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국내외 투자 유치 목적" 필리핀 정부, 법인세 25%에서 20%로 인하

"국내외 투자 유치 목적" 필리핀 정부, 법인세 25%에서 20%로 인하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필리핀 정부, 법인세 인하 등 해외 투자 촉진에 '총력'
필리핀·미국·일본 'PGI 루손 경제회랑' 계획 속도 붙을까
"에너지 부족이 발목 잡을라" 원전 개발에 박차 가하는 필리핀

필리핀 정부가 법인세 인하를 결정했다. 법인세 인하를 통해 국내외 투자 유치를 확대, 경제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법인세 인하를 통해 필리핀·미국·일본의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PGI) 루손 경제회랑' 계획 실현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필리핀 대통령, 크리에이트 모어 법 서명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Ferdinand Marcos) 필리핀 대통령은 법인세를 기존 25%에서 20%로 인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크리에이트 모어 법’(CREATE MORE Act)에 서명했다. 필리핀 정부는 법인세 인하에 더해 투자 기업에 전력 비용에 대한 100% 추가 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각종 세금 인센티브의 최대 부여 기간도 종전 10년에서 27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법안 서명식에서 “우리는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투자 주도의 필리핀 경제라는 비전을 향해 결정적인 한 걸음을 내디뎠다”며 “우리는 이 법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형성할 전략 산업들에 집중해 국내와 세계의 투자를 유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필리핀의 3분기 경제성장률(5.2%)이 마르코스 대통령이 제시한 최소 6%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자 해당 법안이 발의됐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정부는 해외 투자 부족이 필리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판단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필리핀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62억 달러(약 8조7,000억원)에 그쳐 싱가포르(1,597억 달러), 인도네시아(216억 달러), 베트남(185억 달러) 등 주요 동남아 국가보다 대비 눈에 띄게 적었다. 높은 법인세율 등이 투자 매력을 반감하는 요소로 작용한 결과다. 해외 투자 필리핀 상원이 지난 8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새 법안이 통과되기 전 필리핀의 법인세율은 동남아시아 6대 경제국 중 가장 높았다.

美·日, 필리핀에 20조원 투자

시장에서는 필리핀 정부의 법인세 인하에 따라 필리핀과 미국·일본의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PGI) 루손 경제회랑' 계획 실현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루손 경제회랑은 중국의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은 투자 구상으로, 앞서 지난 4월 중순 진행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 마르코스 대통령의 3국 정상회의에서 최초로 공식화됐다.

루손 경제회랑 계획은 3국이 필리핀 수비크만, 클라크, 마닐라, 바탕가스로 이어지는 루손 회랑 일대 항만·철도 등 주요 인프라를 현대화하고, 필리핀의 청정에너지 및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루손 경제회랑에 속한 수비크만, 마닐라, 바탕가스 지역 항구는 전체 필리핀 항구 물동량의 약 80%를 처리한다.

지난 8월에는 미국·일본이 루손 경제회랑에 2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당시 프레더릭 고 필리핀 대통령 투자·경제 보좌관은 미국·일본이 최소 150억 달러(약 20조4,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필리핀에 투자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며, 3국이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PGI) 루손 경제회랑' 계획 내의 5개 주요 사업에 비중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사업에는 필리핀 북부 루손섬의 주요 항구를 잇는 110억 달러(약 15조원) 규모의 화물 철도 사업,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등이 포함된다.

관건은 '전력 확보'

관건은 고질적인 전력난과 높은 전기 요금 문제에 시달리는 필리핀이 인프라 발전에 따라 급격히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지다. 현재 마르코스 행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탄 원전(BNPP) 재가동 등 원전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앞서 필리핀은 1976년 수도 마닐라에서 80km 떨어진 바탄 섬에 발전 설비 용량 620MW급 바탄 원전 건설을 추진했으나, 완공을 앞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등의 영향을 받아 건설을 중단한 바 있다.

바탄 원전 재가동에는 한국이 협력한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필리핀 에너지부는 지난달 한·필리핀 정상회담을 계기로 바탄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바탄에 인력을 파견해 원전 재개 필요성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정상회담 당시 마닐라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수원은 고리 2호기를 40여 년간 운영해 온 경험을 갖고 있어 바탄 원전의 타당성 조사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역량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바탄 원전은 한국의 고리 2호기와 동일한 노형(가압 경수로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필리핀 정부는 바탄 원전 외에도 2050년까지 약 3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으로, 이를 위해 미국 등과의 협력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필리핀은 미국과 원자력 협력에 관한 '123 협정'을 체결했다. 123 협정은 미국의 원자력에너지법(AEA) 제123조에 따라 미국의 핵물질, 기자재, 기술을 사용하려는 국가와 미국 간에 그 사용 조건과 절차를 명시한 원자력 협정이다. 해당 협정으로 필리핀은 미국으로부터 원자력 기술과 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채권자와 협의가 우선” 법원, 한국피자헛 기업회생 결정 보류

“채권자와 협의가 우선” 법원, 한국피자헛 기업회생 결정 보류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자율적 변제 방안 협의 기간 1개월 부여
부당 이득 소송 패소에 210억원 빚더미
ARS 합의 불발 시엔 회생 절차 돌입
사진=한국피자헛

회생 위기에 놓였던 한국피자헛이 기사회생했다. 한국피자헛이 신청한 자율구조조정 프로그램(ARS)을 법원이 승인하면서다. 채권자들과의 협의에 나선 한국피자헛이 난관을 딛고 국내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210억원 반환 채무 관련 합의점 도출 관건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12부(부장판사 오병희)는 전날 한국피자헛이 신청한 ARS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ARS 프로그램이란 회사가 채권자들과 함께 자율적으로 변제 방안을 협의하는 제도로, 법원은 양측의 자율적인 협의를 위해 오는 12월 11일까지 한 달의 시간을 부여했다. 이 기간 한국피자헛의 회생절차 진행은 보류된다. 보류 기간은 1개월 단위로 연장할 수 있지만, 전체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최장 3개월을 넘지 못한다. 주어진 기간 내 채권자와의 합의에 성공하면 한국피자헛은 법원이 강제하는 회생절차에서 벗어나게 된다.

한국피자헛이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및 ARS를 신청한 것은 지난달 가맹점주 94명이 본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2심에서 패소한 직후의 일로, 채권자인 가맹계약자들과 소송 결과에 따른 강제 집행 문제를 원만히 합의하기 위함이다. 한국피자헛은 최근 가맹점주 94명이 본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2심에서 패소했다. 가맹점주들은 지난 2020년 한국피자헛이 가맹점 동의 없이 원·부재료 가격에 차액을 붙여 납품하는 방식으로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가맹점주들이 한국피자헛 측과 체결한 가맹계약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명시적 조항이 없고, 원·부재료 공급가에 차액이 붙어 있다는 사실을 점주들이 알 수 없었다는 점을 인정해 본사가 75억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2심에서는 한국피자헛이 반환해야 할 금액이 210억원으로 불어났다.

