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도 500억 달러 베팅”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글로벌 AI 자금, 비용 경쟁력·정부 지원에 투자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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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말레이시아에 500억 달러 신규 AI 투자 추진 MS·오라클·AWS·구글 등도 말레이시아서 인프라 확충 나서 비용 절감 혜택에 인력 확보도 용이, 투자 경쟁력 부각

말레이시아에 글로벌 기술 기업들의 투자가 몰리고 있다. △인접한 싱가포르보다 저렴한 전력 비용 △풍부한 영어 구사 인력 △대규모 부지 확보 여건 등이 외국 기업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 결과다. 말레이시아 정부 역시 특별경제구역을 중심으로 법인세 감면, 전문인력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며 글로벌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투자 유치에 힘을 싣는 추세다.
말레이시아 주목하는 소프트뱅크
26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24일 말라카에서 열린 행사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화상회의를 통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손 회장이 사라왁주 쿠칭과 말레이반도 지역을 투자 대상지로 선정했다고 말했다"며 "투자 규모는 500억 달러(약 66조2,435억원)로, 역내 최대 규모 투자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 분야는 AI와 신기술, 데이터센터"라며 "이번 투자가 특히 젊은 세대에 더 나은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소프트뱅크 측은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사업 계획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이달 초에도 동남아시아 최대 슈퍼앱 운영사인 그랩,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국영 에너지 기업 페트롤리엄 사라왁(PETROS)과 AI 및 디지털 인프라 개발을 위한 기본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풍부한 수력·천연가스 자원을 보유한 사라왁주를 거점으로 삼아 AI 연산 인프라와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고, 말레이시아를 동남아시아의 주요 AI 인프라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협약에는 손 회장과 앤서니 탄 그랩 최고경영자(CEO), 자닌 기리 PETROS CEO가 직접 서명했으며, 3사는 향후 단계별 인프라 개발 계획을 공동 수립하기로 했다.
글로벌 빅테크 투자 몰려
말레이시아에서는 소프트뱅크 외에도 수많은 글로벌 기술 기업의 AI·클라우드 인프라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2024년 5월 말레이시아의 AI·클라우드 인프라 확충에 4년간 22억 달러(약 2조9,15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후 꾸준히 현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수도 쿠알라룸푸르 일대에 말레이시아 최초의 클라우드 리전인 '말레이시아 웨스트'를 개설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조호르바루에 두 번째 클라우드 리전인 '동남아시아 3'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오라클 역시 지난 2024년 10월 말레이시아에 65억 달러(약 8조6,120억원) 이상을 투자해 퍼블릭 클라우드 인프라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지 AI·클라우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50개 이상의 클라우드·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업들의 AI 모델 개발과 데이터 분석, 업무 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 등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오라클은 지난 2월 조호르주 쿨라이에 '말레이시아 웨스트 2' 클라우드 리전을 개설하고 서비스를 개시한 상태다.
