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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IT 격전지 인도, 빅테크 투자 뭉칫돈

새로운 IT 격전지 인도, 빅테크 투자 뭉칫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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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AI 테스트베드로 인도 선호
MS·구글 투자한 벵갈루루·텔랑가나주
'인도 실리콘밸리'로 급부상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인재 확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인도가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나 볼 법한 복지 시설을 갖춘 캠퍼스들이 인도 곳곳에 들어서는 등 인재 유치를 위한 환경 조성에도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인도 시장 진출 구글, 1호 오프라인 매장 및 캠퍼스 오픈

24일(이하 현지시간) IT 매체 폰아레나에 따르면 구글은 애플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인도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 계획이다. 앞서 애플은 2023년 뭄바이에 첫 애플스토어를 열었으며 이후 뉴델리에 추가로 매장을 열었다. 구글은 현재 인도 내 첫 매장 위치를 선정 중인데 뉴델리와 뭄바이가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매장 크기는 약 1만5,000평방피트(약 1,393.5m²)로 예상되며, 개장까지 최소 6개월이 걸릴 수 있으나 일정은 유동적이다.

앞서 구글은 19일 인도의 IT 중심지인 벵갈루루에 네 번째이자 인도 내 최대 규모의 캠퍼스도 공식 개소했다. 새 캠퍼스의 이름은 ‘아난타(Ananta)’로, 이는 산스크리트어로 ‘무한’을 뜻한다. 캠퍼스 내부에는 조용한 업무 공간과 더불어 크리켓장, 미니 골프장, 해먹이 설치된 휴식 공간 등이 마련됐다. 또한 직원들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해 구글의 대표 색상들로 꾸며진 대형 어린이집도 함께 조성됐다. 블룸버그는 “벵갈루루에 이런 캠퍼스가 생겼다는 것은 AI의 붐 속에서 인도의 기술 허브에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벵갈루루는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AI,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 개발의 핵심 거점이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들도 인도의 방대한 기술 인재 풀을 두고 치열한 채용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Arm Holdings를 비롯한 여러 글로벌 기업들 역시 벵갈루루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 중이다.

AI 산업 허브 '텔랑가나주', MS 37억 달러 투입

벵갈루루와 함께 인도 남부의 텔랑가나주도 새로운 IT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텔랑가나주는 한때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었으나, 1990년대 이후 IT 산업이 주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텔랑가나주의 주도인 하이데라바드는 ‘사이버(Cyber)’라는 단어를 합친 ‘사이버라바드’(Cyberabad)란 별칭까지 얻었다. 텔랑가나주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의 IT 수출량은 2023년 2조4,000만 루피(약 33조원)로 2014년 대비 네 배 이상 증가했고, 일자리는 90만 개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텔랑가나주가 인도에서 IT 도시로 부상한 배경에도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가 있다. MS는 텔랑가나주에 37억 달러(약 5조2,900억원)를 투자했다. 또한 MS는 660메가와트(MW) 용량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인도 내 토지 매입도 끝냈다. 이는 유럽 내 50만 가구의 연간 전력 사용량과 맞먹는 규모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텔랑가나주와 협약을 맺고 2030년까지 3조6,300억 루피(약 6조366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텔랑가나주 찬단벨리, 하이데라바드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센터 3개를 건설할 계획이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인도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인 아슈토시 샤르마는 “인도는 대규모로 우수한 기술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시작”이라며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에서 연구개발(R&D), 혁신, 디지털 역량 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인도에는 500만 명 이상의 프로그래머가 있으며, 매년 약 150만 명의 신입 엔지니어가 대학을 졸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 시장 중 하나로, 매년 수천만 명의 신규 인터넷 사용자가 유입되며 온라인 쇼핑, 영상 스트리밍, 소셜미디어 콘텐츠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 덕에 IT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유통업체, 월가 금융사 등 다양한 다국적 기업들이 인도에서 ‘글로벌 역량 센터(Global Capability Center·GCC)’를 운영하고 있다. 인도 IT 산업 협회인 나스콤에 따르면 현재 인도의 GCC에서 190만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250만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많은 기업이 AI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감원 삭풍

반면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감원 칼바람이 좀처럼 그치지 않는 분위기다. 구글은 AI 투자를 확대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최근 안드로이드, 크롬, 픽셀 등 다양한 부서 인력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패키지를 제안했다.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가 입수한 내부 문서를 보면, 안드로이드, 크롬, 크롬 OS, 구글 포토, 구글 원, 픽셀, 핏비트, 네스트 등의 플랫폼과 디바이스 부서가 인력 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구글이 AI 중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하드웨어 부문을 정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구글은 최근 가상현실(VR) 헤드셋 제조업체 HTC Vive의 엔지니어링팀 일부를 인수하며, 안드로이드 XR 플랫폼 개발을 본격화할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이는 AI와 XR 기술을 결합해 차세대 스마트 글라스 및 헤드셋 생태계를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메타도 이달 10일부터 성과에 기반한 해고를 단행하는 전략적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메타는 전 세계 인력의 5%를 감축할 계획이지만, 머신러닝을 비롯한 기타 비즈니스 핵심 직군에 대한 채용은 오히려 적극 진행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다른 비용을 절감하고, AI 사업 중심으로 인력 재배치를 더 가속화할 것이란 신호로 해석된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1월에만 아마존, MS 등 주요 기업들은 6,000명 이상을 감원했다. 이는 기업의 AI 전략이 기초연구와 모델 개발에서 벗어나, 이제 상용화 단계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GPT, 달리(DALL-E) 같은 모델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순수 연구보다는 이를 응용하고 상용화하는 역량이 더 중요해진 탓이다. 실제로 메타 CEO(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이제 더 작고 효율적인 AI팀으로도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도 “이제는 AI의 비즈니스 가치 창출에 집중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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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일부 직장폐쇄”, 임단협 둘러싼 노사 강대강 힘겨루기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일부 직장폐쇄”, 임단협 둘러싼 노사 강대강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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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그룹사 수준 임금 인상안 요구
부분 폐쇄 손실액 최대 254억원 추정
지역경제 위축 등 우려에 비판 거세져

현대제철이 1957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당진제철소 부분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임금 협상 등을 둘러싸고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가운데 노조가 게릴라식 파업을 이어가자, 사측도 직장폐쇄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가뜩이나 중국산 저가 제품 공습과 미국의 고율 관세 우려에 시름하고 있는 철강업계는 이번 사태에도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노조 요구 수용 시 650억원 적자 전환

2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전날 대표이사 명의의 성명을 내고 “24일 정오 이후 당진제철소 1·2 냉연공장의 일부 라인에 대해 부분 직장폐쇄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폐쇄된 부분은 산세 압연 설비(PL/TCM·Pickling Line/Tandem Cold Mill)로, 해당 설비가 가동되지 않으면 소재 고갈로 후공정이 불가능해져 냉연강판 생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현대제철 노사는 작년 9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5개월 가까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회사가 기본급 450%에 정액 1,000만원을 더한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 측에서 그룹사인 현대차가 기본급의 500%와 1,800만원 등을 지급한 것과 같은 수준에 달라고 요구하면서다.