한국피자헛 측은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자금난은 피하지 못했다. 일부 점주의 가맹본부 계좌 압류 등 조치로 운영상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결국 한국피자헛은 이달 4일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에 법원은 한국피자헛에 대한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보전처분이란 신청 회사가 자산을 처분해 특정 채권자에게만 변제하지 못하게 하는 조처다. 또 포괄적 금지명령은 채권자들이 기업회생 개시 전 강제집행이나 가압류 등으로 회사의 주요 자산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채권을 동결하는 처분이다.

법적 구조조정 속에서 구현되는 사적 구조조정, ARS

기업의 구조조정은 법적 구조조정과 사적 구조조정으로 구분된다. 법적 구조조정에서는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른 회생절차가 주로 활용되며, 사적 구조조정에서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의 공동관리절차가 주로 활용된다. 문제는 도산위기에 처한 부실징후기업 입장에서는 두 가지 선택지 중 결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사적 구조조정 절차로부터 법적 구조조정 절차로의 이행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방안인 P-Plan회생절차와 사적 구조조정 절차를 법적 구조조정 절차 속에서 구현하는 ARS 프로그램은 이같은 배경에서 도입됐다.

먼저 P-Plan 회생절차는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23조에 규정된 사전계획안 제출제도를 활용한 제도다. 기업의 회생절차개시 이전에 신규투자 또는 지분 또는 자산매각을 통한 채무변제의 가능성이 있을 때 채권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사전계획안을 준비하고, 이를 회생절차신청서와 동시 제출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P-Plan은 회생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고 기업의 빠른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특징을 지닌다.

ARS 프로그램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의 관리절차 등 자율적으로 사적 구조조정절차를 진행하는 채권자 또는 채무자가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경우 활용되는 방안이다. 구체적으로는 회생법원이 회생절차협의회를 구성한 후 회생절차에서의 보전처분과 포괄적금지명령, 개시 전 조사 등 다양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ARS는 이해관계인들의 의사에 따라 회생절차를 진행하되, 일정 기간 회생절차의 개시결정을 유보한 채 채권자와 채무자가 그 시기에 자율적으로 사적 구조조정절차를 진행해서 성공하는 경우 회생절차를 개시하지 않고 종료한다. 다만 이같은 절차로 성공할 수 없는 경우에는 즉시 개시결정을 통해 회생절차가 진행된다.

티몬·위메프, ARS 거쳤지만 결국 ‘합의 불발’

ARS 프로그램을 택한 대표적 사례로는 지난 7월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초래한 티몬과 위메프를 꼽을 수 있다. 큐텐 계열사인 이들 회사는 2023년 10월 정산 주기를 변경한 이후 10개월간 판매자 대금을 지급 및 정산하지 않아 시장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다. 초창기 판매자들 사이에서만 공유되던 미정산 이슈는 7월 22일 티몬이 대금 정산 무기한 지연을 선언하며 일반에도 알려졌고, 이후 위메프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티몬과 위메프는 7월 29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은 각 회사의 대표자 심문을 진행한 뒤 ARS에 돌입했고, 채권자들과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채 9월 10일 회생절차를 개시했다. 이후 일정은 숨 가쁘게 진행됐다. 10월 하순 채권신고 종료 이후 관리인은 채권조사 절차를 밟아왔다. 현재는 회생계획 인가 전 매각이 추진되는 단계로, 인수 후보자 등판 여부에 따라 다음 행보가 구체화할 전망이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공모가 뻥튀기가 발목 잡네" 크래프톤 우리사주 보유 직원들 '분통'

"공모가 뻥튀기가 발목 잡네" 크래프톤 우리사주 보유 직원들 '분통'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아직도 공모가 회복 못 해" 크래프톤 우리사주, 여전히 먹구름
상장 당시 '꼼수'로 공모가 부풀린 영향
공모주 시장 병폐로 자리 잡은 공모가 뻥튀기, 당국 제재 유명무실

크래프톤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크래프톤이 호실적을 기록하며 주가 전망치가 줄줄이 상향 조정되고 있지만, 상향된 목표가마저도 2021년 상장 당시 고평가됐던 공모가를 밑도는 탓이다. 크래프톤 상장 이후로도 시장 곳곳에서 '공모가 뻥튀기'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제도적 허점이 공모주 시장의 투자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호실적에도 우리사주 '암담'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증권가는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크래프톤 목표가를 줄줄이 상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 7일 크래프톤은 3분기 매출 7,193억원, 영업이익 3,244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9.7%, 71.4% 증가한 수준이다.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증권사들은 △대신증권 48만원 △NH투자증권 47만원 △삼성증권·IBK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 45만원 △KB증권 42만원 등 크래프톤 목표가를 올렸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주가를 51만원으로 상향 제시했다.

호실적, 목표가 줄상향 등 호재가 누적되고 있지만, 크래프톤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들은 기쁨을 만끽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상향된 증권가 목표가조차 2021년 상장 당시 공모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골드만삭스 제외). 크래프톤은 2021년 8월 20일 공모가 49만8,000원으로 코스피 시장에 입성했으나, 1년 뒤 보호예수가 해제된 시점 주가는 25만3,00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는 공모가 대비 49.2%가량 낮은 수준이다.

올 6월 말 기준 크래프톤에 남아 있는 우리사주 물량은 26만 주 정도다. 이는 1년 전 28만 주보다 2만 주, 상장 당시 대비 약 26% 줄어든 수준이다. 우리사주 100주 중 74주는 아직 처분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크래프톤이 우리사주조합원에게 제공한 우리사주 취득 관련 대여금은 1년 동안 753억원에서 678억원으로 75억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크래프톤의 공모가 부풀리기

시장에서는 크래프톤 상장 당시 발생했던 '공모가 거품'이 우리사주 투자자들의 손실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1년 크래프톤은 공모가 45만8,000~55만7,000원으로 1,006만230주를 공모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이후 공모가 40만~49만8,000원에 865만 주를 공모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시장에서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여론이 확산하자,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정정 및 비교기업 선정 방식에 대한 부연 설명을 요구한 탓이다.