AWS·구글 자금도 유입
아마존웹서비스(AWS)는 2024년 8월 말레이시아에 첫 클라우드 리전인 'AWS 아시아태평양(말레이시아) 리전'을 개설하고 현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주요 고객으로는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페트로나스와 증권거래소 부르사 말레이시아, 통신 기업 셀콤디지 등이 이름을 올렸다. AWS는 장기 투자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보고, 해당 리전의 건설과 운영 등에 2038년까지 총 62억 달러(약 8조2,14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구글은 지난 2024년 5월 말레이시아에 20억 달러(약 2조6,500억원)를 투자해 현지 데이터센터와 구글 클라우드 리전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데이터센터는 구글 검색·지도·워크스페이스 등 기존 디지털 서비스 운영을 지원하고, 클라우드 리전은 현지 기업과 공공기관에 AI 모델 개발·데이터 분석·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다. 이후 지난 8월 구글 측은 데이터센터 건설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향후 9개월 이내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표1. 글로벌 기술 기업의 말레이시아 투자 현황
| 기업 | 발표 시기 | 주요 내용 |
|---|---|---|
| 소프트뱅크 | 2026년 10월 | 사라왁주·말레이반도 대상 500억 달러 투자 방안 논의, 그랩·PETROS와 사라왁주 AI·디지털 인프라 개발 기본 협약 체결 |
| 마이크로소프트 | 2024년 5월 | 4년간 22억 달러 투자, AI·클라우드 인프라 및 관련 생태계 확충 |
| 2025년 5월·11월 | 쿠알라룸푸르권에서 첫 클라우드 리전 운영 시작·조호르바루에 두 번째 리전 구축 계획 발표 | |
| 오라클 | 2024년 10월 | AI·퍼블릭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및 65억 달러 이상 투자 계획 발표 |
| 2026년 2월 | 조호르주 쿨라이에서 ‘말레이시아 웨스트 2’ 클라우드 리전 운영 시작 | |
| AWS | 2024년 8월 | AWS 클라우드 리전 개설, 2038년까지 관련 인프라에 62억 달러 투자 계획 |
| 구글 | 2024년 5월 | 셀랑고르주 데이터센터·구글 클라우드 리전 건설에 20억 달러 투입 |
| 2026년 8월 |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 진전 확인 |
말레이시아가 품은 비용적 이점
이처럼 말레이시아에 기업들의 AI 투자 수요가 몰리는 배경에는 전력 비용 경쟁력이 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말레이시아의 데이터센터 전력 단가는 메가와트시(MWh)당 133달러(약 17만6,200원)로 인접국인 싱가포르(178달러·약 23만5,830원)보다 25%가량 저렴했다. 이러한 격차는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시장 정보 업체 Datacentres.com이 올해 6월 기준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산업용 전력 단가를 보면, 조호르주의 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0.130달러(약 170원)로 싱가포르(0.192달러·약 250원)보다 32% 낮았다.
토지 확보 여건 역시 매력으로 꼽힌다. 조호르주는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지난해 발간한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비교' 보고서에서 전 세계 주요 데이터센터 시장 가운데 부지 확보 여건이 가장 우수한 지역(2024년 거래된 토지 면적 기준)으로 지목된 바 있다. 대규모 부지 확보 난도가 낮아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증설하거나 자체 변전소와 냉각 설비를 함께 조성하기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토지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말레이시아 국가부동산정보센터(NAPIC)의 거래 자료상 지난해 조호르주의 산업용 토지 평균 거래가격은 제곱피트당 86링깃(약 2만7,890원)이었다. 전력망·용수 공급 등 기반 시설이 갖춰진 데이터센터용 부지의 거래 가격은 시장에서 제곱피트당 120~160링깃(약 3만8,910~5만1,880원)으로 추산된다.
현지 인력 고용 장벽도 낮아
영어 구사 인력이 풍부하다는 점도 외국 기업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요인이다. 글로벌 교육기업 에듀케이션퍼스트(EF)가 지난해 발표한 '영어 능력 지수(EF EPI)'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조사 대상 123개 국가·지역 가운데 24위를 기록했다. 점수는 581점으로 세계 평균인 488점을 크게 웃돌았으며, 조사 대상 아시아 국가·지역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특히 정보기술(IT) 분야 종사자의 영어 능력은 590점으로 말레이시아 전체 평균을 상회했다. 영어를 활용한 기술 문서 작성, 해외 본사·협력 업체 간 의사소통 등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환경인 셈이다.
여기에 정부의 제도적 지원도 투자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지난해 1월 조호르-싱가포르 특별경제구역(JS-SEZ) 설립 협정을 체결하고 첨단 제조업과 디지털 산업 중심의 투자 유치에 나섰다. 말레이시아 재무부가 당시 발표한 지원책에는 경제특구 내 AI·양자컴퓨팅 공급망 등 특정 분야에 신규 투자하는 적격 기업에 최대 15년간 5%의 특별 법인세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말레이시아의 일반 법인세율이 24%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세제 혜택이다. 여기에 경제특구에서 근무하는 적격 전문 인력에게도 10년간 15%의 특별 소득세율이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