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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피난처까지 좁혀온 中 과세망, 역외 자금 이동에 증시 부담 가중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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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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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中 정부, 부유층 미신고 해외소득 추적하며 징수 압박
자산가들, 해외자산 과세에 싱가포르서 美로 '머니무브'
역외 자산 운용 변화 속 민간 투자심리 위축 가능성

중국이 부호들의 해외 신탁 수익과 미신고 소득을 겨냥해 세금 징수를 강화하고 있다. 조세 피난처에 쌓인 부를 과세망 안으로 끌어들여 ‘공동부유(共同富裕)’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고, 부유층의 납세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행보다. 신고 요구를 받은 자산가들은 주식을 팔아 납부 자금을 마련하는 한편, 해외 신탁을 해체하거나 자산을 관리할 국가를 바꾸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신규 투자가 지연되고 주식 매물이 늘면서 민간 투자와 증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中 세무당국, 부호 해외 신탁까지 추적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세무 당국이 거주 납세자의 해외 신탁 수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면서 중국 억만장자들의 역외 자산이 대거 영향권에 들었다. 블룸버그가 기업 공시 등을 분석한 결과, 세계 500대 부호에 포함된 중국 기업인 8명이 해외 신탁을 통해 보유한 주요 자산은 1,402억 달러(약 185조7,230억원)에 달했다. 이들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케이맨제도 등 조세 피난처에 신탁을 두고 기업 지분 등을 관리해 왔다. 상당수 자산은 기업이 미국·홍콩 증시에 상장하기 전 취득한 지분으로, 상장 이후 주가가 오르면서 평가액도 크게 불어났다. 당국은 지난 7월 해외 신탁 수익에 20% 세율을 적용하는 방침을 구체화하고, 과거 미신고 소득에 대한 신고 기한을 이달 22일로 정했다.

과세 대상자를 찾아내기 위해 부호 명단과 기업 공시를 대조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중국 국가세무총국은 후룬 부호 순위와 기업 공시 등을 토대로 해외 신탁 관련 납세 의무자 명단을 작성하고, 담당 직원들에게 추적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호 순위에서 조사 대상을 추린 뒤 공시에 드러난 지분 보유 구조 등을 살펴 해외 신탁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방식이다. 부유한 기업인이 많은 일부 성·시에서는 전담 조직을 꾸려 관할 지역 자산가들의 해외 신탁 정보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국가 간 금융계좌 정보 교환 체계인 공통보고기준(CRS)을 통해 확보한 자료도 활용된다. 해외 금융기관의 계좌 정보와 중국 세무 전산망인 ‘금세 4기’의 자료를 교차 확인할 수 있어, 자산가가 신고한 내용과 실제 해외 금융거래 내역을 대조할 기반을 갖췄다.

표1. 중국 해외 신탁 과세 강화 및 추적 방식

구분주요 항목내용
과세 강화관련 자산 규모세계 500대 부호 중 중국 기업인 8명의 해외 신탁 보유 주요 자산 1,402억 달러
세율·신고 기한7월 해외 신탁 수익에 20% 세율 적용 방침 구체화
과거 미신고 소득 신고 기한 10월 22일
과세 범위주식·부동산 등 신탁 이전 시 발생한 평가차익 과세
신탁·산하 역외 법인 소득에 매년 과세
추적 방식부호 명단·공시 대조국가세무총국, 후룬 부호 순위·기업 공시 기반 납세 의무자 명단 작성 및 추적 지시
지역 전담 조직일부 성·시, 관할 지역 자산가 해외 신탁 정보 수집
금융정보 교차 확인공통보고기준(CRS) 확보 자료·‘금세 4기’ 자료 활용
신고 내용과 실제 해외 금융거래 내역 대조 기반 확보
자료: 블룸버그통신

中 부유층, 역외 자산 관리 전략 재검토

당국의 추적과 신고 요구에 부호들은 세금 납부에 쓸 현금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한 중국 기술기업 억만장자의 자산을 관리하는 패밀리오피스는 주식 포트폴리오의 절반가량을 매각 중이라고 밝혔다. 이곳 관계자는 3개월 안에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투자 거래보다 세액을 계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자산이 부동산 등에 묶여 처분이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은행 대출로 납부 자금을 충당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고액자산가와 패밀리오피스를 담당하는 한 글로벌 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자신이 소유한 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세금을 낼 돈을 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신탁을 통한 자산 관리 방식도 재검토에 들어갔다. 지난 7월 마련된 규정에 따라 주식·부동산 등을 신탁에 이전할 때 발생한 평가차익에 세금이 붙고, 신탁과 산하 역외 법인의 소득에도 매년 과세되면서 신탁 유지에 따른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 고액자산가를 자문하는 라이언 린 변호사는 지난 8월 자신의 신탁 고객 50여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자산 신고와 납세를 준비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신탁 해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새로 신탁을 설립하려던 자산가들도 계획을 되돌리는 분위기다. 홍콩의 한 신탁 전문 변호사는 신탁을 설립하고도 자산을 이전하기 전에 폐쇄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고, 현지 국영 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고객이 신탁 설립을 접고 소규모 역외 자산운용사를 통해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을 관리할 국가를 바꾸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중국 부호들은 홍콩·싱가포르에 둔 자산을 옮길 대안으로 미국과 대만을 검토 중이다. 미국은 공통보고기준(CRS)에 참여하지 않고, 대만도 중국과 금융계좌 정보를 자동으로 교환하지 않아 중국 당국이 관련 정보를 확보하는 데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모건스탠리의 뉴욕 자산관리 부문에서는 홍콩·싱가포르의 중국 고객들이 계좌를 개설하거나 자산을 이전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에서는 고액자산가 대상 서비스 업체 오코리언에 신탁·패밀리오피스 설립을 문의하는 고객이 줄고, 설립을 보류하거나 취소하는 사례도 나왔다.