당초 크래프톤은 정정 전 증권신고서에서 기업가치를 산정하면서 비교 대상으로 엔씨소프트·넷마블 등 국내외 대형 게임 회사 7곳과 월트디즈니, 워너뮤직그룹 등 글로벌 콘텐츠 업체 2곳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정 신고서상 비교 대상에는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 국내 게임업체 4곳만이 포함됐으며, 크래프톤의 공모가가 높게 산출된 이유로 꼽혔던 월트디즈니, 워너뮤직그룹 등 매출 구조가 상이한 해외 기업들은 비교 대상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크래프톤이 평가액 대비 할인율을 함께 축소하는 '꼼수'로 높은 공모가를 유지했다는 점이다. 크래프톤은 최초 제출한 증권신고서상 32.4%~17.8%이던 할인율을 30.9%~14.0%까지 줄여 공모 희망 밴드를 확정했으며, 결국 14.0%의 할인율을 적용해 최종 공모에 들어갔다. 2015~2020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의 평가액 대비 할인율 평균은 32.0%~19.1%인 것으로 나타났다. 크래프톤은 당시 상장기업 평균치보다 최소 5.1%p 비싼 값에 공모가를 책정한 셈이다. 상장 후 크래프톤의 주가는 상장 후 줄곧 공모가를 밑돌았고,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됐다.

공모가 뻥튀기 부추기는 '제도적 허점'

이 같은 공모가 뻥튀기는 최근까지도 공모주 시장의 병폐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공모가 3만원으로 상장한 씨메스는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23% 하락한 2만3,100원으로 장을 마쳤다. 같은 달 25일 상장한 웨이비스와 에이치엔에스하이텍은 상장 첫날 각각 공모가 대비 27.4%, 22.8%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고, 28일 상장한 클로봇도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22.54% 하락한 채 장을 마무리했다. 10월31일 상장한 성우와 11월 1일 상장한 탑런토탈솔루션, 에이럭스 역시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각각 38.3%, 23.7%, 12.5% 미끄러졌다.

이에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공모가 부풀리기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당국은 증권사들의 공모가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2013년 7월부터 코스닥 기업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가 공모 물량의 3%(최대 10억원)를 의무 인수하도록 하고, 의무 인수 지분을 상장 후 3개월 동안 처분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공모가를 부풀리거나 부실기업을 상장할 경우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에도 책임을 지우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최근 증권사들은 이 같은 안전장치를 오히려 수익 실현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상장 전부터 미리 IPO(기업공개) 기업의 주식을 싸게 사들인 뒤 상장 후 매각해 의무인수 물량에 따른 손실을 상쇄하는 방식이다.

기술력이 뛰어난 적자 기업들의 상장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인 '기술특례 상장' 역시 공모가 부풀리기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기술특례로 상장할 시 현재 실적이 아닌 미래 추정 실적을 기반으로 기업 가치를 산출할 수 있다는 허점을 악용, 증권사들이 흑자 기업을 기술특례로 상장시키며 희망 공모가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장사 중 흑자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은 코셈, 삼현, 하스, 피앤에스미캐닉스, 케이쓰리아이 등이 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잘나가던 엔씨소프트, 12년 만의 희망퇴직에 신청자 500명 이상 몰려

잘나가던 엔씨소프트, 12년 만의 희망퇴직에 신청자 500명 이상 몰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수정

리니지로 ‘실적 잔치’ 벌이다 이용자 외면 받아
본사 주도 개발 및 ‘리니지풍’ 게임 양산 패착
카카오게임즈도 '체질 개선' 돌입, "본업 집중"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엔씨소프트가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한 가운데, 500명 이상의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희망퇴직 인원은 최대 30개월치 월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상당수가 수억원을 받고 회사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 고강도 구조조정

1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8일까지 통·폐합 예정인 게임 개발 조직 및 비개발 직군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했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은 지난주 목요일까지 400명을 넘겼다. 접수 마지막날 신청자가 몰린 것을 고려하면 최소 500명 이상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엔씨소프트는 희망퇴직자에게 근속 기간에 따라 최소 20개월부터 최대 30개월치 월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프로젝트가 폐기된 개발팀 소속에 직원들은 근속 기간이 1년 미만이어도 희망퇴직 신청이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1년차 미만은 20개월치, 1~3년은 22개월치, 3~6년은 24개월치, 6~10년은 26개월치, 10~15년은 28개월치, 15년 이상은 30개월치 위로금을 지급한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15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자를 검토해 '최종 승인'을 개별적으로 통보할 예정이다. 분사 대상 법인 소속 직원과 인사평가 최고 등급을 받은 고성과자는 희망퇴직 신청에서 제외된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상반기부터 조직 개편과 인력 감축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비개발·지원 부서에 소속된 직원을 중심으로 권고사직을 진행했고, 지난달에는 물적분할을 거쳐 품질보증 서비스를 담당하는 자회사 엔씨큐에이,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 사업을 하는 엔씨아이디에스를 출범시켰다.

쓰론앤리버티/사진=엔씨소프트

중앙집중형 개발로 트렌드 놓쳐, '개고기 탕후루' 조롱도

엔씨소프트가 조직 개편을 이어가는 이유는 지난 2012년 2분기 이후 12년 만에 분기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3분기 영업손실 14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기존 '리니지' 모바일 게임 매출 하락과 신작의 거듭된 부진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20년간 엔씨소프트의 실적 대들보는 1998년 출시된 리니지 시리즈였다. 엔씨소프트가 공개한 게임별 매출 구성 자료에 따르면 전체 모바일 게임 매출 3,810억원 중 98%가 리니지 시리즈에서 나왔다. 전체 PC 게임 매출 1,044억원 중 52%도 리니지 시리즈가 차지했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를 동력으로 2020년 ‘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고 ‘실적 잔치’를 벌여왔다.

하지만 2021년부터 리니지 게임의 역풍을 맞기 시작했다. 2021년 4월 ‘리니지M’ 유저들이 엔씨소프트의 확률형 아이템 과금 체계에 불만을 갖고 엔씨소프트 본사 앞에서 시위 트럭을 벌이는 등 이용자들의 비판이 거세진 것이다. 이후 일부 이용자가 엔씨소프트가 일부 유튜버·BJ를 대상으로 진행한 리니지 2M 프로모션이 확률형 아이템 구매를 유도·조장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도 다양한 지식재산권(IP) 발굴을 위한 노력을 해왔지만, 리니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10년 가까이 준비한 쓰론앤리버티(TL) 등의 성과가 기대보다 좋지 못했다”며 “리니지에 대한 게임 이용자들의 인식이 안 좋아지다 보니 새로운 시도를 해도 좋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했다. TL의 경우 작년 12월 출시 직후 동시접속자 수가 10만 명 이하에 머물면서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는 엔씨소프트가 총체적 위기를 겪은 본질적인 원인으로 중앙집중형 게임 개발 구조를 지목한다. 대형 게임사 상당수가 본사가 게임 개발을 주도하는 중앙집중형이지만, 경쟁사인 넥슨과 넷마블은 독립성이 보장된 개발 자회사를 통해 주력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엔씨소프트는 본사에서 대부분의 게임 개발·배급을 주도하고 있다. 이 같은 본사 주도의 게임 개발은 흥행 시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흥행 부진에 따른 상처도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엔씨소프트의 게임 개발 구조는 ‘리니지풍’ 게임 양산으로 이어졌다. 장기간 리니지 시리즈 개발에 몰입하고, 리니지가 벌어 들인 매출에 심취한 경영진이 새로운 시도를 봉쇄한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장기간 개발한 TL를 두고 ‘개고기 탕후루’라는 조롱이 나온 것이 단적인 예다. 개고기 탕후루는 엔씨소프트가 트렌드(탕후루)를 따라가고 싶지만 고인물(개고기)이 돼버린 리니지의 정체성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카카오게임즈 본사 내부 전경/사진=카카오게임즈

