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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조세회피처 지수 세계 2위 케이만제도, 금융 비밀주의 약화에도 세율·실질 논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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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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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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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세탁 감시 해제에도 당국 회신 지연
규제 비용에 사무관리회사 감소, 펀드는 증가
거주국 과세 규정 없으면 조세 중립 한계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역외 금융 중심지 케이만제도가 각국 세무당국에 금융정보를 대거 제공하고 있지만, 조세회피처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현지 금융업계 단체인 케이만파이낸스에 따르면 케이만제도가 2024년 중국 국가세무총국 등 120여 개 세무당국에 제공한 금융계좌 정보는 잔액과 지분, 납세자 내역을 포함해 164만 개에 이른다. 조세회피처의 핵심으로 꼽히던 금융 비밀주의가 크게 약화한 것이다. 하지만 법인세와 양도소득세, 원천징수세를 부과하지 않는 세제는 그대로다. 이에 국제 조세 감시단체 조세정의네트워크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기업 조세회피처 지수에서 케이만제도를 세계 2위에 올렸다.

조세회피처 논쟁, 네 가지 기준 뒤섞여

케이만제도가 세계적인 펀드 중심지로 성장한 배경에는 무세율 세제가 있다. 영국령 케이만제도는 1960년대 회사법과 신탁법을 제정하면서도 소득세와 양도소득세, 원천징수세를 도입하지 않았다. 여기에 영국법 체계와 정치적 안정이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은 거주국 세금 외에 추가 부담 없이 자금을 맡길 수 있게 됐다. 무세율의 이점은 세금 부담이 서로 다른 투자자를 한데 모으는 펀드에서 특히 컸다. 투자자별 피더 펀드로 자금을 받아 하나의 마스터 펀드에서 운용하는 '마스터-피더' 구조가 확산하면서 국제 펀드 설립지로 자리 잡은 것이다. 2024년 1분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된 사모펀드 순자산의 31.6%, 적격 헤지펀드 순자산의 53.6%가 케이만제도 펀드였다. 케이만파이낸스는 이런 세제의 근거로 '조세 중립성'을 내세운다. 펀드 단계에서 세금을 걷지 않을 뿐, 투자자는 거주국에서 세금을 낸다는 논리다.

하지만 업계의 주장만으로 조세회피처 논란을 정리하기는 어렵다. 조세회피처 판단 기준이 세율 수준과 금융 비밀주의, 국제 규제 준수, 경제적 실질 등 네 가지로 나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이견이 가장 적은 기준은 세율이다. 케이만제도는 법인 이익과 양도차익, 배당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논쟁은 나머지 세 기준에서 벌어진다. 금융 비밀주의는 세무·수사당국이 회사나 계좌의 실제 소유자를 파악할 수 있는지를, 규제 준수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럽연합(EU)의 기준을 이행하는지를 따진다. 여기에 장부상 이익에 상응하는 인력과 사무소, 의사결정이 현지에 있는지를 묻는 경제적 실질까지 더해지면서 평가는 더 복잡해진다.

케이만제도는 네 기준의 평가가 서로 달라 논쟁도 평행선을 달린다. 케이만파이낸스가 금융 비밀주의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강조하는 반면, 비판 진영은 변하지 않은 세율과 경제적 실질을 문제 삼는다. 조세회피처라는 용어에 합의된 정의가 없다는 점도 논쟁을 키운다. OECD와 EU도 공식 명단에는 조세회피처 대신 '비협조적 관할권'이라고 적는다. 양측이 각자 유리한 기준을 내세울 수 있는 구조다.

표 1. 조세회피처 4대 특징과 케이만제도 현황(2026년)

특징평가 대상케이만제도 현황핵심 지표
무세율·저세율법인세, 양도소득세, 원천징수세변화 없음2025년 12월 조세정의네트워크 조세회피처 평가 만점
금융 비밀주의당국의 실소유자·계좌 정보 접근권크게 완화2017년 실소유자 등록부 도입, 2024년 계좌 164만 개 정보 교환
규제 준수FATF·OECD·EU 기준 이행법제 수준은 높으나 이행은 불균등2023년 10월 FATF 강화 감시 해제, 정보 요청 90일 내 회신 23%
경제적 실질수익과 실제 활동의 일치 여부논쟁 중2019년 경제적실질법 시행, 직접투자 유입·유출 각각 1조1,000억 달러(약 1,467조원)
자료: 조세정의네트워크, FATF, OECD 글로벌 포럼, 케이만파이낸스

FATF 감시 해제됐지만 정보 요청 90일 내 회신 23%

금융 비밀주의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케이만파이낸스의 주장에는 근거가 있다.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 2010년 이후 규제 개편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케이만제도 금융서비스·상무부가 정리한 주요 규제 연표 97건 가운데 59건이 이 시기에 나왔다. 2010년대에는 정보교환협정과 공통보고기준(CRS) 도입 등 조세 투명성 강화가 중심이었고, 2020년 이후에는 자금세탁방지와 실소유자 규제로 무게중심이 옮겨 갔다. FATF는 2021년 2월 제재와 실소유자 신고 처벌, 자금세탁 기소가 미흡하다며 케이만제도를 강화된 감시 대상에 올렸다가 2023년 10월 해제했다. EU 명단에서도 2020년 2월 비협조적 관할권에 올랐으나 같은 해 10월 제외됐고, 이달 개정에서는 남은 이행 과제가 없는 협조적 지역으로 분류됐다.

