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티메프 사태에 사법 리스크 빠진 구영배, 큐익스프레스도 결국 큐텐과 '거리 두기'

티메프 사태에 사법 리스크 빠진 구영배, 큐익스프레스도 결국 큐텐과 '거리 두기'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구영배 큐텐 대표 검찰 소환 조사 진행, 사기·횡령·배임 등 혐의
'큐텐 지우기' 나선 큐익스프레스, 300억원 투자 유치 추진 등 독자 경영 박차
티몬 차입금 전용 등 추가 혐의 포착, 계열사와의 '경영컨설팅 계약서' 확보도
qoo10_guyungbae_Tmap_TE_20241002

구영배 큐텐 대표에 대한 검찰 조사가 본격화한 가운데,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의 주역 중 하나로 꼽히던 큐익스프레스가 구 대표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직접 나서 구 대표와 큐텐의 지분을 소각, 경영권을 빼앗아 간 것이다. 모체인 큐텐 역시 사실상 공중분해 됐다. 결국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 등 무리한 경영 전략을 밀어붙인 게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영배 대표 검찰 조사 본격화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팀장 이준동 반부패1부장)은 지난달 30일 구 대표를 사기·횡령·배임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현재 검찰이 파악한 사기 혐의액은 총 1조4,000억원가량이며, 횡령액은 500억원 수준이다.

검찰은 구 대표가 지난 4월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위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티메프로부터 인수 대금 500억원을 대여하는 등 판매자들에게 지급돼야 할 정산대금을 직접 전용했다고 보고 있다. 구 대표가 불법 행위를 지시하는 등 사실상 '주동자'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앞선 소환조사 과정에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등 핵심 관계자들이 "구 대표가 미정산 사태의 정점"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은 영향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핵심 관계자는 "구 대표에게 불안정한 자금 흐름에 따른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며 "그러나 구 대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구 대표는 물류자회사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을 위해 계열사에 5%가량의 과도한 역마진 프로모션을 지시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큐익스프레스는 티메프에서 판매된 상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맡은 회사로, 역마진 상품의 판매가 늘면 티메프의 손실이 누적되는 대신 큐익스프레스의 매출은 늘어나는 유통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류광진 대표는 "(구 대표가) 큐익스프레스의 물동량을 늘리는 것은 큐텐그룹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고, 큐익스프레스가 나스닥에 상장돼야 큐텐그룹이 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말씀을 계속하셨다"고 밝혔다. 결국 티메프가 큐익스프레스의 성장을 위한 제물로 활용됐단 의미다.

큐익스프레스 경영권 박탈, 큐텐도 공중분해 수순

하지만 구 대표가 거듭 자금을 투입한 큐익스프레스는 구 대표와 '거리 두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큐익스프레스 차원에서 구 대표와 큐텐 연관 지분 전량을 무효화한 것이 단적인 예다. 티메프 사태 이전 큐익스프레스의 주요 주주는 큐텐(65.8%)과 구 대표(29.3%)로, 이들의 총합 지분은 95.2%에 달했다. 그러나 티메프 미정산 사태가 발생하자 큐익스프레스에 약 1,600억원가량을 투자했던 FI들이 기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고 큐텐으로부터 인터파크커머스 매각 미수금을 못 받게 된 야놀자가 큐익스프레스 지분에 대한 담보권을 행사하면서 내부적으로 '탈(脫) 큐텐' 기조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티몬을 큐텐에 넘긴 대가로 큐텐 지분을 보유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 기타 홍콩계 사모펀드(PEF)가 큐익스프레스 지분에 대한 담보권을 추가로 행사하고 나서면서 큐익스프레스의 지분 구조 재정립이 현실화했다.

이에 따라 큐익스프레스의 1대 주주는 지분 35%를 보유한 PEF 크레센도로, 2대 주주는 31%를 보유한 야놀자로 변경됐다. 아울러 KKR·앵커PE·홍콩계 PEF가 19%를, 코스톤아시아·메티스톤PE·캑터스PE·산업은행PE 등이 합산 13%를 보유하게 됐다. 나머지 2%는 큐익스프레스 임직원의 몫이다. 사실상 FI들이 나서서 구 대표로부터 경영권을 빼앗아 간 셈이다.

구 대표로부터 벗어난 큐익스프레스는 '독자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큐익스프레스는 최근 신규 투자자로부터 최대 300억원의 추가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 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발생한 미수금을 자체 자금 조달을 통해 해결하겠단 취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큐익스프레스는 300억원 투자를 받은 뒤 티메프 사태의 영향을 없애고 동시에 조직·인력 효율화를 이뤄 실적을 내년 상반기부터 월 단위 기준 흑자로 전환시킬 계획"이라며 "구 대표 흔적 지우기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구 대표와의 결별'로 탈출로를 마련한 큐익스프레스와 달리 여전히 구 대표가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큐텐은 공중분해 수순을 밟고 있다. 큐텐은 지난달 직원 80% 이상을 정리해고했고, 이번 티메프 사태로 판매 영업도 전면 중단했다. 더군다나 티메프가 국내에서 회생 절차에 들어간 만큼 큐텐 역시 본사 소재지인 싱가포르에서 비슷한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 등 '영끌 전략'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구 대표의 입지가 상당 부분 약화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judge_qoo10_TE_20241002

배임 정황 포착, 구 대표 '사법 리스크' 심화 양상

이런 가운데 구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향후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선 조사에서 검찰이 구 대표의 배임 의혹을 키우는 정황을 추가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서다.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에 따르면 위메프가 지난 5월 티몬에 빌려준 차입금 52억원은 티몬이 아닌 큐텐 측에 흘러 들어갔다. 큐텐이 티몬으로부터 판매 정산대금을 가져갈 때 차입금까지 추가로 가져갔다는 것이다.

류광진 대표는 이 같은 차입금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수사가 개시된 후 처음 알았다고 진술했다. 다른 회사의 돈을 가져가면서도 큐텐이 따로 품의서를 작성하거나 결재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큐텐이 계열사의 돈을 빼돌려 큐텐 그룹을 위해 사용했다면 구 대표의 배임·횡령 혐의의 근거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사팀은 또 큐텐 계열사들이 지난해 6월 매년 수억원을 큐텐 본사에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체결한 '경영컨설팅 계약서'도 확보했다. 해당 계약서엔 구 대표의 경영 자문 대가와 재무·서비스센터 인건비 등이 지급 명목으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 큐텐테크놀로지 차원에서 티메프 등 계열사의 업무를 대행하며 매달 계열사 매출의 1%를 대가로 받아왔는데, 이와 별도 계약서를 통해 재무·경영 자문 명목의 돈이 큐텐 본사로 지속적으로 흘러 들어간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해당 자금 지급 계약이 계열사 대표가 모르는 사이 이뤄졌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스라엘에 미사일 180발 발사한 이란, 이스라엘은 헤즈볼라·하마스 공습으로 '맞불'