카카오게임즈도 몸집 줄이기 착수

조직 개편에 팔을 걷어붙인 게임사는 엔씨소프트만이 아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계열사 사업을 정리하고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등 조직 개편에 나섰다. 카카오게임즈는 앞서 지난 9월 30일 ‘세나테크놀로지’의 지분 53.56% 가운데 37.55%를 중견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케이스톤파트너스'에 매각해 약 784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또 카카오게임즈가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또 다른 계열사 '카카오VX'가 진행 중인 골프용품 사업, 헬스케어 플랫폼 사업,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도 연내 정리할 예정이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회사는 핵심 사업인 게임에 보다 집중하기 위한 사업 재정비 단계로, 자회사 지분 매각과 일부 사업 철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관련 실적은 중단영업손익으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게임즈의 구조조정 배경에도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감소가 자리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3분기 매출 1,939억원, 영업이익 5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3%, 80% 가까이 하락한 실적을 냈다. 이에 카카오게임즈는 본업인 게임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2026년까지 16종에 달하는 신작 로드맵을 공개하며 반등 모멘텀을 모색하고 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커스텀 반도체 시장 급성장, 삼성전자도 MS·메타 맞춤형 HBM4 개발 나서

커스텀 반도체 시장 급성장, 삼성전자도 MS·메타 맞춤형 HBM4 개발 나서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수정

기기·플랫폼별 맞춤형 반도체 수요 급증
커스텀 반도체 시장, 2028년 60조원 전망
시장 선두 엔비디아도 발 빠른 행보

삼성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에 맞춤형으로 공급할 고대역폭메모리(HBM) ‘커스텀 HBM4’ 개발에 나섰다. 반도체 시장이 대규모 양산형에서 개별 고객사 맞춤형 시장으로 변화하는 데 따른 움직임으로, 맞춤형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43%가량 급성장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내년 맞춤형 HBM4 양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메모리·LSI 사업부 모두 갖춘 삼성전자, 빅테크에 최적 파트너”

1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MS와 메타에 제공할 맞춤형 HBM4 개발에 착수했다. 차세대 제품인 HBM4는 기존 반도체가 가진 메모리 기능은 물론, 개별 고객사 요구에 맞는 다양한 연산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컴퓨팅 인 메모리(CIM·Compute-in-Memory)’로 불린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MS는 마이아100, 메타는 아르테미스라는 자신들만의 인공지능(AI) 칩을 보유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부와 연산 칩을 직접 설계할 수 있는 LSI사업부를 모두 보유하고 있어 이들 빅테크 기업들에 최적의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MS와 메타에 공급할 커스텀 HBM4의 세부 사양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지난 2월 반도체 학술대회 ‘ISSCC 2024’에서 공개된 정보에 의하면 향후 생산 예정인 HBM4는 데이터 전송 속도인 대역폭이 기존 HBM3E와 비교해 66% 증가한 초당 2테라바이트(TB)에 달하며, D램단수는 16단으로 늘어나 용량 또한 36GB보다 33% 늘어난 48GB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올 7월에도 ‘삼성 파운드리 포럼’과 ‘세이프 포럼(SAFE) 2024’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차세대 HBM4에 맞춤형 서비스를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최장석 메모리사업부 신사업기획팀장 부사장은 “HBM4는 HBM3 대비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며 “48GB 용량으로 확대해 내년 생산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HBM4는 MOSFET 적용 대비 속도가 200% 빠르고, 면적은 70% 줄어들며, 성능은 50% 이상 향상된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최 부사장은 “HBM은 성능과 용량뿐 아니라 전력과 열효율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16단 HBM4는 비전도성접착필름 조립 기술을 비롯해 하이브리드 본딩(HCB) 기술 등 여러 최첨단 패키징 기술을 적절히 구현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우리(삼성전자)는 계획된 일정에 맞춰 기술 개발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HCB는 반도체 베이스 다이 위아래를 구리로 직접 연결해 신호 전송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으며, HBM 높이도 줄인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HBM을 16단으로 안정적으로 쌓더라도 단과 단 사이에 고객이 요구하는 특별 단인 ‘버퍼 다이’를 설계하고 삽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때 필요한 핵심 기술이 HCB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HBM4 개발을 끝낸 후 곧바로 양산에 돌입할 방침이다.

맞춤형 AI 가속기 및 플랫폼 개발사 급증

급성장을 거듭 중인 HBM 시장에서 맞춤형 서비스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역량으로 꼽힌다. 기존 최고 사양인 HBM3까지는 발열 해결과 속도가 관건이었지만, HBM4부터는 고객별 맞춤 AI 연산(NPU)이나 특정 데이터 처리 기능(IP)을 반영할 수 있는 역량에 따라 고객사가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HBM을 적용하는 AI 가속기의 경우 적층된 D램의 아래를 의미하는 ‘로직 다이’에 저전력 기능을 추가하는 등 맞춤형 주문을 하는 식이다.

AI 가속기의 구조를 완전히 달리하는 경우도 있다. 대규모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축하는 학습 모델의 경우 병렬 연산에 특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AI 가속기가 적합하지만, 한 분야에 집중된 기능인 추론의 경우 NPU 등을 활용한 AI 가속기 구조를 고려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아마존과 메타가 이러한 형태의 AI 가속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HBM 대신 그래픽 D램(GDDR)을 적용하는 가속기도 시장에 나와 있다.

MS와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일제히 자사의 기기나 서비스에 특화된 맞춤형 AI 가속기와 플랫폼을 자체 개발 중이라는 점도 맞춤형 반도체 수요 증가를 짐작게 한다. 이들 기기나 서비스의 형태 및 기능이 제각각인 만큼 필요로 하는 반도체의 사양 또한 제각각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76억 달러(약 10조2,000억원) 수준이던 글로벌 맞춤형 반도체 시장은 2028년 450억 달러(약 60조4,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5년 만에 시장 규모가 6배 넘게 성장하는 셈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43%에 달한다.