그림 1. 2010년대 규제 개편은 조세 투명성에 집중됐고, 2020년 이후에는 자금세탁방지와 실소유자 규제로 무게중심이 옮겨 갔다.

그러나 제도 정비가 실제 정보 제공 속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각국의 조세 정보 교환을 점검하는 OECD 글로벌 포럼의 지난 6월 보고서에 따르면 케이만제도는 외국 당국의 정보 요청 230건 가운데 94.8%에 회신을 완료했지만, 90일 안에 회신한 비율은 23%, 1년 안에 회신한 비율도 70%에 그쳤다. 2017년 평가 때보다 후퇴한 수치다. 세무조사 중인 당국에는 회신이 늦을수록 정보의 가치가 떨어진다. 실소유자 등록부의 문턱도 여전히 높다. 지난해 2월부터 언론인과 연구자, 시민단체가 정당한 이해관계를 입증하면 열람을 신청할 수 있게 됐지만, 일반 공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림 2. 케이만제도의 규제 개편은 단계마다 외부 압력을 따라 진행됐다. 2000년대 조세정보교환협정에서 2017년 이후 실소유자 규제까지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뮤추얼펀드 21.5% 증가, 사무관리회사 97곳서 68곳으로

규제가 강화됐지만 케이만제도의 펀드 산업은 위축되지 않았다. 케이만제도 통화청(CIMA)에 따르면 등록 뮤추얼펀드는 2019년 말 1만857개에서 지난달 1만3,187개로 21.5% 늘었다. 폐쇄형 사모펀드의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2020년 사모펀드법 시행으로 기존 펀드까지 등록 의무가 생기면서 그해 1만2,695개가 집계됐고, 이후 지난달 1만8,360개로 44.6% 늘었다. 그러나 펀드가 늘어나는 동안 펀드 회계와 기준가 산출을 대행하는 등록 사무관리회사는 2017년 97곳에서 지난달 68곳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계좌 정보 보고와 실소유자 신고 등 규제 대응에 드는 고정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형사가 시장에서 밀려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현지의 법률·펀드 행정 전문 인력과 기관투자자에게 익숙한 펀드 구조가 수요를 떠받치고 있다.

그림 3. 2020년 이후 사모펀드는 45% 늘었지만, 규제 대응 비용이 대형사에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등록 사무관리회사는 68곳으로 줄었다.

中 해외 신탁 20% 과세, 조세 중립론 한계 노출

펀드 산업이 건재하다고 세금 논란까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케이만파이낸스가 내세우는 조세 중립성은 투자자가 거주국에서 세금을 제대로 낸다는 전제가 있어야 성립한다. 소득을 신고하고 세금을 내는 연기금이나 일반 투자자에게는 타당한 설명이지만, 실제 사업 활동이 없는 곳에 이익을 귀속시키면 조세회피, 소득을 거주국에 숨기면 탈세가 된다. 거주국 세법에 공백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미국 대형 로펌 모건루이스에 따르면 중국에는 신탁 소득을 누구에게, 언제 과세할지 정한 규정이 없어 해외에 쌓인 소득이 수년간 과세되지 않을 수 있었다. 이에 중국 당국은 지난 7월 공고 제21호를 통해 해외 신탁 이전 차익과 신탁 소득에 20%를 과세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경제적 실질 문제도 해소되지 않았다. 조세정의네트워크는 케이만제도를 오가는 외국인직접투자가 유입·유출 각각 1조1,000억 달러(약 1,467조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섬나라의 경제 규모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케이만제도는 2019년 경제적실질법을 시행해 특정 사업을 하는 기업에 현지 인력과 사무소를 갖추도록 했지만, 투자 펀드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지 법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가운데 변수로 꼽히는 것이 글로벌 최저한세다. 이는 실효세율이 15%에 못 미치는 다국적기업에 추가세를 물리는 제도다. 다만 회계법인 PwC 집계상 케이만제도는 자체 추가세 도입 계획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추가세가 발생해도 세금은 다른 나라가 걷게 된다.

금융정보를 감춰 주던 케이만제도가 정보를 제공하는 곳으로 바뀌었지만, 세율 0% 체제와 경제적 실질 문제가 남아 있는 한 조세회피처 논란은 끝나기 어렵다. 제공된 정보가 실제 세금 징수로 이어지느냐도 과제다. 정보를 받은 나라에 과세 규정이 없으면 세금을 걷을 수 없다. 회신 속도 역시 관건이다. 정보가 제때 전달되도록 케이만제도는 내년 3월 31일까지 회신 일정을 글로벌 포럼에 제출해야 한다. 앞으로 케이만제도가 조세회피처인지를 둘러싼 평가는 세율과 정보 투명성 가운데 무엇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엇갈릴 전망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Offshore Finance] Is the Cayman Islands Still a Tax Haven? The Changing Economics of Offshore Finance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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