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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물가 불안한데 소비심리도 둔화,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되살아난 S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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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심리 악화에 3대 지수 동반 급락
물가 오를 것이라는 미국민, 소비 줄여
1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급등세 유지
인플레 확인 데이터 지속 시 시장에 부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한 달째를 맞이한 가운데, 미국 경제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공격적인 관세 정책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뉴욕 증시가 올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경기 하강 조짐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물가 상승 우려가 더해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공포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

뉴욕 3대 지수 급락, 테슬라 4.7%·엔비디아 4.1%↓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21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48.63포인트(1.69%) 급락한 4만3,428.02에 장을 마쳤다. 올 들어 가장 큰 낙폭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 대비 104.39포인트(1.71%) 떨어진 6,013.1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도 438.36포인트(2.20%) 하락한 1만9,524.01에 거래를 마감했다.

거대 기술기업을 일컫는 '매그니피센트7'도 모두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트럼프 2기 탄생에 공이 많은 일론 머스크 CEO(최고경영자)의 테슬라 주가는 4.68% 내린 337.80달러를 기록하며 크게 밀렸다. 지난해 12월 18일 최고치(488.54달러)보다 31%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엔비디아(-4.05%), 브로드컴(-3.56%), 아마존닷컴(-2.83%) 등 주요 기업 주가도 급락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달 들어 미국 기업의 활동이 거의 정체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이후 거뒀던 주가 상승분을 거의 다 까먹었다”고 전했다.

서비스업 PMI 25개월 만에 최저, 기대인플레도 급등

이번 급락의 주요 원인은 비관적인 경제지표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2년 반 가까이 4%가 넘는 고금리 덕에 힘입어 지난해 2%대로 떨어졌는데,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다시 3%대로 올랐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핵심 소비자물가 지수는 5.5%나 올랐다.

물가 상승 우려에 소비 심리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21일 미시간대는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를 전월 대비 약 10% 낮아진 64.7로 발표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인플레이션 완화 추세에 점차 상승세를 보이던 것이 15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는 2월 예비치(67.8)와 시장 전망치(67.8)도 밑도는 수치다.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들도 경기 위축을 전망하고 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2월 미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7로, 전달보다 크게 떨어졌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위축을 뜻하는데 이번처럼 50을 밑돈 것은 2023년 1월 이후 25개월 만에 처음이다. 미국 GDP(국내총생산)의 80%를 차지하는 서비스업 PMI는 지난달 52.9로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인 데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 이후 시점인 이달 들어 본격적으로 위축 국면으로 돌아선 모양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급등한 점도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요소다. 2월의 1년 기대 인플레이션 확정치는 4.3%로 전월 3.3% 대비 1.0%포인트 급등했다. 1년 뒤 물가가 지금보다 비쌀 것으로 보는 소비자들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의미다. 아울러 5년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3.5%로 전월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불확실성도 급등했다. 1년 불확실성은 전달 7.6%포인트에서 9.5%포인트로, 5~10년 불확실성은 전달 6%포인트에서 8.2%포인트로 각각 높아졌다.

트럼프 관세發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음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식어가는 이면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시행을 연기하긴 했지만 취임하자마자 멕시코·캐나다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철강·반도체·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 부과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통상 관세를 높이면 당장 수입 가격이 상승한다. 이에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이 물가 상승과 경기 위축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친성장 기조에도 불구하고 무역 전쟁이 미국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큰 위험으로 재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지난달 발표된 미국의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 속보치는 연율 환산 기준으로 전기 대비 2.3% 증가해 3분기(3.1%)보다 크게 둔화했다. 오는 27일 발표될 4분기 GDP 성장률 잠정치도 속보치와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시선은 오는 28일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이 발표하는 PCE 가격지수에 집중되고 있다. 가격 변동 폭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가장 선호하는 지표다. 블룸버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들은 올 1월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0~12월 2.8%로 유지됐던 것에서 가격 상승 압력이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앞서 발표된 1월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3%, 전월 대비로는 0.4% 상승해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은 바 있다.

다만 관세로 인한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4월 2일부터 자동차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반복했다. 또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국가가 미국 빅테크에 부과하는 디지털 세금에 대응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문서에도 서명할 예정이다. 프랑스 등이 빅테크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세금을 관세를 통해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는 또 트럼프가 관세를 세수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즉 관세를 단순 무역 협상 도구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상당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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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메타 지키기’ 나선 트럼프, ‘보복관세’ 칼날 한국 향할까

‘구글·메타 지키기’ 나선 트럼프, ‘보복관세’ 칼날 한국 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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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반경쟁적 정책 및 관행 조사
“외국의 착취에 필요한 대응 나설 것”
공정거래법 개정안 추진 난항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글, 메타 등 자국 빅테크를 규제하는 외국 정부에 대한 대응책으로 ‘보복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IT업계에서는 그간 미국이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우리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반대 의사를 피력해 온 만큼 한국 또한 보복관세의 사정권에 놓였다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의 빅테크 제재가 매우 약한 수준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예민한 반응을 삼가야 한다는 해석 또한 제기된다.

기업 성장·활동 억제 여부 조사 명령

23일(이하 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에 피해를 주는 외국 정부의 ‘일방적·반경쟁적 정책과 관행’을 조사하라는 내용의 행정부 지시 각서에 서명했다. 해당 각서는 △미국 기업에 부과한 세금 △미국 기업의 성장이나 활동을 억제하는 규제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위태롭게 하는 모든 행동·정책·관행 △미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하는 모든 행동·정책·관행 등을 고려해 외국 정부에 대응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가 미국 기업에 대한 “외국의 착취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더 이상 엄청난 벌금과 세금을 통해 실패한 외국 경제를 떠받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외국 정부가 미국 기술기업을 상대로 역외 권한을 행사해 성공을 방해하고 수입을 도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관세를 부과하고, 필요한 대응 행동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한국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각서에 명시된 △국경 간 데이터 이동 제한 △현지 콘텐츠 제작비 요구 △망 사용료 수수료 부과 등 규제가 한국에서도 시행 중이라고 볼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리 정보 반출 금지 △외국 기업 망 사용료 부과, ‘소수 온라인 플랫폼 대기업 독과점 규제(플랫폼법)’ 등 한국 정부의 각종 규제 추진안 또한 줄줄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무역대표부(USTR)에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튀르키예, 영국 등 6개국이 시행·논의 중인 디지털서비스세금(DST)에 대해 무역법 301조 조사를 재개할지 여부를 판단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USTR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인 2019년과 2020년에도 이들 6개국을 조사한 바 있다.

플랫폼법, 적용 실효성에 의구심

그간 공정거래위원회와 여당은 ‘공룡 플랫폼’의 전횡을 차단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사후 추정을 통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자사우대, 끼워팔기 등 4대 금지 행위를 신속하게 제재하고, 관련 매출의 8%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지배적 사업자에는 국내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물론 미국 빅테크 구글, 메타 등도 포함된다.

미국상공회의소와 USTR은 이 같은 한국 정부의 움직임에 반대해 왔다. 기존 시장 점유율이 높은 미국 빅테크는 규제 대상이 되는 반면,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산 후발 주자들은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주장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후보자는 이달 6일 한국을 포함한 해외 국가들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추진 상황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한국 빅테크들 역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국내외 빅테크 모두를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법 적용 대상)’로 지정할 것이란 정부의 방침에도 법 적용의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아 토종기업만 규제의 그늘에 놓일 것이란 우려에서다. 정부의 통제하에 있는 국내 기업들은 사전 규제를 충실히 이행할 수밖에 없지만, 해외 기업들은 본사 방침이나 통상 현안 등을 이유로 사전 규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연구에서도 해외 플랫폼 사업자는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요건 중 하나인 ‘GDP의 일정 비율을 기준으로 하는 연매출액’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회계장부에 매출액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해외 플랫폼 사업자를 직권으로 확인한 뒤 국내 영업을 못 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현실적으로 공정위의 집행이 가능한지 여부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입법처의 지적이다.

유럽·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은 ‘솜방망이’

일각에선 미국의 이번 조처가 유럽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공정거래 위반에 대한 한국의 처벌이 매우 약한 수준인 만큼 실제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특정 사업자가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선 관련 매출액의 최대 6%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지만, 실제 부과되는 과징금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2021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온라인 플랫폼이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혐의로 제재를 받은 사건은 총 5건이다. 이들 5건에 대한 제재에는 최대 기준의 절반인 3% 이하의 과징금만 부과됐다. 구글의 ‘모바일게임 입점 방해’ 2건에 대해서도 각각 2.3%, 2.7%의 부과율을 적용했다.

