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시장 혼란 극심" 정부, 임대차 2법 손질 나선다

"시장 혼란 극심" 정부, 임대차 2법 손질 나선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정부, 임대차 제도 개선 토론회 개최 예정
임대차 2법 도입 이후 부작용 빗발쳐
국토연구원, 보고서 통해 제도 개선·보완책 제시 

정부가 국토연구원 등 핵심 국책 연구기관과 손잡고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 작업을 시작한다. 임대차 2법 도입 이후 전세가가 폭등하며 임대차 시장의 혼란이 가중된 가운데, 제도를 전면적으로 수정·보완해 관련 부작용을 바로잡겠다는 구상이다.

임대차 2법 개편 논의 본격화

24일 국토교통부는 오는 26일 세종시 국토연구원에서 '임대차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정부 차원의 임대차 2법 개편 논의를 본격화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국토부가 후원하고 국토연구원이 주최한다. 발제는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인 이승협 중앙대 교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송경호 연구위원이 맡는다. 대표적인 국책 연구기관 세 곳에서 임대차 2법을 연구한 결과를 내놓는 셈이다.

토론회의 핵심인 임대차 2법은 지난 21대 국회 당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도입한 법안으로, 전월세 계약을 ‘2+2년’으로 연장해 최대 4년 거주를 보장하고 임대료 상승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윤석열 정부는 임대차 2법이 전월세 가격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불러왔다며 폐지를 추진했으나, 제대로 된 논의도 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탄핵 국면을 맞았다.

임대차 2법이 몰고 온 혼란

윤석열 정부의 주장대로 임대차 2법은 2020년 도입 직후부터 부동산 시장에 막심한 혼란을 야기했다. 당시 4년간 전세금을 올릴 수 없다고 판단한 임대인들이 전세가를 한 번에 대폭 인상했기 때문이다.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2020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임대차 2법 시행이 예고된 7월부터 매월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2020년에는 12.2%, 2021년에는 11.9% 뛰었다. 전국 기준 상승률도 2020년 7.52%, 2021년 12.0%로 상당히 높았다.

계약갱신요구권 만료 이후 보증금이 급등하는 사례도 많았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공개한 국토연구원의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가운데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사례 1,672건 중 4년 만기 후 전세보증금이 인상된 사례는 970건(58%)에 달했다. 인상된 금액의 평균치는 약 1억700만원(평균 인상률 21.58%)이었다.

단기간 내 전세가가 빠르게 치솟으며 전세가율(주택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 역시 뛰었고, 일부 임대인들은 갭투자를 명목으로 엄청난 수의 주택을 매입했다. 주택 매입 시 투입해야 할 자기 자본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결과다. 갭투자가 성행하고 시장 혼란이 가중되며 전세가는 급등락하기 시작했고, 무리하게 주택 수를 늘린 임대인들의 보증금 반환에 차질이 빚어졌다. 사실상 임대차 2법이 부동산 시장 전반을 뒤흔든 전세사기 사태의 단초가 된 셈이다.

국토연구원의 '제도 재설계' 제안

각종 시장 부작용을 확인한 국토연구원은 임대차 2법이 좋은 취지의 제도지만, 의도한 대로 작동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번 토론회에서는 수정·보완을 통한 제도 재설계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국토연구원은 이미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다수의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보고서에 따르면, 임대차 2법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같이 '임대차 특별지역'(가칭)을 지정하거나 지자체에 관련 권한을 이양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임대차 특별지역에는 지자체장이 국토부장관 등에 건의해 일정 기간 계약갱신요구권, 상한요율을 적용하도록 한다. 이 경우 지역별 맞춤 제도 운용이 가능하지만, 특별지역 내 이중가격(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간 전세 보증금이 다른 현상)·계약 갱신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지자체의 행정 비용이 증가한다는 단점이 있다.

기존 제도를 유지하되 임대인과 임차인이 제도 적용 여부를 자율적으로 협상해 계약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해당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기존 제도가 유지돼 국민 피로도가 감소하고, 임차인의 거주 기간 선택권을 다양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임대인도 관련 제도를 계약갱신 공실 방지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 이득을 취할 수 있다. 다만 계약 시 임차인과 임대인 간 갈등에 유의해야 하며, 비교적 임대인의 영향력이 큰 공급 부족 지역에서는 계약서에 관련 내용을 명확하게 기술할 필요가 있다.

임대료 상한요율을 현행 5%에서 10%로 상향하고, 제도 적용 대상을 저가 주택 등으로 한정하는 방법도 있다. 이 같은 방식을 채택할 시 이중가격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지만, 적정 상한요율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제도 적용 대상을 재설정할 경우 문턱 효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정책이 복잡해진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생활고 겪는 한국 노인들, 세계에서 가장 가난 ‘불명예’

생활고 겪는 한국 노인들, 세계에서 가장 가난 ‘불명예’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통계연구원, 한국 SDG 이행보고서 2025 발간
66세 이상 상대적 빈곤율 40% 육박
“가진 거라곤 집 한채뿐” 쓸 수 있는 돈 적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 40%에 육박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가 국가간 노인빈곤율을 체계적으로 비교한 2009년 이후부터 한국은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은퇴연령인구 상대적 빈곤율 '39.8%'

24일 통계청이 펴낸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이행 현황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처분가능소득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14.9%였다. 상대적 빈곤율은 중위소득 대비 50%도 못 벌어들이는 빈곤층 인구 비율을 뜻한다.

특히 우리나라 노인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선진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기간 66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39.8%에 달했다. 이는 OECD 국가 가운데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노르웨이(4.1%), 덴마크(4.3%), 핀란드(5.5%), 프랑스(6.1%) 등은 물론이고 미국(23.1%), 호주(22.6%), 일본(20.0%)에 비해서도 높은 비율이다.

성별로 노인빈곤율을 들여다보면 남성 31.2%, 여성 43.4%로 여성이 훨씬 더 빈곤했다. 이런 노인빈곤율은 우리나라 전체 상대적 빈곤율 14.9%나 근로연령인구(18∼65세)의 상대적 빈곤율 10%(남성 9.6%, 여성 10.3%)보다 월등히 높다.

