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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대신 방공·전차” 생존 시급한 독일 車 거물들, 방산으로 체질 전환 가속

“자동차 대신 방공·전차” 생존 시급한 독일 車 거물들, 방산으로 체질 전환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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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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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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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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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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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이어 벤츠까지 방산 가세
유럽 안보 위기 속 유휴 공장 군수 전환
국방비 증액·규제 완화로 대내외 환경 우호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로 유럽 대륙의 안보 불안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세계 최고급 자동차 제조사인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가 군용 장비와 방위 산업 부문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이는 전동화 전환 지연과 중국 시장에서의 고전으로 실적 압박을 받는 독일 자동차 업계가 방위 산업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으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벤츠, 자동차 부진에 방산 진출 시사

17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뷰를 통해 "유럽이 방산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우리가 그 과정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타당성이 있다면 국방 생산 분야에 진출할 의향이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칼레니우스 CEO의 이번 발언은 수년간 침체돼 있던 독일 제조업계가 서방의 방산 물자 공급에 있어 주요 주체로 자리매김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나왔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미국 관세 비용으로만 12억 달러(약 1조8,000억원)에 이르는 지출을 기록했으며, 이 여파로 연간 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나는 경영 위기를 맞았다. 특히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현지 고성능 전기차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공장 가동률이 급감하자, 이를 타개할 전략적 시장으로 방산 분야를 낙점한 것으로 분석된다.

칼레니우스 CEO는 "자동차 기업의 가장 큰 강점은 고품질 정밀기계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방산 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소수에 그치겠지만, 수익성을 보장하는 핵심 틈새시장이 될 수 있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미 지난 2021년 대형 군용 트럭을 생산하는 트럭 부문을 분할해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클래스의 군용 모델을 세계 군대에 납품해 온 경험을 갖고 있다.

이번 발언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벤츠 공장의 향배도 깔려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합작 방산 업체인 KNDS는 베를린 인근에 위치한 벤츠 주요 생산 기지인 루드비히스펠데 공장 인수를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KNDS는 유럽연합(EU)의 무기 수요 증가에 대응해 새 생산 라인에 1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스프린터 밴 차체를 생산하는 루드비히스펠데 공장은 오는 2030년까지 생산 라인을 폴란드로 이전할 예정이며, 양사는 약 2,000명의 직원을 KNDS로 고용 승계하는 방안을 포함해 여러 거래 조건을 논의 중이다.

폭스바겐·BMW·셰플러 등도 방산 전환으로 활로

유럽 자동차 업계의 방산 진출은 메르세데스-벤츠만의 일이 아니다. 씨티은행 애널리스트들이 최근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행보를 두고 "자동차 외에는 무엇이든(Anything-but-cars) 전략"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피벗(Pivot) 움직임이 가파르다. 프랑스 르노는 방산기업 튀르지·가야르(Turgis & Gaillard)와 협력해 군사용 무인기 프로젝트 ‘초러스(Chorus)’에 참여하며 군용·민간용 드론 생산으로 발을 넓혔고, 독일 부품사 셰플러(Schaeffler)는 독일 AI 드론 기업 헬싱(Helsing)과 손잡고 연간 1만~2만 대 수준으로 시작해 중장기적으로 연 10만 대 규모까지 드론 생산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폭스바겐은 이스라엘 방산기업 라파엘(Rafael)과 미사일 방어체계(아이언돔 등)용 부품 생산을 논의하고 있으며, 독일 오스나브뤼크 공장을 미사일 방어 부품 제조 시설로 전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BMW 역시 장갑차급 방탄 기술을 민간 차량을 넘어 군용 플랫폼으로 확장 중이다. 여기에 독일 최대 방산 기업 라인메탈이 경영난을 겪는 자동차 부품 공장을 방산용으로 전환하거나 숙련된 인력을 흡수하려는 움직임까지 더해지며, 독일 내에서는 완성차 제조 역량을 방위 산업으로 옮기는 전략적 사업 피벗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방산 전문 매체 브레이킹 디펜스 분석에 따르면, 대다수 완성차 업체는 전차·자주포 같은 완전 무기 체계를 직접 생산하기보다는 차량 플랫폼·차체·전력·배선 시스템·전자부품 등 ‘덜 핵심적인 부품’ 공급자로 참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기존 자동차 생산에서 축적한 고급 제조기술과 복잡한 공급망 관리, 대량생산 노하우를 군수 생산으로 수평 이전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캐나다, 미국 대신 EU와 방산 협력 추진

유럽 자동차 산업의 방산 전환을 견인하는 가장 강력한 동인은 급격히 늘어나는 국방비다. 독일 연방정부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2% 목표를 맞추기 위해 국방 예산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에 따르면, 독일은 2026년 예산안에서 국방비를 전년 대비 32% 늘린 837억 유로(약 132조원) 수준으로 편성했으며, 이후 지침에서는 2027년 국방 예산을 약 28% 추가 확대해 1,000억 유로(약 175조원)를 넘기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는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3.1%에 해당하는 규모로, 전후 독일 안보정책 변화의 상징적 숫자로 평가된다.

방위 산업 전환을 위한 환경도 우호적으로 조성되고 있다. 특히 독일과 EU의 규제 완화로 방산 업체들의 자본 조달이 수월해지면서 유럽의 벤처캐피털(VC)이 방위 산업에 투자한 자본의 90%가량이 독일 기업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EU 차원에서도 ‘ReArm Europe’ 이름으로 수백억~수천억 유로 규모의 방산·군수 생산 역량 강화 패키지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독일 정부가 올해 초 시행한 연방군 계획 및 조달 가속화법(BwPBBG)은 민간 제조업체의 상용품(COTS)과 검증된 민간 기술을 군수조달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문턱을 낮췄다. 그 결과 자동차·기계·전기·전자 기업이 방산 공급망에 진입하기 쉬운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수출 전망도 긍정적이다. 지난 3월 17일 앨리사 골버그 주이탈리아 캐나다대사는 이탈리아 재무·외교·국방·기업부 장관들에게 이탈리아 및 EU와 국방산업 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는 메시지를 긴급 사안으로 전달했다. 서한에는 캐나다가 EU의 재무장 계획에 협력하기 위해 이탈리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EU는 EU 가입 신청국 또는 후보국, 혹은 EU와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한 국가의 무기만을 구매할 수 있다. 한국·일본·노르웨이·알바니아·북마케도니아·몰도바·우크라이나·튀르키예 8개국이 이 조건에 해당한다.

이에 캐나다는 EU와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해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의사를 EU 회원국인 이탈리아에 드러낸 것이다. 골버그 대사는 "드론, 위성통신, 로봇공학, 인공지능(AI), 사이버보안 등 첨단 방위 기술과 니켈, 코발트, 리튬 등 재생에너지 시스템에 필요한 캐나다의 대규모 중요 광물 등을 제공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 대가로 캐나다는 EU산 무기 구매를 늘릴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골버그 대사는 "유럽 공급업체로부터 조달할 가능성이 있는 잠수함 12척, 추가 전투기, 전차 등을 포함해 단기 조달을 통해 여러 핵심 역량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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