데이터센터→비디오 게임, 전 산업 공략하고 나선 엔비디아

전 세계 AI 칩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선두기업 엔비디아도 이같은 흐름에 맞춰 맞춤형 AI 반도체 역량 강화에 나섰다. 기존 엔비디아의 주력 상품인 H100, A100은 범용 AI 프로세서 역할을 하는 탓에 고객사가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비용과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는 평가를 들어 왔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의 고객사 중 일부 기업은 저마다의 특정한 필요를 위한 내부 칩을 개발하고 나서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자신들의 기술을 이용해 이들 기업이 데이터센터나 자동차, 5G 무선, 비디오 게임 등 맞춤형 AI 칩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계획이다. 이미 아마존과 메타, MS, 구글 등과 맞춤형 칩 제작에 대해 논의했으며, 스웨덴 통신 인프라 제조업체 에릭슨과도 자사의 GPU 기술을 포함한 무선 칩 개발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엔비디아는 자동차 및 비디오 게임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이미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의 스위치 휴대용 콘솔(Lite) 최신 모델에는 엔비디아가 생산한 맞춤형 칩 테그라X1이 탑재돼 있으며, 향후 MS의 엑스박스와 소니의 차세대 콘솔로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달 5일(현지 시각)에는 자율 주행 시스템을 개발하는 중국의 스타트업 딥루트닷에이아이에 대중 수출제한에 걸리지 않는 자동차용 칩을 대량 공급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딥루트는 기존 자율주행 시스템에 엔비디아의 차량용 칩 오린(Orin SoC)을 사용해 왔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아이유 "악플러 잡고 보니 중학교 동창", 간첩설 유포자도 특정

아이유 "악플러 잡고 보니 중학교 동창", 간첩설 유포자도 특정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이담 엔터테인먼트, 악플러 고소 진행 상황 발표
명예훼손·사생활침해·성희롱 등 중대 사례 선별해 고소
아이유 중학교 동문 추정 인물도 포함
사진=이담엔터테인먼트

가수 아이유 소속사가 악플러 180명을 고소했다. 피고소인 중에는 지난해 5월 한 아파트 주차장에 뜬금없이 ‘아이유가 간첩이다’라는 주장이 담긴 전단을 배포한 인물도 포함됐다. 또 중학교 동문으로 추정되는 악플러도 피고소인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아이유, 악플러 무더기 고소

11일 아이유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는 “아티스트에 대한 협박, 모욕,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와 근거 없는 표절 의혹 제기로 인한 명예훼손, 살해 협박 및 사생활 침해, 성희롱, 음란물 유포, 딥페이크 등 중대한 사례를 선별해 고소를 진행했다”며 고소 진행 상황을 상세히 밝혔다.

소속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피고소인은 총 180여 명이며, 추가적인 고소도 지속해서 진행 중이다. 소속사는 “현재까지 나온 판결 또는 처분은 벌금형(구약식 처분) 6건, 교육 이수 조건부 기소유예 3건, 보호관찰소 선도위탁 조건부 기소유예 1건”이라며 “이 중 아이유에 대한 근거 없는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 성희롱, 살해 협박 등을 사이버 불링(온라인 집단 괴롭힘) 형태로 가한 자는 죄질이 매우 나빠 검사 측에서 300만원의 벌금 구형을 내렸으나, 피고소인이 불복해 정식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피고소인 중에는 아이유의 중학교 동문으로 추정되는 악플러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속사는 “작년 4~5월쯤 근거 없이 표절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아이유의 명예를 훼손한 자들 중 일부의 신상정보가 특정됐다”며 “이들 중 아이유의 중학교 동문으로 추정되는 자가 있으며, 관련 사건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유에 대한 지속적인 괴롭힘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수 아이유가 북한 간첩이자 대장동 비리 주인공이라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뽐뿌 캡처

'아이유 간첩' 주장 누리꾼, 검찰 송치

소속사는 작년 5월경 아이유가 간첩이란 허위 루머를 퍼뜨린 인물도 특정해 1차 조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당시 한 아파트 주차장에는 아이유가 북한 간첩이자 대장동 비리 주인공이라는 내용의 유인물이 뿌려졌다. 구체적으로 아이유 좋은 날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앵무새를 도청과 말하기, CCTV(방범카메라) 기능을 갖춘 북한새라고 하는가 하면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아이유가 이어폰을 꽂고 있는 장면을 두고 도청 중이라는 등 황당한 주장들이 담겼다. 또 ‘일급 간첩 아이유’, ‘이재명보다 더 나쁜 아이유’, ‘글로벌 우리은행 북한은행 장사하는 아이유’ 등 근거 없는 말들이 나열됐다.

이에 소속사는 “추가 조사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의자가 수사기관의 출석을 여러 차례 거부하면서 수사가 다소 장기화됐다”면서도 “피의자는 현재 검찰에 송치돼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수사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추가 증거를 확보해 제출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고 했다.

끝으로 소속사는 허위 사실 유포자와 악플러들에 대해 강경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소속사는 “팬 제보 자료와 내부 모니터링 결과를 취합해 아티스트에 대한 각종 협박, 모욕, 허위사실 유포, 성희롱, 음란물 및 합성 영상 배포 등 불법 행위에 대해 분기별 정기 고소 외에도 개별적인 고소를 진행하는 등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 중”이라며 “어떠한 합의나 선처도 없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담엔터테인먼트

고소∙고발 등 강경 대응 증가

아이유 소속사가 무선처·무합의를 천명한 가운데, 악플러에 대한 처벌 수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악플은 주로 형법상 모욕죄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이 적용된다. 모욕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명예훼손죄는 사실 적시의 경우 최대 징역 3년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허위 사실의 경우에는 최대 징역 7년 또는 벌금 5,000만원을 내야 할 수 있다. 또 같은 사람에 대한 악성 댓글을 지속해서 게시했을 경우 법원이 이를 ‘악의적 행위’로 판단해 처벌 수위가 더 높아진다.

