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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비용에 지친 유럽, 경제난 직면한 러시아” 서방·러시아 직접 협상 움직임 본격화, 종전 논의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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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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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우크라이나 지원 부담 속 對러시아 직접 협상 준비
美도 對러시아 제재 완화 나서, 전후 경제 협력 방안까지 모색
성장 둔화·재정 적자에 러시아 경제난 심화, 내부 권력 '불안'

유럽이 대러시아 직접 협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군사·재정 지원 부담이 누적된 가운데, 미국까지 대러 제재 완화와 전후 경제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유럽의 대응 기조에도 변화가 생기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도 성장률 둔화, 재정 적자 확대, 에너지 세수 감소 등 경제적 압박에 짓눌리고 있는 만큼, 향후 서방과의 대화 재개로 돌파구 모색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 대러 대응 기조 변화

28일(이하 현지시각) 유로뉴스는 유럽이 러시아와의 직접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과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지난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시간 반에 걸쳐 통화하며 전쟁 종식을 촉구한 바 있다. 두 정상은 유럽을 대표하는 자격이 아니라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국가 지도자로서 행동에 나섰다고 선을 그었지만, 유로뉴스는 해당 통화를 계기로 이들이 유럽과 러시아 간 대화의 핵심 창구로 급부상했다고 진단했다. 크렘린궁 역시 세 정상 간 직접적인 전화 연락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측과의 대화를 자제해 온 유럽연합(EU)도 내달 초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릴 예정인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 대표단을 파견할 채비를 하고 있다. 그간 미국과 러시아 간 양자 또는 우크라이나가 참여하는 3자 협의 중심으로 진행돼 온 종전 논의가 다자간 협상 구도로 전환될 가능성이 대두된 것이다. EU 측 대표단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최측근인 뵈른 자이베르트 비서실장이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 자금 지원 부담 누적

이처럼 EU가 대러시아 협상에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 배경에는 장기간 쌓여 온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부담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U와 회원국들은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군사 장비 제공 △우크라이나 정부의 재정 적자 보전 △전쟁 피해 복구 △난민 수용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왔다. 지난 3월 25일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경제·생산성 담당 집행위원이 유럽의회에서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EU와 27개 회원국이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와 자국 내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위해 제공한 지원 규모는 총 1,949억 유로(약 290조5,960억원)에 달했다.

구체적인 지출 비중은 EU 집행위원회 집계에서 확인된다. 지난해 말 기준 EU와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에 금융·경제·인도적 지원으로 1,033억 유로(약 154조원) 이상을 제공했으며, 무기·탄약·방공 체계 등 군사 분야에도 693억6,000만 유로(약 103조4,160억원)를 배정했다. 회원국들이 자국 내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수용하는 것을 돕는 데에도 170억 유로(약 25조3,470억원)를 투입했으며, 동결된 러시아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 37억 유로(약 5조5,170억원)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했다.

표1. EU·회원국의 대우크라이나 지원 규모

구분규모주요 내용
금융·경제·인도적 지원1,033억 유로 이상재정 지원, 인도적 구호
군사 지원693억6,000만 유로무기·탄약·방공 체계 등 지원
피란민 지원170억 유로회원국 내 우크라이나 피란민 수용 지원
러시아 동결자산 수익 활용37억 유로러시아 동결 자산 수익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투입
2025년 말 기준, 자료: EU 집행위원회

우크라이나의 추가 지원 요구

이러한 흐름은 최근까지도 지속됐다. EU는 지난 4월 우크라이나의 재정·국방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총 900억 유로(약 134조1,900억원) 규모의 대출 지원을 최종 승인한 바 있다. 해당 자금은 2026~2027년 2년에 걸쳐 집행되며, 이 중 600억 유로(약 89조4,600억원)는 무기 조달과 방위산업 생산 능력 확충에, 나머지 300억 유로(약 44조7,300억원)는 공공서비스 유지와 에너지·교통 등 주요 기반시설 복구를 비롯한 일반 재정 지원에 배정된다.

문제는 최근 잇따른 러시아의 공습으로 막대한 추가 지출이 발생하면서, 기존 대출 자금만으로는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실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6일 EU 정상회의에서 내년 전쟁 수행 비용이 1,550억 유로(약 231조1,0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그는 "국방과 무기, 국가의 회복력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 700억 유로(약 104조3,700억원)가 더 필요하다"며 "이는 현실적인 금액이며, 우리가 러시아를 저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 러시아에 규제 빗장 풀어

미국의 대러시아 정책 변화 역시 EU의 대응 기조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뒤 러시아산 경유 30만 톤(t)을 즉시 공급받고, 11월 중 50만t을 추가로 확보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이튿날인 10일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을 선언하며,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 시설 타격이 미국 내 경유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양국 간 전후 경제 협력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 미국과 러시아가 종전 협상의 일환으로 미국 석유 기업들의 러시아 시장 복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엑손모빌이 참여했던 러시아 극동 사할린-1 유전 개발 사업을 재개하고, 러시아산 원유를 유럽으로 수송하는 드루즈바 송유관의 공급 정상화 사업에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진출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미국 투자자들의 러시아 석유 기업 루코일 해외 자산 인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공동 개발 △러시아산 티타늄 공급 재개 △미국 항공사들의 러시아 영공 통과 허용 등 다양한 경제 협력 구상이 협상 의제로 떠올랐다.

낭떠러지 몰린 러시아 경제

서방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전쟁 장기화로 경제적 부담이 누적된 러시아에도 유의미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 초기 군수산업 확대에 힘입어 성장했던 러시아 경제는 최근 사실상 정체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전망하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0.6%에 그친다. 정부 재정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올해 러시아의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당초 목표치인 1.6%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주요 재원인 에너지 관련 세수도 위축됐다. 러시아 재무부 집계상 올해 1~9월 석유·천연가스 관련 세수는 5조4,700억 루블(약 91조760억원)로 전년 동기 6조6,100억 루블(약 110조570억원) 대비 약 17% 급감했다.

이러한 경제난과 장기전에 따른 불만은 러시아의 권력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지난 4월 본회의 연설 녹음에 따르면, 당시 겐나디 주가노프 러시아 연방공산당 서기장은 "우리는 푸틴 대통령과 그의 전략 및 정책을 지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당신들(정부)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당신들(정부)이 재정, 경제 및 기타 조치를 시급히 채택하지 않는다면, 가을에 1917년에 일어난 일(러시아 혁명)이 재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5월 CNN과 FT는 유럽 정보기관의 보고서를 인용, 크렘린궁이 푸틴 대통령 측근에 의한 쿠데타 및 암살 가능성을 경계하며 경호·보안 조치를 대폭 강화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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