로 하는데, 현재 평균 가입 기간 20년 미만에 그쳐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가입자는 줄어들고, 수령자는 늘어나는 인구 구조의 변화 역시 반영되지 않아 재정안정화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청년 가입자들의 주된 시각이다.

개인연금 등 추가 노후 대비가 필수로 여겨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입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1·2차 베이비붐 세대(1955년∼1974년생)가 모두 수급자로 빠져나가고 나면,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청년층의 노후는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에서 퍼지고 있는 국민연금 폐지론을 단순히 불공정한 원칙에 대한 반발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개인의 노후 계획을 스스로 마련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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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제도 고쳐야 나라가 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쓴소리

“입시 제도 고쳐야 나라가 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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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중요”
과열된 교육 경쟁 폐해 지적도
대다수 사회문제, 불평등에서 초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입시 중심의 국내 교육 시스템에 짙은 아쉬움의 목소리를 냈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는 학생과 청년들이 도전하고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총재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 급등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을 때부터 입시제도 개선을 통한 구조적 문제 해결을 강조해 왔다.

“혁신 위해선 교육 개혁 필수”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 경제연구원은 이날 연세대학교 연세대 ‘인구와 인재 연구원’과 학술연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MOU는 개인의 생애주기 사건이 가계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 반해 이와 관련된 국내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양 기관 간 학술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추진됐다.

이 총재는 MOU 체결식 이후 거행된 연구원 개원 컨퍼런스에 참석해 축사를 맡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국이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며 “단순히 부모님의 말씀을 잘 따르고 주어진 요구에 순응하는 성향이 강한 학생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인재를 육성해 나가는 방향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인구 문제와 관련한 발언도 이어졌다. 이 총재는 “현재의 출산율이 지속될 경우, 인구는 50년 후 3,000만 명 수준으로 급감하고, 잠재성장률은 2040년대 0%대로 하락하는 우울한 전망을 피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끝으로 이 총재는 “인구 문제는 수도권 집중, 과열된 교육 경쟁, 청년층의 고용·주거·양육 불안, 그리고 경직된 노동시장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구조적 문제들의 결과물”이라고 꼬집으며 “만병통치약은 없기 때문에 단기적인 어려움을 감수하고, 중장기적 노력을 시작하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까지 움직이는 입시 제도

이 총재는 지난해 수도권 부동산 가격 급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을 때도 지역별 비례선발 등 입시제도 개혁을 통한 구조적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세종 청사 기획재정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총재는 “세계 어디를 다녀도 어느 대학이나 다양성을 위해 (신입생을) 뽑는데, 우리는 성적순으로 뽑는 게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하며 거기에 빠져있다”면서 “성적순으로 대학에 가는 것이 가장 공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에 앞선 지난해 8월 발간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입시경쟁이 사교육비 증가를 초래하고, 사교육비 부담이 결국 소득 계층과 거주 지역에 따른 진학률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시 관련 소득·지역 쏠림 또는 불평등 현상을 현재 한국 사회 내 고질적 문제들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은은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역별 비례 선발제를 제안했다. 대학이 자발적으로 입학 정원의 대부분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되, 선발 기준과 전형 방법 등은 자유롭게 선택하는 방식이다.

해당 보고서 발표 직후 일부 학부모는 “위헌이다”, “강남 역차별에 가까운 발상” 등 비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해당 보고서를 강남에 거주하는 게 잘못됐다는 내용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며 “이미 각 대학이 20% 정도 지역 (균형) 선발을 하고 있는데, 이걸로 해결되지 않으니 더 큰 틀에서 생각하자는 의도”라고 해명했다. 이어 “일부 학부모는 아이 교육을 핑계로 자신의 커리어를 희생하기도 하는데, 과연 아이들은 행복한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며 “나아가 부모의 기대치를 달성하지 못한 아이에게 평생의 짐을 지우는 게 바람직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자칭 ‘교육 전문가’들은 보지 못한 것

교육계에서는 이 총재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먼저 공교육 불신과 사교육 고도화로 인한 불평등은 교육 문제를 넘어 집값과 지역 간 격차, 출생률 등 여러 사회문제로 지적되는 거시경제 지표까지 좌우하는 병목이라는 점에서 한은 총재의 시각은 매우 중요하다는 해석이다. 그간 사교육을 억제하려는 정부의 정책이 줄을 이었지만, 그 성과가 전무한 만큼 다양한 분야의 관점과 지혜를 모아 교육 및 대입 문제를 풀어갈 때가 됐다는 게 교육 현장의 일관된 목소리다.

