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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투명성은 왜 AI 경쟁력의 핵심 요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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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등장으로 동북아 3개국 ‘긴장’
정보 보호 이슈 및 정치적 이용 가능성 제기
‘AI 투명성이 핵심 경쟁력’ 증명하는 사례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중국의 딥시크(DeepSeek) R1 생성형 AI 모델은 대한민국과 일본,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인공지능(AI) 관리 방식을 재검토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정보 보호 및 국가 안보, 산업 정책에 관련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각국은 신중한 규제와 적극적인 조치를 섞어 자국의 AI 생태계를 지키려 하고 있다. 이는 지정학적 갈등과 글로벌 경쟁 속 AI 관리의 어려움과 복잡성을 보여 주는 동시에, 투명성이 AI 산업에서도 핵심 경쟁력임을 말해 주고 있다.

사진=동아시아포럼

딥시크, ‘저비용 고효율’로 전 세계 주목

딥시크 R1이 경쟁사들보다 현저히 적은 연산 능력과 투자로 개발됐다고 알려지면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대부분의 관심이 딥시크가 미중 AI 경쟁 구도를 어떻게 바꿀지에 몰린 사이 동북아 3국은 새로운 중국 AI가 국내 정책 및 아시아 기술 산업에 미칠 영향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신규 AI가 각국의 데이터 보호와 국가 안보를 위협하며 중국의 국가적 이해관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대만은 자국 산업 및 개인 정보 보호를 대전제로 다양한 AI 관리 방안을 내놓고 있다.

동북아 3국, ‘사용 규제’와 ‘대책 마련’ 동시에

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Personal Information Privacy Commission, PIPC)는 딥시크의 개인 정보 운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자국 내 사용을 유예하기로 했다. 딥시크 측은 지역 책임자를 임명하는 등 한국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할 의사를 밝혔지만 모든 것은 한국의 엄격한 정보 보호 기준을 충족시킨다는 전제하에만 가능하다.

한국의 AI 규제 관련 기본 원칙은 국가 구분 없이 정보 보호를 우선시하는 것이다. 미국의 동맹국임에도 AI 규제가 미국과 중국 AI 기술에 똑같이 적용될 것임을 명확히 한 바 있으며 최근 도입된 AI 기본법(AI Basic Act)에도 같은 원칙이 반영됐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AI 기본법은 투명성과 책임감을 강조하는 동시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포함 국제기구의 지침을 반영한 리스크 관리를 기본으로 한다. 또한 규제를 통해 데이터 보호는 물론 국내 AI 산업 강화를 위한 정책 시행에도 추진력을 얻고자 한다.

대만 디지털부(Ministry of Digital Affairs)도 딥시크의 공공 부문 이용을 유예하는 등 한국과 비슷한 조치를 도입했다. 대만 정부는 딥시크가 대만 정치 상황 왜곡을 포함해 중국 공산당 정치 선전에 이용되는 등 국가 안보와 데이터 보호를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대만은 이전에도 국가 안보를 이유로 공공 영역에서 중국 앱 사용을 금지한 사례가 있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다만 대만 정부는 AI 관련 방침이 언론 자유와 기술 접근을 원칙으로 하며 중국의 AI와 알고리즘 기술에 대해서도 동일한 원칙하에 의사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투명성과 책임감, 신뢰에 입각한 국제 기준을 반영한 AI 기본법 도입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뢰성, 투명성’은 글로벌 성공 ‘핵심 요인’

일본 역시 딥시크를 주목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Shigeru Ishiba) 총리는 AI 기술의 발전과 위험 최소화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AI 개발과 이용 기준을 정하기 위한 AI 기본법을 준비해 내년에 시행할 예정이다. 또한 정보 보호 및 데이터 보안을 이유로 공공 부문의 딥시크 이용을 금지함으로써 한국, 대만의 선례를 따랐다. 동시에 일본 정부는 딥시크가 입증한 저비용 AI 모델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딥시크의 연산 능력과 투자 비용이 중국 측 주장과 같다면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대규모 비용을 들이지 않고 AI 개발 경쟁에 참여할 길이 열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결국 딥시크 논란이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정보 보호와 데이터 보안을 포함한 AI 관리가 성공의 핵심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이다. 해당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는 국가들은 경쟁에서 앞서가기 어렵다. 반대로 투명성과 데이터 보호를 앞세우고 정치적 편견을 배제함으로써 신뢰성을 얻은 AI만이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투명한 글로벌 AI 환경을 만들려는 동북아 3개국의 노력도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은 작년 AI 안전 정상회의(AI Safety Summit)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최하는 등 AI 안전과 관련한 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일본 역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및 OECD 등 다자간 기구를 통해 자유로운 데이터 이동 규칙 도입을 위해 노력 중이다. 한편 첨단 칩 산업에서의 시장 지배력으로 글로벌 AI 공급망에서 핵심적 지위를 차지하는 대만의 AI 관리 원칙은 전 세계 AI 개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동북아 3국은 지역 갈등과 지정학적 긴장 상황에서도 자국의 AI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경제력과 기술, 저력이 있다. 중요한 것은 효과적인 정책의 수립과 실행이다.

원문의 저자는 세스 헤이스(Seth Hays) APAC GAITES(대만 소재 경영 컨설팅사) 전무이사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sian democracies in doubt about DeepSeek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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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임직원에 ‘혁신·도전 부재’ 지적한 삼성전자, ‘90년대 영광’ 되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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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대상 교육에서 ‘삼성다움’ 강조
“차원이 다른 절박함” 내부 전언도
인력난 해소, 보고 체계 개선은 과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내부적으로 강도 높은 질책성 메시지를 전달했다. 최근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분야에서 부진을 거듭하는 데다 스마트폰과 TV 생산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자, 고강도 쇄신을 주문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 회장이 1993년 발표한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버금가는 비상 선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재용 “기술 혁신, 생존의 문제”

18일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모든 계열사의 부사장 이하 임원 2,000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 혁신이 지속되고 있고, 국가총력전의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며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는 과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과감한 혁신이나 새로운 도전은 찾아볼 수 없고, 판을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사즉생(死卽生, 죽기로 마음먹으면 산다는 의미)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전체 임원을 대상으로 이 같은 메시지를 전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인 만큼, 위기의식이 짙어진 데 따른 움직임이라는 게 삼성전자 안팎의 평가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임원은 “이 회장이 ‘독한 삼성인’이 될 것을 주문했다”며 “이전 교육들과는 차원이 다른 절박함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 역시 “과거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던 선대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때만큼 엄중한 분위기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전자는 핵심 주력인 반도체 부문에서 기술 한계에 부딪힌 데 이어 최근 TV, 가전, 스마트폰 등 완제품 부문에서도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2022년 53%에 달했던 삼성전자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3%까지 축소됐으며,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점유율도 같은 기간 15.8%에서 8.1%로 절반 가까운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이 회장이 반도체를 가리켜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등 주요 사업부를 직접 언급하며 질책한 배경이다.