회사는 애초 지난해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이 473억원으로 흑자 상태였으나, 이번 성과금을 적용하면 약 650억원 적자로 전환된다며 양보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노조는 지난달 21일 당진 냉연공장 가동을 하루 멈추는 부분 파업을 진행하고, 이달 11일에는 전국 사업장 조업을 중단하는 총파업을 벌이는 등 쟁의행위를 지속 중이다.

현대제철은 이번 당진제철소 부분 직장 폐쇄로 27만 톤(t)가량의 생산 손실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손실액은 25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21일부터 노조가 총파업과 부분·일시 파업을 반복하면서 전체 생산 일정을 확보하기가 어려워 방어적 차원에서 부분 직장폐쇄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의하면 사용자(회사)는 노조가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 직장폐쇄를 결정할 수 있으며, 이 기간 임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사진=현대제철

되풀이된 관세 위협에 공급과잉까지 ‘이중고’

이번 현대제철 직장폐쇄 사태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안타까움이 주를 이룬다. 가뜩이나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세와 미국 정부의 관세 리스크로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노사 갈등까지 격화하면서 현대제철의 사업성마저 위태로워졌다는 평가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노조에 강대강으로 맞서는 양상”이라며 “이번 힘겨루기에서 밀릴 경우 실적 악화가 가팔라질 것이란 판단에서 비롯된 행보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공급과잉과 관세 리스크는 철강업계 전반이 공통으로 받아 든 과제다. 과거보다 품질이 향상되고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제품을 접한 고객사들이 국내 철강사 대신 중국산을 선택하면서 매출 하락이 본격화한 것이다. 2023년 1월 기준 국산 후판의 유통가는 1톤당 105만원이었지만, 중국산 수입 원가는 74만8,000원에 그쳤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비슷한 품질이라면 30%가량 저렴한 중국산을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미국의 고율관세 위협은 7년 전에서도 한 차례 불거진 바 있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한국산 철강재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다. 당시 우리 정부는 협상 끝에 대미 수출량을 2015∼2017년의 70%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했다. 철강재 54개 품목, 263만 톤에 대해서는 25%의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이를 초과하는 물량은 수출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도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협력사·지역경제에도 빨간불

이런 가운데 포항, 광양, 당진 등 철강업 의존도가 높은 도시에서는 지역경제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양상이다. 지역경제의 중심인 제철소들이 직접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들 기업과 연계된 수백 개의 협력사는 물론 부동산 임대차 시장, 소매업 등에도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포항시는 광양·당진시와 협력해 중앙 정부에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지정을 건의하는 등 철강 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다.

강성 노조의 무리한 파업을 둘러싼 여론이 갈수록 비판 일색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철소 한 곳이 멈추면, 지역경제 전체가 휘청인다는 지적이다. 비교적 최근의 사례로는 지난해 말 전개된 포스코 노조의 파업 선언을 꼽을 수 있다. 포스코 노조는 지난해 11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각각 파업 출정식을 열고 조합원들의 의지를 다지겠다고 밝혔다. 무려 11회에 걸친 임단협 교섭에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데 따른 결정이다.

1968년 포스코 창사 이래 56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이 실행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협력사와 시민단체는 파업 자제 촉구에 나섰다. 포항제철소 파트너사협회는 “노조의 쟁의행위는 포스코 생산에 차질을 줄 뿐만 아니라 고객사들마저 떠나게 만드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면서 “협력사 및 용역사 삶의 터전을 무너뜨리는 쟁의행위에 앞서 사회적 책무도 고려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제철 또한 비슷한 시기 포항 2공장 가동 중단을 두고 노사가 갈등을 빚었다. 회사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일부 생산 라인의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반면, 해당 공장에 근무하는 현대제철 직원 약 200명과 자회사 현대IMC 소속 직원 약 200명이 극렬히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지속되는 불황 속에서도 생산량을 줄이며 버텨왔지만 노조 갈등과 파업 등 여러 악재가 닥치면서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졌다”며 “갈등이 길어지면, 철강 생산과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결국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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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 시장 침체에 ‘울상’ 삼성전자, 일본 장비업체 손잡고 원가절감 박차

낸드 시장 침체에 ‘울상’ 삼성전자, 일본 장비업체 손잡고 원가절감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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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램리서치 의존도 낮추려는 의도
식각 장비 시장 점유율 15% 이동 전망
낸드 시장은 끝없는 ‘장기 침체’ 터널

삼성전자가 400단대 10세대(V10) 낸드플래시 양산을 위해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의 극저온 식각 장비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전까지 미국 업체 램리서치의 장비 만을 활용해 온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로, 시장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 및 원가절감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낸드 핵심 공정 ‘식각’에서 공급망 다변화

2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내 V10 양산 준비를 마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위해 TEL의 극저온 식각 장비를 신규 도입할 방침이라는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V8, V9까지는 램리서치의 저온·극저온 식각 장비를 활용해 왔지만, V10 양산부터는 TEL 등 여러 장비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낸드플래시 제조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식각은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긴 뒤 불필요한 물질들을 제거하는 공정을 의미한다. 기존 영상 20도에서 진행되는 일반 식각과 달리 영하 30도 이하에서 진행되는 극저온 식각은 화학 반응을 최소화할 수 있어 보호막 없이 정밀하게 표면을 식각할 수 있고, 최대 3배 이상 빠른 작업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식각 장비 제조 분야의 최강자는 램리서치로, 해당 분야에서만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램리서치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TEL은 400단 낸드플래시 양산 적용을 목표로 램리서치와 비슷한 시기 극저온 식각 장비를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해당 장비를 평택캠퍼스 낸드 라인에 도입해 V10·V11 낸드 양산 적용에 앞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당장 V10 낸드 양산부터 램리서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원가절감 및 첨단 장비 공급망 안정화를 이룬다는 구상이다. 강성철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특정 장비회사 의존도가 과하게 높아지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짚으며 “TEL이 필요한 기술력만 갖춘다면, 원가절감은 물론 아니라 공급망 안정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램리서치 추월 노리는 일본 TEL