이는 유럽, 일본 등 주요국과 비교해 매우 약한 수준의 제재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반칙행위를 한 대형 플랫폼에 전 세계 매출의 10%를, 반복 시 최대 2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 역시 구글, 애플 등을 견제할 ‘스마트폰법’을 제정하면서 법 위반 시 과징금을 일본 내 매출의 최대 30%까지로 설정했다. 빅테크 규제에 따른 미국의 보복관세에서 한국은 우선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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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무관세 가능성, EU는 '집중 포화'? 트럼프發 관세 전쟁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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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무역 흑자국' 英에 호의적 태도
대규모 무역 적자 안겨준 EU에는 '관세 폭탄' 시사
EU, 철강·알루미늄 관세 및 상호 관세로 압박 가중

영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미국이 영국과의 교역에서 유의미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영국이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의 영향권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英 언론 "영국은 아직 관세 무풍지대"

23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방국이나 경쟁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 폭탄을 무차별 투하하고 있으나, 영국은 여전히 무풍지대며 앞으로도 관세 부과 예외 국가로 남아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세계 각국에 무역 불균형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지만, 영국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이 영국과의 교역을 통해 막대한 흑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23년에 미국의 대영국 무역 흑자는 145억 달러(약 20조6,970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영국 간 교역이 균형을 이루고 있고, 양측이 모두 앵글로·색슨 연대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영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등의 품목에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영국이 예외를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타머 총리는 오는 27일 예정돼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을 통해 관세 관련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관세 직격탄'

영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반면, 유럽연합(EU)의 경우 트럼프발 '관세 폭탄'으로 인해 막대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22일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EU가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로 인해 최대 280억 유로(약 42조원) 규모의 수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철강과 알루미늄을 소재로 하는 파생 제품들까지 포함한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기 행정부 당시에도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해당 조치로 인해 관세가 부과된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 약 70억 유로(약 10조4,990억원) 규모였다. 이에 맞서 EU는 당시 보복 조치로 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과 농산물, 의류 제품 등에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2021년 미국이 일정 수량을 초과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 할당제'를 도입했고, EU는 모든 보복 조치를 유예하며 양국의 1차 관세 전쟁이 일단락됐다. EU는 이번에도 미국의 관세 부과에 '신속하고 비례적으로' 대응할 것이며, 첫 단계로 이전에 유예했던 보복 관세를 되살릴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EU에 대한 상호 관세 부과도 시사했다. 그는 지난 15일 행정부에 교역국이 부과하는 세금과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지시하는 메모에 서명하고, EU의 높은 부가가치세를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유럽 국가들은 평균 22%의 부가세를 부과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평균 7%의 판매세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추가 관세는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 집행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이 같은 조치는 잘못된 방향이며 EU는 불공정한 무역 장벽에 강경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대EU 무역 적자 '역대급'

트럼프 대통령이 EU를 대상으로 무역 장벽을 높이는 것은 양국의 '무역 불균형' 때문이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EU는 지난해 미국과 무역에서 3,333억 유로(약 503조원) 규모의 상품을 수입했으며, 미국은 EU로부터 5,316억 유로(약 803조원)어치 상품을 사들였다. 미국 입장에서는 약 2,000억 유로(약 302조원) 수준의 무역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2023년 미국의 대EU 무역 적자(1,566억 유로) 대비 25% 이상 증가한 수치이자, 기존 최대치였던 2021년 1,669억 유로(약 251조7,000억원)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무역 불균형이 미국과 EU의 각기 다른 경제 상황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유로존 경제가 부진한 가운데, 호황을 맞이한 미국 경제가 수입을 늘리며 무역 불균형이 심화했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기업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움직이며 미국의 무역 적자 폭이 커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영국 컨설팅 업체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클라우스 비스테센은 “미국 기업들이 관세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해 (인상된) 관세 부과 전에 더 저렴한 가격에 재고를 많이 축적하려고 한 것”이라며 관세 요인이 미국의 수입 확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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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반도체 쇼크’, 메모리마저 中에 역전당했다 “기초연구부터 밀려”

‘韓 반도체 쇼크’, 메모리마저 中에 역전당했다 “기초연구부터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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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EP 3대 게임체인저 분석 보고서
반도체 기초, 설계 기술 모두 중국이 앞서
中 정부, 반도체 국산화 정책 추진 성과

중국이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술 수준을 모두 추월했다는 전문가 설문 결과가 나왔다. 2022년 시행된 같은 조사에선 “한국이 고집적·저항 기반 메모리 기술 등에서 중국보다 앞서 있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2년 만에 뒤집힌 것이다.

기초 역량 등 모든 분야에서 뒤처져

24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3대 게임체인저 분야 기술수준 심층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은 첨단 패키징을 제외한 모든 기술 분야 기초 역량이 우리나라를 앞서고 있으며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점이 있는 메모리 기술에서도 중국이 기초 역량 부문은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기술 선도국을 100%로 봤을 때 고집적·저항 기반 메모리 기술 분야는 한국이 90.9%로, 중국(94.1%)보다 낮은 2위였다. 한국의 고성능·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도 84.1%로 중국의 88.3%보다 낮았다. 전력반도체 역시 한국이 67.5%, 중국이 79.8%였고, 차세대 고성능 센싱 기술도 한국이 81.3%, 중국이 83.9%였다.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은 한국과 중국이 74.2%로 동일한 점수였다. 반면 공정 기술(한국 86.9%, 중국 81.0%)과 양산 기술(한국 87.0%, 중국 81.2%)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만(92.4%)과 미국(93.5%)에 비하면 순위가 밀린 상태다. 미국은 반도체 전체 시장 점유율 50.2%로 1위를 기록했는데, 시스템 반도체 및 EDA(전자설계자동화) 기술에서 절대적 강자 위치에 있었다.

대만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 70% 이상(TSMC 64.9%)으로 이 분야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첨단 패키징 기술도 가장 앞섰다. 이에 반해 한국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9.3%로 대만에 크게 밀렸다.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도 대만, 미국, 일본에 이어 4위 위치에 있다. 기술 수준을 사업화 관점에서 평가했을 때 한국은 고집적·저항 기반 메모리 기술과 반도체·첨단 패키징 기술 부문에서만 중국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분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기술 생애주기에 따른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중국은 공정과 양산에선 우리나라보다 낮은 순위를 보였지만 기초·원천, 설계에선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기초·원천, 설계 부문 기술 수준은 비교국 가운데 최하위로 평가돼, 반도체 생애주기 중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분석됐다.