이스라엘에 미사일 180발 발사한 이란, 이스라엘은 헤즈볼라·하마스 공습으로 '맞불'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이란, 이스라엘에 대규모 탄도미사일 발사
"후과 따를 것" 보복 암시한 이스라엘, 헤즈볼라·하마스에 반격 감행
불안정해진 중동 정세, 시장 불안감 고조되며 국제유가도 급등
israel_iran_20241002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대규모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4월 미사일과 드론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한 지 5개월 만이다. 공개적으로 보복을 시사한 이스라엘군(IDF)은 헤즈볼라와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며 맞불을 놓고 나섰다. '물밑 공격'을 이어가던 양국의 분쟁이 점차 격화하는 가운데, 국제유가는 확전에 대한 시장 우려를 발판 삼아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이란의 미사일 공습

1일 저녁(이하 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점령지(이스라엘) 중심부에 있는 중요한 군사·안보 목표물을 표적으로 탄도미사일을 쐈다"고 발표했다.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은 180여 발로 추산된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 군사기지 3개가 타격을 받았다"며 "미사일 90%가 목표물에 성공적으로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국영 IRIB 방송에 따르면 이번 공격에 이란의 극초음속미사일 파타-1이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7시 30분께 이란에서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사실이 포착된 이후, 이스라엘 전역에는 공습경보 및 방공호 대피령이 내려졌다. 외신들은 목격자를 인용해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과 텔아비브에서 폭발음이 연쇄적으로 들렸다고 전했다. 대피령은 약 1시간이 지난 뒤 해제됐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과 관련해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미사일 상당수가 요격됐지만 이스라엘 중부와 남부에서 일부 타격이 있었다"고 브리핑을 통해 설명했다. 이어 "이번 미사일 발사에는 후과가 따를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보복) 계획이 있으며 시간과 장소를 결정해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직접적 반격 나서

이스라엘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군사적 보복을 시사한 이후 헤즈볼라와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단행했다.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시아파 이슬람주의 정당이자 준군사 단체고,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의 과격 이슬람 단체 중 최대 규모 조직이다. 이스라엘,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등 다수의 국가는 하마스를 공식적으로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AF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레바논 보안군 소식통을 인용해 2일 새벽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의 기지가 밀집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을 적어도 5차례 공격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지역에서는 여러 차례 굉음이 울렸으며, 화재 발생 사실이 확인됐다는 전언이다. 단 해당 공격으로 인한 사상자 발생 여부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더해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북부에 위치한 학교 2곳에도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학교를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지휘 통제 센터'로 사용하고 있다고 판단, 가자지구 내 학교 시설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는 중이다. 직접적인 충돌을 최대한 피하며 '물밑 공격'을 지속하던 양국이 본격적으로 태세를 전환한 것이다.

oil_price_20241002

원유시장 불안감 고조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국제유가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장 중 한때 직전 거래일 대비 5% 이상 폭등했으며, 2.44% 오른 배럴당 69.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1.86달러(2.59%) 뛴 배럴당 73.56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이날부터 12월 인도분을 벤치마크로 조정했다.

국제 유가 상승세를 견인한 것은 양국의 분쟁이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공포심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3위 원유 수출국"이라며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면전을 벌일 경우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며 시장 상황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는 이상, 국제유가는 한동안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상황과 관련해 클레이 시겔 원유시장 애널리스트는 "이스라엘은 이란을 직접 타격하기 위한 군사적 공세를 확대하길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의 석유 시설들이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이 석유 생산 시설과 수출 시설을 공격할 경우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 생산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D램·낸드 가격 두 자릿수 하락, PC 등 IT 기기 수요 부진 탓

D램·낸드 가격 두 자릿수 하락, PC 등 IT 기기 수요 부진 탓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남윤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수정

D램 가격 17.1% 급락, 1년 5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
낸드플래시도 11.4% 하락, 1년 반 만에 하락세 전환
4분기 PC 출하량 3.8% 감소, 재고 감축 기조 이어져
dram 20241002

지난달 D램 가격이 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하는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됐던 스마트폰·PC 등의 수요 부진과 중국의 경기 침체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핵심 수요 품목인 IT 기기의 수요 반등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올해 상반기 상승세로 전환했던 메모리 가격은 당분간 보합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D램·낸드 가격, 보합세 유지해 오다 지난달 급락

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9월 PC용 D램 범용 제품 DDR4 1Gx8의 평균 고정거래 가격(기업 간 거래 가격)은 1.7달러로 전월(2.05달러) 대비 17.1% 급락했다. 전월 대비 증가율 기준으로는 -19.9%를 기록한 지난해 4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2021년 이후 하락세를 이어오던 D램 가격은 지난해 10월 약 2년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가 올해 8월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또 다른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의 고정거래 가격 또한 10% 넘게 하락했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 128Gb 16Gx8 MLC의 9월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4.34달러로 지난달 대비 11.4%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건 지난해 3월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낸드플래시도 D램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10월 반등한 뒤 줄곧 상승세를 이어오다가 올해 3월부터 상승세가 둔화하며 보합세를 유지해 왔다.

메모리 가격의 급락에는 부진한 IT 수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PC 제조사는 아직 IT 기기에 대한 수요 반등이 충분치 않다는 점을 반영해 여전히 높은 수준의 재고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4분기 PC 출하량은 직전 분기 대비 3.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당초 예상치인 0.8% 감소에 비해 하향 조정된 수치"라고 설명했다. PC 제조사가 재고 감축을 지속하면서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조달 규모가 더욱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러한 예상을 반영해 트렌드포스는 4분기 PC용 D램 모듈의 가격 전망을 당초 '직전 분기 대비 3~8% 상승'에서 '보합세(Flat)'로 하향했다. PC 제조사의 재고 감축 기조에 국내 D램 제조업체들의 점유율 확대 전략 등이 더해지면서 DDR4와 DDR5 모두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TLC(트리플 레벨 셀) 계약, 현물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10월에도 SLC(싱글)·MLC(멀티) 제품 가격의 연쇄적인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NAND_WDC_TE_20241002

올해 초엔 '연말까지 상승세 유지' 전망 나오기도

올해 초만 해도 반도체 업계에서는 하반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 1월 트렌드포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이미 2023년 말부터 뚜렷한 인상 조짐을 보였다"며 "올해 연말까지 가격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구체적으로 낸드플래시는 1분기 가격이 20% 급등한 이후 2분기부터 연말까지 3~8%대 인상률을 유지하고, D램은 가격 변동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2024년 내내 가격 인상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반도체 반등론이 무색하게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상반기 내내 보합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가격이 박스권에서 정체된 이유로 중국의 경기 침체를 꼽았다. 글로벌 전자제품의 60~70%를 제조하는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핵심 품목인 PC, TV, 스마트폰 등 주요 전자기기의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상태에서 반도체 제조사의 메모리 재고는 크게 줄지 않아 가격 상승이 늦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의 제조업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까지 2개월째 '경기 위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불황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그림자를 드리웠다. 현재 한국의 전체 반도체 수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7%에 이른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 세계 PC 수요가 저가형 PC로 돌아서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수익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에도 스마트폰 등 시장의 수요 개선 폭이 10%포인트 미만에 그치면서 메모리 가격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당장 3분기부터 가격이 오름세로 전환하려면 늦어도 2분기부터는 일부 가격 상승 조짐이 있었어야 했다는 진단이다.