지역균형 선발 확대를 지목하며 학생을 선점하려는 대학의 욕심을 비판했다는 점에서도 이 총재의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은 소위 ‘교육 전문가’들과 달랐다. 선발 자율권 확대는 대학의 교육철학 구현의 수단으로서 학생과 학부모, 고교 현장의 부담을 덜어줄 때만 의도한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데, 현실의 대학들은 경쟁 대학보다 배치표에서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자율권을 남용하는 데 가깝단 지적이다.

도서 ‘수능 해킹: 사교육의 기술자들’의 공저자이자, 서울 공공병원 의사로 재직 중인 문호진씨는 “작금의 교육을 둘러싼 현실을 극복하려면 원론적인 수준을 넘어 학생과 학부모 당사자의 고통을 중심으로 보다 다양하고 구체적인 담론이 오가는 공론장이 필요하다”며 “이 총재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지 않더라도 논의의 장을 연다는 의미에서 기존 담론과 차별화되는 그의 접근 방식은 매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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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증가율 14.8% '역대 최고', 에코붐 세대·국제결혼 확대 영향

혼인 증가율 14.8% '역대 최고', 에코붐 세대·국제결혼 확대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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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건수 22만 건, 역대 최고 폭인 14.8% 껑충
초혼 연령 男 33.9세·女 31.6세, 30대 초 결혼↑
외국인 여성과 한국인 남성 간 국제결혼도 증가
2024년 혼인 건수 및 조혼인율/출처=통계청

지난해 혼인 건수가 전년 대비 3만 건 가까이 증가하며 2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1990년대생 에코붐 세대의 증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결혼 지연의 기저효과, 정부의 결혼 장려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여기에 국제결혼 확대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여성과 한국인 남성 간 결혼의 증가와 일본 등 일부 국가와의 문화·경제적 교류 확대가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했다.

인구구조 변화 속에 30대 초반 男 결혼 증가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혼인신고 기준)는 22만2,000건으로 전년 대비 2만9,000건(14.8%) 늘었다. 증가 건수로는 1996년 3만6,000건 이후 28년 만에 가장 큰 폭이며, 증가율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70년 이후 최고치다. 혼인 건수는 2021년부터 3년 연속 19만 건대를 기록하다 2023년 20만 건대를 회복하며 12년 만에 반등에 성공한 후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박현정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혼인 건수가 반등한 것에 대해 "인구구조 변화로 30대 초반 인구 규모가 가장 크게 증가한 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결혼이 지연되고 감소했던 기저효과도 작용했다"며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 정부나 지자체의 결혼 장려 정책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결혼에 대한 긍정 답변은 2022년 50.0%에서 2024년 52.5%로 2.5%포인트 늘었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3.9세로 전년 대비 0.1세 하락했고, 여자 31.6세로 0.1세 상승했다. 그동안 초혼 연령은 남녀 모두 꾸준히 증가했는데 지난해 여성의 초혼 연령은 역대 최고를 기록한 반면 남자 초혼 연령은 2020년 0.14세 하락한 이후 4년 만에 다시 감소했다. 이는 30대 초반 연령의 남자 결혼이 많았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연령별 혼인 건수를 보면 남자와 여자 모두 30~34세에 결혼하는 비중이 각각 39.1%, 19.4%로 가장 많았다.