킹뱅크 DDR5 제품 이미지/사진=킹뱅크 홈페이지

2년 만에 뒤집힌 전문가 평가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2022년 시행된 기술 수준 평가에도 참여했다. 당시 이들은 고집적·저항 기반 메모리 기술,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 차세대 고성능 센싱 기술 등은 한국이 앞서 있다고 봤지만 2년 만에 판도가 뒤집힌 것으로 평가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반도체의 높은 대외 의존도에 경각심을 갖고 2014년부터 반도체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국산화를 위한 정책 추진과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17일 중국의 한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 한 장에 글로벌 반도체업계가 발칵 뒤집힌 것이 단적인 예다. ‘중국 반도체, 거침없는 기세’ 등의 문구가 적힌 해당 사진은 현지 D램 모듈업체 킹뱅크의 ‘중국산(産)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D램으로 만든 32GB(기가바이트) 모듈’ 광고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D램으로 장난친 것”, “중국의 ‘D램 굴기’가 결실을 맺었다” 등 분석이 엇갈렸는데, 해당 제품의 정체는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16나노미터(㎚·1㎚=10억분의 1m) 기술로 양산한 DDR5 D램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이후 테크인사이츠가 시장에 풀린 중국산 DDR5 D램 모듈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DDR5 D램은 전 세대인 DDR4보다 용량이 크고 전송 속도도 두 배가량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CXMT가 활용한 16㎚ G4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21년 본격 양산한 10나노 3세대(1z·15.8~16.2㎚) 공정과 같다. 한국과 CXMT의 D램 기술 격차가 3년으로 좁혀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테크인사이츠는 “CXMT가 미국 제재를 뚫고 16㎚ D램을 양산한 데 의미가 있다”며 “삼성, SK하이닉스와 경쟁할 준비가 됐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R&D 확대 및 반도체 인재 대우 개선해야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기초 연구 및 설계 역량을 강화하고, 시스템 반도체 및 첨단 패키징 기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기초 연구 및 설계 기술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의 반도체 R&D(연구개발) 투자 비율(매출 대비 9.5%)이 미국(19.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만큼, R&D 투자 확대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첨단 패키징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한국이 대만, 미국, 일본에 밀려 4위로 크게 뒤처진 상황에서 패키징 생태계를 조성하고 R&D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반도체 핵심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문제도 지적됐다. 핵심 인재의 연봉·복지 개선 및 해외 인력 유치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공정 및 양산 기술 격차 해소를 위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력을 강화하고, 특히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빠른 속도로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고 있고 대만·미국과의 기술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며 "한국이 반도체 강국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초 연구, 설계, 패키징 기술까지 전반적인 생태계를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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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는 요지부동, 금융당국 직접 점검 나서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는 요지부동, 금융당국 직접 점검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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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은행권에 대출금리 산출 근거 등 자료 제출 요구
기준금리 인하에도 가산금리 올리고 우대금리 혜택 줄여
은행별로 다른 깜깜이 가산금리가 혼란 키운다는 지적도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시중은행 대출금리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대출금리 산출 근거를 직접 점검하기로 했다. 그동안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도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덜 깎아주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여전히 높게 유지하면서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번 조사에서 영업점 전결로 결정되는 우대금리 적용 실태를 중점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기준금리 떨어졌지만 대출금리는 오히려 상승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1일 은행 20곳에 공문을 보내 차주별·상품별로 준거·가산금리 변동 내역과 근거, 우대금리 적용 현황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은행별 대출금리 변동 내역 등에 관한 세부 데이터를 취합해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대출에 미치는 효과의 합리성 등을 점검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이번 점검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에 따른 조치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가계와 기업이 2차례 금리인하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출금리 전달 경로와 가산금리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했다. 기준금리가 연 3.5%에서 3.0%로 0.5%포인트 낮아졌지만,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은행채 금리와 코픽스(COFIX) 등 시장·조달금리를 반영한 '지표금리(기준금리)'에 은행들이 임의로 덧붙이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은행 본점이나 영업점장 전결로 조정하는 '우대금리(가감조정금리)'를 빼서 구한다.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에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대출 가산금리를 올렸다. 이에 더해 평소에 우대금리를 적용해 깎아주던 금리를 훨씬 덜 깎아주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올렸다.

우대금리는 해당 은행에 월급 계좌가 있거나, 은행 신용카드를 매월 일정액 이상 쓰면 깎아주는 금리로, 금감원은 최근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이 가산금리 인상보다 우대금리 적용을 줄인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12월 평균 가계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전인 9월 대비 일제히 상승했다. 우리은행은 가산금리를 0.11%포인트 내리고 우대금리를 1.41%포인트 축소했고, 신한은행은 가산금리를 0.19%포인트 높인 데 더해 우대금리를 0.65%포인트 덜 적용해 대출금리를 올렸다. 금융권은 우대금리 축소 효과가 가산금리 인상 효과의 2.8~6.1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금융당국, 2년 전 은행권 금리 담합 의혹 조사

우대금리가 대출금리를 조정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는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은 5대 은행의 금리 담합 의혹과 관련해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금감원은 금리 인상기에 은행들이 예금·대출금리와 고객 수수료를 담합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에 대해 당시 금융권은 "은행별 가산·우대금리 차이가 명확한데도 공정위를 앞세워 은행들을 담합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금리 문제를 공정위의 담합 조사로 해결하려는 것은 금융업 현장을 너무 모르는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은행 측도 "가산금리는 차주의 신용도나 대출 기간 등에 따라 조건이 달라 담합하기 어려운 구조이고 우대금리도 거래 실적이나 계열 카드사 발급 등 비가격적 요소가 많아 담합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은행권이 가산금리를 투명하게 결정하도록 하기 위해 제정한 '대출금리 체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 규준'에도 적정한 가산금리 수준을 따로 정하지 않고 있다. 또한 당시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간 차이가 2%포인트를 웃돌았다. 일례로 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우대금리는 연 2.51%였지만, 기업은행은 연 0.31%에 그쳤다. 

기준금리의 산정 기준도 은행마다 달랐다. 주담대 중 취급 비중이 70%를 웃도는 변동금리 주담대의 경우, 국민·우리·농협·기업 등 4개 은행은 매월 15일 은행연합회가 발표하는 COFIX를 기준금리로 사용했고, 신한·하나은행은 매일 금융채 금리를 반영해 기준금리를 산정했다. 이마저도 신한은행은 직전 3영업일 평균을, 하나은행은 직전 하루의 금융채 5년 만기 금리를 반영하는 등 차이가 있었다. 시장 지배적 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리면 다른 은행들도 금리를 따라 올리는 '암묵적 담합'에 대한 의혹은 은행 간 치열한 경쟁 관계를 간과한 시각이라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당시 공정위는 최초 현장 조사 이후 4개월이 지난 2023년 6월 농협·기업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재심사가 결정되면서 결과 발표가 지연됐다. 최근 공정위는 추가 조사를 받은 4개 은행에 대해 주담대 거래 조건을 담합했다며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심사보고서에는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 의견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초 제기됐던 대출금리 담합 의혹은 이 심사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가 대출금리 개입하면서 시장 왜곡 장기화

일각에서는 우대금리의 조정보다 오락가락하는 가산금리가 소비자 혼란을 키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 기조를 따르는 수단으로 가산금리를 활용함으로써 시장을 왜곡시켰다는 지적이다. 실제 은행들이 고정형 상품의 가산금리를 인상해 대출 문턱을 끌어올리면서 지난해 11월 시중은행 대출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고정금리형 주담대(4.31%)로 변동형(4.25%)보다 높게 책정됐다. 고정형 상품의 금리가 변동형보다 높은 것은 2022년 10월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그러다 다시 12월에는 고정형 상품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0.21%포인트 하락하며 변동형 금리(4.32%)가 고정형(4.23%)을 한 달 만에 앞질렀다.

문제는 정부의 대출 관리 기조와 깜깜이 가산금리 탓에 대출 시장의 왜곡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대출 소비자가 금리 인상에 따른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고정형 상품 금리가 변동형 상품보다 높은 게 정상이지만 한국은 2022년 10월 이후 지난해 11월 한 달을 빼고는 고정형 금리가 변동형보다 항상 낮았다. 이는 금융당국이 은행에 고정형 상품 확대를 주문한 데 따른 것으로, 은행들은 인위적으로 고정형 상품의 금리를 변동형 상품보다 낮게 유지해 왔다. 통상 금융 소비자들은 시장금리가 추가 인하될 것을 예상하기 때문에 이자가 다소 오르더라도 변동형을 더 선호한다. 그러나 은행들은 고정형 판매를 확대하라는 당국의 주문 탓에 딜레마에 처했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이 자신이 받은 대출의 가산금리가 어떻게 정해진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은행권은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정확한 가산금리 산정 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가산금리 산정 체계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나섰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제도 개선이 이뤄진 건 없다. 금감원이 은행 간 가산금리 편차가 크지 않은지, 적정 수준보다 과도하지 않은지 등을 살폈고 문제가 있는 은행에 대해서는 지도 조치를 했으나, 은행권은 가산금리를 정부가 개입해 조정하고 이 내역을 공개하라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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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타려면 1.4조원”, 윤곽 드러난 ‘미국 우선주의 투자 정책’

“패스트트랙 타려면 1.4조원”, 윤곽 드러난 ‘미국 우선주의 투자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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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사절단-美상무장관 면담
현 행정부 임기 내 투자 성과 강조
보조금 집행 여부는 불확실성 여전

자국 산업 활성화에 주력 중인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들에 구체적인 투자 기준으로 1조4,000억원 규모를 언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계는 이 같은 투자 기준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서도 오는 4월께 발표될 미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의무는 아니지만, 신속한 절차 위해”

23일(이하 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신임 상무부 장관은 21일 미국을 방문 중인 한국 경제 사절단과 회동했다. 워싱턴DC 모처에서 이뤄진 이날 회동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삼성, 현대차, LG, 한화 등 그룹 총수들이 참석했다.