업황 악화 전망에도 여전한 수요 증명한 반도체

이런 상황을 두고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황 악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고점을 준비하다(Preparing for a Peak)'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 '반도체 겨울론'에 불을 붙였다. 모건스탠리는 "AI를 둘러싼 흥분 속에서 반도체와 테크 하드웨어의 경기 순환적 특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메모리 반도체가 수요 감소로 가격이 하락하고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가 공급 과잉 상태에 도달하면서 반도체 사이클이 고점에 다가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일시적인 가격 하락을 다운사이클 진입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실적 풍향계'로 통하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냈다.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마이크론은 2024 회계연도 4분기 매출(6~8월)이 시장 전망치인 76억6,000만 달러를 넘어선 77억5,000만 달러(약 10조4,000억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2025 회계연도 1분기(9∼11월) 매출과 주당 순이익 추정치는 87억 달러(약 11조7,000억원)와 1.74달러로, 시장 평균 예상치인 매출 83억2,000만 달러와 주당 순이익 1.52달러를 크게 넘어섰다.

아울러 글로벌 첨단 산업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 한국의 수출입 통계에서 견조한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확인됐다는 점도 반도체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역대 최대인 136억 달러(약 18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 6월 기록한 종전 최고 실적 134억 달러을 3개월 만에 경신한 것으로 11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종목의 주가를 대표하는 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도 지난 한 달간 상승 곡선을 그렸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남윤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이시바 시레루 日 신임 총리 공식선출, 무파벌 중심으로 새 내각 출범

이시바 시레루 日 신임 총리 공식선출, 무파벌 중심으로 새 내각 출범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일본 중의원, 새 총리로 이시바 선출, 참의원서 곧 확정
무파벌 10명, 하야시 관방 유임, 외무상·방위상엔 측근들 중용
"韓은 중요 국가" 국익 우선 외교, 한일 협력 관계 순항 전망
Ishiba Shigeru_PE_001_20241002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가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 지지로 과반 표를 얻으며 총리로 지명됐다. 미국 대선과 지역분쟁 등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시바 내각의 출범은 한·일관계는 물론 동아시아 국제관계에 호재로 평가된다.

日 중의원·참의원, 이시바 시게루 총리 선출

1일 일본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은 임시국회를 열고 지명선거를 통해 이시바 자민당 총재를 총리로 선출했다. 이후 이시바 총리는 신임 내각 각료와 함께 왕궁에서 열린 새로운 총리를 임명하는 친임식에 참석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시바 총리에게 "내각 총리대신으로 임명한다"고 말하며 임명서를 전달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이시바 총리는 정상외교와 관련된 질문에 "한국 호주 아세안 미국 모두 중요한 국가지만 정상외교에서는 국익을 바탕으로 어떤 성과를 얻을 것인지를 최우선에 둬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미국 대선에서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은 만들어둬야 한다"며 "미·일 주둔군 지위협정을 개정해 이를 미일 동맹 강화로 연결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주장해 왔던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의 법적 특권을 인정한 미일 지위협정 개정과 미국 내 자위대 훈련기지 설치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총리공관에서 19명의 내각 인사도 발표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관방장관에는 옛 기시다파이자 자민당 총재선거에도 출마했던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유임됐다. 한일관계에 중요한 인물인 외무상에는 이시바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이와야 다케시 전 방위상이, 방위상에는 나카타니 겐 전 방위상이 각각 기용됐다. '국방족'으로 불리는 이들은 역시 방위상을 지낸 이시바 총리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총무상에는 무라카미 세이이치로 전 행정개혁상, 농림수산상에 오자토 야스히로 총리 보좌관, 디지털상에 다이라 마사아키 자민당 홍보본부장 대리, 경제재생상에는 아카자와 료세이 재무성 부대신이 각각 임명됐다. 이들은 이시바 총리가 선거에 입후보했을 때 추천인 20명에 포함된 인물이다. NHK는 과거 파벌 기준으로 무파벌이 10명으로 가장 많고 아소파, 옛 모테기파, 옛 니카이파가 각각 2명이라고 보도했다.

Ishiba Shigeru_PE_20241002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사진=이시바 시게루 총리 공식 홈페이지

‘의회 해산’ 승부수, 비주류 한계 넘을까

이런 가운데 외교 전문가들은 이시바 총리가 지명 전인 지난달 30일 빠르게 중의원 조기 해산 및 총선 실시 계획을 밝힌 것에 주목하고 있다. 그가 밝힌 계획은 이달 27일 투·개표하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자민당 총재 당선부터 한 달 이내에 의회 해산, 선거 고시 등을 마무리하는 시간표인 셈이다. 중의원 해산은 총리 취임 8일 만인 오는 9일로 계획했는데, 이는 전후 최단 시간 내 해산 사례다. 아사히신문은 “다음날 총리 취임 예정이라고는 해도 사전 단계에서 의회 해산, 조기 총선을 표명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애초 이시바 총리는 의회 해산 ‘신중론’ 쪽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총리에 대해 “모든 각료가 참석하는 예산위원회에서 정권이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를 국민에게 보여준 뒤 믿음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총재 선거 기간 라이벌이던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조기 해산을 언급했을 때도 “아직 총리가 안 된 사람이 언급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에 현지 언론은 예산위에서 총리와 야당 당수 간 장시간의 1대 1 토론이 가능한 만큼, 11월 10일쯤 선거 개최 가능성이 크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돌연 앞당겨진 시간표의 배경에는 당내 압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 총리가 야당의 추궁을 받는 예결위를 열어선 안 된다는 요구가 거셌다는 것이다. ‘비자금 스캔들’ 얘기가 다시 뜨거워지기 전에 새 내각 출범의 축포 분위기를 선거로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불륜, 비서 급여 부정 수령 등 잇단 논란에 휩싸였던 히로세 메구미 참의원의 사퇴로 오는 27일 자민당 험지인 이와테현 보궐선거가 예정돼 있는데, 자민당의 현 기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이시바 총리는 오는 7일 대표 질문, 9일 당 대표 토론회를 열어 국민 앞에서 질의응답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자는 사전 정리된 질문에 각료가 답하는 형식이라 질의응답이 오가기 어렵고, 후자는 시간이 45분으로 한정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이니치는 이날 사설에서 “이시바 의원이 오랫동안 여론의 지지를 받아온 것은 ‘당내 야당’으로서 집행부 비판도 마다하지 않는 자세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국회를 무시하고 해산과 총선을 서두르는 것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이시바 총리는 당내 기반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가 총재 선거 1차 투표 때 얻은 의원 표는 총 368표 중 46표에 불과했다. 당선 후 아소 다로 전 총재를 당 최고고문에 앉히며 54명 의원이 속한 유일 존속 파벌 ‘아소파’와 관계를 구축했지만, 한때 당내 최대 파벌이던 ‘아베파’ 의원들과는 관계가 좋지 않다. 아베파 지지를 받은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전보장상이 이시바 총재의 당 요직 제의를 대놓고 거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기시다 정책 승계, 한·일 협력 이어 나갈 듯