이 중 모욕죄는 피해자가 신고해야만 수사가 이뤄질 수 있는 친고죄(親告罪)다. 이 때문에 대중 반응 또는 악플 재확산을 우려한 유명인들이 고소·고발을 포기하면서 ‘도 넘는 악플’을 달아도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악플 근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악플로 인해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유명인들이 늘면서 연예인과 소속사들도 강경 대응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이에 악플 건수도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으로 접수된 사건은 △2020년 1만9,388건 △2021년 2만8,988건 △2022년 2만9,258건으로 계속 증가하다가 지난해 2만4,252건으로 다소 줄었다. 검거 건수는 △2020년 1만2,638건 △2021년 1만7,243건 △2022년 1만8,242건 △지난해 2만390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지난 5년간 접수는 12만 건, 검거는 8만여 건에 달했다. 한 법조계 전문가는 “악성 댓글에 대한 고소, 고발, 검거 사례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단호한 법적 대응이 늘어가고 있다”며 “온라인상에 무심코 남긴 악성 댓글로 송사에 휘말리거나 졸지에 전과자 신세로 전락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원·달러 환율, 트럼프發 강달러에 재차 1,400원 돌파

원·달러 환율, 트럼프發 강달러에 재차 1,400원 돌파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미국 기준금리 내려갔는데" 꺾이지 않는 강달러
트럼프 당선인 관세 강화·감세 공약이 금리 상승 기대 키워
기준금리 조정 앞둔 韓·엔저 시달리는 日 '난감'

원·달러 환율 시가가 재차 1,400원을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지자, 시장 전반에서 강(强)달러 흐름이 지속되며 환율이 치솟는 양상이다. 기준금리 조정에 제동이 걸린 한국과 엔저 장기화 가능성이 커진 일본 등 주변국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지게 됐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20분 기준 1,400.7원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 종가(1,394.7원)보다 4.4원 오른 1,399.1원에 개장한 뒤 곧바로 1,400원대까지 올라선 것이다. 환율 시가가 1,400원을 넘긴 것은 지난 7일(1,401.10원) 이후 3거래일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승을 거뒀다는 소식에 1,400원대를 넘나들다가 8일 연준이 스몰컷(0.25%p 금리 인하)을 단행하며 1,380원대까지 밀린 바 있다.

달러인덱스는 이날 105.7까지 오르면서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경제 규모가 크거나 통화가치가 안정적인 세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의 평균 가치를 지수화한 것으로, 달러의 가치 변동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하면 금리 뛴다?

미 대선 이후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미국으로 오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매기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이에 시장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세계적으로 통상 갈등이 심해지고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트럼프 당선인이 2025년 만료되는 '감세와 일자리법(TCJA)'을 연장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달러 강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와 의회가 통과시킨 TCJA는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7%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해당 법안을 연장하고 법인세율을 15%까지 낮추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공화당이 백악관과 의회의 상·하원을 동시에 장악하는 '레드스윕(Red sweep)' 현상이 나타난 만큼, 이 같은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들이 금리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수입품 관세를 인상할 경우 자연스럽게 물가가 상승하게 되고,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세금 감면 시에는 세수가 줄고 재정 적자가 커지며 국채 발행이 늘어나게 되는데, 금리 역시 이에 맞춰 상승할 확률이 높다. 미국의 금리가 상승하면 전 세계의 자금이 미국으로 쏠리게 되고,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서 강달러 현상이 심화하게 된다.

셈법 복잡해진 韓·日

강달러 기조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세계 각국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지게 됐다. 우선 우리나라의 경우 한동안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조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강달러로 인해 고환율이 이어지면 수입 물가를 자극해 소비자 물가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8일 진행될 연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엔저 장기화로 신음하고 있는 일본의 고민 역시 깊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9월 달러당 140엔선까지 떨어졌던 달러·엔 환율은 트럼프 당선인이 미 대선 승기를 잡은 지난 6일 달러당 154엔까지 뛰었다. 과거 엔저는 일본의 수출을 떠받치는 호재로 작용했으나, 대기업 공장들이 해외로 대거 이탈한 현시점에는 내수 기업의 수입 부담을 가중시키는 악재로 꼽힌다. 엔저가 장기화하며 소비자물가가 치솟을 경우 출범 한 달 만에 30%대로 고꾸라진 이시바 시게루 내각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

달러·엔 환율이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자 일본 정부는 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은 지난 8일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최근 외환시장에 대해 "일방적이고 급격한 움직임이 보인다"며 "지나친 움직임에는 적절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와 관련해 "미국은 주요 무역상대국"이라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정치 지형 뒤흔드는 MZ 남성 표심, 보수화보다는 ‘합리화’

정치 지형 뒤흔드는 MZ 남성 표심, 보수화보다는 ‘합리화’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도널드 트럼프, 남초 인기 유튜브 출연해 환심
젊은 남성층, 경제·정치적으로 소외돼 있다 느껴
‘정권 안정’아닌 ‘심판’에 무게추
USA_MZ_PE_20241111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압승한 건 ‘매노스피어(manosphere·남초 커뮤니티)’의 지지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이 비주류로 치부되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할 정도로 젊은 남성 유권자의 환심을 사는 데 공을 들였고, 이에 민주당에 불만이 큰 청년층이 화답했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도 20대 남성(이대남)이 강경우파 정당의 핵심 지지 세력으로 떠오르는 등 ‘젊은 세대는 무조건 좌파’란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주요 지지 세력은 '젊은 남성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대선 개표 중인 애리조나주에서 승리를 확정하며 선거인단 11명을 마지막으로 확보했다. 최종적으로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312명을 확보해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226명)를 이겼다. WSJ는 이날 ‘막내아들인 배런 트럼프가 아버지를 남초 커뮤니티에 연결했다’는 기사로 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지지 세력인 젊은 남성 문화를 조명했다. 음담패설과 폭력, 거친 장난 등 온라인 콘텐츠를 즐기며 비디오 게임과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은 젊은 남성의 이른바 ‘브러돔’(형제집단)이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지지 세력이란 설명이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8월 배런의 권유로 유명 게임 스트리머 애딘 로스의 라이브방송에 출연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의 오랜 친구인 데이나 화이트 종합격투기단체 UFC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젊은 남성 사이에서 인기 있는 인물들도 트럼프 지지를 호소했다.

이 같은 구애는 젊은 남성의 투표로 이어졌다. CNN과 NBC 등의 합동 출구조사에서 18~29세 남성의 트럼프 지지율은 49%, 30~44세 남성은 53%로 모두 해리스를 앞섰다. AP통신이 대선 당일까지 8일간 실시한 설문조사(AP보트캐스트)에선 더 극명한 차이를 나타냈다. 30세 미만 남성의 트럼프 지지율은 56%로 해리스 지지율보다 14%포인트 높았다. 지난 대선과 비교하면 흑인 18~29세 남성의 공화당 지지율이 11%에서 31%로, 라틴계는 25%에서 38%로 급등했다.

유럽 극우 열풍 뒤에도 이대남, 역차별 인식 크게 작용

이대남 등 MZ세대 남성을 중심으로 한 탈좌파 현상은 유럽에서도 두드러지는 추세다. 최근 젊은 남성은 유럽 강경 우파의 핵심 지지 세력이다. 이탈리아, 핀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체코 등 6개국에선 정권을 탈환했고 네덜란드도 자유당 주도로 연정이 꾸려졌다. 프랑스 국민연합(RN)도 29세 남성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를 내세워 지난 7월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벨기에, 프랑스, 포르투갈, 독일, 핀란드에는 극우 정당을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가 고령자보다 많다.