약 40분에 걸친 이번 면담에서 러트닉 장관은 우리 기업인들에게 적극적인 대미 투자를 권유하며 최소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라는 액수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아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임기 내 투자 성과가 드러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공장 착공 등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다. 미 정부 관계자는 “10억 달러를 투자 의무 기준으로 제시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그 이상이면 신속하게 절차를 밟아 주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같은 날 ‘미국 우선주의 투자 정책’ 각서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각서에서 “첨단 기술 분야에서 동맹의 큰 규모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간소화 절차, 즉 ‘패스트트랙’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0억 달러 이상 모든 투자의 환경 평가를 빠르게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시점에선 IRA 폐지 가능성 낮아

산업계에서는 ‘10억 달러’라는 금액 기준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대기업의 경우 대미 투자 규모가 대부분 해당 기준을 웃도는 만큼, 진정한 패스트트랙은 별도의 협상 테이블에서 정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태원 회장 역시 “필요한 투자는 계속 검토할 것이지만, 미국 측의 인센티브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생산 시설을 원하지만, 투자를 위해서는 합당한 인센티브가 매우 중요하다”며 “세금 인하 등 실효성 있는 혜택이 제공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해서는 미국 투자가 유리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한국과 미국이 함께 활동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짚으며 “AI와 에너지 분야에서 한미일 3국 간 협력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전임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칩스법)에 따라 지급하기로 한 보조금이 폐지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최 회장은 “방미 기간 만난 미국 정계 인사가 약속된 보조금은 계속 집행될 것이라고 밝혔다”며 “미국이 실리를 고려해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4월쯤 보조금 정책을 다시 검토해 발표할 예정이므로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韓 산업부 ‘긴밀한 경제 관계’ 강조

정부도 상호관세 등 관세 조치에서 한국이 제외될 것을 요청하는 동시에 IRA와 칩스법 보조금 등 대미 투자 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미국에 피력 중이다. 이달 17∼20일에는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가 직접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 상무부, 무역대표부(USTR) 등 정부 관계자와 의회 및 싱크탱크 전문가를 면담해 이 같은 한국의 입장을 공식 전달하기도 했다.

산업부에 의하면 박 차관보는 백악관, 상무부, USTRA 등에 한미 양국 간 긴밀한 경제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한국 기업이 대규모 대미 투자로 고용 창출 등 미국 경제에 대해 기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의회 주요 인사들을 면담한 자리에서도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를 기반으로 한미 공급망 연계가 가속화 한 만큼 IRA 및 반도체법 보조금 등 한국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 환경을 지속적으로 조성해 달라고 당부했다는 설명이다.

박 차관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양국 간 거의 모든 품목에 대한 관세가 이미 철폐된 만큼 한국이 상호관세와 철강·알루미늄 등 제반 관세 조치에 포함되지 않도록 요청했다”면서 “아울러 조만간 양국 간 고위급 협의를 통해 주요 현안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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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하기 힘든 한국, 너도나도 탈출 가세 “성장 위해선 해외 진출이 답”

기업하기 힘든 한국, 너도나도 탈출 가세 “성장 위해선 해외 진출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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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삼양·오뚜기 신공장 모두 해외로
“한국 시장, 성장 잠재력 사라져”
유턴 기업 국내 재정착 비율 낮아

국내를 벗어나 해외에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소비재 기업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끝없는 내수 침체와 저출산 등으로 국내 시장이 위축되자, 해외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에는 여타 스타트업 사이에서도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기업 지원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국내 복귀 기업에 대한 혜택 등 기존 지원책의 실효성마저 담보되지 않아 떠나는 발걸음을 붙잡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인건비·물류비 절감, 현지화 측면에서도 유리”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식품 제조업체 CJ제일제당은 헝가리에 1,000억원을 투자해 ‘비비고’ 만두 공장을 짓기 위해 최근 공장 설계에 들어갔다. 해당 신공장은 축구장 16개 크기의 부지(11만5,000㎡)에 최첨단 자동화 생산라인을 갖추고 2026년 하반기부터 가동에 나설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헝가리 신공장을 거점으로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인근 국가로 진출해 유럽 사업을 대형화하는 전략을 펼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여타 식품 제조업체들도 앞다퉈 해외 생산 시설 구축에 나섰다. 전 세계에 ‘불닭 열풍’을 몰고 온 삼양식품은 2027년까지 중국 저장성에 첫 번째 해외 생산기지를 완공할 계획이며, 오뚜기와 SPC는 각각 미국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 공장을 건설한다. 롯데웰푸드도 인도 제과공장 증설을 위해 최근 국내 제빵공장을 매각했다. 한국에 들어서는 공장은 오리온이 충북 진천군에 건설 중인 생산·포장·물류 통합센터가 유일하다.

미래 성장을 위해 해외 진출을 서두르는 것은 비단 식품 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국내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도 미국과 중국 등에 증설을 추진 중이다. 이들은 해외에 공장을 짓는 이유로 인건비와 물류비, 현지화 측면 등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꼽는다. 아울러 시장 상황에 맞게 물량 등을 적시에 조절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특징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전국 소매판매액은 전년 대비 2.2% 줄어들며 ‘신용카드 대란’이 불거진 2003년(-3.2%) 후 21년 만의 최대 감소 폭을 그렸다.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재래시장 등의 판매 금액을 조사해 지수화한 소매판매액은 대표적인 소비 지표로 불린다.

지난해 해외에서 돌아온 국내 복귀(유턴) 기업이 20곳에 불과했다는 점도 국내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사라졌다는 해석에 힘을 싣는다. ‘리쇼어링’으로 불리는 기업 복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매년 평균 300곳 이상의 자국 기업을 불러들인 미국, 해마다 600여 기업이 돌아오고 있는 일본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재계는 한국과 경쟁국의 기업 투자 여건이 천양지차라고 입을 모은다. 한번 고용하면 사실상 해고가 불가능한 노동법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산업재해 발생 시 경영자가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하는 중대재해처벌법 등 이중 삼중의 규제가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조사에서 해외 진출 기업의 95%는 “국내 유턴 의향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성장 위해선 경직된 규제 탈피해야

스타트업 사이에서도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고 기존 한국 법인은 지사로 전환하는 경영 방식인 플립(Flip)이 대세로 떠올랐다. 일례로 서울 테헤란로에 사무실을 운영하던 핀테크 스타트업 A사는 본사를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전했다. 국가 간 결제에 사용되는 온라인 전자결제대행(PG) 서비스 스트라이프(Stripe)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A사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전자금융거래법 규제로 스트라이프를 이용할 수 없다”며 “기존 사업을 지속하는 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사세 확장을 위해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핀테크 스타트업 B사는 싱가포르로 본사 이전을 추진 중이다. B사의 주력 사업 모델은 디지털 자산 및 토큰 발행으로, 가상자산공개(ICO) 등 관련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겨 성장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해당 업체 외에도 열매컴퍼니, 서울옥션블루, 펀블, 바이셀스탠다드, 차지인, 원컵프로 등 다수의 국내 조각투자 및 토큰증권발행(STO) 기업이 연내 해외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대기업 가운데선 현대자동차그룹이 한국 탈출 행렬에 이름을 올렸다. 2023년 기준 현대차는 전체 생산량 399만 대 가운데 204만 대를 해외 공장에서 만들었다. 같은 기간 기아도 289만 대 중 128만 대를 해외에서 생산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해외 생산 비중은 각각 51.2%, 55.6%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미국에만 약 30조원을 추가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노동계에서 “몇십만 개의 일자리가 보장된 도시 하나가 미국으로 빠져나갔다”는 우려가 짙어지는 배경이다.

정부·국회는 ‘한국판 IRA’ 법안 추진

정부와 국회가 ‘한국판 인플레이션 방지법(IRA·보조금 직접환급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핵심 소비재와 유망 스타트업에 이어 수출의 축인 자동차까지 줄줄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국내 산업 생태계가 회복 불능의 수준으로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판 IRA가 시행되면 배터리 업계의 탈한국 행렬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그간 국내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는 정부 보조금 규모가 미국이나 중국 등 경쟁국보다 훨씬 작은 데다, 그나마도 흑자를 낸 이듬해 법인세에서 깎아주는 방식인 탓에 적자기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반면 미국은 배터리 공장 투자액의 30%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킬로와트시(㎾h)당 45달러의 생산보조금을 준다. 중국도 30% 투자보조금에 더해 토지·금융 혜택을 제공한다.