‘꿈의 직장’에서 ‘마지막 선택지’로

전문가들은 전례 없는 삼성의 위기 원인을 고질적 인력난에서 찾았다. 국내 대기업 중 유일하게 공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신입 직원들의 실력이나 회사에 대한 충성심 등 전반적 수준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이공계 기피 현상도 인력난을 부추기는 요소로 꼽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의대 선호 현상이 심한 탓에 요즘 성적 우수자들은 정국 의대를 한 바퀴 돈 다음에야 공대를 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나마 공대를 졸업한 경우에도 유학이나 글로벌 기업이 우선순위고, 삼성 같은 국내 제조업은 마지막 선택지”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인력난은 비단 신입 직원 채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미래 신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애써 영입한 핵심 연구 인력들도 줄줄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일례로 삼성의 선행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가 2019년 야심 차게 펠로우(Fellow)로 영입한 위구연 하버드대 석좌교수를 꼽을 수 있다. 펠로우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전문가에게 부여하는 연구 분야 최고직이다. 위 교수는 삼성리서치에서 5년 가까이 연구 활동을 펼쳤지만, 지난해 하반기 회사를 떠났다.

위 교수 외에도 아마존 출신 장우승 빅데이터센터장(부사장),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출신 강성철 제조로봇팀장(부사장) 등이 비슷한 시기 저마다의 이유로 자리를 정리했다. 삼성전자가 공시한 2024년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한 해 퇴임한 임원은 총 31명이다. 이 중 DS부문 임원은 12명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의 임원 사임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삼성전자를 거친 재계 인사들은 ‘중간 관리자를 믿고 기다려주지 않는 문화’와 ‘개별 사업부를 넘어선 전사적 의사결정의 부재’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외부 영입 인사에 대한 사내 견제는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권한 등이 부여되지 않아 버틸 방도가 없다는 전언이다. 한 전직 임원은 “삼성은 기술을 굉장히 강조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기술 말고도 신경 써야 하는 게 너무 많은 곳”이라고 평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연구개발(R&D) 캠퍼스/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장점 뚜렷하고 저력 충분하단 평가

많은 우수 인재가 회사에 남을 이유를 찾지 못해 떠나가는 동안 삼성전자의 내부적 문제들도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표적으로는 ‘도전 정신의 실종’을 꼽을 수 있다. 특정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과거엔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역량을 집중했던 것과 달리 요즘은 누구의 잘못인지를 색출해 책임을 무는 데만 급급하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일관된 견해다. 한 삼성 임직원은 “프로젝트가 실패할 경우 책임자가 옷을 벗는 사례가 왕왕 있어 내부에서는 ‘절대 실패하지 않을’ 사업만 추진하려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비효율적 보고 체계 또한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시간 낭비는 물론, 전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고 왜곡 등으로 연구개발(R&D), 공정, 생산 등 모든 작업의 효율성이 전반적으로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특정 부서에서 R&D를 제안하면, 해당 내용은 여러 부서를 거쳐 승인·검토 과정을 거치는 식이다. 실무진의 제안 사항이 각 사 최종 결정권자에게 전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한 달 이상이다. 만약 프로젝트가 반려될 경우, 해당 내용이 실무자에게 다시 전달되기 위해서는 모든 과정을 역순으로 거쳐야 한다.

삼성전자는 ‘초등학생도 알아볼 수 있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비효율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장의 평가는 달랐다. 반도체 공정과 같은 고도의 기술과학 분야를 쉽게 쓰는 데 방점을 둬서는 안 된다는 게 그 이유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내부에는 서초사옥에 근무하는 임원들을 초등학생(초딩)에 빗댄 ‘서초딩’이라는 표현까지 있을 정도다. 보고 체계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쉽게 쉽게’에만 치중하느라 여러 번의 수정이 불가피하고, 종국에는 내용이 왜곡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게 현장 근무자들의 주된 의견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판의 목소리에도 삼성전자가 가진 저력이 충분한 만큼 노력 여하에 따라 분위기 반전은 어렵지 않다는 데 전망이 일치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삼성전자는 종합 전자·반도체 회사로서 설계와 제조를 모두 경험했다는 장점을 가진 데다, 이러한 장점을 살릴 역량도 갖춘 회사”라고 정의했다. 인력난 해소 등 선행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견급 인재 또는 40대 이상 고경력 인재들의 재취업 등 전문가 활용 방안을 병행하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권 교수는 앞으로의 반도체 시장은 AI 반도체가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전력으로 오류 없이 빠르고 안정적인 작동이 가능한 AI 전용 하이브리드 반도체를 선보이는 기업이 시장을 압도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는 “삼성전자는 다양한 용도에 맞는 경량화된 AI 전용 칩을 개발 중”이라면서 “가격 경쟁력과 쉬운 접근성, 표준화된 개발 패키지 등을 제시하면, 대만의 TSMC에 빼앗긴 점유율을 되찾아오는 덴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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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서도 안 산다" 얼어붙은 비아파트 시장, 출구는 어디에

"강남에서도 안 산다" 얼어붙은 비아파트 시장, 출구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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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살아나는데 빌라는 찬바람" 부동산 시장 양극화
정부가 힘써도 시장 '먹구름' 여전해
전문가들, 비아파트 시장 '법인화' 가능성에 주목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가 큰 폭으로 늘었지만, 연립·다세대(빌라) 등 비(非)아파트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각종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 침체 우려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양상이다.

