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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공세에 교역국들 공동전선, 수출 못 놓는 중국은 공급망 쥐고 버틸 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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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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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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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제품 밀려들자 각국 산업·고용 위협
과잉생산 공동 대응 이어 ‘제2 플라자 합의’ 거론
주요 시장 동시 봉쇄 땐 수출 의존 전략 차질

중국이 내수 침체를 수출로 메우면서 주요 교역국들과의 통상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 유입에 자국 산업과 일자리가 위협받자 각국은 과잉생산에 대한 공동 대응에 나섰고,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자는 ‘제2의 플라자 합의’ 구상까지 꺼내 들었다. 중국도 핵심 소재 공급망을 앞세워 맞설 태세지만, 주요 시장에서 수입 장벽이 동시에 높아지면 수출로 성장을 지탱할 여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내수가 부진한 상태에서 수출마저 위축될 경우 부채를 동원한 투자 부양에 다시 기대면서 일본식 장기 침체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장 눈높이 낮춘 중국, 수출로 버틴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1991년 이후 가장 낮은 4.5~5%로 낮춰 잡으면서 성장 둔화를 공식화했다. 지난 3년간 유지해 온 ‘5% 안팎’ 목표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부동산 침체와 소비 부진이 장기화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중국 성장을 떠받치는 주된 동력은 수출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으며, 반도체와 전기차 등 첨단 제조업 제품의 해외 판매가 경제 확장을 뒷받침했다. 올해 1~9월 무역흑자는 9,380억 달러(약 1,257조5,770억원)에 달해 지난해 연간 최대 기록인 1조2,000억 달러(약 1,608조8,400억원) 경신을 바라보고 있다.

반면 내수 회복을 짓누르는 부동산 불황은 가계와 기업의 지출 여력을 갉아먹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맥쿼리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신규 주택 착공 규모는 정점 대비 78% 감소했으며, 주택 가격 하락과 고용 불안이 겹치면서 소비심리도 위축된 상태다. 실제 상품 판매와 외식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 증가율은 지난 7월 0.6%, 8월 0.4%에 이어 지난달에도 1.1%에 그쳤다. 이달 초 국경절 연휴에도 여행 1회당 평균 지출액이 4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가계의 지출 억제는 여가 소비에서도 확인됐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자 기업들은 판매 가격을 낮춰 고객 확보에 나서는 한편,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도 줄이고 있다. 소비 부진이 기업의 고용·임금 지출을 압박하고, 다시 가계 구매력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이다.

내수 부진 메우려 수출 총력

내수 시장의 가격 경쟁과 비용 절감만으로 수익성을 지키기 어려워진 중국 기업들은 해외 판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비 위축으로 가격 경쟁이 격화하면서 내수 사업의 채산성이 떨어진 탓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내 승용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7% 줄어 내수 시장의 위축이 이어졌다. 이에 자동차업체들이 유럽·중남미·동남아시아 등으로 판로를 넓히면서 같은 달 승용차 수출은 약 91만9,000대로 64% 증가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레이팅스는 중국 자동차업계가 내수 부진을 메우기 위해 해외 매출과 이익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으로서는 내수가 살아나기까지 수출로 생산과 기업 수익을 지탱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을 보면 부동산 조정이 길어지고 사회안전망도 취약해 가계가 지갑을 닫으면서, 국내 수요의 빈자리를 수출이 채워 왔다. 해외 주문마저 줄어들 경우 충격은 공장 가동과 고용으로 번질 수 있다. 매출이 줄어든 기업이 설비투자와 인건비부터 줄이면 가계의 구매력도 약해지기 때문이다. 세계은행 역시 기업의 이익 감소가 투자 지연과 노동시장 악화를 거쳐 소비에 부담을 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중국이 수출에 기대는 데는 당장의 성장률 방어와 함께 생산·고용 위축이 내수 불황을 고착시킬 수 있다는 부담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 의존의 한계, 중국 당국도 인식

중국 당국도 수출에 기대 성장과 고용을 지탱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내수 회복이 시급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무역흑자국의 소비·투자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며 내수 확충 방침을 밝혔다. 정부도 지난달 말부터 주택담보대출 보조금과 지방정부 자금 지원, 기반시설·기술 분야의 저리 대출 등 추가 부양책을 내놨다. 다만 생산과 투자에 치우친 지원으로는 가계의 구매력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미셸 람 이코노미스트는 가계 소득과 소비를 뒷받침하는 정책 전환이 지연되면 저물가·저성장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수가 수출을 대신해 성장을 이끌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중국이 수출 축소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정도 여기에 맞물려 있다. 국내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채 해외 판로까지 좁아지면 일본이 겪었던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본 민간 연구기관인 노무라종합연구소의 리처드 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서 자산 가격 급락 이후 가계와 기업이 빚을 갚는 데 집중하는 ‘대차대조표 불황’이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산 가치가 떨어져도 부채는 그대로 남아 있어, 금리를 내려도 민간이 돈을 빌려 소비와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일본 역시 자산 거품 붕괴 이후 민간의 부채 축소가 이어지며 통화 완화의 경기 부양 효과가 약해졌다.