한편 이시바 총리 집권 기간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전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구축한 한일관계 협력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았으며, 일본의 전쟁 책임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다른 자민당 내 강경 보수 인사들과는 달리 비교적 온건한 역사 인식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욱이 이시바 총리는 이전부터 한·일협력을 중시하고, 재일교포 문제에 관심을 보여왔다.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 한국민이 납득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와 관련한 사과에 전향적인 정치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9년 7월 아베 신조 내각이 취한 대한국 경제 제재에 대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시바 총리는 방위청 장관과 방위성 대신을 역임하며 안보 문제에도 정통한 인물이다. 특히 중국의 해양 진출, 북한의 핵과 탄도탄 능력 고도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수년간 윤 정부와 기시다 내각은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바이든 정부와 함께 한·미·일 삼각협력 체제를 강화해 온 만큼 한·일협력의 중요성을 숙지하고 있는 이시바 총리는 삼국 협력 체제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시바 내각의 정권 안정성은 10월 말에 치러질 중의원 선거와 내년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신내각 출범이라는 컨벤션 효과와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 유지, 경제정책에 대한 재계의 지지, 야권의 분열 등을 감안한다면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정국 운영에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만약 이시바 내각이 단명 정권으로 마감할 경우, 자민당에서 보수 우파가 재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 잠적, 급여 높은 곳으로 옮겨 불법체류 가능성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 잠적, 급여 높은 곳으로 옮겨 불법체류 가능성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수정

법무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불법체류 분류
짧은 취업 기간, 교육수당 정산 지연 등 원인 추정
비자 7개월에서 3년으로 늘리고 주급제 적용 추진
20241002_seoul_philippines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 중 2명이 숙소를 무단이탈, 연락이 두절되면서 불법체류자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른 업종보다 근무시간이 짧아 임금이 적고, 고용이 불안한 것이 이탈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에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필리핀 가사관리사 이탈을 막기 위해 급여 지급을 현행 월급에서 격주 지급 등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또 비자 기간도 7개월에서 최장 3년으로 연장해 안정적으로 한국에서 근무할 수 있게 지원할 예정이다.

사업주, 외국인 근로자 5일 이상 무단결근 시 이탈 신고

1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달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 중 2명이 숙소로 복귀하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면서 불법체류자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에 의하면 해당 가사관리사들은 추석 연휴 시기인 지난 15일 오후 8시쯤 서울 역삼동에 있는 숙소를 이탈한 뒤 연휴가 끝난 18일까지 복귀하지 않았다. 현재 연락이 두절돼 행방을 확인할 수 알 수 없는 상태다. 관리업체는 필리핀에 있는 해당 가사관리사들의 부모에게 연락해 두 사람이 있는 곳을 파악하려 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가 5일 이상(영업일 기준) 무단결근하는 등 소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사업주는 지방고용노동청과 법무부에 이탈 신고를 해야 한다. 관리업체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이 복귀 최종시한인 지난달 25일까지 복귀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지난달 26일 고용노동부에 무단이탈에 대한 외국인 고용변동신고를 했다. 법무부는 이들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출석요구에도 응하지 않으면 최종 '불법체류' 판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가사관리사들의 이탈 원인으로 적은 급여와 고용 불안을 꼽는다. 국내에서는 한 가정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 가사 부담 경감에 있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오지만 외국인 근로자 입장에서는 주40시간의 전일제로 일하지 못하면 제조업에서 종사하는 다른 고용허가제 근로자보다 임금이 적다. 교육기간이었던 8월분 수당이 제때 지급되지 않은 점과 시범사업이 내년 2월이면 끝나 고용이 연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이탈 이유로 지목된다.

비자 만료 후에도 국내 남아 불법체류자 되는 사례 늘어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무단이탈과 불법체류에 대한 우려는 이미 제도 도입 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민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지난해 불법 체류 상태였던 자진 출국 신고자와 강제 퇴거 대상자 1,0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60.7%는 이탈을 선택한 이유로 '한국에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특히 필리핀 가사관리사와 같은 고용허가제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고 입국한 불법체류자 중 71.9%가 '적은 급여'를 이탈의 이유로 들었다.

취업기간이 짧은 것도 문제다. 일반적으로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4년 10개월간 국내 취업이 허용된다. 하지만 입국 시 목표했던 금액을 벌기 위해 비자 만료 후에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남아 불법체류자가 되는 사례가 많다. 그런데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취업 비자 기간은 이보다 짧은 7개월이다. 7개월 동안 일해서는 목표 금액을 채우기 힘들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입국 직후부터 불법 체류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이탈을 막기 위해 급여 지급을 현행 월급에서 격주 지급 등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시범사업 종료 후 시행할 수 있는 본 사업을 고려해 비자 기간을 7개월에서 최장 3년으로 연장해 안정적으로 한국에서 근무할 수 있게 지원할 예정이다. 처우 개선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가사관리사 상당수가 2개 가정, 많게는 세 가정에서 일하는 만큼 배치할 때 최대한 이동시간을 줄이고 이동 중 머무를 수 있는 쉼터 공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160시간에 걸쳐 이뤄진 특화교육의 수당 지급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육수당은 가사관리사와 근로계약을 맺은 정부 인증 관리업체가 지급하는데 총액 201만1,440원 중 숙소비와 소득세를 제외한 147만1,740원을 세 번에 나눠 입급하는 방식"이라며 "정산 지연 논란은 수당을 지급하는 관리업체 2곳이 유동성을 이유로 후불 지급하기로 하면서 발생한 문제로 지난달 말일까지 근무한 데 따른 월급은 다음달 20일 지급된다"고 밝혔다.

20241002_seoul_pe
오세훈 서울시장이 8월 27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문제와 해결책은' 세미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최저임금 차등 적용시 불법체류 우려

이번 시범사업을 계기로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임금 수준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민의힘 나경원·김선교·유상범 의원과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이번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최저임금 적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시행 전부터 높은 비용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비용이라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고소득층 가정을 중심으로 신청자가 몰린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가 시범사업 이용 가정을 선정한 결과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가 59가정(37.6%)으로 가장 많았다.