서울 빌라 거래 위축

18일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총 5,17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1%, 전월 대비 54%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지난달 빌라 거래는 1,85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전월 대비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된 잠실·삼성·대치·청담동이 포함된 강남 3구에서도 빌라 거래는 활성화되지 못했다. 지난달 강남 3구에서 발생한 빌라 거래는 159건으로 작년 동기보다 24% 감소했으며, 전월과 비교하면 단 4%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강남 3구 아파트 거래는 1,105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137%, 지난 1월 대비 55% 급증했다. 다방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발표로 아파트 거래량과 매매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빌라는 여파가 미미한 상황"이라며 "규제 해제에도 전세 사기로 인한 기피 현상과 비아파트 시장 침체의 장기화 영향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비아파트 살리기'

정부는 얼어붙은 비아파트 시장을 살리기 위해 각종 방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2월 청약 시 무주택으로 간주하는 비아파트 범위를 확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전엔 수도권에서 전용면적 60㎡·공시가격 1억6,000만원 이하(지방 기준 전용면적 60㎡·공시가격 1억원 이하)인 아파트와 비아파트 소유자만 청약 때 무주택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정부는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아파트 기준은 그대로 두되, 비아파트 기준을 수도권 기준 면적 85㎡·공시가격 5억원 이하, 지방 기준 면적 85㎡·공시가격 3억원 이하까지 완화했다.

정부의 비아파트 시장 부양 의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8·8 대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당시 정부는 비아파트 시장에서의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신축 사업자들이 LH 보증을 통해 매입 금액의 최대 90%까지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건설업자가 자본금 부담 없이 대출을 통해 신축 빌라나 다세대주택을 건설하고, 정부에 주택을 매각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주거 시장 침투하는 '해외 법인'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이 사실상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한 시장 전문가는 "한때 빌라는 '갭투자' 수요를 끌어모으며 상승세를 탔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시장 질서가 새롭게 정립돼야 할 때"라고 짚었다. 이어 "빌라들을 법인이 인수해 가도록 처리하고, 법인이 월세 물량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비아파트 시장을 재구성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혼란을 근본적으로 잠재우기 위해서는 비아파트 시장의 법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이 같은 가능성에 주목한 글로벌 부동산·금융시장 큰손들은 국내 임대주택 시장에 속속 상륙하고 있다.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월세 수요가 커지는 한국 주거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낸 것이다. 오피스빌딩 투자에만 집중하던 미국 하인스는 최근 사상 최초로 한국 임대주택 사업에 뛰어들었고, 영국 푸르덴셜생명 계열 부동산 투자 회사인 M&G리얼에스테이트도 주거 임대차 시장 진출을 결정했다.

세계 3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와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영국계 자산운용사 ICG 등 글로벌 큰손들도 최근 연이어 한국 임대주택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모건스탠리는 서울 금천구에서 SK디앤디와 협력해 195실 규모 임대주택 사업을 추진 중이며, 성북구에서도 60실 규모 주거 시설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KKR은 홍콩계 공유 주거 기업 위브리빙과 손잡고 동대문구에서 임대주택 ‘위브플레이스 회기’를 선보이는가 하면, 영등포구의 한 호텔을 프리미엄 주거 시설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ICG는 국내 부동산 전문기업 홈즈컴퍼니와 함께 지난해 3,000억원 규모 펀드를 구축했다. 이들은 서울 강남과 가산, 명동 일대 등에서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해 주거 시설로 전환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 사업 확대를 위해 지사 설립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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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진작 총력전 예고한 중국 정부, 최저임금 인상 ‘치트 키’ 꺼내 들었다

소비 진작 총력전 예고한 중국 정부, 최저임금 인상 ‘치트 키’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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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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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진흥 특별행동 방안 제시
근로소득-재산소득 동시 제고
임금격차 심화 등 부작용 우려도

중국 지도부가 연중 최대 정치행사로 불리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 최우선 과제로 ‘내수 촉진’을 제시한 가운데, 당국 역시 이와 관련한 종합 대책을 발표하며 경기 부양에 팔을 걷어붙였다. 미국의 고율 관세 위협이 갈수록 그 강도를 높이는 만큼 내수 중심 경제모델로의 전환을 미룰 수 없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주민 소득 증대로 소비 촉진

18일 신화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은 전날 국민 소득을 늘려 소비를 되살리는, 이른바 ‘소비 진흥 특별행동 방안’을 발표했다. △주민 소득 증대를 위한 조치 △소비 지원 조치 △서비스 소비 촉진 △자동차·가전 등 주요 업그레이드 소비 지원 △지원 정책 개선 등이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시장 안정화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인센티브 정책으로 구매 여력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소비력 증대를 위한 조치로는 농민공(일자리를 찾기 위해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노동자), 비정규직 근로자 등에 대한 출산보험 적용, 국가 학자금 지원 확대, 기초생활보장제도 확대 등이 제시됐다.

또 작년부터 시행 중인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하는 정책)의 지원 범위를 넓히고, 소비환경 개선을 위해 연차 유급휴가 등 휴식·휴일을 확실히 보장한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기관에는 소비 활성화를 위한 대출 확대를, 각급 공회(노동조합)에는 적극적인 기금 활용을 각각 주문했다.

이번 발표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올해 최우선 과제로 ‘내수 촉진’을 꼽은 직후에 나왔다. 당시 리 총리는 올해 재정적자율 목표를 역대 최고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4%로 제시하며 경제 회복에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책 당국자들이 소비지출을 늘리기 위해 광범위한 소득 증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점점 인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로이터통신은 “행동계획은 광범위했지만, 지방정부가 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실제 조치를 수립할 때 지원할 구체적인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꼬집으며 “(중국 당국은) 증시 안정화 구상도 내놨지만, 언제 어떻게 이를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 사항 역시 밝히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최저임금 체계 조정, 기준 상향

이 같은 평가를 의식하듯 중국 정부는 이번 행동 방안을 30개에 달하는 항목으로 나눠 구체화했다. 먼저 소득 증대를 위해서는 핵심 분야와 주요 산업에 대한 고용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해 임금 소득 인상을 추진한다. 동시에 최저임금 체계를 조정해 기준을 높일 것도 주문했다. 또 주식시장 안정화 조치를 추진하고 연기금 등의 증시 진입을 가속화하며 다양한 개인 채권 투자 상품을 만들어 재산소득도 높일 계획이다.

소비 확대를 위해선 초장기 특별채권 등을 활용해 소비재 교체 프로젝트를 강화한다. 현재 자동차·가전제품 등 내구소비재에 국한된 지원 대상을 스마트폰·태블릿 등으로 단계적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자동차 개조, 리스 등 자동차의 애프터마켓 시장을 키우고 중고차 사업 주체를 육성·확대하는 등 자동차 소비 활성화도 추진한다.