국제결혼 비중은 10%, 日 국적 아내도 늘어

국제결혼도 큰 폭으로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과의 혼인은 2만1,000건으로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전체 혼인 중 국제결혼의 비중은 9.3%로 10%에 육박했다. 외국인 아내의 국적은 △베트남(32.1%) △중국(16.7%) △태국(13.7%) 순으로 나타났고, 외국인 남편은 △미국(28.8%) △중국(17.6%) △베트남(15.0%) 순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023년 국제결혼은 전년 대비 172% 증가한 2만431건으로 전체 혼인 대비 비중은 1.5%포인트 증가한 10.7%로 나타났다.

국제결혼의 유형은 외국인 아내가 69.8%로 가장 많았고 외국인 남편과 귀화자가 각각 17.9%, 12.3%로 집계됐다. 외국인 아내와의 혼인 비중은 전년 대비 3% 포인트 증가한 반면, 외국인 남편과 귀화자는 각각 2.1%포인트, 0.9%포인트 감소했다. 외국인 남편의 출신 국적은 △중국 1,411건(6.9%) △미국 1,409건(6.9%) △베트남 798건(3.9%) 순이며 아내는 △베트남 5,697명(27.9%) △중국 3,456명(17.4%) △태국 2,024명(9.9%)의 순으로 나타났다. 외국인과 결혼한 부부의 초혼 연령은 남편이 37.2세, 아내 29.5세로 각각 전년 대비 0.6세, 0.4세 감소했다.

이 외에도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혼인 건수가 2년 연속 40%대 증가율을 보이며 2015년 이후 최고치인 1,176건을 기록했다. 전체 국제결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증가세만 놓고 보면 다른 국적과의 혼인율을 크게 상회한다. 일본 통계에서도 이러한 추세가 그대로 드러난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1년 일본 여성의 국제결혼은 6,682건으로 이 중 1,561건(23.4%)이 한국 남성과의 혼인이었다. 비중과 건수 모두 전체 국적 중 1위다. 통계청은 "일본 불매운동으로 양국 교류가 끊겼다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한·일간 국제결혼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정부 저출생 대책, 결혼 기피 흐름 되돌려 놔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1991~1996년생의 증가도 혼인율 상승에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들은 전후 출생 붐으로 태어난 베이비부머의 자녀 세대로, 이른바 '제2차 에코붐세대'로 불린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1년 출생아 수는 70만9,275명으로 8년 만에 70만 명 선을 회복했다. 이후 1995년까지 5년간 출생아가 70만 명을 넘어선 '인구 황금시대'가 이어졌다. 이들이 결혼을 고려할 시기에 팬데믹이 확산하면서 혼인을 미룬 것도 최근의 혼인 증가세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2022년 혼인 건수는 19만2,507건으로 지난해 22만2,412건의 86% 수준에 그쳤다.

정부의 저출생 대책도 젊은 세대의 결혼 기피 흐름을 돌려놓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6월 정부가 인구 비상사태를 선언한 이후 쏟아진 저출생 대책에는 결혼과 출산의 페널티를 제거하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담겼다. 대표적으로 미혼일 때 주택 청약에 당첨된 이력 때문에 결혼 후 신혼부부 특별공급, 생애 최초 특별공급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던 불이익을 해소했다. 직장이 있는 남녀가 결혼해서 소득이 늘어나면 각종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부부 합산 대출 한도를 높인 것도 효과가 컸다.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 공급도 확대했다. 서울시는 주변 시세의 최대 50% 수준으로 신혼부부 맞춤형 주거 공간과 서비스까지 누릴 수 있는 '신혼부부 안심주택'을 공급한다. 결혼 7년 이내의 신혼부부와 예비 신혼부부가 지원 대상으로 오는 2026년까지 총 2,000호를 공급하고 이후 매년 4,000호를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올해는 강서구 방화동, 영등포구 신길동, 용산구 원효로동 등 3곳에서 추진되며 이르면 2029년 첫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3개 사업 후보지의 공급 규모는 총 599세대로 신길동이 298세대로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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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교육부 해체 행정명령 "미국에 아무런 도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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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직후, 교육부 직원 절반가량 해고
'취약계층 학생' 지원은 다른 부처로 이전 계획
의회 승인 피해 교육부의 자금·기능 축소 추진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교육부 폐지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행정명령 서명식을 열고 교육부 철폐의 시작을 알렸다. 교육부의 완전한 폐지를 위해서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만큼 행정명령을 통해 예산과 인력을 축소시켜 전통적인 교육부의 기능을 약화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지난해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은 '교육부는 미국 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교육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트럼프 "교육부 폐지에 모든 합법적 조치 동원할 것"