중국발 과잉생산 대응에 손잡은 주요 교역국

문제는 중국이 수출에 기댈수록 교역국들의 자국 산업 보호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1일 미국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중국을 제외한 참가국들이 수출 의존과 무역 불균형을 심화하는 비시장적 정책을 해소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회의 의장성명에는 대규모 대외 흑자가 지속되는 국가가 국내 소비를 억제하고 수출에 성장을 의존하게 만드는 왜곡을 제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의 관세 장벽에 막힌 중국산 제품이 다른 시장으로 몰리면서 대중국 통상 압박의 공감대가 넓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미국의 관세 인상이 교역국 시장으로 중국산 제품을 밀어낼 것이라는 자신의 경고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 대응은 산업별 협의체를 구성하는 단계로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이달 7일 공개한 공동 장관성명에 따르면 한국·미국·일본과 유럽연합(EU) 등 15개 경제주체가 참여해 구조적 과잉생산에 대응하기로 했다. 우선 협의 대상은 자동차·전기차, 배터리, 화학, 범용 반도체, 태양광 패널 등 중국의 생산능력 확대가 두드러진 분야다. 참여국들은 정부 지원으로 유지되는 과잉생산이 현지 생산과 일자리를 위협하고, 특정 공급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수출 통제에도 취약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는 12월 이전 실무회의를 열어 생산능력과 피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각국의 대응 조치가 서로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성명에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산업 지원과 수출 확대를 겨냥한 공조로 읽힌다.

표1. 중국 수출 확대에 대한 국제사회 대응 움직임

구분대응 주체·시점핵심 내용
무역 불균형 시정G20 회의 중국 제외 참가국
지난달 1일
수출 의존·무역 불균형 심화하는 비시장적 정책 해소에 공감대
대규모 대외 흑자국의 국내 소비 억제·수출 의존 유발 왜곡 제거 촉구
과잉생산 공동 대응한국·미국·일본·EU 등
15개 경제주체
이달 7일 공동 장관성명
정부 지원에 따른 구조적 과잉생산 대응 추진
현지 생산·일자리 위협, 특정 공급국 의존 및 수출 통제 취약성 지적
우선 협의 분야자동차·전기차, 배터리, 화학, 범용 반도체, 태양광 패널
오는 12월 이전
실무회의 개최 예정
생산능력·피해 정보 공유
각국 대응 조치의 상호 효과 제고 방안 검토
성명에 특정 국가 명시 없음
위안화 절상 구상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지난 6월
위안화 저평가가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고 주장
플라자 합의 방식의 국제 협의 제안
그레그 입
WSJ 수석경제논설위원
지난달
관세를 공동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 위안화 절상 유도 제안
자료: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의장성명, 미국 무역대표부(USTR) 공동 장관성명,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중국 수출 견제론에서 위안화 절상론까지

이에 더해 통상 압박을 통해 위안화 절상을 유도하자는 ‘제2의 플라자 합의’ 구상도 거론되고 있다. 1985년 플라자 합의는 미국·일본·서독·프랑스·영국이 외환시장에 공동 개입해 달러 가치를 낮추기로 한 협약이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지난 6월 위안화가 저평가돼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플라자 합의 방식의 국제 협의를 제안했다. 지난달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그레그 입 수석경제논설위원도 각국이 관세를 공동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 위안화 절상을 끌어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이를 자국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강하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메르츠 총리의 제안 이후 사설에서 환율을 명분으로 한 압박을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중국의 경제 규모와 산업 기반, 정책 자율성을 강조했다.

중국은 과잉생산을 겨냥한 공동 대응에도 반발하며 공급망 영향력을 협상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5일 과잉생산을 명분으로 자국 이익을 해치는 조치가 시행되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응 능력은 지난해 희토류 수출 통제 과정에서 이미 확인됐다. 중국이 희토류와 영구자석 수출에 허가제를 적용하자 공급이 지연됐고, 유럽의 일부 자동차 부품 공장은 생산을 중단해야 했다. 인도·일본·유럽의 외교관과 자동차업체 관계자들이 중국에 수출 승인 절차를 서둘러 달라고 요청한 것도 부품 부족이 완성차 생산 차질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주요 제조국들이 중국산 핵심 소재를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운 만큼, 중국은 공급 제한에 따른 상대국의 부담을 앞세워 압박 수위를 낮추려 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공급망을 앞세운 중국의 버티기도 주요 교역국이 수입 장벽을 함께 높일 경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마이클 페티스 선임연구원은 통상 갈등으로 중국의 무역흑자가 줄어들 경우 그만큼 국내 소비나 투자가 늘어야 하며, 이를 채우지 못하면 생산과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계소득을 높여 소비를 늘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중국 당국이 당장의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정부 주도의 투자 확대에 다시 기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투자부터 늘리면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 자금이 묶이고 부채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페티스 연구원은 일본도 플라자 합의 이후 성장 둔화를 막으려 과도하게 돈을 풀면서 신용과 투자를 팽창시켰고, 그 과정에서 경제의 불균형을 키웠다고 짚었다. 중국 역시 수출 감소분을 내수로 메우지 못한 채 빚을 동원한 투자로 버틸 경우, 경기 부양 과정에서 쌓인 부채가 일본식 장기 침체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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