유럽과 미국 젊은 세대의 보수화에는 기성세대의 여성 우대로 인해 자신들은 역차별받는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 미국 보수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는 “젊은 남성들은 경제적·정치적으로 소외돼 있다”며 “이 때문에 트럼프가 발산하는 거침없는 남성다움에 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좌파·중도 정당에 대한 불신도 보수화에 한몫했다. 고물가 등 경제 문제엔 해답을 내놓지 못하면서 먹고사는 데 무관한 환경운동이나 성적소수자에 대한 과도한 보호 등 PC주의(정치적 올바름)만 강요한다는 불만이다. 또 아프리카와 중동 등지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밀려들어 저소득층 임금 하락, 치안 악화 등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가운데, 상당수 좌파 정당이 ‘인권 보호’를 명목으로 불법 이민 차단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불신을 키웠다. 이와 관련해 로베르토 포아 영국 케임브리지대 미래민주주의센터 이사는 “주택 구입과 창업, 부의 축적과 같은 삶의 기회에 대한 세대 간 격차가 상당하다”며 “젊은이들은 자신의 부모보다 더 가난하고 힘든 삶을 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votes getty images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양상 바뀐 韓 청년 표심, 이유는?

우리나라의 경우 단순한 보수화가 아닌 젊은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물에 대한 지지 기조가 뚜렷한 모습이다. 이는 2022년 대선과 올해 총선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2년 전 대선 때 국민의힘에 더 많은 표를 몰아줬던 이대남들이 올해 총선에서는 민주당 쪽으로 대거 이동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청년층은 민주당 계열 정당 지지율이 보수 계열보다 높았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당 당시 후보는 20대에서 47.6%, 30대에서 56.9%로 전체 득표율(41.1%) 대비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런 기조는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이어졌다. 20대의 56.4%, 30대의 61.1%가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해 전체 득표율(49.9%)을 크게 웃돌았다.

변화가 시작된 건 지난 대선이었다. 윤석열 당시 후보는 20·30대에서도 이재명 후보와 대등한 경쟁을 펼쳤다. 청년 남성은 윤 후보를, 여성은 이 후보를 지지해 성별 차이도 두드러졌다. 이번 총선에서도 20~30대 성별 선택은 달랐지만, 남성들의 보수정당 지지철회자가 많아 대선에 비하면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 20~30대 남성이 특정 성향을 갖고 있다고 일반화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표심이 특정 정당 지지보다는 후보자의 지역구 관련성이나 거대 양당 체제·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년세대는 특히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진영, 이념을 떠나서 본인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선택을 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전 세대와 비교해 주거나 직장 등 전반적인 여건이 불안정하다 보니 그런 이해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삼성전자 셧다운'에 평택 아파트값 휘청, 반등 호재도 안 보여

'삼성전자 셧다운'에 평택 아파트값 휘청, 반등 호재도 안 보여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임선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미디어의 영향력을 무겁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예리한 시각과 분석력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약세 못 면하는 수도권 아파트
삼성전자 부진 따라 고덕신도시도 먹구름
평택 아파트 7곳 중 6곳은 청약 미달되기도
APT_FE_202401030

대출 규제와 매수 심리 위축이 심해지자 경매시장에서 인기 투자처인 수도권 아파트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70%대인 사례도 속출하는 모양새다.

평택 아파트 낙찰가율, 불과 77.7%

11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 아파트 낙찰가율은 87.4%로 두 달 연속 하락했다. 구체적으로 경기 용인 처인구 마평동 A아파트 전용 84㎡는 최근 감정가 2억6,200만원의 73.6%인 1억9,200만원에 팔렸고, 남양주 화도읍 B아파트 84㎡는 지난달 2억3,900만원에 매각됐다. 낙찰가율은 71.6%에 머물렀다. 두 곳 모두 경기 낙찰가율 평균(87.4%)을 밑도는 가격이다.

입지가 좋은 새 아파트도 예외가 아니다. 평택 내에서 주거 선호도가 높은 고덕국제신도시 C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28일 감정가(6억4,500만원)의 77.7%인 5억1,000만원에 팔렸다. 한때 최고가가 7억2,000여만원(2022년 1월)이었던 물건이다. 이처럼 낙찰가율이 내리는 추세지만 여러 차례 유찰된 물건은 시중 급매보다 저렴한 만큼, 저가 매수세가 계속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의정부 장암동 D아파트 전용 42㎡는 지난 6일 감정가(2억1,800만원)의 73.4%인 1억6,000만원에 매각됐는데, 응찰자만 40여 명이 몰렸다.

Godeok-dong_APT_FE_20241111
경기도 평택시 죽백동 우미린레이크파크/사진=네이버 부동산

삼성 후광 약해지자 평택 집값도 줄하락

원래 수도권 아파트는 경매 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꼽혀 입찰 경쟁률과 낙찰가율이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올해 9월부터 시중은행이 대출 규모를 줄이는 등 시장 여건이 악화하자 수도권 일대 아파트도 매수세가 위축되는 분위기다. 특히 평택시의 경우 대출 규제에 더해 삼성전자의 부진이 악재로 작용했다. 그간 평택 경제를 뒷받침하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는 초유의 결정을 내리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돈줄도 막힌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P2, P3 공장의 파운드리 생산 설비를 30% 이상 셧다운한 데 이어, 올해 연말까지 이 비율을 50%까지 늘릴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엔비디아, AMD, 퀄컴 등 대형 빅테크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올해 3분기 조단위 적자를 내는 바람에 원가 절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낮아지자 평택 집값도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분양한 평택시 아파트 7곳 중 한 곳을 빼곤 모두 청약에서 미달을 기록하며 처참한 성적을 보였다. 미분양 물량도 경기도 내에서 가장 많다.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 지역에서 집값 폭락 이후 회복세를 보이는 곳이 늘고 있는 추세지만 평택만은 예외인 셈이다.

죽백동 우미린레이크파크의 경우 2021년 10월만 해도 84㎡ 매물이 6억원에 거래됐으나 올해 8월 3억9,0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현재 나와 있는 매물 호가도 시세와 비슷한 3억8,000만원~4억 초반에 형성돼 있다. 고덕동의 고덕파라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84㎡가 올해 8월 6억9,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2021년 11월 9억6,000만원 대비 30% 하락한 금액이다. 평택시는 부동산 폭등기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GTX 등 갖가지 호재로 갭투자와 투기 수요가 몰렸던 곳이지만, 현재는 평택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고덕신도시 아파트조차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호재에도 미동 없는 거제 부동산 시장

