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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는 유럽 기업에, 통신망도 자체 구축” EU 우주산업 자립 전략에 美-EU 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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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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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위성통신 주파수 규제에 美, 강력 보복 경고
스페이스X도 정면 반발, 美 기업들 국제 우주 정상회의 불참하기도
EU, 독자 위성망 구축·역내 통신사 육성 행보 가속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연합(EU)에 강력한 보복 조치를 경고했다. EU가 미국 위성통신 사업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역내 기업에 주파수 사용권을 우선 배정하려는 가운데, 이를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시장 진입 제한으로 보고 상응 조치를 시사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양측의 갈등은 단순 주파수 배정을 넘어 우주 산업 육성 정책, 투자 규제 등 관련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美, EU 향해 보복 경고 보내

18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앤드루 퍼즈더 주EU 미국대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EU가 미국 위성통신 사업자의 주파수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 유럽 기업들이 미국의 보복 조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럽 기업들은 그러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며 “미국 시장의 규모를 고려하면 피해가 매우 심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퍼즈더 대사의 이 같은 발언은 EU가 위성 인터넷서비스 사업권의 일부를 역내 사업자에게만 할당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위성 인터넷서비스에 사용되는 2기가헤르츠(㎓) 대역의 주파수 사용권 중 3분의 1을 EU 역내 사업자에게 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 규정안을 예고한 바 있다. 또 다른 3분의 1은 SES, 유텔샛, 히스파사트 등이 주도해 2029년 가동할 예정인 EU의 독자 위성망 아이리스2(IRIS²)에 할당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내년 5월 주파수 배정 절차를 앞두고 제시된 구상이다.

위성통신 둘러싸고 잡음 반복

관련 사안을 두고 잡음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6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EU 집행위 관계자들에게 전달한 의견서를 통해 유럽 기업에 2㎓ 위성통신 주파수를 우선 배정하는 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스페이스X는 해당 규정이 유럽 소비자들의 위성-휴대전화 직접통신(D2D) 서비스 접근을 제한하고, 다른 지역의 위성통신망에도 전파 간섭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긴급통신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스타링크를 민간·군사 통신에 활용하는 우크라이나의 통신 품질이 악화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기업의 국적이나 소재지에 따라 주파수 사용권을 구분하기보다 기술적 요건과 실제 서비스 제공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규제 당국도 EU의 규정안 발표 전부터 경계 태세를 유지해 왔다. 브렌던 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지난 3월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EU가 비유럽 기업에 규제를 부과하면 미국도 유럽 기업에 동일한 규제 방식을 적용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X, 구 트위터)를 통해서도 이를 '상호주의(reciprocity)' 원칙이라고 설명하며, 미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유럽 기업 역시 미국 기업이 유럽에서 받는 것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EU가 규정안을 발표한 당일, 카 위원장은 "유럽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면 미국에서도 사업을 운영하는 유럽 위성통신 사업자들이 있다"며 상응 조치 가능성을 재차 거론했다.

프랑스 주도 국제회의 참여도 거부

지난달에는 미국 우주 기업들이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 우주 정상회의에 잇달아 불참하는 일도 발생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당시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스토크스페이스, 스타클라우드 등 미국 우주 기업 4곳은 프랑스 정부에 파리에서 개최되는 국제 우주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해당 행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추진한 국제회의로 각국 정부, 우주 기구, 민간 우주 기업 등이 참여해 우주 탐사·안보·산업 협력 등의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미국 기업들의 불참 결정에 앞서 백악관이 행사 참석을 만류했다는 사실도 보도됐다. 폴리티코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관계자가 지난 8월 스페이스X, 스토크스페이스, K2스페이스, 아스트라 등 미국 기업들이 참여한 비공개 통화에서 정상회의 참석이 EU의 정책 방향에 대한 암묵적인 지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이 과정에서 프랑스 정부가 미국과 충분한 협의 없이 행사를 준비했으며, 미국 기업에 불리한 반경쟁적 관행을 적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표1. 미국의 EU 위성통신 규제 반발

시기주체주요 내용
2026년 3월미국 FCCEU가 미국 기업을 차별할 경우 유럽 기업에도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경고
2026년 6월스페이스X유럽 기업에 2㎓ 주파수를 우선 배정하는 규정안에 반대 의견서 제출
2026년 8월미국 백악관미국 우주 기업들에 프랑스 국제 우주 정상회의 참석 자제 요청
2026년 9월미국 우주 기업스페이스X·블루오리진 등 4개 기업이 국제 우주 정상회의 불참
자료: 폴리티코·폴리티코 유럽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 스페이스X

EU 자본, 스페이스X 투자 제약

미국 정부와 기업들의 반발이 눈에 띄게 거세진 가운데, EU의 미국 우주 기업 견제 수위 역시 높아져 가는 추세다. 일례로 지난 6월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유럽 자산 운용사들 사이에서는 EU의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정(SFDR)에 따른 주식 투자 가능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SFDR은 금융 상품의 지속 가능성 관련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규정으로, 특히 환경·사회적 특성을 촉진하는 제8조 펀드와 지속 가능 투자를 목표로 하는 제9조 펀드에는 투자 대상 기업의 건전한 지배 구조를 고려하도록 요구한다. 여기에는 경영 관행과 임직원 관계, 보수 체계, 세법 준수 여부 등이 포함된다. FT는 당시 이러한 규정의 적용을 받는 유럽 펀드의 운용 자산이 총 6조8,000억 유로(약 1경130조원)에 달했다고 소개했다.

문제는 스페이스X의 지배 구조가 일부 유럽 펀드의 투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페이스X는 차등의결권 구조를 통해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내부자에게 경영 통제권을 집중하고 있으며, 상장 이후에도 머스크가 전체 의결권의 약 82%를 보유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각계에서는 일반 주주의 의결권 행사와 경영진 견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며, 잠재적인 이해 충돌과 이사회 독립성 부족, 경영진 보수에 대한 감독 문제 등도 투자 위험 요인으로 거론됐다.

EU의 위성통신 자립 움직임

EU는 미국 위성통신 사업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통신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한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EU의 독자 위성통신망 구축 사업인 아이리스2다. 지난 2024년 12월 16일 EU 집행위는 SES, 유텔샛, 히스파사트 등이 주도하는 스페이스라이즈(SpaceRISE) 컨소시엄과 아이리스2의 설계·구축·운영을 위한 12년 장기 사업권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사업에는 에어버스 디펜스 앤드 스페이스,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 독일 OHB 등 유럽 주요 우주·방산 기업과 도이체텔레콤, 오랑주 등 통신사도 협력 업체로 참여한다. 총사업비는 106억 유로(약 15조7,930억원)이며 EU가 60억 유로(약 8조9,380억원), 유럽우주국(ESA)이 5억5,000만 유로(약 8,200억원), 민간 컨소시엄이 40억 유로(약 5조9,600억원) 이상을 분담한다.

최근에는 유럽 주요 이동통신사들도 별도의 위성통신 서비스 구축에 나섰다. 지난 19일 독일 도이체텔레콤과 프랑스 오랑주, 스페인 텔레포니카, 영국 보다폰은 EU의 이동위성서비스(MSS)용 주파수 사용권을 공동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EU가 새롭게 배정할 2㎓ 대역의 주파수를 활용해 D2D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이를 통해 기존 이동통신망이 닿지 않는 농촌·산간 지역의 통신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재난이나 통신망 장애가 발생했을 때도 긴급통신 서비스를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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