경기 침체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부동산 침체와 관련해서는 시장이 하락을 멈추고 안정되도록 조치를 취함으로써 주택 소비에 대한 수요도 충족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가 발행한 특별채권을 사용해 상업용 주택 재고를 사들여 공공 주택으로 공급하고, 주택 대출 이자율은 대폭 인하할 방침이다.

중국 내부에서는 이처럼 구체화된 행동 방안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후치무 디지털-현실 경제통합포럼50 사무차장은 “중국 경제가 무역 보호주의와 글로벌 역풍의 부상으로 도전에 직면했을 뿐 아니라 경제 성장 동력 전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올해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강화 조치가 특히 중요하다”면서 “내수 확대를 위한 소비 촉진은 외부 불확실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단기적인 성장을 안정화하며 장기적인 구조적 변혁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패 사례 대부분, 한국도 예외 없어

그러나 중국 외부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특히 학계는 한국의 사례를 들며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된 ‘소득 주도 성장’이 비정규직 노동자 증가와 임금 격차 심화라는 회복 불가한 부작용을 낳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통계청이 집계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첫 해 32.9%였던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5년 차인 2021년 38.4%로 5.5%p 증가했다.

통계청은 2018년을 기점으로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 이상 급격히 인상되면서 자영업자·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풀이했다. 2017년 6,470원이었던 최저임금은 △2018년 7,530원 △2019년 8,350원 △2020년 8,590원 △2021년 8,720원으로 4년 사이 34.7% 뛰었다.

이러한 통계를 두고 국민의힘 수석 대변인을 역임한 양금희 경북 경제부지사는 “소득주도성장을 하고 난 이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으며, 장예찬 전 국민의힘 의원은 “소득격차에만 무리하게 초점을 맞춘, 소위 ‘강남좌파’와 ‘분당좌파’를 위한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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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추가 적기시정 움직임, 대형사도 사정권 "M&A도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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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저축은행 4곳 적기시정조치 안건 논의
매각 이슈 상상인 '권고', 유상증자 단행 페퍼는 '유예' 전망
'반쪽짜리 규제 완화' 저축은행 M&A 1년 8개월째 답보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대한 추가적인 적기시행조치를 내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권 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으면 자구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되는데, 저축은행의 건전성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파이낸싱 프로젝트(PF) 사업장 정리도 지지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간 M&A를 통해 부실 은행은 털고 인수 은행엔 규모의 경제를 실현케 할 생각이었으나 현실은 2년 가까이 정체된 모습이다.

'적기시정조치' 앞둔 저축은행, 10위권 대형사도 포함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9일 정례 회의를 열고 저축은행 4곳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안건을 상정·의결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경영실태평가 결과 자산건전성 등급에서 최하 등급인 4등급(취약)을 받은 저축은행 4곳을 금융위에 전달했다. 여기엔 자산 규모 7위 페퍼저축은행과 10위의 상상인저축은행 등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저축은행업 감독 규정에 따르면 경영실태평가 종합평가등급이 3등급이거나 자산건전성 또는 자본적정성 평가등급이 4등급 이하면 금융 당국의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적기시정조치는 경영개선권고, 경영개선요구, 경영개선명령 순으로 강도가 높아지는데, 최고 단계인 명령에선 영업이 정지되거나 합병·매각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가 상상인저축은행에 경영개선권고를 내릴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연체율은 15.06%로 업계 평균인 8.7%를 2배가량 웃돈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22.27%로, 마찬가지로 업계 평균(11.2%)보다 높다. 상상인저축은행이 경영개선권고를 받으면 지난해 12월 안국저축은행과 라온저축은행에 이어 세 번째로 조치를 받은 사례가 된다. 권고는 영업정지는 없으나 조치 이행 기간 6개월간 부실자산 처분, 자본금 증액, 이익배당 제한 등을 권고받는다.

페퍼저축은행은 적기시정조치 유예 가능성이 점쳐진다. 당초 페퍼저축은행도 경영개선권고가 유력했지만 올해 들어 3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본금을 확충하면서 당국의 사정권에서 비켜났다. 페퍼저축은행은 개인사업자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 자산이 단기간 급성장했으나 이로 인해 부실채권 비율이 치솟고 적자 전환을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주주가 유상증자를 하면서 일시적으로 규제비율을 맞출 수 있었지만 다시 지표가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금융당국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추진 PF 사업장 369곳, 1월 대비 174곳 증가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부실 정리 수술대에 오르는 저축은행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추가적인 적기시행조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 매각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어서다. 저축은행중앙회 정보공개 플랫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저축은행업권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PF 사업장은 369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 대비 174개나 늘어난 규모다.

매각 추진 PF 사업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수도권이 63개, 지방이 65개로 지방 사업장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사업장 가운데 서울에 위치한 사업장은 63개 중 8개에 불과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전체 부동산 PF 대출에서 저축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하지만 소규모, 브릿지론·토지담보대출, 지방의 중소건설사 참여 사업장 비중이 높아 타업권 대비 부실 위험은 더 높다.

금융당국도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PF 사업장 정리에 대해서는 사실상 백기를 든 상태다. 서울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김병칠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해 말 PF 2차 사업성 평가결과 브리핑에서 "부실 PF 정리는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 업권 펀드 등 다양한 수요를 계속해서 확장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수도권 사업장부터 시작해 온기가 점차적으로 확산돼야 하고, 무리하게 지방 부동산에 대한 대책을 내놓기 보다는 경제적 논리에 따라서 가는 것이 맞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부실 PF 정리 속도가 늦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몸집이 큰 상위 저축은행들도 적기시정조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저축은행업권이 매각을 추진하는 사업장(369개) 가운데 한국저축은행 21곳, 웰컴저축은행은 16곳, OK저축은행은 13곳을 맡고 있다. 이들 저축은행 3곳의 비중은 전체 매각 추진 사업장의 13.5%에 달한다. 그런데 PF 부실 여파로 저축은행업권의 건전성과 수익성은 큰 폭으로 악화된 상황이다.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지난 2021년 2.5%에서 2022년 3.4%로 높아졌고 지난해(6월 기준)엔 6.6%까지 치솟았다. 특히 79곳의 전체 저축은행 가운데 NPL 비율 10%를 초과한 저축은행은 63곳에 달했고 절반이 넘는 41곳은 영업 적자를 냈다.