2021년 37.6%보다 더 악화

그간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2011년 46.5%, 2012년 45.4%, 2013년 46.3%, 2014년 44.5%, 2015년 43.2%, 2016년 43.6%, 2017년 42.3%, 2018년 42.0%, 2019년 41.4% 등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그러다가 2020년 38.9%로 처음으로 30%대로 내려왔고, 2021년에는 37.6%로 2020년보다 1.3%포인트 떨어지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2011년 이후 대체로 완화하고 있지만, OECD 회원국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OECD의 '한눈에 보는 연금 2023' (Pension at a glance 2023)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인구의 소득 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평균(14.2%)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OECD 가입국 중 노인의 소득 빈곤율이 40%대에 달할 정도로 높은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출을 지렛대 삼아 부동산 구입에 쓰다 보니 고령자들은 빚만 잔뜩 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1∼3월) 말 기준 92%로 주요국 중 5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으로 쥐고 있는 한국의 고령층은 보유 자산에 비해 쓸 수 있는 돈이 적다. 현금화가 가능하고 배당 소득 등이 유입되는 금융 자산과 달리 부동산 자산은 즉시 유동화하기 어렵고 대출 이자 등으로 그나마 있는 소득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돌봄서비스, 예산 삭감 “일자리사업 설계 미흡”

하지만 이런 상황 속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들이 저임금 구조를 바꾸지 못하고 잘못 설계돼 정작 내년 돌봄이 필요한 노인 혜택을 줄이는 상황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전 부처의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성과평가를 한 결과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 사업(노인일자리)은 공공형과 민간 및 사회서비스형이 각각 ‘양호’와 ‘우수’를 받았지만, 노인맞춤돌봄서비스는 삭감(올해 예산)으로 평가됐다.

우선 노인일자리 사업은 정부의 핵심적인 노인 직접 일자리 사업이다. 노인 인구 증가와 높은 노인빈곤율을 고려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는 평가다. 복지부는 지난해 2조264억원을 투입해 일자리 103만 개를 만들었다. 그 결과 106만6,941명이 일을 할 수 있었다. 다만 이 사업은 일자리의 양적 측면에서 성공했지만, 저임금 일자리란 질적 측면에서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일자리의 약 64%인 공익활동형은 기초연금수급자임을 고려하더라도 월 평균 3시간씩 10일만 일하면서 월 29만원(11개월)을 번다.

65세 이상 고령층이 대상인 사회서비스형도 10개월동안 월 76만원을 버는 형태다. 공익활동형과 사회서비스형은 각각 월 2만원, 4만원 소폭 임금 인상만 이뤄졌다. 공익활동형은 노인이 더 어려운 노인을 돕는다는 점에서 활성화가 필요하다. 주요 일자리를 보면 독거노인, 조손가정노인, 거동불평 노인 등 취약계층 노인 방문 사업에 5만5,066명이 참여했다.

반면 노인맞춤돌봄서비스는 올해 예산 삭감이 권고돼 약 1% 감소했다. 이 사업은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을 돌보는 게 목적이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도 지난해 예산이 직전년도보다 8.8% 증가한 5,561억500만원이 편성된 덕에 일자리를 3만9,000개(참여자)로 전년보다 2,000개 늘렸다. 그 결과 노인 55만1,819명이 서비스 혜택을 받았다. 중점 돌봄군 서비스 제공시간도 월 16시간에서 월 20시간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이 사업이 제대로 된 일자리 사업 역할을 못했다는 점이다. 사업 영속성 기준인 반복 참여자 비율은 ‘제로’였다. 당초 사업 목적인 취업 취약계층의 참여율은 2.5%에 그쳤다. 대신 대부분 생활지원사가 상대적으로 저임금 수준인 월 125만원을 받으면서 이 사업에 참여했다. 취약계층에 우선 일자리를 제공하고 경력을 쌓아 더 나은 일자리를 찾는 게 목표인 고용부 정책 관점에서는 미흡한 사업이었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우리나라의 돌봄 서비스 비용과 관련해 우리의 인구구조를 생각할 때 현재의 비용으로 돌봄 서비스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개별 가구가 외국인 근로자를 사적 계약으로 직접 고용하는 방식(1안), 고용허가제 외국인력(E-9 비자) 허용 업종에 돌봄서비스업을 추가하고, 이 업종에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적용하는 방식(2안)을 제안했다.

이 총재는 "저희가 제안한 안을 선택하면 현재 돌봄서비스에 종사하는 국내 노동자들은 경쟁이 심해지기 때문에 당연히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또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은 최고임금 이상 받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두 가지(문제의) 해결책으로 1안과, 두 번째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별제를 (제시) 하고 있다"며 "당장은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못 하겠지만, 5~10년 사이에 모든 국민, 부모님들이 돌봄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99만 정규직 자리 옮긴 일본, ‘정규직=평생직장’ 공식 깨지며 사회 체질개선 초입

99만 정규직 자리 옮긴 일본, ‘정규직=평생직장’ 공식 깨지며 사회 체질개선 초입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수정

25∼34세 이직자 최대 비중 차지
인구·근로 시간 감소에 인력난 심화
경력 단절 여성 취업도 활발한 편

지난해 일본의 정규직 이직자 수가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 회사에 입사해 정년을 채우는 ‘평생직장’ 문화가 옅어지는 배경으로는 산업계 전반의 만성적 인력 부족이 꼽힌다. 이와 함께 이직 시 연봉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상대적으로 애사심이 약한 젊은 세대의 이직 행렬을 부추겼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규직 이직자, 10년 만에 62% 급증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총무성(행정안전부 격) 조사를 인용해 지난해 일본 내 정규직에서 다른 회사 정규직으로 이직한 사람이 99만 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수치는 전년 대비 5% 증가한 수준이자, 10년 전과 비교하면 62% 늘어난 것이다. 반면 비정규직에서 다른 회사 정규직으로 이직한 사람은 32만 명으로 10년 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연령대별 정규직 이직자는 25∼34세가 37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35∼44세가 24만 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닛케이는 이들 이직자 대부분이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신규 채용이 급감했던 시기에 취업한 세대라는 점을 근거로 들며 “젊은 세대일수록 이직을 통해 임금 수준을 올리고자 하는 경향이 짙게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직자 증가가 일본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매체는 “일본의 고용 유연성은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산업의 신진대사가 진행되기 어려워 경제 성장의 족쇄로 작용해 왔다”며 “생산성이 낮은 기업의 노동자가 이직하면, 경제 전체의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이직자 증가에 대응해 경력 채용을 늘리고, 노동력 감소를 막기 위해 임금 인상과 유연한 근무 체계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직자 1인당 일자리 1.26개

과거 평생직장을 당연하게 여겼던 일본 사회에서 이처럼 이직이 활발해진 배경에는 만성적 인력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 가뜩이나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의 퇴직과 인구 감소가 맞물리면서 기존 업무를 유지하기 위한 직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노동법까지 개정되면서 평균 근로 시간이 감소하는 등 인력 충원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일본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2년 69.8%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감소해 2022년에는 59%까지 쪼그라들었다. 또 올해 1월 기준 일본의 유효구인배율(구직자 1인이 가질 수 있는 일자리 수)은 1.26을 기록하며 지난해 말 대비 0.01p 올랐다. 갈수록 구직자보다 일자리가 넘친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유효 구직자 수는 0.3% 감소한 181만3,283명에 그쳤다.