법무부와의 비자 확대 논의에 대해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문제와 관련해 E7 비자 대상 직종에 '가사사용인'을 추가하자는 서울시의 제안에 법무부는 지나치게 신중하고 소극적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삶의 현장에서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과 코앞에 닥친 현실에 비하면 법무부의 대처는 매우 안이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국회와 지자체,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종합적인 논의와 대응책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실적으로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임금을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장관은 최근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이탈 상황에 대해 "이주 노동자는 국적별로 커뮤니티가 잘 발달돼 있어 어느 동네 어디에 가면 더 많이 받는지 다 꿰고 있다"며 "무단이탈한 가사관리사도 임금이나 조건이 좋은 데로 옮긴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가사사용인 제도로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하더라도 임금이 적어 곧 다른 곳에서 일하려 불법체류자가 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가구별 직접 계약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과의 비교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홍콩에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 최소 월 77만원, 싱가포르에서 40만~6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한국에서 지급하는 급여의 3분의1에도 못미치는 금액이다. 하지만 해당국의 근로자와 한국에 온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역량에 차이가 크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케어기버(Caregiver) 자격증 소지자로 돌봄 교육을 거쳐 인증받은 전문인력이지만 홍콩의 경우 케어기버보다 자격요건이 낮고 교육시간도 적은 도메스틱 헬퍼(Domestic helper)로 분류된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반도체 겨울론? 반도체 수출은 늘어나는데 가격은 휘청

반도체 겨울론? 반도체 수출은 늘어나는데 가격은 휘청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효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식은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입니다.

수정

증권가 반도체 겨울론에도 불구 9월 반도체 수출 역대 최대 기록
다만 D램 현물가격은 흔들, 반도체 불황 우려는 잠재한 상황
전문가들, 중국발 저가 D램 공급이 가격에 악영향 준 것

9월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계의 지표로 알려진 미국 마이크론이 시장 예상보다 높은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한국의 수출입 통계에서도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강세가 확인되면서 '반도체 겨울'에 대한 우려가 다소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역대 최대인 136억달러를 나타냈다. 반도체 수출은 11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 흐름을 유지 중이다. 올해 월간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 6월 134억달러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뒤 7월 112억달러, 8월 119억달러로 다소 주춤했으나, 이번에 다시 강한 상승세를 회복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정부와 업계는 이처럼 반도체 수출액이 다시 강한 상승세를 타면서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비관적인 전망으로 야기된 '반도체 겨울론'을 불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D램 가격은 9월들어 하락세로 돌아서 반도체 시장 불황에 대한 우려를 떨치기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chips semiconductor TE 20240801

반도체 겨울론? 수출은 증가, 가격은 휘청

증권가에서 반도체 겨울론에 대한 평가가 나오면서 시장 전반적으로 반도체 불황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9월 한국 반도체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인 136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6월에 기록한 사상 최대치인 134억 달러를 또 다시 갱신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신규 아이폰 출시 등의 IT 기기 수요가 수출 상승의 주 원인이었을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9월 전체 반도체 수출에서 HBM을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87억2천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0.7%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대미 반도체 수출이 작년 동기보다 111.2%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국 반도체 수출도 17.8% 증가했다.

반면 반도체 수출의 핵심인 D램 가격 성장세가 꺾인 것이 우려할 만한 대목이라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지난해 최악의 불황을 겪으며 큰 폭으로 떨어졌던 가격 대비 D램(DDR4 8Gb)과 낸드플래시(128Gb) 고정가는 각각 작년 대비 31%, 14% 상승했지만, 올해 9월부터 D램 및 낸드플레시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주류 제품인 DDR4 8G(1Gx8) 2666의 지난달 종가 기준 가격은 1.934달러를 나타냈다. 가격은 한 달간 약 1.8% 하락했다.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다가 7월 24일 연고점인 2달러를 찍은 후 8월부터 내림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D램 현물 가격은 대리점과 소비자 간 일시적 거래 가격은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시장의 즉각적인 매매 심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도매 시장의 가격 방향 및 반도체 생산업체들의 수익성에 대한 풍향계로 인식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samsung_semiconductor_PE_20240904
사진 = 삼성전자

D램 가격, 작년 보단 올랐지만 올해 여름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업계 전문가들은 특히 구형 D램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가격이 가장 저렴한 제품군인 DDR3 4Gb 512Mx8 1600/1866 현물 가격도 9월 들어 전달보다 소폭 낮아졌다. DDR3 4Gb 512Mx8 1600/1866 현물 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0.887달러로, 한 달 전 0.91달러와 비교해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어 D램 범용제품인 DDR4 8Gb (1Gx8)의 지난달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1.7달러로 전달의 2.05달러에 비해 17% 낮아졌다.

낸드 고정거래 가격도 낮아졌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인 128Gb 16Gx8 MLC의 지난 9월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4.33달러로, 지난 7개월간 이어온 보합세를 깨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7개월 동안 4.895달러로 보합세를 지속했지만, 9월 들어 전월 대비 11% 이상의 큰 폭으로 내렸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의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지난해에 구매했던 ASML의 구형 설비를 이용해 구형 D램과 낸드 플래시 상품을 시장에 대규모로 뿌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난달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발표에 따르면, D램 생산능력을 2020년 대비 5배 가까이 끌어올리며 세계 4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테크 시장 조사 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이미 글로벌 시장의 10% 이상을 담당하는 수준으로 성장했고, 2025년 말에는 16%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무라증권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CXMT의 D램 생산능력은 올해 말 20만 장으로 증가하고, 내년에는 30만 장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중국 기업의 저가 시장 진입에 D램 가격 상승세 꺾여

노무라증권은 당시 보고서에서 “CXMT가 자국산 중저가 스마트폰, PC, 가전제품에 공격적으로 침투하고 있다”며 “성능이나 수익성이 빅3사보다 뒤지고 지식재산권(IP) 문제 때문에 수출도 어렵지만 중국 정부란 뒷배 덕분에 자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달 발표된 9월의 한국의 반도체 수출 지역 분류에서도 대미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111.2%나 증가한 반면 대중국 수출은 17.8% 증가에 그친 것도 같은 이유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CXMT가 주력하는 제품은 구형 D램인 DDR4로 지난 2012년에 상용화된 제품이다. 현재 시장의 주력은 2020년에 상용화된 DDR5다. 인공지능(AI) 가속기에 들어가는 핵심 메모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도 현재 시장의 주류인 HBM3E(5세대)보다 훨씬 뒤처진 HBM2(2세대)를 주로 생산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클라우드 서비스들이 DDR4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다, 중고 수요 등을 감안할 때 DDR4에 대한 수요가 DDR5 및 HBM3E 등에 대한 수요를 침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중국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 반도체 수출의 30% 이상을 담당했던 중국이 구형 제품이기는 하지만 자체 생산 물량에 의존하기 시작한만큼,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수익성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범용 D램이 주력 상품인 삼성전자가 중국 의존도가 높아 타격이 큰 반면, SK하이닉스는 미국 의존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은 32조3,452억원이었던 반면, SK하이닉스는 8조6,061억원에 불과했다.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삼성전자의 HBM2E를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SK하이닉스는 HBM 생산 물량의 대부분을 미국 AI 가속기 업체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효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식은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입니다.

