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자신감 붙은 중국, 해외 기술 이전부터 핵심 인력 이동까지 통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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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 성장 속 해외 기술 유출 경계 높인 중국 무역·투자 제재부터 핵심 인력 출국 관리까지 통제 확대 美 대중 투자 제한 속 양국 기술 확보 경쟁 심화

중국이 핵심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외국 기업과 개인을 직접 제재하는 규정 마련에 나섰다. 자국 영업비밀을 침해해 국가안보와 산업 발전을 위협한 주체에 무역·투자 제한과 입국 금지 등을 부과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술 수출과 해외 투자 규제를 강화한 데 이어 핵심 인력의 국외 이동까지 관리하며 기술이 빠져나갈 경로를 촘촘히 막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 쌓은 경쟁력이 해외 경쟁국에 넘어가는 것을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미국 역시 첨단 반도체 수출과 대중 투자 제한을 확대하고 있어, 기술과 자본·인재의 이동을 둘러싼 양국의 힘겨루기가 거세지는 양상이다.
中, 영업비밀 침해 외국 기업 직접 제재 추진
26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자국 영업비밀을 침해한 외국 기업·단체·개인에 무역·투자 제한 등을 부과하는 ‘중국 영업비밀 보호 특별규정’ 초안을 공개했다. 국제 무역과 관련 경제활동에서 중국의 영업비밀을 침해하고, 국가 주권·안보·발전 이익을 해치거나 이에 현실적인 위협을 가한 경우가 적용 대상이다. 보호 대상 권리자에는 영업비밀 소유자와 소유자의 허가를 받아 해당 비밀을 사용하는 주체가 함께 포함됐다. 상무부가 관계 부처와 제도 집행을 맡으며, 내달 24일까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초안에 담긴 제재는 해당 기업의 중국 관련 거래와 신규 투자, 관계자의 입국·체류에 걸쳐 있다. 상품·기술 수출입과 국제 서비스 무역을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해당 기업에 대한 특정 품목 수출을 차단하는 조치가 명시됐다. 중국 내 신규 투자 금지와 관계자·운송수단의 입국 제한도 제재 항목에 올랐다. 여기에 관계자의 중국 내 취업 허가와 체류·거주 자격을 제한하거나 취소하고, 위반 정도에 따라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도 담겼다. 상무부는 사안에 따라 여러 조치를 함께 적용하도록 권한을 부여받는다.
조사 과정에서는 외국 기업의 자료 제출과 협조 의무를 규정했다. 상무부가 조사에 착수하면 해당 기업은 질문에 응하고 관련 자료를 제공해야 하며, 자신의 입장을 진술하거나 소명할 기회도 주어진다. 조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방해할 경우에는 상무부가 이미 확보한 사실을 근거로 처분을 결정하도록 했다. 제재 변경·해제 신청에는 침해 중단과 위험 제거, 손해배상 등 시정 조치를 뒷받침하는 사실과 이유를 제출해야 한다. 제재 대상과 거래해야 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중국 기업에는 별도의 예외 신청 절차를 마련해 상무부 승인 아래 거래를 허용하도록 정했다.
기술 수출 사전 등록부터 해외 투자 심사까지 관리 확대
중국은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제재 체계 마련과 함께 핵심 기술의 해외 이전을 통제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상무부와 과학기술부는 지난 16일 AI·바이오의약·태양광 분야 40개 기술을 수출 금지·제한 목록에 추가하는 개정안을 공개했다. 대규모 AI 모델과 에이전트, 연산 클러스터 등 AI 관련 기술 23개, 세포·유전자 치료 등 바이오의약 기술 5개, 폴리실리콘·웨이퍼·태양전지 제조 관련 기술 12개가 대상이다. 이 가운데 14개는 수출 금지, 26개는 허가가 필요한 수출 제한 항목으로 분류했다. 의견 수렴은 다음 달 15일까지지만, 해당 기술의 해외 소유권 이전과 사용권 부여 등을 수출 전에 등록하는 임시 조치는 발표 당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논문이나 오픈소스로 이미 공개된 기술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해외 이용자가 앱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기술 수출로 보지 않기로 했다.
해외 투자 과정에서 인력 파견이나 교육을 통해 기술이 이전되는 경로에도 통제 장치를 마련했다. 중국 국무원이 지난 6월 공표해 7월 1일부터 시행한 ‘대외투자 규정’은 해외 투자에 수반되는 수출 금지 기술·데이터 등의 이전을 막고, 제한 대상에는 사전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기술 인력을 해외에 보내거나 현지 교육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규제 대상 기술과 데이터를 승인 없이 이전하는 행위도 금지 대상에 넣었다.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해외 투자와 관련 자산·권익의 이전·처분을 심사하는 절차도 신설됐다. 위반 사항에 따라 투자 중단과 지분·자산 처분 명령, 불법 수익 몰수 등의 처분이 가능하며, 벌금은 투자액의 최대 1%로 정했다.