이에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의원 15명이 소속된 ‘국회 이차전지 포럼’은 배터리 공동화를 막기 위해 공장 투자금에 대해 직접적인 환급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조만간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또한 관련 제도 도입을 위해 연구용역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로 발길을 돌린 기업들이 실적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KOTRA에 따르면 2018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국내로 돌아온 유턴기업 107개 중 공장을 재가동한 기업은 27.1%(29개)에 그쳤다. 국내 복귀기업에 대한 금융, 세제지원 등 정부의 유턴 지원책에 기대 발걸음을 돌렸지만, 지원 조건이 까다롭고 최저임금 급상승, 강성노조 리스크 등 각종 부정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경영환경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게 이들 유턴 기업의 일관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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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우군이던 PEF, 가격 이견에 'M&A 균열'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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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그린바이오' 매각
MBK와 입장 차 못 좁히며 불발
PEF와 돈독한 SK도 거래 삐걱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위해 비주력 사업 매각에 나섰지만 사모펀드(PEF·Private Equity Fund)와 몸값에 대한 이견으로 거래가 결렬되고 있다. 유동성이 풍부한 시절 투자했던 현금을 거둬들여 남은 사업에 투입해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좀처럼 눈을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PEF와 줄곧 손을 잡았던 SK나 CJ그룹도 지금은 동상이몽에 빠진 처지다.

CJ·SK, 사업부 매각 난항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그린바이오사업부 매각은 유력한 인수후보였던 MBK파트너스와 가격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CJ제일제당이 먼저 매각 의사를 접었다. 초반 비공식 협상 과정에서 양측의 이견은 최소 3조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IB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원했던 가격은 최소 5조원 이상이었지만 MBK측은 이보다 절반 이하로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며 “애당초 MBK는 사업 확장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격을 더 올릴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CJ그룹은 과거 MBK로부터 CJ CGV의 아시아 법인 투자를 유치한 인연이 있는데, CJ그룹은 초반부터 협상해 온 MBK 측과 막판까지 조율이 어려워지자 실망감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번 매각에 정통한 관계자는 “MBK 측은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공식적으로 가격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 중 가장 활발하게 PEF와 거래하는 SK그룹 역시 SK에코플랜트 매각 과정에서 냉담한 반응을 체감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과거 PEF로부터 폐기물 기업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면서 몸값을 높였다는 볼멘소리를 듣기도 했는데, 이제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폐기물 자회사를 매각하기 위해 미국 PEF 콜버그츠래비스로버츠(KKR)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KKR는 약 2조원을 제시한 반면, SK에코플랜트는 2조5,000억원 이상을 요구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SK에코플랜트는 칼라일그룹, 케펠 등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칼라일그룹은 인수 의향이 낮고 케펠은 보유한 펀드 자금이 최대 1조4,000억원 안팎에 불과해 더 높은 가격을 제안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계약 체결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된 사례도 있다. 효성화학은 지난해 11월 특수가스사업부를 팔겠다고 내놨다가 IMM프라이빗에쿼티-스틱 컨소시엄과 협상을 스스로 철회했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 부채만 1조원이었던 효성화학은 결국 계열사 효성티앤씨에 매각해 9,200억원의 자금만 확보했다.

출렁이는 시장, 기업가치도 양극화

전문가들은 PEF들이 몸을 사리는 배경에 밸류에이션 양극화가 있다고 분석한다. 호재를 타고 기업가치를 사수하면서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1~2년 새 기업가치가 몰라보게 빠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기업들도 있어서다. 이처럼 밸류에이션 양극화가 짙어진 상황에서 거품이 낀 기업가치 책정은 당분간 없을 것이란 게 시장 중론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유동성이 지금보다 나아지더라도 이전과 같은 투자 쏠림 현상은 지양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결국 회사를 바라보는 본질적인 경쟁력이 어느 수준인지 증명하고 평가받는 게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 매각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PEF들이 몸을 사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다수 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재무적투자자(FI)가 아니라면 대규모 자금 투자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전략적투자자(SI)가 아니라면 PEF 운용사는 다른 FI나 해외 자본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경영권 분쟁에 뛰어드는 PEF들

PEF 운용사들이 경영권 분쟁에 잇따라 뛰어드는 것도 같은 이유다. 자금 회수가 녹록지 않다 보니, 주주 장악력이 취약한 기업의 경영권을 노려 단기간에 이익을 내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MBK 같은 PEF는 국내 자본시장에서 대표적인 모험 자본이다. 자금력이 부족하지만 역량 있는 기업에 과감히 투자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게 2004년 PEF 설립을 허용한 이유였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해외 PEF가 국내 기업을 마구잡이로 인수하는 것에 대응하는 차원도 있었다.

다수의 PEF는 최근까지 기업과의 건전한 긴장 관계 속에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금을 투입하고 오너 일가 대신 구조 조정을 하며 경쟁력을 높였다. 주요 주주로서 기업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례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 한국타이어,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 사건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PEF의 역할이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두 회사 모두 최근 배당을 늘리는 등 주주 친화 정책을 쓰고, 실적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경영진 지분율이 낮다는 이유로 경영권 공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국내 다수 기업에선 창업주의 3~4세로 경영 승계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상속·증여 부담 등으로 오너 일가 지분율이 줄어들고 있어 제2, 제3의 고려아연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기업 경영권 분쟁이 생길 때마다 정해진 기간 내 수익을 챙겨야 하는 PEF 등이 개입하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불확실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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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장비 업체 中 매출 급감, 수요 줄어들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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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반도체 장비 업체, 대중국 수출 실적 줄줄이 악화
반도체 장비 확보에 열 올리던 中, 향후 수입 축소 전망
中 현지 반도체 장비 제조사, 정부 지원 발판 삼아 '급성장'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대중국 매출 비중이 급감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본격화하며 거래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지난 수년간 반도체 장비 물량 확보에 힘 쏟던 중국이 수입 규모를 줄이고, 본격적으로 자립에 속도를 내면 향후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실적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위축'

22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미국의 주요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중국 매출 급감을 보고하면서 수출 규제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춘에 따르면 미국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의 최근 분기 대중국 매출은 22억 달러(약 3조1,360억원)로, 같은 기간 전체 매출(72억 달러)의 31%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1년 전 45%에서 눈에 띄게 감소한 수치다. 브라이스 힐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에는 중국 매출 비중이 1분기보다 약 5%포인트 더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램리서치의 2024년 9~12월 중국 매출 역시 전년 대비 10% 감소한 14억 달러(약 1조9,960억원)를 기록했다. 중국의 매출 기여도도 1년 전 40%에서 31%까지 떨어졌다. 램리서치는 실적 보고서를 통해 "우리에게 중요한 지역인 중국 고객들에 대한 판매가 영향을 받았다"며 "미·중 무역 관계에서 수출 허가 요건과 기타 규제 변경 또는 정부의 다른 조치들로 인해 (대중국 수출이) 앞으로 중대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물량 확보' 움직임 끝났나

시장에서는 향후 이들 기업을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실적 하락세가 한층 뚜렷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외국산 반도체 장비 물량 확보에 힘을 싣던 중국이 향후 수입 규모를 축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중국 기업들은 반도체 장비를 대규모로 매입했다"며 "미국의 규제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이를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물량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수년간 주요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대중국 매출 비중은 빠르게 확대돼 왔다. 무역안보관리원 학술지에 게재된 ‘미국, 네덜란드, 일본의 반도체 수출 통제 개편이 중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 수급에 미친 영향’ 논문에 따르면, 일본 기업 도쿄일렉트론(TEL)의 대중국 매출 비중은 2022년 20~25% 수준에서 2023년 30~40%로 상승한 뒤 지난해에는 45%까지 늘었다. TEL은 건식 식각 분야에서 램리서치와 함께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한 기업이다.