조세 피난처 거친 中 투자엔 기술 확보 목적도

다만 중국 기업들이 조세 피난처를 거쳐 해외에 투자한 데는 선진 기술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역외 법인에 보유한 자산 중에는 선진국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고 기술을 들여오기 위한 투자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공개한 ‘중국의 글로벌 소유권’ 연구에 따르면 중국 자본이 소유한 해외 기업의 약 38%는 지분 보유 구조에 케이맨제도·버뮤다 등 조세 피난처의 중간 법인이 들어 있었다. 연구진이 이들 법인의 소유 관계를 추적한 결과, 중국 자본이 지배하는 해외 자산의 약 80%는 유럽과 북미에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연구개발(R&D) 집약도가 높고 중국 기업과 공급망으로 연결된 업체들이 주요 투자 대상으로 나타났다.

해외 기업 인수가 중국 본사의 기술 축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같은 연구에서 중국 기업에 인수된 해외 업체들은 R&D 지출을 평균 약 7%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선진국 기업을 처음 인수한 중국 모회사의 특허 등록 건수는 인수 당해 평균 약 21건에서 64건으로 증가했다. 연구진은 해외 투자를 통해 확보한 지식과 연구 성과가 중국으로 유입되는 ‘혁신 역파급’ 효과로 해석했다. 이 같은 투자 흐름에는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2015년 ‘중국제조 2025’ 발표 이후 정책 대상 전략산업에서 중국 기업의 해외 지분 확보가 늘었고, 국유기업이 인수한 해외 업체에서 R&D 투자를 확대하는 경향이 특히 두드러졌다.

기업인 과세 압박, 민간 투자 위축 가능성

중국이 기업 투자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키워온 만큼, 일각에서는 기업인에 대한 압박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산관리업체 JLT레거시그룹의 오스카 류 최고경영자(CEO)는 해외 신탁 보유자들이 세금 부담을 계산하느라 새로운 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납부할 세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투자에 쓸 수 있는 자금 규모도 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세 범위와 소급 적용 기간이 불명확한 점도 자금 운용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고액자산가를 자문하는 로펌 찰스러셀스피칠리스의 웨이 캉 파트너는 주요 경제적 이해관계가 중국에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과 신탁 소득에 대한 과세 시점 등에 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징수 강화가 민간기업에 대한 통제 확대 신호로 받아들여질 경우에는 투자자들의 중국 자산 매도를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시장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불안이 주가 급락과 외국인 자금 이탈로 번진 경험이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과 측근 중심의 지도부 구성이 확정된 직후인 2022년 10월 24일, 홍콩 항셍지수는 6.4%, 항셍테크지수는 9.7% 떨어졌다. 당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민간기업 규제와 제로 코로나 정책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홍콩 상장 주가는 각각 약 11% 급락했고, 외국인은 홍콩과 본토 간 교차거래를 통해 본토 주식 179억 위안(약 3조5,54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교차거래 제도가 도입된 2014년 이후 최대 규모의 하루 순유출이었다. 이번 해외 신탁 과세도 일부 해외 상장 중국 기업의 주가에 단기 위험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부자 과세 밀어붙이는 시진핑의 정치적 계산

시장 위축 우려 속에서도 중국 지도부가 부유층 과세를 밀어붙이는 데는 공동부유를 내세워 온 정치적 부담이 깔려 있다. 시 주석은 2021년 8월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소득 양극화를 막고 공동부유를 추진해야 사회 안정을 지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조세·사회보장·재정 이전을 통한 재분배 강화와 고소득층의 사회적 기여 확대를 제시했다. 같은 연설에서는 자본소득 관리를 강화하고 탈세를 단속하겠다는 방침도 명시했다. 시 주석은 빈부 격차 확대와 중산층 붕괴가 사회 분열과 정치적 양극화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소득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 공산당의 장기 집권 기반까지 약해질 수 있다는 인식이 담겼다.

해외에 축적된 부를 과세망 안으로 끌어들이는 조치는 공동부유의 실행 의지를 보여주는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징수 확대에 중국의 경제 성장으로 큰 부를 쌓은 계층의 국가 기여를 늘리고, 부의 재분배를 추진하려는 시 주석의 구상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공동부유를 거듭 약속한 지도부로서는 부유층의 해외 미신고 소득을 방치할 경우 정책의 신뢰성이 약해질 부담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에 지방정부의 토지 매각 수입이 줄면서 교육·의료 등 기본 공공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부담도 커졌다. 해외 소득에 대한 징수 강화에는 분배 공약을 뒷받침할 재원을 확보하고, 부유층에도 납세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를 드러내려는 계산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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