20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교육부를 해체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 교육부는 1조6,000억 달러(약 2,345조원) 규모의 연방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학생에게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등 평등한 교육 기회 보장을 위한 업무를 담당해 왔다.

이 행정명령에는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에게 교육부의 핵심 기능을 축소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처를 이행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는 모든 합법적인 조치를 동원해 핵심 수요를 제외한 교육부의 기능을 전면 폐지할 계획"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부는 우리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학생을 주정부로 돌려보낼 것이며, 일부 주지사는 이를 매우 기쁘게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교육부 해체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취임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해 교육부 인력이 4,133명에서 2,183명으로 감소했고 일부 지역교육청이 폐쇄됐다. 다만 저소득층 학자금 지원 등에 이용되는 '펠 그랜트'와 '타이틀 원' 프로그램, 특수장애 아동 등 취약계층을 위한 자금은 전액 보존돼 다른 기관과 부처로 지원 기능을 재분배할 예정이다.

1979년 교육부 신설 이후 오랜 기간 보수·진보 대립

교육부 폐지는 공화당이 오랜 기간 주장해 온 숙원사업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주정부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교육 체계를 발전시켜 왔으나, 1965년 초·중등교육법(ESEA) 재정으로 저소득층 학생을 지원하는 타이틀 원 프로그램이 도입되면서 연방 정부의 기능이 확대됐다. 이후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연방 정부 내 하급 기관으로 교육부를 신설하면서 연방 정부의 개입이 본격화했다. 이에 대해 보수 진영은 주정부의 기능을 빼앗는 '월권행위'라고 비판했고, 1981년 취임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교육 정책 집행의 권한을 주정부에 되돌려야 한다며 교육부 폐지 논의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2001년 조시 W. 부시 대통령 주도한 아동낙오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NCLB)법과 2009년 버락 오바마 정부의 교육 개혁 프로그램 '정상을 향한 레이스(Race to the Top)'는 연방 정부의 교육 통제를 더욱 강화했다. 특히 학생 학업 성취도를 학교의 성과로 간주하고 이를 연방 정부의 교부금 지원 조건과 연계한 조치는 교육 현장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주정부는 교육 자율성을 침해하는 연방 정부의 개입에 강력히 반발했고 이후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교육부를 폐지하고 노동부와 통합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정치적 지지와 합의를 확보하지 못한 채 폐기됐다.

그러나 최근 LGBTQ+에 대한 문화적 논란이 교육부에 대한 논쟁을 가열시켰다. 공화당 지지층은 교육부가 진보적 이념을 강요하며 교육을 정치화한다고 비판하며 주정부 중심 교육시스템의 복원을 강조하고 있다. '자유를 위한 엄마들(Moms for Liberty)'과 같은 보수 단체들도 성정체정 교육 규제, 트랜스젠더 스포츠 참여 금지 등을 요구하며 연방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교육부를 '자유주의 이념에 오염된 기관'이라고 비판하며 "1979년 설립 이후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고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오히려 저하됐다"고 주장했다.