일본 반도체 장비업계에서도 삼성전자와 TEL의 협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그간 일본의 반도체 장비 제조 기술은 미국과 비교해 최대 2년가량 늦은 것으로 평가됐는데, TEL의 차세대 식각 장비 출시로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TEL 역시 지난 9일 진행한 2024 자체회계연도 3분기(10월~12월) 컨퍼런스콜에서 “(극저온 식각 장비가) 올해부터 매출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TEL 차세대 식각 장비의 가장 큰 특징은 앞서 언급했듯 극저온에서 고속으로 식각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TEL은 지난해 6월 차세대 식각 장비 관련 논문을 통해 33분 만에 10마이크로미터(㎛) 식각이 가능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신규 소재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TEL 관계자는 “(우리가 만드는) 차세대 식각 장비에는 아르곤 가스와 불화탄소(CF) 계열 가스, 그리고 새로운 레시피의 가스가 사용된다”고 전했다.

낸드 식각 장비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램리서치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램리서치는 지난해 내부 보고서를 통해 TEL의 차세대 식각 장비 영향으로 낸드 식각 장비 시장 점유율을 최대 15% 잃을 수 있다고 진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토 카즈요시 이와코스모증권 연구원 또한 “TEL의 신기술은 고객사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며 “향후 TEL이 낸드 채널 홀 식각 장비 시장을 모두 점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평택캠퍼스 2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시장 침체에 감산도 불사

반면 국내 반도체업계는 삼성전자의 원가 절감 배경에 더 주목하는 모양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낸드 공급 규모를 늘리는 것과는 상반된 행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1월에도 낸드 최대 생산 기지인 중국 시안 공장의 웨이퍼 투입량을 기존 대비 10% 이상 줄이기로 하는 등 감산에 나선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낸드 공급 과잉 국면이 이어지면서 올해 가격이 급락할 것으로 전망되자, 삼성전자가 수익성 방어에 돌입했다는 게 업계의 공통 진단이다. 현재 낸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외에도 일본 키옥시아,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 중국 YMTC 등 여러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생산능력과 점유율은 아직 삼성전자가 1위지만, 주요 수요처인 PC, 모바일, 서버 등에서 가격 경쟁이 심화하면서 점점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

이번 감산 정책에 따라 평균 20만 장 수준이던 삼성전자 시안 공장의 웨이퍼 생산량은 17만 장 수준으로 줄었다. 여기에 화성 12라인과 17라인 역시 공급량 조절에 나서면서 전체 생산능력도 하향 조정됐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낸드 시장은 공급 과잉으로 1년 이상 장기 침체를 겪다가 올 들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제품군을 중심으로 업황 반전의 기미가 포착됐다”면서도 “하지만 기업용 SSD 등 일부 제품에만 수요가 몰리면서 시장 침체를 끝내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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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중앙은행 통화 정책이 ‘기후 행동’에 기여하는 방법

[딥파이낸셜] 중앙은행 통화 정책이 ‘기후 행동’에 기여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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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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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통화 정책에 환경 변수 고려 ‘급증’
친환경 자산 투자 늘리고 고탄소 자산 배제
기후 금융 역량 늘리고 정책 가이드 및 정보 부족 해결해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기후 변화가 경제 환경을 바꾸면서 중앙은행들도 환경 변수를 고려해 통화 정책을 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개입 여부와 조정 방식만이 토론의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정작 정책 실행에 따르는 실제적인 어려움은 관심 밖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기후 관련 조치가 어떻게 실행되며 그 배후에는 어떤 논리가 작동하는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에 더 큰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다.

사진=CEPR

중앙은행 기후 대응, ‘자산 리스크 최소화’ vs ‘기후 변화 경감’

기후 변화는 금융 시스템에 직간접적 리스크를 부르며 중앙은행은 이러한 리스크를 고려해 자산 가치 극대화라는 소기의 임무를 달성해야 한다. 예를 들면 글로벌 경제가 화석 연료에서 벗어날수록 관련 자산 가치가 하락하므로 중앙은행은 이에 맞게 노출을 줄여나가야 한다. 이는 금융 기관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리스크 최소화’(risk protection) 접근 방식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일부 중앙은행들은 단순 리스크 관리 역할에서 벗어나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법적 의무를 띠고 있다. 이들 기관은 고탄소 산업에 대한 자본 비용을 올리고 친환경 투자를 장려하는 등 투자 행동에 영향을 주기 위한 조치를 시행한다. 이는 통화 정책을 광범위한 환경 목표에 연결하는 ‘기후 변화 경감’(climate change mitigation) 접근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다.

기후 변화 관련 중앙은행의 접근 방식
주: ‘리스크 최소화’ 접근 방식 - 기후 관련 외부 리스크 관리(좌측), ‘기후 변화 경감’ 접근 방식 - 정부 기후 정책 지원(우측)/출처=CEPR

대출 조건, 담보 가치 산정, 자산 구매에 ‘기후 요소 적용’

최근 ‘금융 시스템 친환경화를 위한 네트워크’(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 140개 이상의 중앙은행 및 규제 당국 연합)는 중앙은행들이 기후 요인을 통화 정책에 적용한 사례들을 소개하는 리뷰를 발표했다. 그런데 8개의 사례 중 6개가 ‘기후 변화 경감’ 접근 방식으로 ‘리스크 최소화’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다수의 중앙은행이 현재의 리스크 관리 방식이 충분히 효과적이라고 믿거나 기후 위험 평가를 통화 정책에 통합하는 것에 현실적인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통화 정책은 기본적으로 담보 대출, 자산 구매 프로그램(asset purchase programs, 유동성 확대를 위한 양적 완화 정책),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실행되며, 중앙은행들은 이 세 가지 영역에 걸쳐 기후 요소를 감안한 조정을 시행하고 있다.

중앙은행 통화 정책 구분
주: 신용 대출 - 대출 종류에 따른 조건 변경, 담보 가치에 따른 조건 변경, 대출 기관 자격에 따른 조건 변경 / 담보 - 담보 가치 할인, 심사를 통한 선별(네거티브), 심사를 통한 선별(포지티브), 담보 풀 조정 / 자산 구매 - 점진적 방식, 심사를 통한 선별(네거티브), 심사를 통한 선별(포지티브) / 목적 - 기후 변화 경감, 리스크 최소화, 둘 다/출처=CEPR

가장 먼저 중앙은행들은 시중 은행에 대한 대출에 기후 관련 활동 평가를 반영해 이자율 등의 조건을 결정한다. 환경친화적 대출이 많은 금융 기관들에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다.