이직자들이 새로운 회사로 자리를 옮기며 연봉을 높게 부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 취업 정보 사이트 마이나비가 지난해 이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회사를 옮긴 후 연봉이 올랐다고 답한 직장인이 39.5%로 집계돼 줄었다고 답한 18.6%를 2배 이상 웃돌았다. 2019년만 해도 이 비율이 각각 33.7%, 25.8%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직으로 연봉을 올리는 직장인들이 뚜렷한 증가세에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직자 증가와 더불어 일본에서는 퇴직자를 재고용하는 ‘알럼나이(Alumni) 채용’도 증가하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졸업생을 의미하는 표현인 알럼나이는 기업 현장에서는 중도 퇴사자를 일컫는 단어로도 쓰인다. 채용 정보기업 리크루트가 지난해 일본 기업 인사 담당자 2,7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퇴사자의 복직을 받아주고 있다는 응답자가 과반인 55.5%에 이르렀다. 또 응답자의 3분의 1은 알럼나이 네트워크를 이미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 입장에서 퇴사자들의 귀환은 여러 이점이 있다는 해석이다. 예전에 수행하던 업무에 다시 투입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별도의 업무 교육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채용 컨설팅기업 로버트월터스의 토비 파울스턴 대표는 “이미 업무에 익숙한 직원을 다시 채용하는 것은 신입 사원을 교육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며 “퇴사자가 회사 밖에서 쌓은 지식과 가치관을 직장에 새롭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 기업 비용 절감 노력 주효

일본의 일자리 호황은 여타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총무성이 집계한 지난해 일본의 완전실업률은 2.5%로 2019년(2.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취업자 수는 6,781만 명으로 1953년 이래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116만 명이 여성 취업자였다. 일본 총무성은 이와 관련해 “노동시장이 확대하고 있어 고용정세가 매우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자평했다.

일본 내 지역사회에서도 자국 정부의 노력이 일자리 호황을 불러왔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2000년대부터 각종 규제를 없애고 노동 유연성을 높인 일본은 전임 아베 신조 총리 체제에서 엔저(엔화 가치 하락)를 유도하고 법인세율을 낮추는 등 기업의 비용 부담 축소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여유가 생긴 기업들은 생산성 확대를 위해 앞다퉈 채용을 확대했다.

흔히 ‘경단녀’로 불리는 경력 단절 여성들의 취업률이 높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경제인협회가 한국과 경제 규모 및 인구가 비슷(국민소득 3만 달러·인구 5,000만 이상)한 국가 7개국을 대상으로 한 ‘15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 고용률’ 조사에서 일본은 74.8%로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국(56.2%)은 물론 영국(74.2%), 프랑스(73.9%) △독일(73.8%) 등 주요국을 모두 뛰어넘은 결과다.

다만 이처럼 높은 재취업률이 소위 ‘파견사원’으로 불리는 비정규직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적지 않은 여성이 파트타임이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낮은 직책에 머무르고 있는 탓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일본 여성의 평균 소득은 남성보다 40%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크루트 업체 워크에이전트(Warc Agent)의 커리어 상담사인 스즈키 유미코(40대)는 “일본 기업들은 여전히 연공서열에 기반한 평가 시스템, 즉 나이가 들수록 능력에 상관없이 경력이 진전하는 체계를 적용하는 곳이 대부분”이라면서 “이 때문에 이력서에 공백이 있으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갈수록 인력 부족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노동 평가 시스템 전체를 점검할 필요성도 높아 보인다”고 힘줘 말했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애플의 ‘아픈 손가락’ 애플TV+, 연간 1조원대 손실에 전략 수정 불가피

애플의 ‘아픈 손가락’ 애플TV+, 연간 1조원대 손실에 전략 수정 불가피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작품성에선 높은 평가, 대중성은 ‘글쎄’
넷플릭스 독주, 여타 OTT 수익 개선 요원
애플TV+ 폐쇄적 운영 정책 포기 선언
애플TV+ 이용화면 예시/사진=애플

애플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를 운영하며 해마다 1조원이 넘는 손실을 떠안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수익성 개선은 OTT 업계 전반에 주어진 과제로, 애플TV+는 제작 비용을 축소하고 이용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등 새로운 경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애플TV+, 팀 쿡의 ‘비싼 취미생활’?

22일(이하 현지시각) IT 전문매체 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애플TV+는 애플의 콘텐츠 포트폴리오 가운데 수익성이 없는 유일한 서비스”라고 표현하며 “애플은 해당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연간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의 손실을 거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출범 5년이 지나도록 애플TV+가 적자를 전혀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매체의 진단이다.

실제로 2019년 출범한 애플TV+는 오랜 시간 폐쇄적인 운영 정책을 고수해 왔다. 여타 OTT들이 자체 콘텐츠 제작과 더불어 외부 라이선스 작품들로 라이브러리를 확대한 것과 달리, 자체 기획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중심으로만 작품 라인업을 꾸리는 식이다. 애플TV+가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한 금액은 연간 50억 달러에 달한다.

막대한 돈이 투자된 만큼 애플TV+ 오리지널 콘텐츠의 작품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실적 발표 직후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애플TV+ 콘텐츠가 전 세계 유수의 시상식에서 약 2,500번 노미네이션됐으며, 그 결과 538회의 수상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높은 작품성이 시장 점유율로 이어지진 않았다. 업계는 애플TV+ 구독자 수가 4,500만 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세계 최대 스트리밍 업체이자, 모든 OTT의 경쟁사 넷플릭스 가입자가 3억163만 명에 달하는 것과 매우 대조적인 성적이다. 일각에서 애플TV+를 두고 쿡 CEO의 ‘비싼 취미생활’이라는 조소 섞인 비판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소규모 OTT 합병·철수 본격화

넷플릭스의 독주 체제 아래 시름하는 OTT는 비단 애플TV+뿐만이 아니다. 1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영화 제작사 파라마운트픽처스가 운영했던 파라마운트+가 대표적 예다. CBS 올 액세스(CBS all-access)를 전신으로 하는 파라마운트+는 고전 영화들의 리메이크, ‘스타트렉’ 시리즈 등으로 출범 초기 시장의 이목을 끌었지만, 그 효과는 길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매각이 결정된 파라마운트+는 또 다른 영화 제작사 스카이댄스 미디어(Skydance Media)로 적을 옮겼다.