의회 승인 불투명, 행정명령 통한 기능 축소로 선회

다만 교육부 폐지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교육부 폐지를 위해서는 의회 승인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관련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상원에서 찬성표 60명이 필요하고, 이는 민주당 의원 최소 7명이 이 계획을 지지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고 전했다. CNN은 "행정명령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교육부 장관에게 교육부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하라는 지시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교육부를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도록 압박할 예정"이라고 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은 즉각 반발했다. 이번 조치가 연방 지원금에 의존하는 수백만 명의 저소득층 학생과 교사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교육부를 폐지하면 공립학교의 수백만 명 어린이, 그들의 가족, 그리고 헌신적인 교사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학급 규모가 커지고, 교사들은 해고되며, 특수교육 프로그램이 삭감되고, 대학 등록금은 더욱 오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비자 보호 단체들도 이번 조치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교육 재정을 주정부로 돌리는 '블록 보조금' 방식을 지지하고 있다. 이는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을 지정하는 대신, 연방 정부가 재원을 교부하면 주정부가 저소득층 학생과 장애 학생을 위한 지원 방안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는 주정부가 지역의 특수한 교육 문제를 더 잘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행정 비용을 절감하면서 정책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보조금 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부족할 수 있고 주정부 간의 재정 차이로 인해 지역 간 불평등이 커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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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국내 조선업 인력 키운다, 한국어·기술 가르쳐 현장 즉각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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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우즈베크 현지에 인력양성센터 개소
발판·도장·전기 등 강의·실습실 조성
지역 주력산업 만성 인력난 해소 기대
울산 글로벌 인력양성센터에서 우즈베키스탄 교육생들이 한국어교육 및 직종별(발판·도장·전기·보온·사상) 맞춤형 기술교육을 받고 있다/사진=울산시

우즈베키스탄에 ‘울산 글로벌 인력양성센터’가 문을 열었다. 인력난을 겪는 한국 제조업에 외국 노동력을 공급하는 새로운 개념의 인력 양성 사업이 닻을 올린 것이다. 이곳에서 양성된 기술자들은 국내 조선업계에 파견될 예정이다.

5개 직종 370명 양성, 조선업체 우선 채용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울산시는 18일 우즈베키스탄 페르가나에서 울산 글로벌 인력양성센터 개소식을 개최했다. 이날 개소식에는 김두겸 울산시장과 무사예프 베흐조드 우즈베키스탄 이민청장, 하이룰로 보조로프 페르가나 주지사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개소식은 지난해 8월 울산시와 우즈베키스탄 빈곤퇴치고용부가 맺은 양해각서(MOU)의 후속 조치로 마련됐다.

협약 이후 울산시와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인력 양성 사업 관련 협력 강화 일환으로 우즈베키스탄 내에 조선업 인력 양성 교육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힘써 왔다. 교육센터 구축에 필요한 교육기자재는 울산시가 지원하고, HD현대중공업은 교육 과정 구성과 강사 파견을 담당한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교육시설 지원과 교육 훈련생 모집을 책임지기로 했다.

울산 글로벌 인력양성센터는 올해 말까지 370명의 교육생을 대상으로 약 3개월에 걸쳐 10회 정도의 한국어교육 및 발판과 도장, 전기, 보온, 사상 등 5개 직종별 맞춤형 기술교육을 진행한다. 교육센터를 수료한 인력은 구인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산지역의 조선 업체에서 우선 채용된다.

우즈베키스탄 평균임금은 30만원, 대졸 초임은 50만원 정도다. 반면 국내 조선업 협력사 초임은 최저임금에 각종 수당을 더하면 300만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숙식 비용도 대부분 회사에서 지원해준다. 우즈베크에서 한국 조선소에서 일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 이유다.