금융당국 독려에도 저축은행 M&A 요원

업계는 당국의 조치가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위가 지난해 12월 안국·라온저축은행에 경영개선권고를 내렸을 때는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주로 영업을 하는 대형 저축은행도 대상이라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 상황은 언뜻 2011년~2013년 저축은행 사태와도 유사하다. 당시도 부동산 PF가 도화선이 돼 저축은행들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졌다. 금융당국은 30개 이상 저축은행을 퇴출·영업정지시키고, 8조원 이상의 공적자원을 밀어 넣은 다음에야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당시 후유증이 워낙 컸던 만큼 금융당국은 이번엔 선제 대응에 집중했다. 2022년 부동산PF 사업성 평가를 강화한 데 이어 부실채권 정리가 용이하도록 저축은행들의 PF 정상화 펀드 투자 규제도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2023년 7월에는 ‘상호저축은행 합병 등 인가기준 개정방안’을 내놓으며 저축은행 간 자연스러운 구조조정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나온 지 1년 8개월이 지나도록 금융당국이 의도한 M&A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저축은행 M&A 잠재 물량들은 매달 쌓여가고 있음에도 건전성 지표인 NPL 비율이 대부분 좋지 않다 보니 선뜻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금융사의 자산건전성 등급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개로 분류되는데 이 중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합계를 NPL로 취급한다. NPL 비율이 높을수록 부실 자산이 많다는 의미다.

타 업권 대비 엄격하게 설정된 영업 구역 규제도 M&A를 가로막는 요소다. 현재 규정상 저축은행은 수도권 2개, 비수도권 4개 등 총 6개 권역으로 영업 구역이 제한된다.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경우 2023년 7월 규제 완화로 최대 4개까지 영업 구역을 확대할 수 있는 합병이 가능해졌지만, 인수 여력이 있는 대형 저축은행들이 위치한 수도권 저축은행의 경우 영업 구역이 확대되는 합병이 여전히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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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돈’ 쓸어 담은 북한, 비트코인 큰 손 됐다 “세계 3위 보유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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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살상무기 개발 사용 목적 탈취
매도 물량 풀리면 시장 영향 가능성
세계 코인 해킹 61% 차지, 최근엔 주춤?

북한의 비트코인(BTC) 보유량이 1조원대 규모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미국과 영국에 이은 세계 3위에 해당하는 보유량으로, 시장은 북한이 지속적인 해킹으로 이 같은 가상자산을 축적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최근에는 북한의 대규모 해킹 공격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돼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범죄 수익 압수·채굴로 확보한 여타 국가와 달라

18일(이하 현지시각) 블록체인 분석업체 아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북한의 해킹그룹 라자루스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1만3,562개로 파악됐다. 한국 시간 18일 오후 4시 비트코인 시세가 1억2,000만원 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조6,000억원이 넘는 규모다. 이 는 국가 기준으로 미국(19만8,109개), 영국(6만1,245개)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 수준이다.

북한의 뒤를 이어서는 부탄(1만635개), 엘살바도르(6,117개) 등이 대량 보유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범죄소굴인 다크웹 ‘실크로드’ 등에서 압수한 물량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영국 또한 지난해 런던에서 가상자산을 활용해 돈세탁을 하던 중국인 원지엔을 체포해 압수한 비트코인이 6만여 개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북한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모두 해킹을 통해 취득한 것이란 게 아캄인텔리전스의 해석이다. 부탄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비트코인 채굴 산업을 전개 중이며, 엘살바도르 또한 국가적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북한의 경우 그 출처가 드러난 바 없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북한의 비트코인 취득이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 조달을 위한 움직임인 만큼 조만간 그 물량이 풀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 규모가 큰 만큼 단기간에 매도할 경우 시장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전 세계 가상자산 거래량을 감안하면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코인마켓캡에 의하면 17일 오후 2시 기준 직전 24시간 동안 비트코인 거래량은 232억 달러(약 33조6,500억원)로 집계됐다.

자금 세탁 ‘전문가들’, 자금 회수 가능성↓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라자루스는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 2016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 2017년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을 한 북한의 대표적 해킹 조직이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불과 3주 전 벌어진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비트를 해킹을 꼽을 수 있다.

지난달 21일 벤 저우 바이비트 최고경영자(CEO)는 “해커가 바이비트의 지갑 중 하나를 공격했다”며 “이더리움(ETH) 및 다른 ERC-20(이더리움 토큰 발행 표준) 계열 암호화폐를 탈취당했다”고 밝혔다. 피해 규모는 15억 달러(약 2조1,570억원)에 달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탈취 사건으로, 2014년 마운트곡스(4억7,000만 달러), 2021년 폴리 네트워크(6억1,100만 달러) 사건을 훨씬 넘어선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사건 발생 닷새 만인 같은 달 26일 “바이비트 해킹 사건의 배후는 북한 조직원들”이라며 “이들은 탈취한 자산 일부를 빠르게 비트코인과 기타 가상자산으로 전환해 여러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수천 개 주소로 분산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취득한 가상자산은 추가 세탁을 거쳐 결국 법정화폐로 전환될 것이라는 게 FBI의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북한의 자금 세탁 전문성을 고려했을 때 자금 회수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이버 보안업체 체크포인트의 도릿 도르 박사는 “북한은 매우 폐쇄적인 시스템과 경제로 해킹과 성공적인 해킹 및 자금 세탁 산업을 구축했다”면서 “게다가 이들은 사이버 범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밀착 후 범죄 전술 변화 감지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하듯 최근에는 지난해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서 발생한 해킹 사건의 61%(피해액 기준)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암호화폐 분석 회사 체이널리시스는 올해 초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 연계 해커들이 2024년에 역대 최대인 13억4,000만 달러(약 1조9,500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탈취했다고 밝혔다.