중앙은행들은 또한 탄소 집약적 자산에 담보 가치 할인(haircuts)을 더 많이 적용해 대출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대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도 사용한다. 또한 환경친화적 투자 기관에 자산 구매 프로그램을 더 많이 배정하는 중앙은행도 있다. 이들은 탄소 집약적 자산을 아예 제외하는 대신 친환경 자산 구매를 늘리고 고탄소 자산을 줄이는 점진적 방식을 사용한다.

기후 금융 역량, 정책 가이드 및 정보 부족 등 ‘과제 산적”

이렇게 기후 요소를 통화 정책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중앙은행들이 겪는 어려움은 아직 많다. 가장 먼저 언급할 점은 많은 기관들이 기후 금융 역량을 내재화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과 통화 정책의 초점이 각자의 국가 경제 구조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금융 산업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공개 시장에서 거래되는 증권보다는 은행 대출 정책을 조정하는 것이 훨씬 더 높은 정책 효과성으로 이어진다. 중앙은행들은 이러한 점을 감안해 자산 가치 극대화를 최우선시하면서 공개된 기후 관련 데이터로 확증된 통화 정책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또한 중앙은행이 저탄소 이행 지원 임무를 수행한다 해도, 기존의 경제 목표 대비 어느 정도의 기후 관점이 반영돼야 하는지 구체적인 가이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자산 구매 프로그램에 친환경 자산을 얼마나 포함해야 하는지, 또는 탄소 집약적 담보 자산에 어느 정도의 할인을 적용해야 할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적정성 검토는 복잡한 데다 계량화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관이 초기에 작은 변화로 시작해 향후 조정을 기약하는 점진적인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효과적인 기후 관련 통화 정책이 집행되려면 금융 자산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가 있어야 한다. 필요한 핵심 지표는 기업 단위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효율 등급, 친환경 채권 인증(green bond certifications, 채권의 지속 가능성 요건 충족 여부 확인) 등이다. 점점 더 많은 배출 관련 데이터가 제공되고 있지만 기업 규모와 자산 집단에 따라 아직도 차이가 크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은행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빠진 배출량 정보를 산업 평균에 기반해 재산정한다든지 과거 공시 자료를 찾아보는 정도의 실용적인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중앙은행이 친환경 대출 및 자산 구매 프로그램 참여 시 기후 관련 공시를 의무화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는 리스크 최소화에서 나아가 금융 시장의 투명성과 표준화 수준을 높이는 데도 이바지한다.

지금까지 중앙은행들은 기후 요인을 통화 정책 체계에 통합하는 데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뤄 왔다. 실행에 있어 까다로운 문제들이 있지만 지속적으로 접근 방식을 개선하고 관련 경험을 공유하며 변화하는 경제 상황에 맞춰 전략을 다듬는다면 극복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캐스퍼 시거트(Caspar Siegert) 영국중앙은행(Bank of England) 이코노미스트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he rising tide of climate action: Adjustments to central banks’ monetary policy operation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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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파고드는 中 기업들, 동남아 점령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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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업들, 말레이시아 스마트폰·자동차 시장서 '질주'
말레이시아, 美 압박에 "관세 회피에 자국 이용 말라" 경고
말레이시아 넘어 동남아 곳곳에 상륙한 中, 韓 기업 영향은 

중국 기업들이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지 산업계 곳곳에서 중국 브랜드의 영향력이 확대되며 전반적인 시장 흐름이 뒤바뀌는 양상이다.

中 테크 기업, 말레이시아 점령

23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브랜드들이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가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경쟁력 있는 가격과 적정 수준의 품질, 탄탄한 현지 화교 인프라 등에 힘입어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말레이시아 하이테크 시장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중국 샤오미의 말레이시아 스마트폰 시장 내 점유율은 23.7%에 달한다. 이는 시장 1위인 삼성(점유율 26.0%)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점유율 3위 기업은 애플(13.8%)이며, 그 뒤로 비보(11.7%), 오포(11.5%), 아너(4.4%) 등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말레이시아 전기차 시장에서는 중국 비야디(BYD)가 39.3%의 점유율을 기록, 테슬라(23.6%)를 제치고 압도적 1위를 점했다. 또 다른 중국 자동차 브랜드인 체리자동차 역시 말레이시아에서 세 번째로 많이 팔리는 수입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의 유력 기술 기업들이 속속 말레이시아 현지 시장에 진출해 덩치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우회 수출' 우려

중국 기업들의 말레이시아 시장 내 입지가 확고해진 가운데, 말레이시아 정부의 우려는 깊어져 가고 있다. 중국이 말레이시아 시장을 미국 관세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리우 친 통 말레이시아 투자통상산업부 부장관은 지난해 12월 한 행사에서 "나는 지난 1년 정도 기간 여러 중국 기업에 미국 관세를 피하려고 말레이시아를 통해 그저 제품 브랜드만 바꿀 생각이라면 말레이시아에 투자하지 말라고 조언해 왔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말레이시아 측이 직접적으로 우회 수출 관련 입장을 표명한 것은 미국이 중국의 우회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동남아 각국을 상대로 관세 등 무역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5월 미국은 동남아를 통한 중국산 태양광 제품의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해 말레이시아와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서 생산된 태양광 패널에 대한 한시적 관세 면세 조치를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같은 해 10월 미국 상무부는 베트남과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태국에서 수입하는 태양광 패널에 관세를 적용하기로 예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산 태양광 패널에는 9.13%의 관세가 부과됐다.