미디어 제국으로 불리는 월트디즈니컴퍼니도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손실이 불어나면서 수천 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해고했으며, 2023년 말부터는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Nelson Peltz)와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펠츠는 디즈니+가 2019년 론칭 이후 3년간 최소 10조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고 지적하며 디즈니 이사회 진입을 천명했다. 지난해 4월 주주총회에서 그는 31%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지만, 밥 아이거 디즈니 CEO의 위기의식을 일깨우는 데는 성공했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중론이다.

업계는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이 꾸준히 증가세인 만큼 OTT 시장에서 생존할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명 애널리스트들과 재계 인사들을 인용해 “올해부터 소규모 OTT의 합병 또는 시장 철수가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예측했으며, 뉴욕타임스(NYT)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생존하는 기업은 많아야 3~4개 정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TV+ 안드로이드 앱/사진=애플

수익성 개선 위해 애플 생태계도 포기

오랜 시간 폐쇄적인 운영 정책을 고수해 온 애플TV+가 수익성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꾼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애플TV+는 지난해 11월부터 자사 오리지널 콘텐츠를 여타 플랫폼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를 제작비 일부를 회수하고, 이용자와의 접점을 늘린다는 의도다. 현재 국내 OTT 중에선 티빙이 애플TV+ 브랜드 관을 통해 프리미엄 구독자에게 애플TV+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이와 동시에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입되는 비용도 연간 50억 달러에서 45억 달러로 10% 삭감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애플TV+ 가장 많이 재생된 코믹 액션 스릴러 영화 ‘울프스(Wolfs)’의 속편 제작이 취소되기도 했다. 애플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영화 제작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OTT 친화적이고 저렴한 요금에 더 집중하기 위해 콘텐츠 전략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폐쇄성도 포기하는 모습이다. 이전까지 애플TV+는 맥, 아이폰 등 애플 제품에서만 접근이 가능했다. 이용자들을 일정한 생태계 안에 가두고, 자사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다는 게 애플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이달 12일 출범 6년 만에 처음으로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며 이 같은 청사진도 빛을 잃게 됐다.

다만 이 같은 정책 변경이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더 인포메이션은 “애플은 새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 구매자들에게 애플TV+ 3개월 무료 이용권을 제공한다”며 “애플TV+ 사용자 가운데 과연 몇 퍼센트가 월 9.99달러의 구독료를 지불하고 있는지 불분명한 이유”라고 꼬집었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트럼프 압박 견디려면" 韓·中 협력 관계 강화 조짐

"트럼프 압박 견디려면" 韓·中 협력 관계 강화 조짐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수정

美 보호무역주의에 짓눌리는 中, 韓에 손 뻗어
FTA 2단계 논의 이후 교류 확대 전망
"한한령 피해 컸다" 협의 시 中 양보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중국과 한국의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위기를 맞이한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앞세워 이전보다 교류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SCMP "韓·中 협력 탄력 받을 것"

23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갈등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서 중국과 한국의 문화 교류 및 경제 협력이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최근 몇 년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 문제와 미국의 군사적 개입 등으로 인해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을 계기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상무부 관계자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한·중 FTA는 이미 체결된 지 10년이 넘었으며, 지금은 이를 고도화하고 보다 정밀한 협력 체계를 논의할 시점”이라며 “한국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한·중 FTA '2단계'란?

중국 측이 언급한 한·중 FTA의 '업그레이드'는 이미 예정돼 있던 사항이다. 앞서 양국은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FTA 2단계 논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한·중 FTA는 2015년 12월 발효된 상태인데, 그동안 추진된 상품 교역 분야 시장 개방을 넘어 앞으로는 서비스 분야, 특히 문화·관광·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중국은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상무부 산하 싱크탱크인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CAITEC)의 취 웨이시 부원장은 한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가속화해 서비스 분야 협력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중국은 서비스 무역 고품질 발전 정책 등을 통해 (외국인을) 내국인 대우하고, 시장에 전권을 주는 등 서비스 시장에 대한 접근성 관련 제한을 많이 완화했다”고 덧붙였다.

'한한령' 타격 만회할 기회

시장에서는 한·중 FTA 2단계 협상 진행 시 우리나라가 문화·콘텐츠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이득을 취해야 한다는 평이 나온다. 문화·콘텐츠는 지난 수년간 중국의 한한령으로 인해 막심한 타격을 입은 분야기 때문이다. 한한령은 중국 내에서 한국 기업이 제작한 콘텐츠,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광고 등의 송출을 금지하는 조치로, 2016년 7월 한국의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한한령 발효 이후 중국에서 한류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중 합작 드라마의 한국 주인공 배우가 갑작스럽게 중국 배우로 교체되기도 했고, 한국 드라마 대부분이 방송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현재까지도 한국 대중 가수들의 대규모 중국 공연은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한한령 이후 중국에 ‘비공식적인’ 한류의 유입이 늘어났다는 점도 문제다. 중국에서는 현재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이용이 허용되지 않으며, 중국 내 방송이나 현지 OTT에서는 공식적으로 한국 드라마, 영화 등이 방영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중국 내 한류 팬들은 가상사설망(VPN), 불법 한국 드라마 유통 사이트 등 우회로를 통해 한류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다. 이 같은 콘텐츠 불법 배포 및 유통은 한국 문화·콘텐츠 업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산업적 이득을 넘어 한한령 이후 심화한 우리나라의 반중 정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양보는 필수적이다. 한한령 이후 양국은 역사·문화 문제를 두고 날카롭게 대립해 왔다. 한식, 한복 등 한국의 전통문화가 중국 것이라고 주장하는 애국주의 중국 누리꾼 ‘샤오펀훙’(小紛紅)이 늘어난 것도 한한령 이후다. 이와 관련해 한 문화·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한한령 이후 한국 콘텐츠에서 중국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기 시작했고, 중국도 이에 날카롭게 반응하고 있다"며 "악화한 양국 관계와 인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중국도 이득만 찾으려고 하지 말고 양보할 건 양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선두 추격’에 속도 내는 쿠팡이츠, 업계 1위 배민 위상 흔들

‘선두 추격’에 속도 내는 쿠팡이츠, 업계 1위 배민 위상 흔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쿠팡이츠 충성고객 증가, 月 카드 결제액도 2배 껑충
소비자·자영업자·라이더 모두에서 입지 확대
배민은 결제 금액·앱 사용자 감소, 시장 구조 변화 조짐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과 3위 요기요의 지난달 결제금액이 역대 최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인 쿠팡이츠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점유율을 잠식한 결과다. 2021년 출범한 쿠팡이츠는 업계에서도 한참 늦은 후발주자지만, 운영 4년 만에 시장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리더격 존재로 떠올랐고, 지난해 한 해에만 사용자가 400만 명 이상 늘어 이제는 월 1,000만 명이 사용하는 배달 앱이 됐다. 업계는 쿠팡이츠가 지난해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올해 배민의 턱밑까지 따라붙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이츠 결제금액 106.9% 급증, 배민은 16.8% 뚝

24일 대체 데이터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배민의 신용카드 결제금액(보정치)은 지난달 8,227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8% 급감했다. 이는 2018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월 기준으로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요기요의 지난달 결제금액은 지난해 2월보다 42.7% 줄었다. 이 역시 역대 최대폭의 감소다.