표1. 중국 첨단산업 기술 보호 움직임과 경쟁력
| 구분 | 주요 항목 | 내용 |
|---|---|---|
| AI 기술 보호 | 서방 인수 차단 | 올해 7월 상무부·주요 AI 기업 협의 핵심 기술·유망 스타트업 보호 방안 논의 |
| 데이터·가중치 이전 제한 | 핵심 학습 데이터 해외 이전·외국 이용자 모델 가중치 다운로드 제한 방안 논의 | |
| AI 경쟁력 | 딥시크 R1 성능 | 지난해 2월 주요 성능 평가에서 당시 미국 최상위 모델과 대등한 수준 도달 |
| 미·중 모델 격차 | 올해 3월 보고서 추적 대상 최상위 모델 간 평가 점수 차이 2.7% | |
| 연구·특허 기반 | AI 논문 수·인용 건수·특허 산출량 선두 | |
| 전기차·배터리 공급망 | 전기차·배터리 셀 | 지난해 세계 생산 비중 전기차 70%·배터리 셀 80% 이상 |
| 배터리 핵심 소재 | 지난해 세계 생산 비중 양극 활물질 약 85%·음극 활물질 90% 이상 | |
| 생산망 집적 | 핵심 광물 정제부터 소재·배터리·완성차 제조까지 중국 내 밀집 | |
| 역외 공급 한계 | 중국 밖 배터리 소재 생산 역량만으로 역외 수요 충족 어려움 |
독자 개발 AI 국가 전략 자산으로 육성
중국이 기술 유출 차단에 공을 들이는 데는 자국 첨단산업의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지난 7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알리바바·바이트댄스·즈푸 등 주요 AI 기업과 핵심 기술 및 유망 스타트업이 서방 기업에 인수되는 것을 막기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당시 논의에는 AI 학습에 필요한 핵심 데이터의 해외 이전과 외국 이용자의 모델 가중치 다운로드를 제한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모델 가중치는 학습 과정에서 축적된 수치 정보로, 이를 확보하면 해당 모델을 자체 서버에서 구동하거나 수정하는 데 활용하게 된다. 중국 당국이 AI 개발 성과를 국가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전략 자산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중국 AI 기업들의 성능 향상은 기술 보호론에 힘을 싣는 근거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2026 AI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딥시크의 추론 모델 R1은 주요 성능 평가에서 당시 미국 최상위 모델과 대등한 수준에 도달했다. 올해 3월 기준으로도 보고서가 추적한 미국과 중국의 최상위 모델 간 평가 점수 차이는 2.7%에 불과했다. 중국은 AI 논문 수와 인용 건수, 특허 산출량에서도 선두를 차지해 연구 기반을 넓힌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기업의 모델 개발 성과에 연구·특허 축적이 더해지면서, 중국이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유지할 역량을 갖춰가고 있다는 평가를 뒷받침한다.
소재부터 완성차까지 중국 중심 공급망 굳어져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에서는 세계 생산을 주도하는 공급망이 기술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세계 전기차 생산의 70%, 배터리 셀 생산의 80% 이상을 담당했다.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양극 활물질 생산 비중은 약 85%, 음극 활물질은 90% 이상에 달했다. 핵심 광물 정제부터 소재·배터리·완성차 제조까지 이어지는 생산망이 중국 안에 밀집한 구조다. IEA는 중국 밖의 배터리 소재 생산 역량만으로는 역외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진단해, 각국의 전기차 산업이 중국산 소재와 부품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음을 짚었다.
중국 지도부는 확보한 기술과 생산 기반을 토대로 차세대 산업 주도권을 굳히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올해 3월 공개한 제15차 5개년 계획에는 AI를 50차례 이상 언급하며 제조·물류·교육·의료 등 경제 전반에 적용하는 ‘AI 플러스’ 정책을 담았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도 당시 별도 보고서에서 중국이 AI·바이오의약·로봇·양자기술의 연구개발(R&D)과 응용을 선도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를 뒷받침할 투자 계획으로 2026~2030년 R&D 지출을 연평균 최소 7%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세부 과제로는 대규모 연산 클러스터 확충과 휴머노이드 로봇·6G·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개발을 제시했으며, 인력 부족 업종에 로봇을 투입하고 최소한의 지시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의 활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美中 기술 패권 경쟁, 투자·인재 통제 격화
중국의 기술·인재 유출 통제 강화는 미국과의 장기적인 기술 패권 경쟁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와 제조장비의 대중 수출을 제한해 온 데 이어, 중국 첨단산업으로 유입되는 미국 자본에 대한 규제도 확대하고 있다. 미 재무부가 지난 22일 공개한 규정안에는 기존 반도체·양자기술·AI 분야에 더해 바이오와 슈퍼컴퓨팅 등의 대중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자금과 투자에 수반되는 전문지식이 중국의 군사·정보 역량 강화에 활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중국으로서는 해외 기술과 자본을 확보할 통로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자체 개발한 기술과 인력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경로까지 관리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핵심 인력의 해외 이동을 직접 관리하는 조치에서도 기술 경쟁력을 국내에 묶어두려는 의도가 읽힌다. 지난 5월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알리바바와 딥시크 등 민간기업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AI 업무를 맡은 일부 전문인력은 해외 방문에 앞서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지난달에는 국가안보상 중요하다고 판단된 일부 AI·반도체 기업 경영진의 배우자와 자녀도 단기 해외여행 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관계자들은 핵심 기술과 정보의 미국 유출을 막으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적용 대상에는 유력 스타트업 창업자와 전략 기술기업 책임자 등이 포함됐으며, 당국은 이미 여러 인사에게 가족의 해외 방문 승인 의무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