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 명 난민 사태 올 수도” EU에 지원 요구한 젤렌스키, 자금·무기 부족에 우크라 전쟁 지속 능력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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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패배 시 대규모 유럽 피란" 젤렌스키, EU에 추가 지원 촉구 유럽 각국 우크라 난민 수용 부담 확대, 지원 규모 줄어들어 전쟁 비용에 짓눌리는 우크라, 전쟁 지속 능력 압박 가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전쟁에서 승리할 경우 수많은 우크라이나인이 유럽으로 피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유럽 각국이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수용하며 재정·사회적 부담을 떠안고 있는 가운데, 추가 난민 유입 가능성을 부각해 서방의 지원 확대를 촉구한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내년 전쟁 수행에 필요한 자금과 무기가 부족한 상태이며, 러시아의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습으로 전쟁 지속 능력이 약화해 가고 있다.
우크라 난민, 유럽 각지에 대거 유입
19일(이하 현지시각) 벨기에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 AM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패배할 경우 대규모 난민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무너지면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얼마나 많은 난민이 유럽으로 향할지 모르지만, 우크라이나인 2,000만 명이 유럽으로 몰려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가 우리를 파괴하고, 국민들을 고국에서 내쫓을 것이기 때문에 유럽에 우리나라를 지켜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며 "푸틴은 우리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지 않으며, 우크라이나를 하나의 국가나 민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미 유럽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백만 명의 피란민이 유입된 상태다. 지난 12일 EU 통계청 유로스타트가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8월 말 기준 EU에서 임시 보호 지위를 부여받은 우크라이나 출신 피란민은 약 443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 대비 3,290명(0.1%) 늘어난 규모다. 전쟁 발발 이후 4년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도 수백만 명이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국가별로는 독일이 129만4,555명으로 EU 전체 임시 보호 대상자의 29.2%를 수용하고 있으며, 폴란드(93만9,395명·21.2%)와 체코(39만8,360명·9.0%)가 뒤를 이었다. 인구 대비 임시 보호 대상자 비율은 체코가 주민 1,000명당 36.5명으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슬로바키아(27.7명)와 키프로스(27.0명) 순이었다.
난민 대상 지원 축소 흐름
이런 가운데 유럽 주요국에서는 우크라이나 피란민 수용에 따른 재정·사회적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폴란드다. 지난해 8월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피란민에 대한 재정 지원을 연장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복지 혜택의 축소를 요구했다. 특히 자녀 1명당 월 800즈워티(약 27만2,190원)를 지급하는 아동수당은 폴란드에서 일하는 우크라이나인에게만 제공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후 폴란드 정부는 부모의 경제 활동 여부를 아동수당 지급 요건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했으며, 올해 3월부터는 일부 비경제활동 성인의 의료·사회복지 서비스 이용과 공공 숙박 시설 지원도 제한하기 시작했다.
독일에서도 추가 피란민 유입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월 독일 정부는 폴란드 등과 함께 우크라이나 징집 연령대 남성에 대한 EU 임시 보호 자격 제한을 요구했다. 최근 몇 달간 징집 의무가 있는 우크라이나인의 유입이 증가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독일은 지난 8월부터 EU에 처음 입국하는 우크라이나인의 군복무 의무 이행·면제 여부를 임시 보호 요건에 반영 중이다. 네덜란드 역시 경제 활동을 하는 우크라이나 피란민에게 숙박·식비 일부를 직접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를 강화했다. 관련 부담금은 지난해 10월부터 인상됐으며, 현재 소득이 있는 성인 피란민은 공공 숙박 시설 운영비로 1인당 월 최대 244.22유로(약 36만4,510원)를 납부해야 한다.