배민과 요기요의 급격한 위축은 쿠팡이츠의 가파른 성장에 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쿠팡이츠 결제금액은 지난달 5,275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06.9% 급증했다. 배달앱 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쿠팡이츠의 점유율은 37.0%로, 1년 전 19.0%에서 2배가량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배민 점유율은 같은 기간 71.5%에서 57.8%로 줄었고, 요기요 역시 9.5%에서 5.2%로 쪼그라들었다.

재이용률도 매년 상승 중이다. 작년 1월 쿠팡이츠 이용자가 이후 6개월 뒤에 서비스를 다시 이용한 비율은 57.1%로 나타났다. 이용자 10명 중 6명가량이 이탈하지 않고 서비스를 한 차례 이상 재이용했다는 의미다. 고객의 충성도를 반영하는 이 비율은 2022년 1월 41.1%, 2023년 1월 54.1%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반해 배민과 요기요의 재이용률은 낮아졌다. 배민 서비스의 6개월 뒤 재이용률은 2024년 1월 이용자 기준 57.9%다. 쿠팡을 근소하게 앞서는 수치지만 1년 전 61.2%보다는 낮아졌다. 요기요 역시 같은 기간 50.4%에서 42.2%로 크게 떨어지며 많은 충성고객이 이탈하고 있음을 반영했다.

월 이용자 1,000만 명 돌파

전문가들은 쿠팡이츠 충성고객 증가의 핵심 배경으로 무료배달 등 과감한 회원 할인 서비스를 꼽는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3월부터 와우멤버십 회원에 한해 최소금액 이상 주문 시 배달비를 전액 면제하는 무료배달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어 같은 해 5월부터는 무료배달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무료배달 도입 후 쿠팡이츠는 단숨에 시장 점유율을 20%대까지 끌어올리며 업계 2위로 올라섰다. 2023년에는 음식 가격을 최대 10% 할인해 주기도 했다. 1,400만 명에 달하는 온라인쇼핑몰 회원을 최대한 자체 배달앱 이용자로 끌어와 지배력 강화 발판으로 삼으려는 전략이었다.

적자를 감수한 공격적인 마케팅은 즉각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2022년 2조838억원이던 결제추정액이 2023년 2조3,225억원으로 11.4% 증가했고, 다시 지난해 4조8,377억원으로 1년 사이 무려 2배 넘게 뛰었다. 반면 배민의 2022년과 2023년 결제추정금액은 각각 13조2,512억원, 12조7,117억원에서 지난해 11조5,371억원으로 2년 새 13%가량 줄었다. 올해 1월에도 배민은 결제추정액이 9,3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감소하며 1조원대가 무너진 데 반해, 쿠팡이츠는 전년(2,700억원)보다 113.3% 신장한 5,759억원을 기록했다.

이용자 수 격차도 빠르게 좁혀가는 중이다. 앱 통계 분석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무료배달을 도입한 작년 3월 626만 명에서 지난달 1,026만 명으로 불어났다. 쿠팡 측은 “작년 5월 무료배달 전국 확대 시행 전후 일주일 주문량을 비교해보면 지방 매장 주문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배민 이용자는 2,243만 명으로 1위를 유지했지만, 점유율은 크게 낮아졌다.

적자 감수한 '선투자' 기조 올해도 이어질 것

향후 펼쳐질 마케팅 전쟁에서도 쿠팡이츠가 다소 유리한 고지에 있다. 배민은 오는 4월 14일부터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를 받겠다고 밝혔다. 그간 배달업계는 앱을 통해 주문한 이용자가 직접 가게로 방문해 음식을 가져갈 경우 수수료를 면제해 왔다. 이에 배달앱이 받는 수수료는 대부분 '배달 서비스'와 관련된 수수료였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 포장 주문 역시 앱을 통해 주문이 들어가는 만큼 앱 운영·개발 비용이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고, 배민이 총대를 멨다.

다만 이 같은 결정엔 올해 4월부터 도입되는 배달 수수료 상생안에 따른 수익 악화 우려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수익성은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해에만 4,000억원 넘는 금액을 배당금으로 받아 갔다. 결국 배민은 정부의 압박에 배달 수수료를 낮추면서도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또 다른 수수료를 도입한 셈이다.

반면 쿠팡이츠 모기업인 쿠팡Inc의 기조는 영업이익보다는 점유율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난해 쿠팡은 매출 41조원을 벌어들이면서도 영업이익 규모는 6,023억원에 그쳤다. 우아한형제들과 비교하면 매출은 10배 이상 많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1,000억원 가까이 적다. 당장 곳간을 채우기보단 추가 투자로 곳간 자체를 키우는 게 우선이라는 경영 방침 때문이다. 아직 적자를 내고 있는 쿠팡이츠에도 이 같은 '선투자'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트럼프 정부, 소액면세제 개편 만지작 “中의 韓 우회 수출 우려”

트럼프 정부, 소액면세제 개편 만지작 “中의 韓 우회 수출 우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美 소액면세제도 개편 가능성↑
중국 이커머스, 한국 공세 전망
한국 우회 경로로 미 접근할 수도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한국 시장 진출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캐나다·멕시코 등의 수입품에 대한 '소액면세제도(de minimis)' 개편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미국 시장에 직접 접근이 어려워진 중국이 우회수출 경로로 한국을 활용할 경우, 한국 역시 미국의 수입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한국발 대미 직접 판매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소액면세제도 개편 움직임