中, 동남아 전반까지 영향력 키워

하지만 말레이시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은 말레이시아는 물론 동남아 시장 전반까지 공략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하이테크업계를 넘어 식음료 등 실생활과 밀접한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확대되는 추세다. 싱가포르 컨설팅업체 모멘텀웍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동남아 식음료 시장에서는 믹스에, 루킨커피, 하이디라오 등 약 60개에 달하는 중국 브랜드가 6,1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는 2022년 1,800여 개에서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화교 인구가 많아 중국 브랜드 진출이 특히 활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식음료 기업들이 동남아 공략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자국 시장의 침체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2024년 상반기에만 100만 개 이상의 식당이 문을 닫았다. 이는 전년 대비 70% 증가한 수치다. 치열한 경쟁과 경기 침체로 인해 업황 전반이 악화한 것이다. 반면 동남아 식음료 시장은 중국의 약 17% 규모에 불과하지만,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하고 성장세가 뚜렷하다는 강점이 있다.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 6개국의 외식 소비 규모는 2023년 1,270억 달러(약 182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전인 2019년 외식 소비 규모(1,157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중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동남아 시장에 지각변동이 발생한 가운데, 일부 국내 전문가들은 차후 점진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동남아 수출로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중국의 동남아 시장 공략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지속될 경우, 중국과 동남아 경제의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본격화하게 된다"며 "중국과 동남아가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형식이 되면 동남아 시장은 '제2의 중국'이 되고, 한국 기업들의 동남아 수출 기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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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스케일’로 영화 팬 눈길 사로잡은 中 애니, 정부 지원 등에 업고 도약

‘대륙 스케일’로 영화 팬 눈길 사로잡은 中 애니, 정부 지원 등에 업고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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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자2, 美 개봉 5일 만에 1천만 달러 수익
中 정부 산업 지원책 주효, 투자도 ‘빵빵’
“전통문화에서 잠재력 발산” 자신감

세계 영화 산업 내 중국 애니메이션의 위상이 급격히 높아진 모습이다. 어디서 본 듯한 줄거리와 캐릭터, 조악한 그래픽 등으로 혹평을 면치 못했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과 탄탄한 내수 시장이 산업의 발전을 주도하는 가운데, 중국의 특색을 살린 참신한 스토리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중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흥행 돌풍에 나선 ‘너자: 악마소년의 바다 소동(이하 너자2)’이 그 선봉에 서 있다.

‘봉신연의’ 모티프, 미국에서도 흥미 끌어

24일 중국 박스오피스 사이트 덩타(燈塔)에 따르면 너자(哪吒·Nezha)2는 지난달 29일 중국에서 개봉한 이후 16일 만에 2억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이달 20일 기준 누적 관객이 2억5,783만 명으로 집계됐다. 극장 수익으로 환산하면 17억2,160만 달러(약 2조4,690억원)로 기존 1위인 미국 디즈니의 ‘인사이드아웃2’(16억9,800만 달러)를 제치고 세계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너자2는 2019년 개봉한 ‘너자, 악동의 탄생(咤之魔童降世·이하 너자1)’의 속편으로, 명나라 때 쓰인 소설 ‘봉신연의(封神演義)’ 속 영웅신 너자(나타)의 이야기를 각색한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삐딱하고 반항적인 모습의 주인공은 옳은 척하는 악당이 만든 질서를 처참히 깨부수며 많은 관람객에게 대리만족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작품 속 판타지 세계에서 오늘날 중국의 현실을 엿볼 수 있다는 평가다.

너자2는 이 같은 중국 내 인기를 발판으로 미국에서도 흥행에 박차를 가했다. 이달 14일(이하 현지시각) 미국에서 개봉한 너자2는 개봉 닷새 만에 관람 수익 1,000만 달러(약 143억원)를 넘었다. 18일 기준 미국 내 상영관은 722곳에 달하며, 박스오피스 순위도 4위까지 올라섰다. 이는 디즈니가 지난해 12월 선보인 실사 영화 '무파사: 라이언킹'보다 앞선 성적이다.

업계는 너자2의 전 세계적 흥행 이면에 자국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자리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중국 정부는 2006년부터 TV 방송 채널에서 오후 5~8시 방영되는 애니메이션은 자국에서 제작된 작품만 송출하도록 했다. 이에 앞서 2005년에는 항저우가 ‘애니메이션 특화 도시’로서의 도약을 선언하고 매년 5,000만 위안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23년 기준 항저우 국내총생산(GDP)의 약 16%가 애니메이션 및 게임 산업에서 창출됐다.

이 같은 중국 애니메이션의 분전은 한국과 비교해도 매우 뛰어난 성과다. 한국 영화 시장은 세계 5~6위 규모를 자랑하며 소위 ‘메이저’로 분류되지만, 지금까지 애니메이션으로 100만 관객을 넘긴 작품은 ‘마당을 나온 암탉’(2011년),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2012년), ‘사랑의 하츄핑’(2024년) 등 어린이 영화 3편뿐이다. 이렇다 보니 해외 진출하는 작품들은 글로벌 OTT를 겨냥한 시리즈 작품이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신창환 한국애니메이션제작협회장은 “너자2에서 확인할 수 있듯 중국 애니메이션의 영상 수준이 이전 작품들과 비교해 눈에 띄게 개선됐다”며 “정부의 대규모 지원과 거대한 내수시장에 힘입어 중국 애니메이션은 급성장했지만,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애니메이션 영화 ‘카’와 ‘오토봇’ 포스터/사진=브에나비스타픽처스, 지뎬

저작권 침해 사례 다수, 법원도 표절 인정

이처럼 중국 애니메이션의 달라진 위상은 ‘상습적 표절’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던 지난날과 비교해도 매우 달라진 풍경이다. 과거 중국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모티프나 줄거리, 캐릭터 표현 및 활용에서 외국 유명 작품을 모방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심지어 높은 유사성으로 소송까지 번지는 경우도 빈번했다.

대표적으로는 2015년 개봉한 중국 애니메이션 시리즈 ‘오토봇(汽車人總動員)’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말하고 움직이는 레이싱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해당 작품은 개봉과 동시에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 ‘카(Cars, 2006년 개봉)’를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관객들은 두 작품의 콘셉트와 포스터 등이 매우 유사한 점을 들어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디즈니 측에서도 이 점을 문제 삼았다. 오토봇 제작사가 포스터와 캐릭터 이미지를 거의 흡사하게 도용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이다. 디즈니와 픽사는 오토봇 제작사 란훼옌(藍火焰·Bluemtv)과 배급사 지뎬(基点·G-Pioint), 스트리밍 업체 PPTV 등 3곳에 저작권 침해와 불공정 경쟁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 400만 위안(약 7억9,000만원)의 손해 배상금을 요구했다.

1년 가까이 이어진 법정 공방 끝에 상하이 푸둥신구 인민 법원은 피고 측에 저작권 침해와 부정한 경쟁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원고 측에 135만 위안(약 2억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줘젠룽 오토봇 감독은 “누군가가 당신을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법을 위반했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주장을 펼쳤고, 작품 표절 여부를 둘러싼 논란 또한 한동안 이어졌다.