이 때문에 훈련생으로 선발되려면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실제 202명을 뽑는 이번 훈련생 모집 결과 1,772명이 지원해 8.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해외 인력 송출이 경제의 한 축인 우즈베키스탄 정부도 이번 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우즈베키스탄 주요 인력 송출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면서 인력 송출이 막히자 조선업 등 제조업 인력난을 겪는 한국이 주요 인력 송출국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 추진,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 해결

울산시와 HD현대중공업은 ‘울산형 고용허가제’도 추진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인력난을 겪는 기업이 힘을 모아 사전에 해외에서 인력을 양성하고 교육과정을 마치면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발급해 채용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E-9 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한국 산업 현장에 배정됐다. 일자리 정보가 없는 탓에 작업 용어를 몰라 허둥대고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웠다. 이렇다 보니 일자리에 대한 실망감과 생각보다 센 노동 강도 때문에 직장을 이탈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에 공감한 고용노동부도 정부 차원에서 ‘조선업 맞춤형 외국 인력 양성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고용부가 훈련 수료자를 기업에 우선 알선함으로써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는 물론, 민간 비자 알선 업체의 과도한 수수료 문제도 개선될 전망이다.

저가 노동력 수입하는 선진국들

이 같은 저가 노동력 수입은 선진국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이민자는 2021년 기준 미국 노동력의 18%를 차지했는데 이는 10년 전의 16%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오늘날 미국의 농장 노동자 4분의 3, 건설 및 광업 노동자의 30%가 이민자다.

영국 역시 수십 년 동안 이민을 억제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직원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이민자는 2020년 EU 탈퇴(브렉시트) 이후 급증세를 보였다. 현시점 국민보건서비스(NHS) 간호사의 27% 이상이 외국 출신으로, 이는 2013년 14%에서 두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독일의 경우 도축장 노동자의 약 80%가 이민자로 추산된다.

다만 경제학자들은 저숙련 수입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 증가는 궁극적으로 경제가 얼마나 빨리 성장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생산성 증대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최근 몇 년 동안 선진국 전반에 걸쳐 노동생산성 증가는 부진했다. 미국과 영국의 제조업 및 농업 분야에서 생산성은 10년 이상 정체 상태다.

우리나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중소제조업체들은 내국인 구인난이 심화하자 외국인 근로자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는데, 이들의 생산성은 내국인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특히 지난해에는 ‘1년 미만’의 생산성이 작년보다 더욱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낮은 생산성에 대한 중요한 원인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부족한 한국어능력(의사소통)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 채용 시 ‘출신 국가(76.7%)'에 이어 ‘한국어 능력(70.4%)'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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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전방위 조사 착수한 금감원, 자료 확보부터 난항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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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홈플 대주주 MBK파트너스 검사 착수
법 악용해 자사에 불리한 자료 감출 수 있어
“진정성 있다면 금감원 검사·조사에 협조해야”
지난달 21일 외국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기 전 홈플러스 채권을 발행한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홈플러스가 발행한 유동화 채권 등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가 수천억원을 잃을 위험이 발생하는 등 사태가 커지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다만 MBK는 일반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와 달리 금융 당국의 감시망 바깥에 있어 검사 작업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금감원, 홈플러스 사태 대응 TF 구성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19일부터 MBK에 대한 검사를 시작했다. 금감원은 "홈플러스 사태의 조기 해결을 통한 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각종 의혹들을 철저히 규명하기 위해 '홈플러스 사태 대응 TF'를 함용일 자본시장 부원장 산하에 설치하고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등 총력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해당 TF는 오는 5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필요시 연장할 방침이다. 실무 총괄은 이승우 공시조사담당 부원장보가 담당할 예정이다.

TF는 △불공정거래조사반 △검사반 △회계감리반 △금융안정지원반 등 4개반으로 구성하고 조사, 법률, 회계, 정보기술(IT) 전문가 등 배치된다. 지난 19일 TF 구성 즉시 킥오프 회의를 개최하고, MBK에 대한 검사에 착수하는 한편, 지난 13일 기업어음(CP), 전단채 등 발행․판매 관련 불공정거래 조사도 개시했다. 아울러 20부터는 회계처리기준 위반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회계심사를 착수했다.