24일 유통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지난달 중국·캐나다·멕시코 수입품에 대한 면세 조치를 뜻하는 소액면세제도를 폐지하기로 발표했지만 일단 유지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 제도는 개인이 사용하기 위해 수입하는 800달러(약 117만원) 이하 제품의 경우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미국으로 유입되는 소포는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 기준 연간 646억 달러(약 95조원)에 이른다. 이 중 중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소액 수입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 부과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도 폐지를 일단 유예했지만, 임기 내 제도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현재 미국 의회에는 2023년부터 이달까지 공화당과 민주당 소속 상·하원 의원들이 발의한 소액면세제도 개편 관련 법안만 총 5건이 계류 중이다. 올해 들어 발의된 2건은 대(對)중국 소액면세제도를 즉각 폐지하거나 나머지 국가에 대해서도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 저가 상품 수출 수단으로 악용

미국이 소액면세제도 손질에 나선 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액 국제 소포와 마약 밀수가 급증하고, 중국발 이커머스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공급망의 투명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중 간 무역적자가 심화하면서 소액면세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초당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이 이 기준을 처음 제정한 때는 1938년으로, "국민이 작은 선물을 수입하고자 하는 경우 최소한의 부담으로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de minimis’라는 말의 라틴어는 ‘너무 사소해서 고려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는 뜻으로, 초기 기준점은 선물은 5달러, 기타는 1달러였으나 1994년에 200달러로 인상됐다. 그러다 2016년 ‘무역 촉진 및 무역 집행법’을 통해 800달러로 기준이 확대돼 현재 800달러 이하 물품에 대해서는 면세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중국 사이트를 통한 저가 온라인 구매가 증가하면서 이러한 소액면세제도가 중국 저가 상품 수입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중국 패션 기업인 쉬인은 미국 오프라인 매장이나 브랜드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도 이 소액면세제도를 활용해 미국 패스트패션 시장의 30%를 점유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 이커머스 기업의 공습에 오프라인 매장이 흔들리고 섬유·의류· 장난감 등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고, 세관 공무원의 부담이 커지자, 백악관은 지난해 9월, 1974년 무역법 제301조나 제201조, 1962년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관세를 적용받는 수입품의 경우 소액면세기준제도를 적용하지 않고 과세하겠다는 규정안 제정 계획을 발표했다. 백악관 발표문을 통해 조 바이든 정부는 소액면세제도를 활용해 수입되는 물품 건수가 10년 전에는 연간 1억4,000만 건 정도였지만 작년에는 10억 건 이상이었다며, 중국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이 이 제도를 남용하고 있어 미국 내 제조 업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中의 韓 우회 수출, 국내기업에 불똥 튈수도

이런 가운데 국내 이커머스업계는 미국이 소액면세제도를 폐지할 경우 중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을 대체하기 위해 한국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는 C커머스가 대미 수출을 위한 우회 경로로 한국을 택한다면 한국 역시 미국의 수입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중국이 한국을 대미 수출 전진 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미국은 중국의 우회 수출 조사를 강화할 필요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며 "한국발 제품 조사가 엄격해지면 배송 지연, 규제 준수 비용, 무역 갈등 등 문제에 노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중국뿐 아니라 한국도 소액면세제도의 축소 또는 폐지 대상국에 포함될 우려도 있다. 최근 린다 산체스 하원 의원(민주당)은 대중국 소액면세제도의 즉각 폐지 및 이외 국가에 대해서도 점진적인 폐지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개편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해외직접판매액은 3,448억원으로, 5년 전보다 76%가량 상승했다. 제도가 개편된다면 국내 소액 수출 사업자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통관·관세 정책 변화에 대비하는 한편, 미국 시장에서 중국의 대체 공급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분야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전윤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 "디지털 활용 능력이 높고 동일 연령대 중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구매력을 보이는 미국 60대 이상 인구를 공략하는 등 소비시장을 세분화하고 계층별 마케팅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소비자와 플랫폼을 강화하고 중국의 우회 수출과 투자로 인한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요국 사례를 참고해 소액면세제도를 개편하는 등 해외직구 증가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와 국내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韓 위협하는 中 디스플레이, 차량용 OLED 시장서도 거센 추격

韓 위협하는 中 디스플레이, 차량용 OLED 시장서도 거센 추격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수정

LG·삼성 등 韓 기업 수익성 하락 등 실적 부진
SDV 전환 속에 차량 OLED 패널로 활로 모색
LCD 점령한 中 기업, 글로벌 2위 오르며 추격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분야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면서 해당 시장에서 일본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중국 기업들도 가파른 성장세 속에 2위에 안착했다. 특히 BOE, 차이나스타, 티엔마 등 중국 기업들은 자국 내 공급망을 기반으로 액정 디스플레이(LCD)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OLED 분야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며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中 기업, 차량용 OLED·LCD 시장에서 2위에 올라

23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차량용 프리미엄 디스플레이(차량용 OLED·저온다결정실리콘 LCD) 시장에서 한국 기업(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이 32.5%의 점유율로 일본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이 시장 강자였던 일본은 24.4%를 기록하며 3위로 하락한 반면 중국 기업은 점유율 29.8%로 2위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의 급성장이 두드러진다. 한국은 전년 대비 점유율이 1.6%포인트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중국은 10%포인트 증가하며 한국을 바짝 추격했다. 한·중 간 점유율 격차도 11.1%포인트에서 2.7%포인트까지 좁혀졌다.

기업별 매출 기준으로는 LG디스플레이가 점유율 24.8%를 기록하며 2022년부터 3년 연속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샤프와의 격차도 12.1%포인트로 벌어졌다. 다만 중국 기업의 점유율도 큰 폭으로 확대됐다. 티엔마는 점유율은 2023년 4.2%에서 2024년 11%까지 늘리며 전체 중국 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순위도 7위에서 4위까지 상승했다. 이 기간 BOE와 차이나스타의 점유율도 각각 7.6%에서 9.7%, 6.7%에서 7.6%로 확대됐다. 이는 중국이 국내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전기차, 자율주행 차량 등에 자국산 OLED를 탑재한 결과로 풀이된다.