‘너자1’으로 분위기 반전 신호탄

중국 최대 규모의 애니메이션 제작소 상하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창립 70주년을 바라보는 최근까지도 중국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영화 팬들의 시선은 의구심이 주를 이뤘다. 1957년에 탄생한 상하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500편이 넘는 시리즈·영화를 선보이는 등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지만, 대부분 작품이 중국 내에서만 유통된 탓에 보다 냉철하고 객관적인 평가는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나의 붉은고래’, ‘벅스 프렌즈’, ‘꼬마영웅 바비’ 등 일부 영화가 해외 진출에 성공하긴 했지만, 이름을 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중국 애니메이션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건 이번 너자2의 성공 기반이 된 너자1부터다. 2019년 개봉한 해당 작품은 중국 개봉 나흘 만에 8억 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고, 전 세계적으로는 50억 위안(약 1조원)가량의 수익을 올리며 중국 애니메이션의 비약적인 성장을 알렸다. 관객들은 5년에 달하는 제작 기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스케일과 실감 나는 그래픽을 너자1의 특장점으로 꼽았다.

이를 두고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너자 시리즈의 흥행은 중국 애니메이션 업계와 영화 업계에 매우 큰 격려”라고 진단하며 “이는 중국 전통문화에서 영감을 탐구할 잠재력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간 소외됐던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에게는 엄청난 자신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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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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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물가 불안한데 소비심리도 둔화,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되살아난 S 공포

美 물가 불안한데 소비심리도 둔화,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되살아난 S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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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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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심리 악화에 3대 지수 동반 급락
물가 오를 것이라는 미국민, 소비 줄여
1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급등세 유지
인플레 확인 데이터 지속 시 시장에 부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한 달째를 맞이한 가운데, 미국 경제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공격적인 관세 정책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뉴욕 증시가 올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경기 하강 조짐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물가 상승 우려가 더해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공포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

뉴욕 3대 지수 급락, 테슬라 4.7%·엔비디아 4.1%↓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21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48.63포인트(1.69%) 급락한 4만3,428.02에 장을 마쳤다. 올 들어 가장 큰 낙폭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 대비 104.39포인트(1.71%) 떨어진 6,013.1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도 438.36포인트(2.20%) 하락한 1만9,524.01에 거래를 마감했다.

거대 기술기업을 일컫는 '매그니피센트7'도 모두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트럼프 2기 탄생에 공이 많은 일론 머스크 CEO(최고경영자)의 테슬라 주가는 4.68% 내린 337.80달러를 기록하며 크게 밀렸다. 지난해 12월 18일 최고치(488.54달러)보다 31%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엔비디아(-4.05%), 브로드컴(-3.56%), 아마존닷컴(-2.83%) 등 주요 기업 주가도 급락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달 들어 미국 기업의 활동이 거의 정체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이후 거뒀던 주가 상승분을 거의 다 까먹었다”고 전했다.

서비스업 PMI 25개월 만에 최저, 기대인플레도 급등

이번 급락의 주요 원인은 비관적인 경제지표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2년 반 가까이 4%가 넘는 고금리 덕에 힘입어 지난해 2%대로 떨어졌는데,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다시 3%대로 올랐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핵심 소비자물가 지수는 5.5%나 올랐다.

물가 상승 우려에 소비 심리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21일 미시간대는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를 전월 대비 약 10% 낮아진 64.7로 발표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인플레이션 완화 추세에 점차 상승세를 보이던 것이 15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는 2월 예비치(67.8)와 시장 전망치(67.8)도 밑도는 수치다.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들도 경기 위축을 전망하고 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2월 미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7로, 전달보다 크게 떨어졌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위축을 뜻하는데 이번처럼 50을 밑돈 것은 2023년 1월 이후 25개월 만에 처음이다. 미국 GDP(국내총생산)의 80%를 차지하는 서비스업 PMI는 지난달 52.9로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인 데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 이후 시점인 이달 들어 본격적으로 위축 국면으로 돌아선 모양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급등한 점도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요소다. 2월의 1년 기대 인플레이션 확정치는 4.3%로 전월 3.3% 대비 1.0%포인트 급등했다. 1년 뒤 물가가 지금보다 비쌀 것으로 보는 소비자들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의미다. 아울러 5년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3.5%로 전월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불확실성도 급등했다. 1년 불확실성은 전달 7.6%포인트에서 9.5%포인트로, 5~10년 불확실성은 전달 6%포인트에서 8.2%포인트로 각각 높아졌다.

트럼프 관세發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음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식어가는 이면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시행을 연기하긴 했지만 취임하자마자 멕시코·캐나다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철강·반도체·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 부과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통상 관세를 높이면 당장 수입 가격이 상승한다. 이에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이 물가 상승과 경기 위축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친성장 기조에도 불구하고 무역 전쟁이 미국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큰 위험으로 재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지난달 발표된 미국의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 속보치는 연율 환산 기준으로 전기 대비 2.3% 증가해 3분기(3.1%)보다 크게 둔화했다. 오는 27일 발표될 4분기 GDP 성장률 잠정치도 속보치와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시선은 오는 28일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이 발표하는 PCE 가격지수에 집중되고 있다. 가격 변동 폭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가장 선호하는 지표다. 블룸버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들은 올 1월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0~12월 2.8%로 유지됐던 것에서 가격 상승 압력이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앞서 발표된 1월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3%, 전월 대비로는 0.4% 상승해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은 바 있다.

다만 관세로 인한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4월 2일부터 자동차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반복했다. 또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국가가 미국 빅테크에 부과하는 디지털 세금에 대응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문서에도 서명할 예정이다. 프랑스 등이 빅테크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세금을 관세를 통해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는 또 트럼프가 관세를 세수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즉 관세를 단순 무역 협상 도구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상당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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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메타 지키기’ 나선 트럼프, ‘보복관세’ 칼날 한국 향할까

‘구글·메타 지키기’ 나선 트럼프, ‘보복관세’ 칼날 한국 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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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반경쟁적 정책 및 관행 조사
“외국의 착취에 필요한 대응 나설 것”
공정거래법 개정안 추진 난항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글, 메타 등 자국 빅테크를 규제하는 외국 정부에 대한 대응책으로 ‘보복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IT업계에서는 그간 미국이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우리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반대 의사를 피력해 온 만큼 한국 또한 보복관세의 사정권에 놓였다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의 빅테크 제재가 매우 약한 수준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예민한 반응을 삼가야 한다는 해석 또한 제기된다.

