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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컬쳐] AI가 회의록 써도 회의는 그대로, 관리자 업무 줄었다는 근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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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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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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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록 작성 시간 절감에도 성과 개선 미확인
값싸진 기록에 요약본·후속 보고 증가 우려
회의 축소 여부가 업무 감소 효과 좌우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이 회의록 작성을 대신하면서 회의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관리자의 업무 부담까지 덜어줬는지는 미지수다. 영국 기업통상부는 2024년 말 직원 1,000명에게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업무용 AI 비서 '코파일럿'을 3개월간 제공했다. 직원들이 가장 많이 활용한 기능은 회의 녹취와 요약이었으며, 업무 시간을 절약했다는 응답도 많았다. 그러나 부처 평가 보고서는 "절약한 시간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회의록 작성이 쉬워지면서 오히려 회의 횟수와 기록 업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I 회의록, 회의 뒤 정리 업무만 절감

회의에는 크게 두 가지 비용이 든다. 하나는 참석자들이 회의에 투입하는 시간으로,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참석 인원이 늘수록 함께 불어난다. 다른 하나는 회의가 끝난 뒤 발생하는 후속 업무 비용이다. 회의록 초안 작성과 수정·공유, 결정 사항의 이행 점검이 여기에 해당한다. AI 회의록 도구가 줄여 주는 것은 이 가운데 후속 업무에 드는 시간이다. 후속 업무에서는 시간 절감 효과가 확인됐다. 기업통상부 평가단은 회의 녹취·요약 1건당 평균 0.7시간을 절약한 것으로 추산했다. 영국 정부디지털서비스(GDS)가 12개 기관 공무원 2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도 하루 평균 26분을 절약했다는 응답이 나왔다. 다만 두 수치 모두 이용자가 직접 보고한 결과로, 실제 생산성 향상 여부를 입증하지는 못했다.

그림 1. 보정 후에도 회의록 작성은 작업 1건당 0.7시간이 절약됐지만, 데이터 분석과 코드 검토에서는 도구가 만든 추가 작업이 절감분 대부분을 상쇄했다.

개인 업무 시간 줄어도 회의 일정은 조직 몫

절약한 시간이 실제 업무에 미친 영향은 MS의 연구 조직인 MS 리서치가 66개 대기업의 지식근로자 7,137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진행한 현장 실험에 나타나 있다. 참가자의 약 절반에게 코파일럿을 제공한 결과, 이용자의 주간 이메일 처리 시간은 평균 2시간(약 17%) 감소했다. 반면 회의 요약이 가장 많이 활용된 기능이었음에도 화상회의 프로그램 팀즈의 회의 시간과 참석 횟수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연구진은 코파일럿이 "혼자 바꿀 수 있는 행동에는 주로 영향을 미쳤지만, 다른 사람과의 조율이 필요한 행동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라고 분석했다. 이메일 처리 속도는 관리자 개인이 조절할 수 있지만, 회의 횟수와 시간, 참석자는 공동 일정과 팀의 업무 관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림 2. 코파일럿 이용자의 이메일 처리 시간은 17% 줄었지만, 회의 시간과 회의 수는 변함이 없었다.

개인의 업무 시간 절감이 조직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은 국내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한국은행이 근로자 5,512명을 조사한 결과, 생성형 AI 활용으로 근로시간은 3.8% 감소했지만, 생산량 증가와는 뚜렷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추가 업무를 수행할 유인이 부족한 점을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회의 업무 역시 개인이 회의록 작성 시간을 줄일 수는 있지만, 회의 일정과 횟수는 조직 차원에서 결정된다는 점에서 같은 한계를 지닌다.

