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무역전쟁 이후 中 대미 수입 감소분 3분의 1은 '서류상 감소', 세관 통계가 놓친 관세 회피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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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 수법은 원산지 위장·품목 변경 과소 신고에 세수 결손, 전통적 관세 이론 전제 붕괴 항만 경유·형식적 가공, 통계 밖 경제 손실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 당시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자 원산지를 다른 국가로 허위 신고하는 수입업체가 잇따랐다. 2018년 중국이 미국산 제품의 평균 관세율을 약 8%에서 20%로 인상하면서 100만 달러(약 13억4,480만원)어치를 수입할 때 부담해야 할 관세가 12만 달러(약 1억6,140만원) 늘어난 탓이다. 유럽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는 보복관세 이후 감소한 중국의 대미 수입 가운데 3분의 1이 실제 거래 감소가 아닌 원산지 허위신고 등에 따른 통계상 감소라고 분석했다. 다만 수입업체들은 관세를 피하는 대가로 제3국 경유에 따른 물류비와 관세사·변호사 선임 비용 등을 추가로 떠안았다.
무역전쟁 관련 관세 탈루 64%, 원산지 위장
중국 수입업체들의 원산지 허위신고는 양국 무역통계의 불일치에서 드러났다. 미국의 대중 수출과 중국의 대미 수입은 동일한 거래를 각각 집계하기 때문에 통상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그러나 2018~2019년 중국이 집계한 대미 수입은 16.3% 감소한 반면, 미국이 집계한 대중 수출은 7.4% 줄어드는 데 그쳤다. 통계 격차는 중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한 품목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CEPR은 보복관세가 없었다면 2018~2023년 중국의 대미 수입이 실제 통계보다 4,775억 달러(약 642조원) 많았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3,104억 달러(약 417조원)는 양국 통계에서 모두 감소한 금액이다. 나머지 1,671억 달러(약 225조원)는 중국에 수입되고도 미국산으로 신고되지 않은 금액으로, 전체 감소분의 35%에 이른다.
관세 회피 수법은 수입 물량을 축소 신고하거나, 관세율이 낮은 유사 품목으로 분류하거나, 원산지를 다른 국가로 허위 기재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수입업체들은 원산지를 조작할 때 세관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해당 품목을 중국에 수출해 온 국가를 골랐다. 원산지 허위신고 비중은 무역전쟁 관련 관세 탈루 사건에서 유독 높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중국 연안 6개 세관이 적발한 관세 탈루 사건 1,414건 가운데 무역전쟁 관련 사건은 50건으로, 이 중 64%가 원산지를 속인 사례였다. 반면 무역전쟁과 무관한 사건에서 원산지 허위신고 비율은 5.1%에 불과했다.

관세율이 높아질수록 허위신고가 증가하는 현상은 과거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2004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관세율이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중국이 집계한 홍콩발 수입액은 홍콩이 집계한 대중 수출액보다 약 3%씩 더 적게 잡혔다. 수입업체들이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관세 품목을 관세율이 낮은 유사 품목으로 허위 신고한 영향이다. 무역전쟁 당시에도 중국 정부가 일부 품목을 보복관세 대상에서 일괄 제외하자 허위신고가 감소했지만, 수입업체가 개별 신청해야 제외되는 품목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전통적 관세 이론, 관세 전액 납부 전제
허위신고가 늘어나면 관세에 따른 경제적 손실 추산도 달라진다. 전통적 관세 이론에서는 관세 부과로 수입품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 부담의 일부는 국내 생산자의 이익과 정부 세수로 이전되고, 나머지는 경제 전체의 순손실인 '후생 손실'로 이어진다고 본다. 이 이론을 적용한 대표 사례로는 무역전쟁 당시 미국 관세의 손실을 분석한 2019년 국제 학술지 논문이 있다. 논문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 미국 소비자와 수입업체가 부담한 관세는 월 32억 달러(약 4조3,03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월 14억 달러(약 1조8,830억원)의 후생 손실이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이 추산은 모든 수입품에 관세가 부과되고, 수입업체는 수입량을 줄이거나 국산품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만 대응한다는 두 가지 전제를 깔고 있다. 하지만 무역전쟁 당시 중국 수입업체들은 이와 달리 수입을 줄이는 대신 원산지를 허위 신고하거나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입으로 관세를 피했다. 이로 인해 세관 통계만으로 관세의 영향을 분석하면 실제로는 계속 수입된 물량까지 감소분으로 집계돼 수입 감소 효과가 과대평가될 수 있다. 관세 회피를 고려하더라도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는 결론은 달라지지 않지만, 허위신고 물량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아 실제 관세 세수는 이론적 추정치보다 줄어든다.