기업 성장·활동 억제 여부 조사 명령

23일(이하 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에 피해를 주는 외국 정부의 ‘일방적·반경쟁적 정책과 관행’을 조사하라는 내용의 행정부 지시 각서에 서명했다. 해당 각서는 △미국 기업에 부과한 세금 △미국 기업의 성장이나 활동을 억제하는 규제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위태롭게 하는 모든 행동·정책·관행 △미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하는 모든 행동·정책·관행 등을 고려해 외국 정부에 대응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가 미국 기업에 대한 “외국의 착취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더 이상 엄청난 벌금과 세금을 통해 실패한 외국 경제를 떠받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외국 정부가 미국 기술기업을 상대로 역외 권한을 행사해 성공을 방해하고 수입을 도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관세를 부과하고, 필요한 대응 행동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한국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각서에 명시된 △국경 간 데이터 이동 제한 △현지 콘텐츠 제작비 요구 △망 사용료 수수료 부과 등 규제가 한국에서도 시행 중이라고 볼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리 정보 반출 금지 △외국 기업 망 사용료 부과, ‘소수 온라인 플랫폼 대기업 독과점 규제(플랫폼법)’ 등 한국 정부의 각종 규제 추진안 또한 줄줄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무역대표부(USTR)에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튀르키예, 영국 등 6개국이 시행·논의 중인 디지털서비스세금(DST)에 대해 무역법 301조 조사를 재개할지 여부를 판단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USTR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인 2019년과 2020년에도 이들 6개국을 조사한 바 있다.

플랫폼법, 적용 실효성에 의구심

그간 공정거래위원회와 여당은 ‘공룡 플랫폼’의 전횡을 차단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사후 추정을 통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자사우대, 끼워팔기 등 4대 금지 행위를 신속하게 제재하고, 관련 매출의 8%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지배적 사업자에는 국내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물론 미국 빅테크 구글, 메타 등도 포함된다.

미국상공회의소와 USTR은 이 같은 한국 정부의 움직임에 반대해 왔다. 기존 시장 점유율이 높은 미국 빅테크는 규제 대상이 되는 반면,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산 후발 주자들은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주장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후보자는 이달 6일 한국을 포함한 해외 국가들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추진 상황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한국 빅테크들 역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국내외 빅테크 모두를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법 적용 대상)’로 지정할 것이란 정부의 방침에도 법 적용의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아 토종기업만 규제의 그늘에 놓일 것이란 우려에서다. 정부의 통제하에 있는 국내 기업들은 사전 규제를 충실히 이행할 수밖에 없지만, 해외 기업들은 본사 방침이나 통상 현안 등을 이유로 사전 규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연구에서도 해외 플랫폼 사업자는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요건 중 하나인 ‘GDP의 일정 비율을 기준으로 하는 연매출액’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회계장부에 매출액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해외 플랫폼 사업자를 직권으로 확인한 뒤 국내 영업을 못 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현실적으로 공정위의 집행이 가능한지 여부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입법처의 지적이다.

유럽·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은 ‘솜방망이’

일각에선 미국의 이번 조처가 유럽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공정거래 위반에 대한 한국의 처벌이 매우 약한 수준인 만큼 실제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특정 사업자가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선 관련 매출액의 최대 6%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지만, 실제 부과되는 과징금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2021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온라인 플랫폼이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혐의로 제재를 받은 사건은 총 5건이다. 이들 5건에 대한 제재에는 최대 기준의 절반인 3% 이하의 과징금만 부과됐다. 구글의 ‘모바일게임 입점 방해’ 2건에 대해서도 각각 2.3%, 2.7%의 부과율을 적용했다.

이는 유럽, 일본 등 주요국과 비교해 매우 약한 수준의 제재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반칙행위를 한 대형 플랫폼에 전 세계 매출의 10%를, 반복 시 최대 2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 역시 구글, 애플 등을 견제할 ‘스마트폰법’을 제정하면서 법 위반 시 과징금을 일본 내 매출의 최대 30%까지로 설정했다. 빅테크 규제에 따른 미국의 보복관세에서 한국은 우선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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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무관세 가능성, EU는 '집중 포화'? 트럼프發 관세 전쟁 향방은

영국은 무관세 가능성, EU는 '집중 포화'? 트럼프發 관세 전쟁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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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무역 흑자국' 英에 호의적 태도
대규모 무역 적자 안겨준 EU에는 '관세 폭탄' 시사
EU, 철강·알루미늄 관세 및 상호 관세로 압박 가중

영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미국이 영국과의 교역에서 유의미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영국이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의 영향권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英 언론 "영국은 아직 관세 무풍지대"

23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방국이나 경쟁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 폭탄을 무차별 투하하고 있으나, 영국은 여전히 무풍지대며 앞으로도 관세 부과 예외 국가로 남아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세계 각국에 무역 불균형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지만, 영국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이 영국과의 교역을 통해 막대한 흑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23년에 미국의 대영국 무역 흑자는 145억 달러(약 20조6,970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영국 간 교역이 균형을 이루고 있고, 양측이 모두 앵글로·색슨 연대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영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등의 품목에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영국이 예외를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타머 총리는 오는 27일 예정돼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을 통해 관세 관련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관세 직격탄'

영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반면, 유럽연합(EU)의 경우 트럼프발 '관세 폭탄'으로 인해 막대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22일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EU가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로 인해 최대 280억 유로(약 42조원) 규모의 수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철강과 알루미늄을 소재로 하는 파생 제품들까지 포함한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기 행정부 당시에도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해당 조치로 인해 관세가 부과된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 약 70억 유로(약 10조4,990억원) 규모였다. 이에 맞서 EU는 당시 보복 조치로 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과 농산물, 의류 제품 등에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2021년 미국이 일정 수량을 초과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 할당제'를 도입했고, EU는 모든 보복 조치를 유예하며 양국의 1차 관세 전쟁이 일단락됐다. EU는 이번에도 미국의 관세 부과에 '신속하고 비례적으로' 대응할 것이며, 첫 단계로 이전에 유예했던 보복 관세를 되살릴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EU에 대한 상호 관세 부과도 시사했다. 그는 지난 15일 행정부에 교역국이 부과하는 세금과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지시하는 메모에 서명하고, EU의 높은 부가가치세를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유럽 국가들은 평균 22%의 부가세를 부과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평균 7%의 판매세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추가 관세는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 집행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이 같은 조치는 잘못된 방향이며 EU는 불공정한 무역 장벽에 강경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대EU 무역 적자 '역대급'