문제는 앞으로도 평택 집값이 오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첫손에 꼽는 이유는 공급 과잉이다. 평택에는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공급 물량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연간 적정 물량을 뛰어넘어 내년까지 1만3,000여 가구가 예정돼 있는데 이런 추세라면 미분양 적체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집값 상승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한 전문가들은 향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반등에 성공한다고 해도 주변 집값까지 덩달아 반등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거제도 부동산 시장이 그 근거다. 조선업이 호황일 당시 고공행진하던 거제도 집값은 조선사들의 실적 부진과 함께 추락한 상태다. 최근 들어 조선업 수주 물량이 늘고,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에 인수되는 등 호재가 발생하고 있으나, 부동산 시장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거제 아주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외지인이 들어오다 보니 현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원룸이나 오피스텔 정도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나 아파트 시장은 급매도 문의가 거의 없다”며 “부동산 경기 좋았을 때 투자목적으로 아파트를 사뒀던 다주택자가 급매로라도 처분하고 싶어서 내놓고는 있지만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고현동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거제에서도 제일 좋은 아파트로 꼽히는 게 e편한세상거제유로아일랜드하고 e편한세상거제유로스카이인데 유로아일랜드는 아직도 100가구 정도가 비어 있다”면서 “조선업 호황 소식이 들렸을 때 기대감을 가지고 샀던 사람들이 감당하기가 어려워지자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를 감수하고서라도 내놓고 있지만 아파트에 사람이 안 들어오니 상가에 입점하려는 수요도 없다”고 전했다. 실제 2014년까지만 해도 16만8,000명에 달했던 현장 인력은 2021년쯤 절반 가까이 줄었다. 노동 강도가 세고 위험이 큰 데도 임금을 동결하는 등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못하자 주요 인력들이 다른 사업장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임선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미디어의 영향력을 무겁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예리한 시각과 분석력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만을 전달하겠습니다.

관세 인상 내세운 트럼프, 공약 실천 여부에 전 세계 촉각

관세 인상 내세운 트럼프, 공약 실천 여부에 전 세계 촉각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수정

“트럼프 행정부 경제 정책 위험 수준”
무역 상대국과 개별 협상 가능성도
韓 반도체·자동차 수출 타격 전망
미국 10대 적자국

보편 관세 10% 신설 등 파격적인 경제 공약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에 전 세계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공약이 실행될 경우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가 노동·자금 등 자원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보편 관세, 득보다 실” 평가 대부분

11일 국제금융센터(KCIF)의 ‘미국 대선 이후 신정부 경제정책과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차기 트럼프 행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는 ‘리스크’(위험) 수준이다. KCIF는 “정책 리스크와 달러 강세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다”며 “관세 인상에 따른 세계 교역 위축과 감세로 인한 국채 발행 수요를 염두에 두면 글로벌 경기를 제약하는 요인이 더 우세할 것”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감세나 규제 완화 등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보다 고율 관세, 이민 제한 등에 의한 성장 하방 압력이 더 클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이처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경제 공약 중 가장 논란이 된 정책은 관세 인상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유세 기간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우며 중국에 60% 최고세율 적용과 그 외 수입국에 최대 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또 첫 대통령 임기 시절에는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제품의 관세를 인상하기 위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폐기하고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체결하기도 했다.

정책의 실제 입안 여부와 관련해선 예측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보편 관세 부과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보복관세 등에 따른 미국 기업의 수출 위축과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 소득 감소, 인플레이션 재발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편 관세는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과 맞지 않아 무역 상대국뿐 아니라 미국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은 상황”이라고 짚으며 “과거 사례를 볼 때 트럼프 당선인은 보편 관세를 시행하겠다고 일단 발표한 뒤 이를 압박 카드로 활용해 주요 무역 상대국과 개별 협상에 나설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소비 위축’ 부작용 우려

이런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구체적인 성장 손실 규모를 언급하고 나섰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공약대로 보편 관세(세율 10% 기준)와 중국산 제품 고관세(세율 60%)를 도입하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내년 하반기에만 최대 0.5%p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세 인상에 따른 무역 수지 개선 효과보다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 및 소비 위축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강력한 이민 규제 기조도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KCIF는 “보편 관세, 이민 제한 등 일련의 트럼프 공약들은 잠재적 인플레이션 가속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민 규제가 건설과 농업, 서비스업에서 노동 공급 위축과 서비스 물가 상승을 야기할 것으로 예측했다. 고율 관세 부과에 따른 미국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1%p(Goldman Sachs)~1.7%p(ABN AMRO)에 달한다.

반대로 미국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지낸 윌버 로스는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 관세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의 피해보다는 여타 국가들의 피해가 막대할 것이란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지난달 14일(현지 시각) 정치전문 매체 더힐에 실은 기고문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WTO 탈퇴로 연결될 공산이 큰 보편적 관세 구상을 제시했는데, 이는 대다수 WTO 회원국들에는 재앙과도 같은 일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로스 전 장관은 미국의 만성적 무역적자가 WTO에서 야기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선 시즌 가장 뜨거운 주제는 7,850억 달러 규모의 무역 적자였다”고 짚으며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쉽지만 진짜 범인은 WTO”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각국이 무역 관련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개발도상국 지위를 스스로 선언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때문에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까지 스스로 개도국임을 주장하면서 무역과 관련한 양보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지금까지 개도국 지위 대부분 WTO 회원국에 일방적 양보를 해 왔는데, 이것은 양자 무역 협정을 협상하는 미국의 능력을 해쳤다”며 “무역 적자가 가장 큰 미국이 국제 무역 법규의 최대 위반자가 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말했다. 로스 전 장관은 이와 같은 WTO 규정이 지금은 매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 관세 공약이 현실화하면 세계 무역에 1조 달러(약 1,359조원) 규모의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semicon_Korea_PE_

미국과 중국 사이, 난처한 한국

이처럼 보편 관세 입안 여부에 대해 갑론을박이 뜨거운 가운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상당한 타격을 입는 나라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미 수출 관세 폭탄은 물론 중국 경기침체에 따른 반사적 불이익까지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고율 관세정책의 영향권에 놓인 대표적 산업 분야는 반도체다. 그간 트럼프 당선인은 단기간 내 급성장한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겨냥하며 반도체 분야에 높은 관세 적용 의지를 드러내 왔다. 지금까지 반도체는 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무관세로 수출입됐지만, 이를 깰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여기에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를 목적으로 동맹국인 한국에 동참을 요구할 경우 중국과의 수출입 또한 차질이 예상된다.

자동차와 이차전지,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지난해 한국 완성차 수출국 순위에서 미국은 45.4%의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은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나아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를 시사했다는 점도 한국에는 상당한 위협이다. 전기차와 이차전지, 태양광 등 친환경 산업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이 사라지면 현재 미국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의 피해 또한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 정책이 미·중 수출을 주축으로 하는 한국 경제를 흔들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 관세로 대미 수출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 미국의 ‘중국 때리기’도 한국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반도체 분야에서는 최근 턱밑까지 추격해 온 중국 반도체 기업을 따돌리는 등 일부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한국 교역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 그 결과가 상쇄돼 한국에는 결코 득이 아닌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