관세 피하려는 기업들, 물류·가공 비용 부담 증가
전통적 관세 이론이 간과한 또 다른 요인은 관세 회피에 드는 비용이다. 기업은 회피 비용이 내야 할 관세보다 적으면 관세를 피할 유인이 생긴다. 관세 1달러를 줄이기 위해 1달러에 가까운 비용까지 지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회피 비용에는 제3국 경유에 따른 물류비와 창고 보관료,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형식적 현지 가공비, 관세사·변호사 선임 비용 등이 포함된다. /회피 비용은 불법적인 허위신고뿐 아니라 합법적인 관세 회피 과정에서도 발생한다.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는 튀르키예산 화물용 밴에 뒷좌석을 설치해 승용차로 통관하면서 화물차 관세율 25% 대신 승용차 관세율 2.5%를 적용받았고, 미국에 도착한 뒤에는 좌석을 철거해 폐기했다.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셰인과 테무 역시 추가 항공 운송비를 부담하면서 상품을 개별 소포로 발송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소액 수입품 관세 면제 제도를 이용해 왔다. 모두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한 사례다.
경제 전체로 보면 이와 같은 합법적인 관세 회피가 허위신고보다 더 큰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허위신고는 정부가 거둘 세금을 수입업체의 이익으로 옮기는 데 그치지만, 좌석 설치·폐기나 형식적 현지 가공에는 실제 인력과 자재가 투입돼 경제적 자원이 소모된다. 물론 관세를 피한 수입품이 늘어나면 가격 상승이 억제돼 소비자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도 뒤따른다. 다만 관세 회피 비용은 세관 통계에 반영되지 않아 자원 소모에 따른 손실과 소비자 부담 완화 효과 중 어느 쪽이 더 큰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대두 수입처 전환·우회 수입, 통계로는 구분 불가
세관 통계의 한계는 관세 회피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실제 수입처 변경과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입도 가려낼 수 없다. 중국의 대미 수입이 감소한 경로는 ▲수입처를 다른 국가로 바꾸는 무역 전환 ▲제3국을 경유하는 우회 수입 ▲원산지 허위신고 세 가지로 나뉜다. 모두 통계상 대미 수입 감소로 나타나지만, 경제적 영향은 서로 다르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브라질산으로 대체한 것은 실제 거래 상대국이 바뀐 무역 전환에 해당한다. 반면 미국산 제품이 한국·말레이시아 등 제3국 항만을 거쳐 중국에 들어오는 우회 수입은 운송 시간과 물류비만 늘린다. 앞서 양국 통계 비교로 확인된 허위신고는 전체 감소분의 35%를 차지했다. 나머지 65%에는 무역 전환과 우회 수입이 혼재돼 있지만 세관 자료만으로는 각각의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관세의 경제적 손실 추산도 그만큼 부정확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자원을 투입하는 현상은 관세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세금이나 가격 규제로 인위적인 가격 차이가 발생하면 기업은 이를 활용해 비용을 줄이려 한다. 중국에서는 수출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액을 늘리기 위해 수출 물량을 부풀린 사례가 있었고,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을 배럴당 60 달러(약 8만690원)로 설정하자 이를 우회해 원유를 운송하는 노후 유조선이 대거 등장했다. 관세 역시 기업들이 원가 절감이나 제품 개선보다 공장 이전, 원산지 요건 충족, 신고 조작 등에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도록 만든다. 이처럼 관세의 실질적인 경제적 비용을 파악하려면 통계에 드러나지 않는 회피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ariff Evasion and the Hidden Welfare Cost of the US-China Trade War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