서울시 ‘유상 역명 병기 사업’으로 150억 벌었다, 최고 이름값 강남역

서울시 ‘유상 역명 병기 사업’으로 150억 벌었다, 최고 이름값 강남역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서울교통공사, 유상 역명 병기 2021년 재개
재정난에 도입한 사업으로 4년간 150억 수익
강남역·성수역·을지로3가역 등 가장 비싸
Seoul_METRO_PE_002_ 20240930
서울지하철 2호선 을지로3가역 안내판에 부역명이 병기돼 있다/사진=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역에 이름을 함께 표기할 권리를 파는 ‘유상 역명 병기 사업'을 통해 최근 4년간 150억원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계약 금액이 가장 비싼 곳은 강남역으로 11억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명 병기 판매 사업으로 수익↑

29일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역에 이름을 함께 표기할 권리를 파는 ‘유상 역명 병기 사업’을 통해 최근 4년간 149억7,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연평균 37억4,000만원에 해당한다. 사업 시행 이후 현재까지의 역명 병기 대상 역사는 39개역으로 집계됐다.

유상 역명 병기 사업은 개별 지하철역 이름을 쓴 명판에 인근 기업이나 기관 이름을 부역명으로 표기하는 사업으로, 재정난 타개를 위해 2016년부터 시작됐다. 해당 사업은 공사의 전신인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합쳐져 서울교통공사가 출범한 뒤에는 이뤄지지 않다가 2021년부터 재개됐다. 입찰 대상은 대상 역에서 1㎞ 이내에 있고, 유흥업소처럼 공익적 차원에서 벗어나는 곳은 제외된다. 기준을 충족한 곳 중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곳이 최종 낙찰자가 되며, 계약 조건은 3년으로 1회 3년 연장할 수 있다.

입찰 방식이기 때문에 대체로 탑승객이 많은 역일수록 가격이 올라간다. 상위 5개역은 △1위 강남역(하루플란트치과) △성수역(CJ올리브영) △을지로3가역(신한카드) △을지로입구역(하나은행) △선릉역(애큐온저축은행)이다. 유상판매 사업 입찰에서 최고가로 낙찰된 강남역으로, 하루플란트치과의 계약 금액은 11억1,100만원이었다. 2위와 3위는 성수역의 10억원, 을지로3가역의 8억7,450만원 순이다. 이어 역삼역(센터필드·7억500만원), 을지로4가(BC카드·7억70만원), 명동역(우리금융타운·6억5,466만원), 구로디지털단지역(원광디지털대·4억7,700만원), 압구정역(현대백화점·4억7,300만원) 등이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Seoul_METRO_PE_20240930
출처=서울교통공사

높은 홍보 효과에 3억 사용료도 척척

서울시는 응찰금액이 동일한 경우 공공성, 편의성을 고려한 순위에 따라 낙찰 기관을 선정한다. 이 가운데 의료기관은 5개 종류 기관 중 3순위에 해당한다. 공익기관(지명, 관공서, 공익시설, 공공기관), 학교보다 순위가 낮고, 기업체, 다중 이용시설(호텔, 백화점 등)보다는 순위가 높다.

순번상으로는 3순위지만 실제 사용 비중은 기업체 다음으로 많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전체 역명 병기 35개역 중 11개역(31.4%)을 의료기관이 쓰고 있다. 역명 병기 중인 서울 지하철역(서울교통공사 운영 역) 3곳 중 1곳에 병원 이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역 △△병원’을 어렵지 않게 보고 들을 수 있었던 이유다.

매년 4,000만원~1억원씩 내가며 역명을 사용하는 이유는 그만큼 홍보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 1~9호선의 경우 한 해(2023년 기준) 승차 인원이 15억4,700만 명에 이른다. 역명에 의료기관이 병기된 역으로 범위를 좁혀도 △학동역 765만 명 △구파발역 751만 명 △발산역 738만 명 △문래역 736만 명 △서대문역 650만 명 △강동역 631만 명 등 600~700만 명에 달한다. 이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이 노출된다면 1억원 이상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환자 유치 경쟁이 심한 역세권 병원에는 역명 병기가 최고의 홍보 수단으로 통한다. 실제 역명을 사용 중인 한 병원 관계자는 “인지도 측면에서 확실히 효과가 있기 때문에 비용 부담을 감수하는 것”이라며 “비급여 진료를 많이 보거나 마케팅 비용을 높게 책정하는 병원의 경우 환자 유치에 도움이 된다면 그 정도 금액을 지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찰 후 수의계약 입찰 사례 다수

결과적으로 역명 병기는 서울교통공사와 사업체 모두에 ‘윈윈’이 됐다. 기업은 홍보, 매출, 고객 편의성 등의 측면에서 효과를 봤고, 서울교통공사 역시 적자 타개책으로 내놓은 사업에 기업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백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게 됐다.

하지만 경쟁 입찰이 유찰된 후 수의계약으로 입찰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22년 역명 병기 대상기관으로 선정된 20개역 중 16개역(80%)이 수의계약이 이뤄졌다. 2023년에는 14개역 중 11곳(78.6%), 2024년에는 4개역 중 1곳(25%)이 수의계약으로 역명 병기 대상 기관을 찾았다. 수의계약으로 이뤄질 경우 최저입찰가와 근접한 가격에서 낙찰가가 형성된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 시행령에 따르면 경쟁 입찰이 단독 입찰로 유찰돼 재공고 입찰을 냈는데도 입찰자가 2인 이상의 유효한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도입된 지방계약법 특례는 2020년 7월부터 올해 말까지 적용된다. 이 조항은 단독 입찰로 유찰된 경우 재공고 입찰을 실시하지 않고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입찰자가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아 역명 병기 대상기관을 아예 못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22년에는 입찰 공고가 나온 44개역 중 24개역(54.5%), 2023년에는 28개역 중 14개역(50%), 2024년에는 10개역 중 6개역(60%)의 입찰이 유찰됐다. 입찰자가 나오지 않은 역 중에는 종각·홍대입구·신사·공덕·시청역과 같은 유동인구가 많은 역도 포함됐다. 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최저입찰가가 수억 원에 달하고 홍보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 흥행 저조 이유로 꼽힌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SK그룹 하반기 구조조정 본격화, SK온·SK텔레콤 등 조직 슬림화 추진

SK그룹 하반기 구조조정 본격화, SK온·SK텔레콤 등 조직 슬림화 추진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남윤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수정

SK온, 11분기 연속 적자에 사상 첫 희망퇴직 실시
SKT도 퇴직 위로금 상향하고 AI 개발자 비중 늘려
SK키파운드리·11번가 등은 이미 인력 구조조정
20240930_sk

리밸런싱에 나선 SK그룹이 계열사별로 사업 구조조정과 조직 슬림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SK키파운드리, SK넥실리스, 11번가 등 일부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의 경우 이미 희망퇴직을 실시한 가운데,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에 시달리는 SK온도 사상 첫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시행하기로 했다. 주요 계열사인 SK텔레콤도 인공지능(AI) 컴퍼니로의 전환을 위해 시니어 직원들에 조기 퇴직 프로그램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계열사 별로 임원 연봉 동결, 자체 운영비 감축 등 비용 절감과 경영 쇄신을 위한 조치가 진행될 예정이다.