체이널리시스는 라자루스와 같은 북한의 엘리트 해킹 조직이 탈중앙화 금융(DeFi) 프로토콜을 공격해 피해를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국제 지정학적 변화가 북한의 암호화폐 탈취 활동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난해 6월 말 정상회담 이후, 북한 연계 해커들이 탈취한 암호화폐 자산이 53.73%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러시아와의 관계 밀착으로 북한이 사이버 범죄 전술을 바꿨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풀이했다. 앤드류 피어먼 체이널리시스 국가안보정보 책임자는 “북한이 무기 지원과 군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사이버 범죄 필요성이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경우, 이 같은 북한의 전술 변화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북한의 암호화폐 자금 세탁에 관여한 개인 2명과 단체 1곳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OFAC 관계자는 “북한이 디지털 자산의 악용을 포함해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복잡한 범죄 수법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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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채권도 갚겠다" 공언한 홈플러스, 자금 어떻게 확보하나

"금융채권도 갚겠다" 공언한 홈플러스, 자금 어떻게 확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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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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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ABSTB 등 금융채권 상환 의사 드러내
재무 상황 악화하며 상환 여력 줄어, MBK 사재 출연도 결국 미봉책
가치 부풀려진 부동산 자산, 변제에 도움 될까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납품사 결제 대금 등 상거래채권은 물론, 일반인에게 판매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등 금융채권까지 전액 변제하겠다고 밝혔다. 곳곳에서 홈플러스의 금융채권 상환과 관련한 비판적 여론이 확산하자, 부랴부랴 사태 진화에 나선 것이다. 

홈플러스, '책임론'에 무릎 꿇었다

17일 홈플러스는 “증권사가 발행한 유동화증권 투자자들은 당사에 대한 직접적 채권자는 아니지만, 그 변제에 대한 최종 책임은 당사에 있다”며 “해당 채권이 전액 변제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증권사들과 함께 회생절차에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금융채권은 상거래채권과 달리 기업회생 절차 진행 중 지급이 유예되지만, 시장을 넘어 정치권에서까지 ‘책임론’이 제기되자 자세를 낮춘 것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업회생을 신청하기 직전인 지난 3일 기준 홈플러스의 기업어음(CP)·ABSTB·단기사채 등 단기채권 판매 잔액은 5,949억원에 달했다. 이 중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된 규모가 2,075억원(676건)이고, 일반법인(기술·전자·해운업종 중소기업 등) 판매액은 3,327억원(192건)이다.

"돈 어디서 나서 갚나" 의구심 품는 시장

홈플러스가 금융채권 상환을 공언했음에도 시장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가 상거래채권에 더해 6,000억원에 육박하는 금융채권까지 제대로 변제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홈플러스가 매달 정산해야 하는 상거래 채권 규모는 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매달 납품 대금으로 평균 3,000억~3,500억원이 지출되며, 임직원 월급으로 560억원가량이 투입된다. 임대 점주(테넌트)에 정산해 주는 매출액은 500억~700억원에 달하며, 여기에 수도·전기세 등 기타 비용도 필요하다.

악화할 대로 악화한 재무 상황도 변수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홈플러스의 순운전자본은 -8,753억원이다. 순운전자본은 기업이 영업 활동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자금으로, 기업의 단기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순운전자본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1년 안에 들어올 현금보다 나가야 할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협력업체들이 정산 시점을 앞당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운전자본은 차후 더욱 빠듯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홈플러스가 각종 상환 부담 속에서 허우적대는 가운데,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측은 사재를 내놓기로 결정했다. 지난 16일 MBK는 입장문을 통해 "홈플러스 회생과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그 일환으로 김병주 회장이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 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구체적인 자금 출연 계획과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영업 중단을 막기 위해선 MBK가 최소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야 하며, 이마저도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추세다.

홈플러스 부동산 '과대평가'

향후 홈플러스는 MBK의 자금 지원과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자산 등을 앞세워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홈플러스의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이 담보로 가지고 있는 홈플러스 점포 62개의 부동산 자산 감정가는 지난해 기준 4조8,000억원 수준이다.

지금껏 홈플러스는 매장을 매각 후 재임차(세일즈 앤드 리스백)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하고, 임차료를 활용해 부동산 자산 감정가를 높였다. 홈플러스가 높은 임차료를 약속하면 홈플러스를 임차인으로 두는 부동산의 가치가 자연히 올랐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임차료가 높을수록 홈플러스 부동산 가치도 커지는 구조인 만큼, 펀드들도 부풀려진 임차료를 기반으로 감정가를 산정했다”며 “현재 알려져 있는 감정가도 홈플러스의 임차료를 전제로 해 사실상 큰 의미가 없고, 실제 시장에 팔면 토지가 정도만 인정을 받아 메리츠가 매각하면 남는 것이 거의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 상태라는 점 역시 홈플러스에 있어 악재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보유한 점포를 마트 용도로 팔기는 사실상 어렵고, 물류창고로는 팔 수 있겠지만 그쪽도 포화 상태”라며 “도심에 위치한 점포는 그래도 어떻게든 매각이 될 것 같지만, 지방은 용도를 찾기도 어렵고 큰돈을 주고 투자할 사람도 많지 않다”고 짚었다. 실제로 홈플러스 매장을 펀드의 기초자산으로 운용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유경PSG자산운용 등은 지난해 말 일부 점포 매각에 실패했으며, 이후 임시방편으로 펀드 만기를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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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경영평가’ 3등급으로 강등, 동양·ABL생명 인수 ‘빨간불’

우리금융 ‘경영평가’ 3등급으로 강등, 동양·ABL생명 인수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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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3등급 경영평가 금주 통보
내부통제 강화·건전성 개선 등 전제
자회사 편입 여부 금융위 손에 달려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가 확정됐다. 기존보다 내려간 '3등급'이다. 이에 따라 동양생명·ABL생명보험 인수를 추진 중인 우리금융의 자회사 편입 여부의 공은 이제 금융위원회로 넘어갔다. 금융위가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조건부 승인’ 가능성이 크지만 문제는 금융위가 내걸 추가 조건이다. 은행 중심의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우리금융의 승부수가 통할지, 인수전의 막판 변수가 될지 금융위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 2→3등급 하향

18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기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낮추기로 했다. 지난달 금감원 정기검사에서 우리금융의 대규모 부당대출이 적발되면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부문에서 점수가 깎인 탓이다. 금융지주 경영실태평가는 리스크관리(40%), 재무상태(30%), 잠재적 충격(30%) 등 크게 3가지 부문으로 분류된다. 금감원은 이번 주 중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우리금융과 금융위에 통보할 예정이다.

이번 등급 하향 조정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시각이 많다. 금감원은 지난달 우리금융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불법대출 730억원 등 총 2,334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이뤄졌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부실한 내부통제, 불건전 조직문화에 대해 상을 줄 생각은 없다"며 등급 하향 조정을 예고하기도 했다.