표1. 유럽 주요국의 우크라이나 피란민 지원 축소
| 국가 | 주요 내용 |
|---|---|
| 폴란드 | 아동수당에 부모의 경제활동·자녀 취학 요건 적용, 비경제활동 성인의 공공 의료·숙박 지원 축소 |
| 독일 | 군복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신규 입국자의 임시보호 제한, 기존 보호 대상자는 제외 |
| 네덜란드 | 소득이 있는 공공 숙소 거주자에게 운영비 부과, 식사 제공 시 식비 별도 부담 |
전쟁 비용 부담 나날이 커져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규모 난민 유입을 경고한 것은 이 같은 유럽 국가들의 부담을 고려한 발언으로 읽힌다. 우크라이나 전선 유지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절실한 가운데, 서방의 지원 지연이 부를 파장을 직접 언급하며 신속한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EU는 지난 4월 이미 우크라이나의 재정·국방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총 900억 유로(약 134조3,300억원) 규모의 대출 지원을 최종 승인한 바 있다. 해당 자금은 2026~2027년 2년에 걸쳐 집행되며 이 중 600억 유로(약 89조5,540억원)는 무기 조달과 방위산업 생산 능력 확충에, 나머지 300억 유로(약 44조7,700억원)는 공공 서비스 유지와 에너지·교통 등 주요 기반 시설 복구를 비롯한 일반 재정 지원에 배정된다.
문제는 최근 들어 이어진 러시아의 공습으로 막대한 추가 지출이 발생하며, 해당 대출 지원 자금만으로는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실제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EU 정상회의에서 내년 전쟁 수행 비용이 1,550억 유로(약 231조3,47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그는 "국방과 무기, 국가의 회복력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 700억 유로(약 104조4,790억원)가 더 필요하다"며 "이는 현실적인 금액이며, 우리가 러시아를 저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기 수급 차질도 본격화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 날 연설에서 "우리는 드론 덕분에 전선에서 러시아군의 공격 대부분을 막아내고 있다"며 "현재 드론 종류에 따라 생산량을 두세 배까지 늘릴 수 있지만, 이를 위한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고도 호소했다. 우크라이나가 생산 능력을 갖추고도 예산 부족으로 드론 생산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장거리 타격 무기 확보에도 재정적 제약이 발생했다. 지난달 말 세르히 코레츠키 우크라이나 총리는 "내년 초 전투 작전에 필요한 무기 발주를 유지하기 위해 270억 달러(약 35조8,260억원)의 자금 부족분을 메워야 한다"며 "2027년 1분기를 포함해 적극적인 전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은 이 자금에 달려 있으며, 장거리 타격 역량과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작전 수행 능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방공 체계 역시 위태로운 실정이다. 지난 15일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데 사용하는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의 재고가 심각하게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연이은 미사일 공습으로 요격미사일 소모량이 늘어난 가운데, 미국의 지원 물량이 일정하지 않아 재고 보충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다. 여기에 유럽 국가들이 자금을 부담해 구매한 일부 패트리엇 요격미사일도 미국 정부의 이전 승인이 지연되면서 우크라이나에 전달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규모 공습으로 사상자 속출
이러한 문제들 속 최근 전황도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겨냥한 미사일·드론 공습을 이어가면서 민간인 피해와 핵심 기반 시설의 손실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 18일 밤부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인근 지역에 탄도미사일 16발을 발사하고, 전국에 드론 200대 이상을 투입하는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공격은 동부 하르키우·드니프로부터 남부 오데사, 서부 볼린·리우네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이뤄졌으며, 이 과정에서 에너지 시설 10곳 이상이 파손되고 50만 가구 이상의 전력 공급이 끊겼다. 민간인 사망자도 최소 10명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의 심각성은 집계 범위를 넓히면 한층 두드러진다. 지난 15일 유엔 우크라이나 인권감시단(HRMMU)이 발표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발생한 민간인 사망자는 최소 328명, 부상자는 2,105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사상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85% 증가했으며, 특히 사망자 규모는 2022년 전면 침공 이후 역대 9월 중 최대였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앞으로도 우크라이나의 에너지·교통 인프라를 겨냥한 공세를 지속할 방침이다. 지난 16일 AP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 지휘부를 방문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습 작전을 계속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도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 성과를 보고하며 교량·철도·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