SK온, 전기차 캐즘 장기화에 상반기 8천억원 적자

30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지난 26일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자기 계발 무급휴직 관련 내용을 공지했다. SK온이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것은 2021년 출범 이후 처음이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지난해 11월 이전 입사자로 신청자에게는 퇴직금과 별도로 연봉의 50%와 단기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이와 함께 최대 2년간의 '자기 계발 무급휴직'도 실시한다. 학위 과정에 진학하는 신청자에게는 2년간 학비의 50%를 지원하고 직무와 관련 있는 학위를 취득한 후 복직할 경우에는 나머지 50%를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SK온의 이번 조치는 전기차 시장 둔화 속에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내년 상반기에는 전기차 캐즘이 끝나고 시장이 반등할 것이라는 배터리 업계의 기대와 달리 예상보다 수요 정체가 길어질 것이라는 최근 분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지난 2분기 4,601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 적자를 기록하면서 상반기에만 8,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다. 글로벌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고 헝가리 신규 공장의 초기 비용이 증가로 고정비가 늘면서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지속했다.

현금 창출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3년간 SK온에 투입된 투자비는 20조원으로 올해도 7조5,000억원의 설비 투자가 계획돼 있지만 투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 차입금이 늘어나면서 상반기에만 금융비용으로 4,000억원 이상을 부담했다. 지난해 연간 금융비용이 5,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재무 부담을 지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이에 SK온은 임원의 해외 출장 시 이코노미석 탑승을 의무화하는 등 비용을 줄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비상 경영체제를 선언하고 흑자 전환 달성 시까지 모든 임원의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SKT, 조기 퇴직 신청 늘리고 AI 개발 인력 채용 확대

핵심 계열사 SK텔레콤도 감원 대열에 합류했다. 28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최근 노사는 퇴직 프로그램 '넥스트 커리어'의 위로금의 상한액을 종전 1인당 5,000만원에서 6배 올려 1인당 3억원으로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2019년 도입된 '넥스트 커리어'는 정년퇴직을 앞둔 직원이 2년간 유급휴직을 통해 창업 등 다양한 시도를 하도록 지원하고 이후 본인 의사에 따라 복직 또는 퇴직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근속연수 25년 이상, 만 50∼56세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퇴직 희망자를 늘리고 AI 분야 신규 인력의 비중을 높이는 인력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도 넥스트 커리어를 통해 조기퇴직을 유도해 왔지만, 예상보다 참여자가 많지 않자 희망자를 늘리기 위해 파격적인 위로금 인상을 단행했다는 분석이다. 최근의 '탈통신 전략'도 영향을 미쳤다. SK텔레콤은 98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통신 산업이 전반적으로 정체되면서 '글로벌 AI 컴퍼니'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실제로 지난해 신입사원 채용에서 정규직의 약 50%를 AI 개발자로 채웠다.

SK텔레콤의 고임금 구조도 구조조정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SK텔레콤의 신입사원 초봉은 6,000만원대, 직원 평균 연봉은 1억5,000만원 수준으로 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업계 최고 대우의 급여에 더해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주 4일 근무제도 운용하고 있다. 2019년 국내 주요 기업 중 처음으로 매월 셋째 주 금요일을 휴무일인 '해피 프라이데이'로 지정한 데 이어 2022년부터는 휴무일을 월 2회로 늘렸다. 일반적으로 연차 15일을 가진 직원이라면 유급으로 '연 39일'을 쉴 수 있는 셈이다.

20240930_skon

실적 부진한 계열사 희망퇴직 등 고강도 쇄신 나서

일부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의 경우 이미 희망퇴직을 진행한 곳도 있다. SKC의 손자회사로 이차전지용 동박을 생산하는 SK넥실리스는 지난 5월, 5년 이상 근속한 전 직원이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 2020년 SK그룹에 인수된 이후 첫 희망퇴직으로, 재직기간에 따라 위로금을 차등 지급한다. 이에 따라 25년 이상 재직자는 최대 24개월 치 통상 임금을 받는다. 이와 함께 공통 사항으로 희망자에 한해 200만원 상당의 전직 지원 컨설팅 3개월 지원과 자녀의 대학 학자금 1년 치를 지급한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영업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8인치 파운드리 생산을 핵심 사업으로 하는 자회사 SK키파운드리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특히 자연 감원을 통해 효율적으로 인력을 재배치할 수 있도록 퇴직 후 국내 파운드리 회사 DB하이텍으로의 이직을 허용하기로 했다.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11번가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 차례 희망퇴직을 시행, 내부 인력 전환 배치를 통한 효율화 작업 등을 진행했다. 이외 하반기에는 SK에코플랜트 등 다수의 계열사가 구조 개편을 통한 추가 슬림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 차원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하반기에도 임원 승진을 크게 줄이는 등 조직을 슬림화하는 고강도 쇄신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한 만큼 맥킨지·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보고서가 나오면 독립적으로 감원 등 인력 효율화에 나서는 계열사가 있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BCG는 당초 8월 전에 SK 계열사의 구조조정과 사업구조 재편에 대한 전략 컨설팅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남윤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한국 사회 정신건강 빨간불, 보험연구원 "정신건강 관련 보험 상품 개발해야"

한국 사회 정신건강 빨간불, 보험연구원 "정신건강 관련 보험 상품 개발해야"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수정

보험연구원, 보험업계의 정신건강 '보장 공백' 조명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신건강 보험 발전한 美, 참고 사례 될까
"미국 따라가려면 멀었다" 정신질환자 가입 차별 등 고질적 문제 여전
insurance_20241003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보험사가 적극적으로 관련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민영보험 분야의 정신질환 보장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韓 보험업계, 정신질환 보장 체계 미흡

29일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보험의 역할 강화’ 보고서를 통해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공·사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며 “보험사는 다양한 보험 상품과 정신질환 예방·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급부 항목의 조정을 통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고속 성장이 초래한 한국의 경쟁적 분위기와 높은 교육열, 1인 가구와 취업 준비 기간 증가 등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인들로 인해 우리나라의 정신건강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2021년 기준 국내에서 우울증 진료를 받은 환자는 93만3,481명으로 2017년(69만1,164명) 대비 35% 증가했다.