노광기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네덜란드 ASML의 대중국 매출 비중 역시 2022년 4분기 10% 안팎에서 2023년 40%대로 급상승했고, 지난해에는 40% 중반대까지 확대됐다. 미국의 검사 장비 기업 KLA도 2022년 20~30% 초반 수준이었던 대중국 매출 비중이 40%대로 올랐다.

문제는 이 같은 중국의 물량 확보 움직임이 최근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중국은 지난 수년간 대규모 반도체 장비 물량을 확보하며 생산 능력을 강화했고, 그동안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도 꾸준히 강화됐다"며 "중국 입장에서는 더 이상 무리한 '사재기'를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짚었다. 시장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는 중국의 올해 반도체 장비 구매액이 지난해(410억 달러) 대비 약 6% 줄어들고, 중국의 반도체 장비 구매 점유율이 지난해(40%)의 절반 수준인 2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중국의 반도체 장비 자립

중국의 반도체 자립 시도 역시 향후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는 해외 반도체 기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국 반도체 장비 업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중국 정부가 조성한 자본금은 1기 펀드 1,387억 위안(약 27조2,800억원), 2기 펀드 2,042억 위안(약 40조1,630억원), 3기 펀드 3,440억 위안(약 67조6,600억원) 등 총 6,869억 위안(약 136조5,620억원)에 달한다. 이 중 3기 펀드에 조성된 자본금은 반도체 장비와 소재 등을 육성하는 데 집중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실적도 빠르게 개선되는 추세다. 중국 최대 반도체 장비 기업인 나우라 테크놀로지의 지난해 잠정 순이익은 51억7,000만 위안(약 1조280억원)~59억5,000만 위안(약 1조1,83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최대 53% 증가한 수준이다. 중국 ACM리서치도 지난해 잠정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최대 51% 증가한 56억 위안(약 1조1,130억원)~58억8,000만 위안(약 1조1,69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첨단 공정 개발에 집중하며 대만 TSMC에 장비를 공급하는 데 성공한 중국 AMEC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90억6,500만 위안(약 1조8,020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의 반도체 장비 내재화율은 20%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레거시(구형) 반도체 장비 자급률은 이미 90%에 육박했으며, 연구개발(R&D) 투자에 따른 첨단 공정 기술 개발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반도체 규제가 한층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부터 내재화율이 급등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한편에서는 올해 중국의 반도체 장비 내재화율이 최대 50%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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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030 취업 시키는 방법? - 나라 망한거 인정하고 Remote로라도 해외 취직 시켜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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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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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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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올해 4월부터 시작하는 SIAI 예비과정에 들어오겠다는 학생 6명과 3~4시간 정도 피자 깔아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그간 재학생들에게 들었던 내용들의 복사판이라 크게 새로운 부분은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뭘 해도 한국에선 취직이 안 된다는 패배감이 요즘 2030 사이에 가득 들어차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위의 기사에 나온 2030 구직 포기자 75만명 숫자는 아마 현실을 잘 반영해주면서도 동시에 현실을 전혀 반영해주질 못할 것이다. 그냥 쉬는 인력이 저렇게 많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몇 백만 명의 2030이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타협을 하고 있고, 그 타협이 '먹고 사니즘'과 맞닿아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 학생들에게 했던 말 중에, 지난 2023년에 받았던 학생들이 졸업하는 올 늦여름을 끝으로 더 한국에서 운영 안 할려고 했다, 미국, 유럽의 탑스쿨 프로그램 갖고와서 가르쳐봐야 욕만 먹고, 한국 교육이 이상하다고 지적하니 음해하고, 기초 통계학 응용부터 가르친 교육 자료가 나가니 '데이터 과학'이 아니라 '경제학' 가르친다고 놀리기만 하는데, 기초 교육부터 안 되는 수준인 나라라는 걸 잘 보여준다는 뜻 아니겠냐, 뭐 하러 여기서 더 시간을 쓰냐고 생각했었다고 그랬었다. 사실 올해도 시켜서 하는거지, 내 의지로 하는 건 아니라고.

이미 중국에 추월 당했는데, 뜯어 먹을게 뭐 있다고 여기 붙어 있나

이미 여러차례 이야기 한대로, 한국은 이미 중국에 추월당한 나라다. '한국인이 15억명 모이면 중국인'이라는 국내 커뮤니티 속설에 담겨 있듯이, 그들도 우리랑 비슷하게 남의 콘텐츠 빨리 베껴서 추월하는 전략에 능한 나라고, 실제로 그 전략으로 우리를 지난 30년 정도 동안 엄청난 속도로 추격했다. '이젠 다 따라잡혔다'는 수준이 아니라, 탑 라인 뿐만 아니라 기초부터 밀린다고 봐야될 수준이라는 좀 솔직한 보고서가 나왔나보더라.

왜? 이제 10년 가까이 열심히 외쳤던대로, 한국 돌아와보니 한국은 기초를 쌓는데 신경도 안 쓰고 살더라. 그저 남의 회사에서 쓴다는 코드 베껴서 쓰면 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는데, 어떻게 한국이 베끼기 전문가 중국과 기술 격차를 유지할 수 있나?

“딥시크가 오픈소스로 공개한 기술적 노하우를 활용하면 수조원에서 십수조원 규모만 투자하더라도 ‘씽킹(추론 기반) AI’ 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오픈소스로 공개한 기술적 노하우를 활용하면' 이라는 표현에 대한 판단은 당신들의 몫이다.

위의 기사 같은 이야기가 나올만큼 이제 개발자 뽑는 시장이 축소됐다는 걸 대부분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한국 경제가 돌아가는 분위기를 봤을 때, 중국에 대부분의 산업을 다 뺏기는건 시간 문제라고 보인다.

사모펀드들이 열심히 대기업 계열사들을 안 사주게 된 이유도,

이게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못 팔 것 같으니까, 가격이라도 싸게 사야지 수익을 남겨 먹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경제 망한 남유럽, 동유럽 애들처럼 '탈출' 준비해야지

열심히 탈출 준비를 하면서 내가 제일 먼저 했던 건 회사 IT시스템을 모두 '자체 제작'이 아니라 '오픈 소스 기반'으로 옮긴 것이다.

블로그 용도로만 쓰던 WordPress를 언론사에 붙여봤다가, 플랫폼 자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걸 깨닫고 결국 Drupal로 옮겨탔고, SIAI 교육은 Moodle로, 회사 내부 커뮤니티 운영은 NextCloud로, 월급부터 각종 인원 관리용 ERP는 ERPNext로 갈아탔다. 그 와중에 커뮤니티 시스템은 Discourse로, AWS의 S3는 자체 Min.IO로 갈아탔고, 해킹을 여러번 당하다가 내 눈 앞 L2 머신에 Router OS를 깔아서 보안용으로 나온 해외 오픈소스들을 쓰는 방식으로 바꿨다.

오픈소스가 비용은 0원이어도 각각의 시스템이 만드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열심히 구글링을 해 보면 '개발 문서'가 다 있고, 그들도 자기네 오픈소스를 키우고 싶어서 커뮤니티도 만들고, 여기저기 자료들을 많이 뿌려놨더라. 개발자들 시켜놓으면 영어 문서 읽고 이해하는 속도가 느려서 일 처리가 더딘거에 불만이 많았는데, 다 내보내고 나 혼자서 극복하느라 좀 힘들었던 시간을 지나고 나니 요즘은 편하다.

더 중요한 건, 뭘 해야되는지 그림이 그려지니까, 해외 프리랜서들한테 일을 구체적으로 지정해서 던져줄 수가 있게 됐다.

일을 받아가는 프리랜서 개발자들, 디자이너들의 국적은 거의 대부분

  • 남유럽, 동유럽, 터키, 인도 (및 파키스탄), 동남아

정도다. 자국에 산업이 없으니까 일찌감치부터 해외로 눈을 돌렸고, 해외 시장에서 많이 쓰이는 각종 오픈소스들에 대한 경험치가 적게는 수년간, 많게는 수십년간 누적된 개발자들도 많다.