보험사 인수 제동 걸리나

우리금융이 3등급을 받게 되면서 시장의 눈은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 성사 여부에 쏠리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1월 금융위에 두 보험사의 자회사 편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은행 의존도가 90% 이상인 우리금융은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보험사 인수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1조5,493억원을 들여 동양·ABL생명보험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상태인데, 금융당국이 인수를 불허하거나 심사 기한 1년을 넘길 경우 계약금의 10%인 1,500억원을 몰취당할 수 있다.

업계는 금융위가 조건부 승인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자회사 편입 심사의 주요한 판단 요건이긴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 제10조에 따르면 경영실태평가 2등급 이상 기준에 미달한 경우에도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자산 정리 등을 통해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금융위가 인정할 경우 자회사 편입이 가능하다. 실제 금융위는 지난 2004년 경영평가등급이 3등급이었던 우리금융에 조건부로 LG투자증권 자회사 편입을 승인해 준 바 있다.

2014년 전산 교체 관련 내분 사태로 감독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KB금융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승인받았다. 당시 KB금융은 내분 사태와 연관된 사외이사들의 전원 사퇴와 지배구조 개선안 제출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금융위로부터 인수 승인을 받았다. 우리금융 역시 건전성 및 내부통제 강화 등을 조건으로 한 조건부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이다.

승인 여부 금융위 판단에

금융위가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를 승인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배경에는 보험업계 전반의 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오랜 기간 최대주주였던 중국 안방보험의 파산으로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이 지속돼 왔다. 이는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과 경영 안정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고 장기 계약을 맺은 다수의 보험 가입자에게 불안과 피해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MG손해보험 매각 무산으로 보험업계가 시끄러운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또 다른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금융당국으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메리츠화재가 노조 반대로 MG손보 인수를 포기하면서 현재 보험 가입자 124만 명이 총 1,700억원 규모의 피해액을 떠안을 상황에 놓여 있다. 결국 동양·ABL생명의 빠른 경영 안정화를 유도하는 동시에 소비자 불안을 완화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지주의 보험사 인수를 통해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려는 의도도 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부당대출 사태와 같은 금융사고가 또다시 발생하면 인수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 2014년 KB금융이 정보유출 사태에도 불구하고 LIG손해보험을 인수했던 사례가 선례로 언급되고 있지만, 당시 금융위는 경영진 전원 사퇴를 조건으로 인수를 승인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재무 상태는 안정적이지만 금감원의 평가가 부정적일 경우 승인 여부가 불확실하다"며 "금융당국이 은행 의존도가 높은 우리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각화 필요성을 인정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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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미분양 해소 ‘한 줄기 빛’ 법인 임대사업자, 높은 세금 장벽에 뒷걸음질

지방 미분양 해소 ‘한 줄기 빛’ 법인 임대사업자, 높은 세금 장벽에 뒷걸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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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1.8만 가구
시장 불확실성에 세금 부담 ‘이중고’
임대사업 장려, 혜택은 개인에 집중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수가 연일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정부가 신유형 장기임대, 매입형 등록임대 등 미분양 해소를 위한 각종 제도를 추진 중이지만, 매입 단계부터 12%의 취득세가 중과되는 법인에 대한 부담 완화 방안은 전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지방 미분양 아파트의 경우 매입에 따르는 위험 부담이 큰 만큼 더욱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 받쳐줘야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 악성 미분양 17개월 연속 증가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624가구로 1년 전보다 8,869가구 증가했다. 이 가운데 비수도권 물량은 5만2,876가구로 72.8%를 차지했다.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적으로 2만2,872가구에 달했으며, 특히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023년 8월 이후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국토부는 법인의 미분양 매입 및 임대사업 확대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최근 전문건설공제조합 강연에서 “지방의 악성 미분양 물량이 1만8,000가구에 달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왜 법인이 임대사업을 하면 안 되느냐”고 법인의 임대사업 활성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높은 세금 문턱에 선뜻 나서는 사업자가 없는 실정이다. 현재 법인 사업자가 주택 임대사업을 위해 기존 1채 외에 추가로 1채를 구입하면, 매입 가격의 12%에 해당하는 취득세가 부과된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2년 이상 임대로 활용하는 경우 원시취득세의 최대 50%를 감면해 주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추가 구입 시 부담해야 하는 취득세 중과는 여전히 막대한 수준이다.

여기에 법인세(보유세) 20% 추가 과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합산 등을 고려하면 시장 활성화를 막는 장벽은 더욱 높아진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한 부동산 임대업체 관계자는 “미분양 물량의 경우, 주거 선호도가 낮은 경우가 많아 매입 후에도 임대가 나가지 않는 등 투자 손실 위험이 큰 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이중, 삼중의 부담까지 떠안으면서 임대사업을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에는 정부가 ‘신유형 장기 임대 서비스 도입안’을 발표하면서 취득세 12% 중과와 종부세 합산, 법인세 추가 과세 배제를 골자로 한 법인 임대사업 활성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최소 20년 이상 장기 임대하면서 서비스 규모가 100가구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계한 비수도권 새 아파트(84㎡) 평균 분양가는 2월 말 기준 5억원 선이다. 100가구 이상을 매입하려면, 500억원 안팎의 구입 자금과 30억원가량의 취득세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경기 침체가 최악인 상황에서 어떤 기업이 수백억원씩 지방의 미분양에 투자하겠냐”고 꼬집으며 “지방 미분양 물량을 소화해 임대로 운영하는 경우, 소규모 업체라도 취득세 중과에서 벗어나게 해줘야 시장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임대사업 장려 나선 당정 “법인은 대상 아냐”

이에 정부는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매입형 등록임대’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매입형 등록임대는 민간 임대주택 등록제도의 한 유형으로 임대사업 영위를 위해 등록한 자가 임대료 5% 상한 등 일정한 공적 의무를 지면 세제 혜택을 주는 정책이다. 지금까지는 빌라 등 비아파트 주택에만 매입형 등록임대가 허용돼 왔지만, 최근에는 전용면적 85㎡ 이하 미분양 아파트에 한해 매입형 등록임대를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문제는 이 역시 개인 임대사업 등록자로 그 대상이 한정된다는 점이다. 개인이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한 경우, 취득세와 재산세를 감면받을 수 있고, 종부세의 경우 합산배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또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배제, 장기보유특별공제 특례(70%) 적용, 양도소득세 100% 감면 등 다양한 혜택 또한 마련돼 있다. 그러나 법인의 경우에는 어떠한 세제 혜택도 적용되지 않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인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은 변수로 꼽히지만, 그간 부자감세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정적 태도를 견지해 온 야당에서도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민생경제가 위태롭다는 데는 공감하는 만큼 타협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주된 시각이다.