문제는 절대적인 환자 수가 급증하며 정신질환 보장에 대한 요구가 민영보험 분야까지 확대됐음에도 불구, 관련 보험 상품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실손의료보험은 2016년 약관에 따라 일부 정신질환에 대한 급여 본인부담금을 보장하고 있으나, 정신질환 치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비급여 치료는 여전히 보장하지 않고 있다.

이에 김 연구위원은 고용주·보험사·정부 간 협력 강화를 통해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과정에 사회 구성원 모두를 참여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보험사가 적극적으로 나서 정신질환이 주로 발병하는 청소년과 20대 등 특정 집단의 정신건강 문제를 보장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정신질환 관련 보험 시장 발달 사례

관련 업계에서도 국내 보험사들이 정신질환 보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해외 보험업계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보험사들은 소비자들의 정신질환 신고 기피로 인해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정신질환 보장을 중심으로 한 보험 상품 설계에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정신질환 관련 보험 시장이 급성장한 미국 등의 사례를 참고하면 효율적으로 (정신질환) 보장 공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이 2022년 'KIRI 리포트’를 통해 공개한 ‘미국, 코로나19 이후 정신건강 보장 니즈 확대’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미국 보험 시장에서는 정신질환 보장을 포함한 건강보험 상품이 다수 출시됐다.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하며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한 결과다.

미국 건강보험회사 아플락(Aflac)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물질사용장애, 우울장애 및 정신분열증을 포함한 정신질환 특약을 선보였고, 건강보험 제공업체 앤테아(Enthea)는 불안, 우울증, 중독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치료법 중 하나인 신경·정신 약물(사이키델릭)을 보장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유나이티드헬스케어(UnitedHealthcare)는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사회복지사 및 전문 간호사 등을 포함한 정신건강서비스 제공자 네트워크를 확장했으며, 시그나(Cigna)도 건강서비스 자회사 에버노스(Evernorth) 사업 부문을 확장하며 급증한 정신건강 보장 수요에 대응하고 나섰다.

F_code_20241003

정신과 진료 이력, 보험업계에선 '주홍글씨'

다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리나라 정신질환 관련 보험 시장이 미국처럼 급속도로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보험 가입 차별 등 고질적인 병폐가 관련 시장 발전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정신질환자의 보험 가입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대다수 보험사는 자체적인 판단하에 정신질환자의 보험 가입·보장에 제한을 두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이력이 일종의 '주홍글씨'가 된 것이다.

이 같은 보험사의 정신질환자 가입·보장 차별은 의료 현장에서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한 의료계 종사자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물 처방을 받으면 건강보험 전산망에 정신건강의학과 병력을 뜻하는 'F코드'가 기록되는데, 보험사들 사이에서는 F코드가 부정적 낙인으로 통한다"며 "F코드 기록이 두려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나 약물 처방을 꺼리거나, 국민건강보험 대상자임에도 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본인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환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보험업계의 악습이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적법 진행' 강조한 금감원장, SM엔터 사태 의식한 듯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적법 진행' 강조한 금감원장, SM엔터 사태 의식한 듯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동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경영권 분쟁 '시장 자율' 언급한 이복현 금감원장에 MBK "전적으로 공감한다"
불법행위에 대해선 '즉각 개입' 시사, "무관용 원칙 적용해 엄정히 조치할 것"
원아시아 펀드 87% 출자한 고려아연, SM엔터 사태와의 관계성에 '시선 집중'
Leebokhyean_KZ_PE_20240930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금융감독원의 '상장회사 공개매수'와 관련한 당부 사항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경쟁이 과열되지 않는 한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단 의사를 내비친 당국 측에 환영의 뜻을 전한 것이다.

이복현 "건전한 경영권 경쟁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30일 업계에 따르면 MBK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된 금감원의 당부 사항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동의한다"며 "국내 금융 당국의 감독을 받는 MBK는 부원장 회의를 통해 전달된 당부 사항들을 유념하고 준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의 목적은 최대 주주의 경영권을 공고히 함으로써 훼손된 주주가치를 회복하고 고려아연의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이라며 "MBK는 고려아연의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하고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를 구성해 일반 주주들의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앞서 지난 27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부원장 회의에 참석해 "공개매수 등 M&A 과정에서 발생하는 건전한 경영권 경쟁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면서도 "현재 진행 중인 상장회사 공개매수는 공개매수 관련자들 간의 경쟁 과열로 보이는 측면이 있으며,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시장 불안을 야기하고 자본시장의 신뢰를 저해할 수 있는 만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런 시장의 우려를 감안해 공개매수자, 대상회사, 사무취급자, 기타 관련자들은 공정 경쟁의 원칙을 준수하는 한편, 향후 공개매수 과정에서 제반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공개매수 건에 대한 형식적인 당부를 언급하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금감원이 개입하지 않겠단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불법행위 적발 시엔 '엄벌' 강조

다만 이 원장은 공개매수와 관련해 불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즉각 개입하겠다는 입장은 분명히 했다. 이 원장은 "공개매수와 관련해 근거 없는 루머나 풍문 유포 등으로 투자자의 잘못된 판단이나 오해를 유발하는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 불공정거래 발생 여부에 대해 면밀히 시장 감시를 실시할 것"이라며 "필요시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적발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이 강한 어조의 경고성 메시지를 함께 남긴 건, 카카오와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사태로 경쟁 과열에 따른 폐해를 한 차례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은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주식을 공개매수가보다 높게 고정해 매집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구속된 상태다. 결국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으로 하여금 SM엔터 사태가 재현될 것을 우려해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KZ_oneasia_kakao_PE_20240930

SM엔터 사태-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결부

한편 최근 업계에선 고려아연과 원아시아파트너스의 관계성에도 시선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2019년 처음 설립된 원아시아는 고려아연으로부터 전체 펀드 약정액의 87%를 출자받으며 중형 운용사로 성장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원아시아가 지난해 말 기준 결성한 8개 펀드 가운데 고려아연이 90% 이상 출자한 펀드는 △코리아 그로쓰 제1호(94.64%) △저스티스 제1호(99.20%) △탠저린 제1호(99.38%) △그레이 제1호(99.64%) △하바나 제1호(99.82%) 등 총 5개다. 이들 펀드는 사실상 고려아연이 단일 출자자(LP)로 참여한 셈이다.

문제는 해당 자금 중 일부가 SM엔터 인수전 당시 시세조종에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단 점이다. 이에 MBK는 "고려아연은 이사회 결의를 받지 않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중학교 동창이자 친구로 알려진 지창배 대표가 운영하는 원아시아에 대규모 투자를 이룬 것"이라며 "원아시아 펀드에 투자한 약 5,600억원(6월 말 청산되지 않은 펀드 기준)은 고려아연 한 해 인건비 총액의 1.4배"라고 지적했다. SM엔터 사태를 고려아연에 대한 압박 소재로 활용한 것이다. 사실상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SM엔터 인수 사태가 결부돼 진행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동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