남유럽을 제외하면 국민 소득이 연간 5,000달러가 안 되는 곳도 많고, 덕분에 급여를 많이 주지 않아도 그 분들은 굉장히 고가의 급여를 받는다고 생각하고 일을 한다. 남유럽도 청년들 실질 실업률이 한국보다 높은 나라들이라서 '먹고사니즘' 관점에서 저가 수주 경쟁에 뛰어든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번 기억나는 사건은, 아이슬랜드에 있다는 폴란드 애가 간단하게 콜을 하고 일을 하자고 그래서 대화를 시작했는데, 자기 팀 애들 국적을 읊는데 다들 남유럽 애들이더라.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모두 2011년에 내가 런던에서 경제 망한 나라들 은행 네트워크 시스템 붕괴 모델 만들 때 열심히 자료를 찾던 나라들이다. 나라가 망한지 10년이 넘으니까 젊은 애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500만원짜리 프로젝트 수주할려고 나한테 세일즈 미팅을 해야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WordPress를 쓰던 시절에 만났던 개발자들은 거의 대부분 동유럽 사람들이었고, 심지어 질문에 답변해주는 Q&A 팀은 중동에서 동유럽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몰려있었다.

업무를 던지는 플랫폼이 WordPress보다 좀 더 고급인 Drupal과 NextCloud로 바뀌니까 서유럽 애들도 간간히 나타나는데, 그래도 대부분은 여전히 위에 언급한 지역 인력들이 대부분이다.

WordPress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오픈소스들도 사실 저런 저가 노동 시장의 진입이 없었으면 지금만큼의 성공을 만들어내진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자기 나라가 망했으니', 일찌감치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렸던 덕분에 이렇게 새로운 노동 시장을 찾게 됐다.

한국도 이제 경제 망한 나라 됐다고 생각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지난 2018년부터 이제 만 7년이 넘게 한국 시장에서 AI/Data Science를 쓰는 방식이 완전히 틀렸다, 기초부터 0점이다, 이건 코드 복붙에 불과하고,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수 없이 반복하고 살았다.

열심히 떠들어봐야 바뀌지 않았고, 이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한국은 끝났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들이 '꿀 빠는' 직장이라고 생각하는 대기업, 공기업도 몇 년 지나지 않아 남유럽처럼 10년간 끝나지 않는 구조조정에 빠질 것이다.

안타깝지만 그 좁은 문을 비집고 들어가서 '꿀 빠는' 인생을 살 수 있는 분들 아니면 이젠 동유럽, 터키, 인도, 동남아 애들하고 싸우는 시장에 가야 한다. 코로나 덕분에 재택근무로 '꿀을 빨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기업들이 해외의 더 저렴한 노동력으로 갈아타버릴 수 있게 되는 '부작용'도 함께 따라왔다. 당신들 중에 아주 일부만 한국인 직원이 필요해서 채용해야 하고, 그 외에는 해외 저렴한 인력을 쓸 수 있는 시장이 됐으니, 정작 기업이 '꿀 빠는'노동 시장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6070이 30년 전에 IMF 구제 금융을 맞을 때부터 기어를 갈아넣었어야 했는데, 중국 시장이 열리면서 '꿀 빠는' 시절을 보냈고, 그래서 고쳐야 된다는 목소리가 묻혔다. 4050은 윗 세대보다 노동 시장 진입이 힘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불편하게나마 타협할 수 있는 자리들은 있었다. 그런데, 4050 중에 깨어있는 목소리들이 도전해도 무차별하게 짓밟았던 6070의 그 고루한 시스템이 이제 수명을 다했다. 최소한 중국 애들이 더 이상 안 사준다. 결국 6070의 성공이 2030의 목을 조이는 나라가 됐다.

What got you here won't get you there

우리 회사도 시스템을 글로벌 시장 전용으로 바꾸는데 고통의 시간이 필요했던만큼, 기업들이 당장은 아까운 시간을 버리겠지만, 시간 싸움이지 기술적인 도전은 없는 영역이 됐다. 이미 코로나를 거치며 필요한 도구들은 거의 다 개발이 됐거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기업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빠른 속도로 한국을 버릴 것이다.

지금 4050은 6070이 됐을 때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이 많을텐데, 2030은 더 늦기 전에 한국이 망한 나라라고 생각하고 미리부터 탈출 준비를 잘하면 어쩌면 나한테 프로젝트 수주하던 남유럽, 동유럽, 터키, 인도, 동남아 애들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얻기는 할 것이다.

참고로 WordPress -> Drupal 이전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말레이시아의 Drupal 전문 개발자는 자기가 1년에 버는 돈이 20만 달러가 조금 넘는다고 그랬었다.

'가우스 안 쓰는거 다 아는데, 그냥 챗GPT 쓰라고 하세요'

삼성이 오픈AI를 따라서 만든 '가우스'라는 이름의 '삼성LLM'이 있다. LG도 'LG LLM'이라고 불리는 모델이 있고, 주요 대기업들이 H100 물량을 엄청나게 사들이더니 우후죽순처럼 자체적으로 LLM 모델을 만들어놨더라. 챗GPT 쓰면 기업 기밀이 빠져나간다고 자체적으로 만들라는 지시가 윗 선에서 내려왔을 것이다.

마침 메타에서 LLaMA를 오픈소스로 뿌렸고, 그걸 보고는 '라이브러리'가 생겼으니 '붙여서 만들면 된다'는 생각으로 개발 팀이 자신있게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개발자들이 가장 원하는 건 '갖다 붙일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이 쓰는', 그래서 '남들도 다 쓴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라이브러리'거든.

SIAI 학생들이 이렇게 이야기 하더라.

AI에 뭐 투자해봐야 아무것도 안 된다는 걸 깨닫던 시점에 챗GPT가 마치 구세주처럼 나타나서, 그 때까지 성과 못 내던 컴공, 산공 박사들한테 생명줄이 된 것 같았는데, 2년 투자해서 자체 LLM 만들어내니 교수님이 예상하신대로 쓰지도 못하는 걸 내놨단 말이죠

지난달에 이제 딥시크가 오픈소스를 내놨으니, H100을 많이 안 써도 똑같은 걸 만들 수 있다면서 역시 또 코드 복붙을 할 것이라고 우스개로 답변해줬었다. 아니나 다를까,

“딥시크가 오픈소스로 공개한 기술적 노하우를 활용하면 수조원에서 십수조원 규모만 투자하더라도 ‘씽킹(추론 기반) AI’ 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정작 한국어 콘텐츠와 시장 상황에 맞도록 데이터와 LLM 모델을 뜯어 고칠 생각은 안 하고....

최근에 삼성에서 나온 이야기로 이재용 회장이 임원들 회의에서

가우스 안 쓰는 거 다 아는데, 그냥 챗GPT 같은 외부 솔루션 쓰라고 하세요

라는 표현을 썼다는 이야기를 관계자들에게 전해들었는데, 그 이야기를 SIAI 학생들끼리 하던 중에 삼성 직원 하나가

무슨 수학자 이름이 왜 삼성이랑 관계있지? 우리 회사는 수학이랑 관계 없는데.... 싶다가 아~ '가우스' 나왔다고 쓰라고 했는데 아무도 안 썼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억이 나더라구요

라며 농담을 했었다. 이런 사정은 다른 대기업들도 다르지 않다는 걸 여러 소스를 통해 전해 듣는다. 예전에 Toy model을 만들면서 겪었던 사건이 있는 만큼 결과물을 어느 정도 예상하기도 했고, 그간 국내 개발자들을 채용하면서 알게 된 한국인 개발자들의 사고 구조와 프로젝트 운영 방식을 봤을 때, 그들이 LLaMA를 어떻게 수정해서 썼을지 대략 짐작이 된다.

우리나라는 공대 교육 자체가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무리 '공돌이 갈아넣어 봐야' 별 수 없다고 얼마나 많이 이야기 했었나?

결국 위의 선택이 가장 합리적인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남유럽 따라가서 동유럽, 인도, 동남아 애들이랑 싸울 준비해야

예전엔 경쟁이 글로벌이 아니었다. 그래서 IQ가 100이상이면 '꿀 빠는' 직장에 취직할 수 있었다. 50%가 취직한 셈이다. 남녀 경쟁도 없었으면 25%가 취직했다.

이젠 경쟁이 글로벌이다. 글로벌에서 채용 가능한 기업이면 IQ 120이상만 채용해도 같은 숫자를 채용할 수 있게 됐다. 거기다 여성 운동으로 성차별도 거의 없다. Remote라면 더더욱.

그 경쟁에서 탈락하는 기업은 채용을 못할테니,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저 기준 숫자는 더 올라갈 것이다.