트럼프 대통령이 EU를 대상으로 무역 장벽을 높이는 것은 양국의 '무역 불균형' 때문이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EU는 지난해 미국과 무역에서 3,333억 유로(약 503조원) 규모의 상품을 수입했으며, 미국은 EU로부터 5,316억 유로(약 803조원)어치 상품을 사들였다. 미국 입장에서는 약 2,000억 유로(약 302조원) 수준의 무역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2023년 미국의 대EU 무역 적자(1,566억 유로) 대비 25% 이상 증가한 수치이자, 기존 최대치였던 2021년 1,669억 유로(약 251조7,000억원)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무역 불균형이 미국과 EU의 각기 다른 경제 상황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유로존 경제가 부진한 가운데, 호황을 맞이한 미국 경제가 수입을 늘리며 무역 불균형이 심화했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기업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움직이며 미국의 무역 적자 폭이 커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영국 컨설팅 업체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클라우스 비스테센은 “미국 기업들이 관세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해 (인상된) 관세 부과 전에 더 저렴한 가격에 재고를 많이 축적하려고 한 것”이라며 관세 요인이 미국의 수입 확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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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반도체 쇼크’, 메모리마저 中에 역전당했다 “기초연구부터 밀려”

‘韓 반도체 쇼크’, 메모리마저 中에 역전당했다 “기초연구부터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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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EP 3대 게임체인저 분석 보고서
반도체 기초, 설계 기술 모두 중국이 앞서
中 정부, 반도체 국산화 정책 추진 성과

중국이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술 수준을 모두 추월했다는 전문가 설문 결과가 나왔다. 2022년 시행된 같은 조사에선 “한국이 고집적·저항 기반 메모리 기술 등에서 중국보다 앞서 있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2년 만에 뒤집힌 것이다.

기초 역량 등 모든 분야에서 뒤처져

24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3대 게임체인저 분야 기술수준 심층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은 첨단 패키징을 제외한 모든 기술 분야 기초 역량이 우리나라를 앞서고 있으며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점이 있는 메모리 기술에서도 중국이 기초 역량 부문은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기술 선도국을 100%로 봤을 때 고집적·저항 기반 메모리 기술 분야는 한국이 90.9%로, 중국(94.1%)보다 낮은 2위였다. 한국의 고성능·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도 84.1%로 중국의 88.3%보다 낮았다. 전력반도체 역시 한국이 67.5%, 중국이 79.8%였고, 차세대 고성능 센싱 기술도 한국이 81.3%, 중국이 83.9%였다.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은 한국과 중국이 74.2%로 동일한 점수였다. 반면 공정 기술(한국 86.9%, 중국 81.0%)과 양산 기술(한국 87.0%, 중국 81.2%)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만(92.4%)과 미국(93.5%)에 비하면 순위가 밀린 상태다. 미국은 반도체 전체 시장 점유율 50.2%로 1위를 기록했는데, 시스템 반도체 및 EDA(전자설계자동화) 기술에서 절대적 강자 위치에 있었다.

대만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 70% 이상(TSMC 64.9%)으로 이 분야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첨단 패키징 기술도 가장 앞섰다. 이에 반해 한국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9.3%로 대만에 크게 밀렸다.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도 대만, 미국, 일본에 이어 4위 위치에 있다. 기술 수준을 사업화 관점에서 평가했을 때 한국은 고집적·저항 기반 메모리 기술과 반도체·첨단 패키징 기술 부문에서만 중국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분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기술 생애주기에 따른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중국은 공정과 양산에선 우리나라보다 낮은 순위를 보였지만 기초·원천, 설계에선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기초·원천, 설계 부문 기술 수준은 비교국 가운데 최하위로 평가돼, 반도체 생애주기 중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분석됐다.

킹뱅크 DDR5 제품 이미지/사진=킹뱅크 홈페이지

2년 만에 뒤집힌 전문가 평가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2022년 시행된 기술 수준 평가에도 참여했다. 당시 이들은 고집적·저항 기반 메모리 기술,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 차세대 고성능 센싱 기술 등은 한국이 앞서 있다고 봤지만 2년 만에 판도가 뒤집힌 것으로 평가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반도체의 높은 대외 의존도에 경각심을 갖고 2014년부터 반도체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국산화를 위한 정책 추진과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17일 중국의 한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 한 장에 글로벌 반도체업계가 발칵 뒤집힌 것이 단적인 예다. ‘중국 반도체, 거침없는 기세’ 등의 문구가 적힌 해당 사진은 현지 D램 모듈업체 킹뱅크의 ‘중국산(産)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D램으로 만든 32GB(기가바이트) 모듈’ 광고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D램으로 장난친 것”, “중국의 ‘D램 굴기’가 결실을 맺었다” 등 분석이 엇갈렸는데, 해당 제품의 정체는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16나노미터(㎚·1㎚=10억분의 1m) 기술로 양산한 DDR5 D램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이후 테크인사이츠가 시장에 풀린 중국산 DDR5 D램 모듈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DDR5 D램은 전 세대인 DDR4보다 용량이 크고 전송 속도도 두 배가량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CXMT가 활용한 16㎚ G4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21년 본격 양산한 10나노 3세대(1z·15.8~16.2㎚) 공정과 같다. 한국과 CXMT의 D램 기술 격차가 3년으로 좁혀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테크인사이츠는 “CXMT가 미국 제재를 뚫고 16㎚ D램을 양산한 데 의미가 있다”며 “삼성, SK하이닉스와 경쟁할 준비가 됐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R&D 확대 및 반도체 인재 대우 개선해야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기초 연구 및 설계 역량을 강화하고, 시스템 반도체 및 첨단 패키징 기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기초 연구 및 설계 기술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의 반도체 R&D(연구개발) 투자 비율(매출 대비 9.5%)이 미국(19.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만큼, R&D 투자 확대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첨단 패키징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한국이 대만, 미국, 일본에 밀려 4위로 크게 뒤처진 상황에서 패키징 생태계를 조성하고 R&D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반도체 핵심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문제도 지적됐다. 핵심 인재의 연봉·복지 개선 및 해외 인력 유치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공정 및 양산 기술 격차 해소를 위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력을 강화하고, 특히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빠른 속도로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고 있고 대만·미국과의 기술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며 "한국이 반도체 강국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초 연구, 설계, 패키징 기술까지 전반적인 생태계를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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