기록 비용 낮아지자 회의록 수요 증가 가능성

회의록 작성이 간편해지면 기록 자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는 1865년 저서 '석탄 문제'에서 증기기관의 효율이 높아지면 새로운 수요가 생겨 석탄 소비가 오히려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같은 논리를 AI 서비스에 적용하면, 작업 비용이 적어진 만큼 그 작업을 맡기는 일이 늘어 시간 절감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 회의록이 대표적이다. 작성 부담이 줄면 예전에는 기록하지 않던 회의까지 회의록을 남기게 된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이 실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AI 회의록 도구가 등장하기 전에는 회의 내용을 기록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어 조직도 필요한 회의만 선별해 기록했다. 짧은 점검 회의나 비공식 통화, 내부 논의 등은 따로 정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회의록을 손쉽게 작성할 수 있게 되면서 기록 대상을 정하는 기준도 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과거에는 짧은 메신저 메시지로 마무리됐을 논의가 이제는 요약본과 업무 목록, 후속 논의 기록으로 이어진다.

오류 검토 부담은 관리자에게

회의록을 손쉽게 작성할 수 있게 됐지만, 이를 읽고 검토하는 데는 여전히 시간이 든다. AI가 생성한 내용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작업도 남는다. 기업통상부 평가에 따르면 코파일럿의 결과물은 대체로 정확했지만, 업무 일지 조사에 참여한 직원의 22%는 AI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생성하는 '환각' 현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가 AI 진료 기록 도구 2종을 시험한 무작위 연구에서도 의사들은 정보 누락 등 임상적으로 중대한 오류가 간혹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회의록도 예외는 아니다. 업무가 엉뚱한 담당자에게 배정되거나, 합의하지 않은 내용이 결정 사항으로 기록되는 오류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회의록 오류를 가장 잘 잡아낼 사람은 회의 참석자지만, 회의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람은 오히려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이다. 이 때문에 많은 조직에서 기록의 정확성을 확인하고 후속 업무를 조율하는 책임은 관리자에게 돌아간다. AI로 회의록 초안을 빠르게 작성한 것은 시간 절감 성과로 집계되지만, 검토·수정에 드는 시간은 업무 부담으로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녹음 회의서 발언 위축, 비공식 회의로 논의 이동

AI 회의록 도구는 회의에서 발언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컨설팅업체 콘페리의 조사에서 리더들이 회의 녹음과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위축될 가능성이었다. 발언이 녹취록에 남는다는 점을 의식하면 참석자들은 의문을 제기하거나 민감한 사안을 논의하는 데 소극적일 수 있다. 이 경우 민감한 논의는 회의 뒤 별도의 통화나 메시지로 옮겨 가기 십상이다. 기록에 남지 않는 회의가 따로 열리는 것이다. 회의 녹음은 법적 분쟁으로도 번졌다. 미국 AI 회의록 업체 오터닷에이아이(Otter.ai)는 회의를 녹음하면서 오터 서비스를 쓰지 않는 다른 참석자에게는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8~9월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서 집단소송을 당했다. 법원은 지난 8월 일부 청구를 기각했지만, 도청과 사생활 침해 등 핵심 청구는 재판을 이어 가도록 허용했다. 오터의 위법 여부가 가려진 것은 아니지만, 참석자 동의 없이 회의를 녹음하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AI 회의록 도구의 도입으로 회의 자체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회의 내용이 체계적으로 정리되면 실제 성과와 관계없이 생산적인 회의로 인식돼 추가 회의를 소집할 명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회의 개최 여부와 참석자, 기록 범위는 주로 조직의 의사결정권자가 정하지만, 회의록 작성과 검토는 실무자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의사결정권자는 늘어난 기록을 통해 업무 진행 상황을 손쉽게 파악하는 반면, 실무자는 추가 회의 참석과 기록 검토에 따른 업무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

AI 도입으로 관리자의 업무 부담이 실제로 줄어들지는 절감한 시간을 어디에 투입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절감한 시간이 추가 회의와 요약본 검토에 투입되면 관리자의 업무 부담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늘어난다. 반면 주간 현황 회의를 회의록 공유로 대체하는 등 회의 자체를 줄이는 조직에서는 업무 부담이 감소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AI 회의록 도구의 실질적인 효과를 평가하려면 회의 횟수의 변화까지 점검해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Do AI Note-Takers Cut Managers' Work or Just Create More of It?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는 외부 기고문의 국문 번역본이며, 원문의 견해는 저자 개인의 견해입니다.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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