韓, IT 기기 수요 악화에 차량용 OLED 시장으로 선회

국내 기업들이 차량용 OLED·LCD 시장에서 중국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글로벌 1위에 올랐지만, 전체 실적 면에서는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전년 대비 33.9% 감소한 3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LG디스플레이도 3년 연속 연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실적 악화는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감소에 기인한다.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판매가 둔화하면서 IT 기기에 패널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과 일본이 양분해 온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진 점도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자국산 부품 회사를 중심으로 자국 내 공급망 구축하면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2020년 70%포인트에 달하던 한·중 간 점유율 격차가 지난해 상반기 5.2%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차량용 LCD 디스플레이 시장만 떼어놓고 보면 중국이 압도적 1위다. 중국은 2023년 39.8%에서 지난해 46.2%로 6.4%포인트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은 13.1%에서 16.7%로 3.6%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차량용 OLED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차량용 LCD 디스플레이에서는 중국의 점유율이 높지만, 차량용 OLED 부문은 이미 국내 업체가 시장을 장악한 데다 기술력의 격차로 인해 중국이 국내 업체를 쉽게 추격하기 어려운 분야로 평가된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매출 기준 국내 업체의 차량용 OLED 시장 합산 점유율은 74.4%를 기록해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여기에 차량용 OLED 시장의 공급망 역시 높은 기술 장벽으로 인해 이미 진입한 국내 업체들이 주문을 독점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더욱이 차량용 OLED 패널의 경우 IT용 패널 대비 가격이 5배가량 높은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성장 가능성도 크다. 최근에는 자동차 업계에서 현대차, 폭스바겐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Software Defined Vehicle)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강화되면서 차량용 OLED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다.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 4억8,175만 달러(약 7,000억원) 수준이던 차량용 OLED 시장 규모는 오는 2027년 21억7,786만 달러(약 3조1,5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OLED가 탑재된 콘셉트카/사진=LG디스플레이

자국 내 공급망 구축한 中, 차량용 OLED에 투자 강화

현재 국내 기업들은 차량용 OLED 시장에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의 디지털 사이드미러에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으며, BMW그룹 소형차 브랜드 미니에 지난해부터 업계 최초로 원형 OLED 패널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또한 퀄컴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차량용 OLED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자동차용 OLED 디스플레이 패널 출하량은 2024년 1분기 약 10만 대, 2분기 20만 대에서 3분기에는 50만 대로 급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일찍부터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다. 2005년 처음으로 차량용 패널을 출시한 데 이어 2018년 이후 6년 연속 10인치 이상 차량용 디스플레이에서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OLED 매출의 약 8%를 차량용 패널에서 거뒀다.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40인치 필러투필러(P2P)' 차량용 OLED 패널 양산을 시작하며 초대형 차량 디스플레이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필러투필러는 자동차 운전석 앞 유리 기둥(필러) 왼쪽 끝에서 조수석 오른쪽 끝까지 차지하는 초대형 차량용 디스플레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차량용 OLED 또한 중국의 추격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옴디아는 "BOE를 비롯해 티엔마, CSOT, 비전옥스 등이 차량용 OLED 패널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며 "중국 기업은 비용과 생산력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어 시장 확대에 상당히 유리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로 중국 업체는 거대한 자동차 내수 시장과 정부의 투자보조금 지원을 바탕으로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일례로 BOE는 2022년 상반기부터 자국 기업인 BYD에 차량용 플렉서블 OLED 패널을 공급하는 등 자국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재택근무가 능사 아니다" 美 사무실 출근 요구 확대

"재택근무가 능사 아니다" 美 사무실 출근 요구 확대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사무실로 돌아와라" 저무는 재택 시대
사무실 근무 대비 생산성 떨어져
Z세대 40%는 '사무실 복귀 환영'

미국 주요 기업들이 속속 재택근무를 폐지하고 있다. 산업계 전반에서 재택근무는 생산성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사무실 출근을 장려하는 기업들이 증가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재택·하이브리드 근무를 선호하던 근로자들의 인식 역시 Z세대(1997년부터 2012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 등 청년층을 중심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추세다.

美 '주 5일 출근' 확산

23일(현지시각) CNBC는 미국 기업들이 앞다퉈 주 5일 출근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신규 채용 시 출근제를 의무화하는 기업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구직 전문 사이트 링크드인에 올라온 구인 광고 중 재택 또는 하이브리드 근무 가능 일자리는 전체의 20%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재택근무 열풍의 최전선에 섰던 빅테크 기업들도 점진적으로 사무실 출근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사무실 복귀를 시작했으며, 2023년부터는 대부분의 직원에게 주 3회 출근을 요구하고 있다. 애플도 2022년 4월부터 하이브리드 근무를 시작해 현재 주 3회 출근(월요일, 화요일, 목요일) 정책을 시행 중이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했던 메타는 2023년 9월부터 직원들에게 주 3회 대면 업무 수행을 주문했으며, 아마존 역시 지난 1월부터 모든 직원에게 전면적인 사무실 복귀를 명령했다. 주 3일 출근을 의무화했던 월가 대형 은행 JP모건도 지난 1월부터 모든 직원에게 주 5일 사무실 출근을 요구 중이다.

美 기업가들 "만나서 일해야 효율 높아"

미국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적극적으로 축소하는 배경에는 생산성이 있다. 지난 2023년 배리 비플 프론티어 항공 최고경영자(CEO)는 모건스탠리가 주최한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회사가 코로나19로 인해 게을러졌다"며 "인원을 조정한 2019년과 비교해 간접 비용이 상당히 증가했다"고 발언했다. 재택근무 보편화로 인해 직원 생산성이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것이다.

비플 외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직원들의 생산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하는 CEO는 많다. 같은 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자신의 X(구 트위터)에 "재택근무는 사람들이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했다"고 적었다. 그는 트위터를 인수한 직후 재택근무 정책을 폐지했으며, 자신이 운영하는 스페이스 X와 테슬라의 직원들에게도 주당 최소 40시간 이상 사무실에서 근무하라고 요구했다.

한때 적극적으로 재택근무를 지지했던 CEO들도 입장을 번복하고 있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대표적인 예다. 앞서 저커버그 CEO는 직원들에게 사무실 복귀를 명령하며 "직접 만나 일하는 직원들이 더 많은 일을 해낸다"고 주장했다. 베니오프 CEO 역시 "신입 직원들은 사무실에 있을 때 더 잘한다"고 말했다.

Z세대의 인식 변화

미국 근로자들의 인식도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 경영 자문업체 FTI컨설팅이 미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재택근무자의 74%가 사무실 복귀가 강제될 경우 이직을 고려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하이브리드 근무자의 62%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아직까지는 대다수 근로자가 강제적인 사무실 복귀에 대한 거부감을 품고 있는 셈이다.