사모펀드 체계 개편/출처=금융위원회

증권사와 달리 필수 전산 요건 없는 PEF

하지만 체계적인 자료 확보가 가능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와 비교해 검사 환경은 척박하다. 당장 자료 확보부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영업하기 위해선 자본시장법이 정해놓은 전산 설비 등 물적 설비 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MBK와 같은 사PEF는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자본금 1억원에 투자운용전문인력 2명만 있으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MBK가 홈플러스 회생을 결정하는 과정을 문서로 기록했을지, 기록했더라도 보관 여부를 담보할 수 없다. MBK 사무실에서 이 기록부터 확인해야 한다. 회사 이메일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금융사는 회사의 자체적인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PEF는 직원마다 이메일에 접속하는 포털이 다르다. 이메일이 있어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런 PEF의 특성 때문에 홈플러스 사태 초반엔 금감원이 나서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PEF의 행위를 일일이 감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사기성 채권 발행 의혹이 짙어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MBK는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떨어지면서 단기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보고, 곧바로 다음 영업일인 이달 4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그런데 신용등급이 떨어지기 직전인 지난달 25일 홈플러스는 카드대금을 기초로 한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82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신용등급 하향 또는 회생을 계획했으면서도 채권을 발행했다면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

금감원이 검사하는 목적은 MBK가 홈플러스의 사기성 채권 발행을 인지했는지, 그 결과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졌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금감원은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 인지 시점과 회생 신청 계획 시기, 전자단기사채 발행·판매 과정에서 부정거래 의혹,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양도 과정에서 국민연금 이익 침해 여부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의 경우는 당국이 검사할 때 자료를 요구하는 프로세스가 있지만 PEF는 없다”며 “비유하자면 동네 구멍가게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이런 상황을 감안한 듯 19일 현안 관련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MBK파트너스 측이 진정성이 있다면 검사와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PEF들 "업계 큰 위기 왔다"

한편 PEF 업계는 한숨을 쉬고 있다. MBK의 홈플러스 사태로 출자 방침이 바뀌고, 새로운 규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PEF 관계자는 "불똥이 다른 데로 튈까 봐 부담스럽다"며 "PEF의 경우 증권사나 일반 헤지펀드보다 자율적이었는데 이제 규제가 생기면 PEF 활동이 위축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민연금은 벌써 적대적 M&A 투자에는 참여(캐피털콜)하지 않겠다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적대적 M&A가 정확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개념인 만큼 앞으로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적대적 M&A는 기존 대주주의 협의 없이 이뤄지는 기업지배권 탈취를 뜻한다. 피매수측의 의사에 반해 행해지는 M&A란 의미다. 그러나 인수를 하려는 측과 피인수 측의 지배구조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면 이를 적대적 M&A라고 잘라 말하기 어렵다. 또 해외의 경우 적대적 M&A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를 부정한 방법이라고 볼 수도 없다.

업계는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PEF 전체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PEF 대표는 "PEF 이미지가 나빠지면 장기적으로 출자나 투자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향후 기업 인수 시 노조와의 갈등도 불거질 수 있다"며 "PEF가 긍정적인 이미지가 많았는데 MBK 상황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태에 정치권까지 뛰어들면서 PEF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 PEF에 대한 편견을 가질 경우 앞으로 활동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 IB(투자은행) 관계자는 "업계에 큰 위기가 왔다고 다들 걱정한다"며 "MBK 하나 때문에 PEF 업계가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홈플러스 사태는 어디까지나 MBK의 문제"라며 "이로 인해 PEF 전체 사업 모델이나 투자 행위에 제한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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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이어 유럽까지, 트럼프發 '미국 보이콧'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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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위스키도 콜라도 안 사”
유럽 제품에 별 그려 소비 권장
캐나다, 매장에서 美 주류 철거

미국 제품 불매운동이 캐나다를 넘어 유럽까지 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한 데 대한 반발이다. 미국산 제품을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돕는 앱과 커뮤니티까지 등장했다.