파격 세제 혜택에도 위험 상쇄 역부족

미분양 해소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곳곳에서 드러나지만, 그 성과는 미진한 실정이다. 일례로 정부는 지난해 8월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취득 후 5년 이상 임대 시 5년간 발생한 양도소득금액의 50%를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기존 1주택자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최초로 구입 시 1세대 1주택 특례를 적용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갈수록 쌓이는 미분양 물량에서 확인할 수 있듯 그 효과는 전무하다는 평가다.

지난달 19일 발표된 ‘지역건설경기 보완방안’ 역시 평가는 비슷하다. 정부는 지방 준공 후 미분양 3,000가구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매입해 든든전세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LH의 미분양 물량 매입 및 전세 운영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2010년에도 시행된 바 있다.

즉각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란 당국의 기대와 달리 업계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매입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가격이 낮으면 물량을 넘기려는 건설사가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LH가 매입 예정인 3,000가구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물량 2만1,480가구의 약 14%에 불과하다. 준공 후 미분양이 가장 많은 대구(2,674가구)의 물량 정도만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업계의 지적처럼 매입 가격 또한 난제다. 2008~2010년 당시 LH 미분양 주택 매입은 최초 분양가의 70% 이하에서 이뤄졌다. 다만 이는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이 5만 가구를 넘어선 상황에서 이뤄진 계약으로, 지금도 이 같은 수준의 거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반대로 가격을 후하게 매기는 경우엔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앞서 LH는 지난 2022년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인 서울 강북 칸타빌수유팰리스(19~24㎡) 36가구를 매입해 임대 전환한 바 있다. 당시 매입 금액은 총 79억4,950만원으로 최초 분양가의 85% 수준이다. 이를 두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건설사도 좋고 공공주택 물량도 늘어서 좋은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 혈세를 투입한다는 데서 민감한 부분”이라고 꼬집으며 “정부가 매입임대를 하려면 경매제도 등 가격을 최대한 낮춰 구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자칫 국민들의 혈세로 건설사의 이익을 보장해 주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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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MBK '적대적 M&A'에는 캐피탈콜 안 한다

국민연금, MBK '적대적 M&A'에는 캐피탈콜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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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 직후 홈플러스 회생으로 국민연금 손실↑
고려아연 적대적 M&A 참여않는다는 합의로 시일 소요
향후 PEF 계약 시 연기금 운용방향 등 반영할 것
사진=MBK파트너스

국민연금공단이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이어 최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등 사태가 불거졌음에도 지난달 새로운 펀드에 추가 출자를 확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해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 논란 커지자 이례적 해명

1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사모펀드(PEF) 위탁운용사(GP) 중 한 곳인 MBK에 대해 “적대적 M&A 투자 건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해 올해 2월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며 “향후 기금이 투자하게 될 PEF 계약(정관 등)에도 반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같이 분쟁 투자 건에 국민연금에 펀드자금 요청(캐피탈콜)을 할 경우 국민연금이 응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국내 PEF GP로 MBK 등 4곳을 최종 선정한 바 있다. 통상 최종 선정 이후 2~3개월 내 위탁 계약이 체결되지만 국민연금은 7개월여를 끌다가 3,000억원 내외 금액을 출자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MBK와의 신규 펀드 출자 확정에 약 7개월이 소요된 데 대해 운용방향 등을 합의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지만,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이은 홈플러스 법정관리 신청으로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전해진 소식이다 보니 뒷말이 무성하다. 국민연금이 이례적으로 개별 투자 건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선 배경이다.

국민연금, 홈플러스 회생 신청 보름 전 MBK 투자 확정

국민연금이 MBK가 신규로 결성하는 6호 블라인드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모집하는 펀드) 정관에 서명한 건 지난달 21일이다. 국민연금 내부에선 MBK가 지난해 9월 13일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를 신청한 만큼 MBK 출자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MBK는 기존 투자자에게 고려아연 공개매수 자금을 받아 투자하게 됐고, 국민연금 자금은 고려아연 인수에 동원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최종 출자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MBK가 국민연금의 돈을 받게 된 지 보름 만에 홈플러스에 대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국민연금은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국민연금 입장에서 대규모 자금 손실을 입힐 수 있는 PEF의 새로운 펀드에 신규 자금을 집행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2015년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6,0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약속된 수익률을 고려하면 현재까지 1조원 넘게 받았어야 하지만 현재까지 회수액은 3,000억원 남짓이다. 이런 상황 속 최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국민연금이 남은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투자 기회비용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7,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MBK, 고려아연·홈플러스 사태 겪으며 잡음 확대

투자은행(IB)업계에선 현 상황을 두고 ‘올 것이 왔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간 MBK가 공격적인 M&A와 성공적인 펀드 레이징, 엑시트(투자금 회수) 등을 통해 국내를 넘어 아시아 최대 PEF로 성장했지만, 최근 수년간 투자 과정에서 부정적 이슈가 쌓이고 쌓이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로 정점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PEF들이 대표적으로 꼽은 MBK의 부정적 이슈는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무산(2023년 12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2024년 9월~) △홈플러스 회생 신청(2025년 3월~) 등이다. 한국앤컴퍼니 건에선 MBK가 당위성이나 명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고려아연과 홈플러스 건이 동시에 겹치면서 MBK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더욱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형세다.

특히 고려아연 건의 경우 ‘제2의 홈플러스’가 될 수 있단 우려도 커지고 있다. MBK는 고려아연에 선진 지배구조 확립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MBK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보면 법률·정책 분야 전문가로 기존 이사회보다 편중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향후 엑시트를 대비해 법률 전문가 추천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형적인 PEF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PEF와 같은 GP는 연금·공제회 등 출자자(LP)로부터 출자받아 조성한 펀드로 투자를 집행한다. 더 많은 출자를 따내기 위해선 ‘평판 장사’가 필수적인 구조다. 실제 MBK는 지난해 과학기술인공제회에 이어 노란우산공제회 출자사업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이런 가운데 이번 홈플러스 사태로 국민연금마저 적으로 돌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한 PEF 관계자는 “MBK와 비슷한 바이아웃 전략을 펼치는 PEF일수록 (MBK와 비슷한 곳으로) 엮일까 봐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며 “큰돈이 오고 가고, 평판과 신뢰가 중요한 업계기 때문에 모두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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