다만 연령대별 응답을 살펴보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해당 설문에 참여한 Z세대 중 42%는 '사무실 복귀를 환영한다'고 답했다. '사무실 복귀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응답률도 33%였다. X세대(1960년대 후반~1970년대 출생자)가 같은 질문에 각각 33%, 25%로 상대적으로 낮은 응답률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상대적으로 Z세대가 X세대보다 사무실 근무의 장점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성장'에 대한 욕망이 Z세대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평가한다. 뉴욕에서 근무하는 채용 컨설턴트 줄리아 예이츠는 "사무실 근무는 조직 내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사무실에서는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져 자연스럽게 배울 기회가 많고, 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Z세대와 달리) X세대는 이미 직장에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사무실 출근의) 필요성이 낮다고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인재 품기엔 너무 작은 그릇, 한국 등지는 이공계 외국인 석박사 속출

인재 품기엔 너무 작은 그릇, 한국 등지는 이공계 외국인 석박사 속출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외국인 박사 제적생 26%가 공학도
기업 60%는 외국 연구인력 채용 의사
인력 수급 불일치-취업난 악순환 반복

연구개발(R&D) 등 첨단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유학생의 증가세가 주춤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학업을 중도 포기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이공계 유학생은 늘어나는 추세다. 우수한 인재 확보가 산업 성장으로 직결되는 만큼 이들 이공계 유학생이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각종 지원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공학 박사 입학생 6년 새 1.2배 증가 그쳐

24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직능연)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공학 계열 박사 과정 외국인 입학생은 91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775명)과 비교해 1.2배(136명)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사회 계열(경영·법학·정치·사회) 입학생이 439명에서 1,557명으로 3.5배, 예체능(연극·영화·음악·미술) 유학생이 212명에서 1,627명으로 7.7배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학위 과정을 중도 포기한 유학생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6년 138명이던 공학 계열 박사 과정 외국인 제적생은 2023년 208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박사 과정 외국인 제적생 중 공학 전공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6.6%로 모든 계열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행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경직된 비자 제도가 거론된다. 관련법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D-2 비자)은 졸업 후 전문인력 비자인 E-7 또는 거주 비자인 F-2로 전환해야 합법적으로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 하지만 2023년 D-2 유학생 15만2,094명 가운데 E-7 전환에 성공한 이는 576명으로 전환율이 0.38%에 그쳤다.

이처럼 낮은 전환율의 배경에는 매우 까다로운 전환 요건이 자리하고 있다. E-7은 한국 1인당 국민총소독(GNI)의 80%, F-2는 100% 등의 소득 기준을 맞춰야 한다. 한국 GNI가 가파르게 오른 데다, 최근 환율까지 폭등하면서 기준 맞추기가 더 까다로워진 상황이다. 법무부가 공시한 한국 GNI는 이달 기준 4,405만1000원이다. 박사 학위 취득 후 대학에서 연구를 이어가거나, 공공 분야에 계약직으로 취업하는 경우에는 소득 기준부터 탈락하기 십상이라는 불만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채용 수요 증가세, 정보 부족·행정적 제약에 발목

외국인 유학생들의 탈(脫)한국은 이공계 인력난과 맞물려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첨단기술 분야는 전공자를 크게 늘리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육성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해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산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의 정착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유학 외국인은 연구역량은 물론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 또한 높아 기업의 채용 수요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가 국내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외국인 이공계 석·박사 인재에 대한 기업 수요를 조사, 분석한 결과 약 24%(73개) 기업이 외국인 인력을 고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기업들의 평균 외국인 채용 수는 2명으로, 학력별로는 학사 1.1명, 석사 0.6명, 박사 0.3명이다. 이중 국내 유학생 출신 외국인은 35% 수준인 0.7명이다.

외국인 연구인력의 업무 배치는 연구개발직이 86%로 가장 많았고, 이어 영업 및 판매(22%), 현지 파견(19%)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기업이 외국인 유학생을 R&D에 활용하는 이유(복수 응답 가능)로는 내국인 연구인력 부족(43%), 해외시장 진출 업무에 활용(43%), 국내 인력 대비 전문성 및 능력 우수(33%) 등을 꼽았다.

반면 외국인 연구인력을 채용하지 않는 기업의 43%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정보 부족 때문에 채용을 하지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내국인 연구인력으로 충분하다는 응답(17%)과 한국어 의사소통의 어려움(15%), 행정적 비용 및 제약(9%)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도 60%의 기업이 향후 외국인 연구인력을 채용할 계획이 있다는 개방적 입장을 보였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 조사 대상기업의 69%는 외국인 연구인력을 현재보다 확대해야 한다면서 외국인 연구인력 인재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서비스 제공(32%)과 채용 보조금 지원(26%), 고용비자 발급조건과 절차 대폭 완화(20%) 등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답했다.

김이환 UST 총장은 “국내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외국인 유학생은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도와 높은 수준의 연구역량을 동시에 갖춘 고급 인력”이라면서 “이런 인재들이 국내 과학기술계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졸업 후 정착 등에 산·학·연·관이 뜻을 모아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사 인력의 하향 취업, 구조조정 신호?

반대로 국내 이공계 대학원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분석 또한 제기돼 눈길을 끈다.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지난 1월 발표한 ‘이공계 대학원 혁신 방안’ 보고서에서 “국내 이공계 대학원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양자기술, 바이오 등 첨단 기술 개발에 필요한 수월성을 확보하기가 전혀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STEPI는 박사 인력 공급이 과잉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이공계 박사 배출 규모 대비 일자리 숫자는 1990년대 2.6배에 달했으나, 2000년대 이후 박사 배출은 5배 가까이 늘었음에도 일자리는 거의 늘지 않았다”고 짚으며 “고교 성적 우수 학생의 의학계열 선호와 이공계 기피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이공계 박사의 수급 불일치로 인한 노동시장 악화와 취업률 하락에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박사 과잉 공급이 대학 내 열악한 처지의 포닥(박사후 연구원) 인력 증가로 이어져 박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대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우수한 학부생들의 대학원 진학 기피로 연결될 뿐 아니라, 박사 인력의 장기적인 하향 취업을 유발해 연쇄적으로 석사와 학사 인력 시장에도 영향을 주는 악순환을 앞당긴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대학원의 상황에 맞춰 석사 과정과 박사 과정을 특성화해 분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방 대학원이나 규모가 작은 대학원은 석사과정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지역 산업과 기업 수요에 부응한 R&D에 집중하고, 박사 중심 대학원은 세계적 수준을 지향하는 연구중심 대학원과 기술 분야별 특화 대학원으로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다.

STEPI는 학령인구 감소 추이나 국내 고등교육의 규모 등으로 볼 때 연구중심 대학 숫자는 20~30개 선이 적당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교수와 석·박사 대학원생, 기타 지원인력으로 구성된 교수 연구실을 기본으로 한 현재 대학 R&D 체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국가 현안 해결을 위해 이공계 대학원이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