우리나라가 고급 교육을 제대로 시키는 나라였다면, 대학들이 내가 말했던 개혁을 할 수 있었다면, 우리도 중국처럼 미국이랑 맞짱뜨는 고급 상품 시장을 열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런 도전에 완벽하게 실패했다.

이제 우리는 중국이 20년 전에 들어가던 시장, 지금 동유럽, 인도, 동남아 애들이 자리 잡고 있는 시장, 남유럽 애들이 10년 간 뚫고 들어가려던 그 시장으로 눈 높이를 낮춰야 한다.

받아들이기 괴롭다. 마치 망한 기업이 알짜 자산을 파는 것처럼. '말뫼의 눈물'이 생각날 정도다.

근데, 모든 걸 다 떠나서, 국내 대학 교육 수준이 그것 밖에 안 되잖아?

지난 20년 동안 그런 인력만 길러냈잖아? 콜라파고스(Korea + Galapagos) 상태로 20년을 보냈잖아?

GIAI India로 할려던 사업 모델 - 개발 프로젝트 수주 사업

원래 SIAI를 설립할 때 유럽 친구들이 목표는 '대학교'가 아니라 '연구소'였다. 굳이 따지면 '연구소 부설 대학교' 설립을 지원해 줄테니, 몇 년 후부터 '연구소'를 돌릴 수 있도록 미리 '대학교'를 키워달라는 것이었다.

내가 교육 수준에 단 1g도 타협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 친구들도 그렇게 날 믿어줬고, 기대치보다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논문 10개 남짓이 뽑혔다. 앞으로 몇 개나 더 추가될지 모르겠지만, 아마 한국 땅에서 남은 학생들 '멱살 잡고 끌고'가도 GIAI/SIAI 조직에 20개 이상의 논문을 기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시험 문제를 논문을 재구조화해서 만들었어도, 문제만 풀어서는 안 되고, 논문을 쓸 수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던 건 물론 내 교육 철학이다. 배운 걸 응용 못하면 회사 가 봐야 국내 인력들처럼 코드 복붙만 하고 있을테니까. 다만, 내가 왜 그렇게 교육 철학을 굽히지 않았느냐, 왜 돈 안 되는 '자원봉사' 소리 듣는 교육을 붙잡고 있었느냐에 대한 질문에, 위의 사정으로 어느 정도 해명이 됐으면 한다.

지난해 초, SIAI 소유권 문제, 향후 운영 방침에 대한 교통정리가 어느 정도 되고 나니, 그 친구들이 계획했던 '연구소' 사업의 또 댜른 전 단계로 GIAI India를 만들어서, 그쪽의 개발 인력들을 묶은 팀을 만들고, 그 팀이 GIAI의 Credential을 이용해서 저급 개발 프로젝트를 쉽게 따가는 일종의 Licensing 사업 이야기가 나왔다.

실제로 내가 인도에 외주를 줄려고 보면 주소가 2개 있는데, 하나는 인도지만 나머지 하나는 New York 인 경우가 많다. 그래도 홈페이지 콘텐츠가 별로 대단하지 않기 때문에 인도 애들이 미국에 페이퍼 컴퍼니만 만들어놨겠구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우리는 고급 교육을 해서 만들어낸 학술 저널(JMDS), 그런 교육을 제공하는 대학(SIAI)도 있고, EduTimesMDSA(사단법인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학회) 같은 글로벌 저널, 학회 같은 조직이 덧붙여져 있으니 충분히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실컷 고생해서 다 만들어놓고나니 밥 숟가락.....읍읍...)

인도 조직들이 Licensing 사업 조건으로 대부분 SIAI 학위를 거저 먹으려고 들어서 협상 진전이 잘 안 되고 있는데, 인도 애들의 깐깐한 요구 조건을 들어주느니, 그냥 한국에서 인도 같은 사업을 돌리면 어떨까는 생각을 한번 해 봤었다.

인도에 우리가 연락하는 팀들은 거의 대부분 학원을 하나 갖고 있다. 그 나라 기준으로 비싼 학비를 내고 3개월, 6개월, 1년 과정을 듣고, 시험을 쳐서 합격하면 프리랜서 개발자로 플랫폼에 등록해주고, 외주 프로젝트를 따서 월급을 주는 시스템이다. 대학교 학위는 아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를 벌어 올 수 있는 시장이다보니 급여 수준이 달라서 인도 학생들의 적극성이 높은 것 같아 보였다.

가르치는 내용을 보면 한국처럼 Java SpringFrameWork 가르치는 곳은 아예 없고, 글로벌 시장에서 제일 많은 쓰는 PHP로, 그 위에서 돌아가는 WordPress, Moodle, Drupal 에서 어떻게 플러그인을 만들고, Python으로 돌아가는 ERP인 Odoo, ERPNext 같은데서 플러그인 어떻게 만드는지가 주력 교육이더라.

좀 말을 바꾸면, 학술적인 도전, 고급 기술 도전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제일 많은 시장에서 적당한 역량을 갖춘 후, 가격 경쟁력을 갖고 들어가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내가 고객 입장에서 그들의 서비스를 써 보면서, 아쉬운 점도 많았고, 또 사기도 많이 당했지만, 한편으론 그 교육이 B급 인력들로 글로벌 시장을 뚫고 가는 열쇠라는 인식도 생겼다.

GIAI Korea 밑에도 GIAI India로 하려던 그 사업 돌려보면 안 될까?

인도 애들의 저 사업 모델을 한국에서 돌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지는 사실 오래 됐다.

취직 안 된다고 울고 있는 2030 애들이 '한국은 이제 진짜 망했다'는 인식을 갖고, 남유럽 애들이 그랬던 것처럼, 동유럽, 인도, 동남아 애들하고 싸우는 시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안 할 것 같더라. 우리나라는 무조건 '대기업', '대기업', '대기업' 이렇게 노래 부르는 애들만 모인 나라잖아.

언어 장벽도 큰 문제다. 유럽 애들은 영어와 언어가 비슷하니까 어느 정도 극복했고, 인도는 영국 식민지 출신이라 그게 되는데, 심지어 동남아도 태국 빼면 유럽 국가들 식민지 경험이 있어서 고급 교육 기관 출신이면 유럽 언어가 익숙한 편인데, 한국은..... ('신은 조선에게 2번의 기회를 주었다, 신미양요와 거문도 사건' - 이라던 스누라이프의 어느 댓글이 문득 떠오른다)

그간 생각해 본 건 영어 잘하는 애 1명이 세일즈를 전담하고, 그 뒤에 영어로 읽기는 문제 없는 개발/디자인 인력을 10명 정도씩 붙여주는 시스템이다.

경쟁 시스템으로 영어 잘하는애 3~5명이 프로젝트 총괄을 맡으면서 컨설팅 기업 파트너처럼 프로젝트 수주와 인원 관리를 다 맡으며 수익을 20~30% 정도 갖고 가고, 나머지 개발 팀이 70~80% 갖고 가는 모델이 되면 되지 않을까는 생각을 한번 해 봤는데, 한국에서 이게 될지 가늠이 안 된다.

학원 교육은 국내 IT학원들처럼 Java SpringFramework 이런거 가르치지 말고, 첫 날부터 서버 컴퓨터 하나 던져주고 LAMP Stack으로 WordPress 설치해봐라, 응용 문제로 LEMP 위에 설치해봐라, PHP 버전 바꿔봐라, Redis cache 설정해보고 싶다, PHP-Redis말고 Relay가 더 빠르다던데....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걸 생각해봤는데, 가까운 친구가

개발자 애들 커뮤니티에서 허접 교육이라고 욕을 바가지로 먹는 와중에, 정작 다음 날이면 학생들 싹 사라져 있을 거

라고 주의주더라. 근데 인도 애들 진짜 그렇게 학원 운영하더라니까...

내가 프리랜서 뽑을 때 던졌던 프로젝트들로 3달, 6달 교육 시키고 나면 앞으론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랜서 쓰는데 드는 돈을 한국에 뿌릴 수 있을텐데...

SIAI왔던 한국 학생들 갈궈서 논문도 다 한국에서 뽑았는데, GIAI 서비스도 절반은 한국 팀의 공인데, 그 Credential로 한국이 돈을 못 벌고 인도 애들이랑 유럽 애들한테 돈을 갖다 바친다는게 너무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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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