유럽인들, 미국산 보이콧에 수만 명 동참

19일(현지시간)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24에 따르면 '미 제국주의에 자금을 대는 데 지치지 않았는가? 이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게시글이 프랑스 페이스북에 등장한 이후 수많은 유럽인들이 미국산 제품을 사는 대신 프랑스와 유럽 제품 구매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 제품 불매 운동 : 프랑스와 유럽 제품을 사자'라는 그룹이 창설된 이후 불과 2주일 만에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에 동참했으며, 인기 있는 미국 브랜드를 유럽의 비슷한 제품들로 대체하는 방법에 대한 팁을 공유하고 있다. 코카콜라 대신 '브레이즈 콜라', 맥도날드 대신 '버거퀵', 스타벅스 대신 '콜럼버스 카페' 등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식이다.

미국 제품 불매운동을 시작한 프랑스의 에두라르 루세즈는 "이것은 맹목적으로 모든 것을 보이콧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프랑스 및 유럽 경제에 가장 유익한 솔루션을 향해 우리의 지갑을 의식적으로 지시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그룹의 회원들은 세계화된 세계에서 어떤 것이 미국 제품인지 정의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피해야 할 미국 브랜드 목록을 공유하고 있다. 루세즈는 사람들에게 구매를 피하라고 조언하는 미국 브랜드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에 자금을 지원한 아마존과 테슬라 같은 브랜드들을 지목했다.

실제 독일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공개 지지한 이후 테슬라 불매운동이 거세졌다. 독일연방자동차운송청(KBA)에 따르면, 지난달 독일 내 전기차 신규 등록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지만, 테슬라 차량 등록은 76% 급감했다.

북유럽 전역에도 불매운동 확산

이 같은 풀뿌리 운동은 북유럽 전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스웨덴의 페이스북 그룹 ‘Bojkotta varor från USA’와 ‘Boykot varer fra USA’ 2개에는 1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다. 이 운동을 주도하는 야닉 코히누르는 "나는 미국 선거에서 투표할 수도, 미국 거리에서 시위할 수도 없다"며 "대신 할 수 있는 것이 불매운동"이라고 밝혔다.

덴마크와 네덜란드에서도 소규모지만 비슷한 그룹들이 운영되고 있다. 덴마크 최대 식료품 기업 살링 그룹은 소비자들이 미국산이 아닌 유럽산 제품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유럽산 제품에 검은색 별표를 붙이겠다고 밝혔고, 노르웨이의 석유 공급업체 Haltbakk는 최근 미국 해군 함선에 연료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격화하는 캐나다의 반미 감정

미국과 무역 갈등을 겪고 있는 캐나다 역시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다. 최근 캐나다에서는 미국산 제품을 구별하는 ‘메이플 스캔’, ‘캐나다산인가요?’, ‘비버 구매’ 등의 앱이 등장했다. 술부터 피자 토핑까지 다양한 제품의 QR코드를 스캔해 원산지를 확인한 뒤, 미국산 제품을 피하는 방식이다. 캐나다의 일부 카페는 '아메리카노(Americano)'의 명칭을 '캐나디아노(Canadiano)'로 변경하는 등 재치 있게 불매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도 "캐나다산을 선택하라"라며 자국산 제품 구매를 촉구했다.

문화계에서도 미국과의 거리두기가 감지된다. 캐나다의 한 하키 경기에서는 미국 국가가 연주되자 관람객들이 야유를 보낸 사례가 대표적이다. 캐나다인들의 미국 여행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미국으로 육로 여행을 떠난 캐나다인 수는 116만4,52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캐나다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도 미국산 제품 배제를 선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캐나다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온타리오주의 주류통제위원회(LCBO)는 지난달 모든 매장에서 미국산 주류 철수를 지시했다. 온타리오주 내 레스토랑과 기업들도 미국산 주류 재입고와 주문도 금지했다. 퀘벡주, 매니토바주,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등 캐나다 주요 지역에서도 미국산 주류 판매 중단을 지시했다. 이들 지역의 인구를 합하면 약 3,000만 명으로, 캐나다 전체 인구의 75%에 해당한다. 온타리오주 포드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와 체결했던 1억 캐나다달러(약 1,000억원) 규모의 계약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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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